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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63화


“리오 씨는 처음 보시겠군요.”

리오는 뒤를 돌아보았다. 레니가 찬 음료수를 가지고 나와 바이칼과 리오의 앞에 놓아두며 말하기 시작했다.

“아까 그 가면을 쓴 사람은 2주일 전부터, 즉 우라늄이 사라진 직후부터 블랙 프라임이라는 괴 군사 조직을 이끌고 나타나 전 세계의 자원 정제 시설을 파괴하고 자원들을 모조리 빼앗아 버리고 있죠. 이상하게 각 나라의 정규군이 출동할 수 없을 때만 노려서 그런 만행을 저지른답니다. 그리고 그들의 병기는 최근에 나온 것들뿐이어서 정유 회사 등에서 고용한 용병들의 구식 무기로는 상대를 할 수 없죠. 어디서 그 정도의 군사력과 시설, 병기들을 가져왔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예전에 한창 날뛰던 바이오 버그들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죠. UN이 해체되는 바람에 BSP도 쓸 수 없어서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한답니다. 아‥어째서 이런 일들이‥.”

레니의 말을 들은 리오는 자신의 짙은 붉은색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

“‥예전에 한창 날뛰던‥이라면 지금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레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대화가 오고 가는 중에도 바이칼은 자신의 앞에 놓인 파인애플 주스만을 홀짝홀짝 들이킬 뿐이었다.

“이상하게도 우라늄이 사라진 이후부터 나타나질 않더군요. 바이오 버그에 관한 기사만이 실렸던 신문의 난도 며칠 전 부로 사라져 버릴 정도였답니다. 불안한 기분이 들 정도로‥나타나지 않고 있죠.”

리오는 양팔을 깍지 낀 후 왼손 검지 손가락 관절을 입가에 가져가며 곰곰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알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 군사조직 블랙 프라임, 그리고 또 갑자기 사라진 바이오 버그들‥.

가만히 주스를 들이키던 바이칼의 목이 순간 멈췄다. 바이칼의 그 반응을 본 리오는 움찔하며 소파에서 일어나 창가로 급히 가보았다. 창문의 방음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레니의 귀엔 들리지 않았지만, 비명이 섞인 타격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창문 밖에선 갑작스러운 테러가 저질러지고 있었다. 수명의 괴한에게 한 가족이 봉으로 난타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모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는 처참한 모습이 되어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고, 그들의 딸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한 우악스러운 손에 붙들려 들어 올려지고 있었다. 역시 봉으로 내려치려는 듯했다. 아이를 왼손으로 든 거한의 얼굴엔 이상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리오는 치를 떨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젠장, 도대체 뭐야!!”

리오는 급히 나가보려고 했으나 누군가가 이미 선수를 친 후였다. 현관문이 열린 것을 본 리오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한은 정오가 되어 따뜻해진 아스팔트 바닥을 침대 삼아 누워 있었다. 다른 괴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여자아이는 군청색 머리카락의 청년에게 안겨 보호되고 있었다. 리오는 불행 중 다행이라는 듯 허탈히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참 나, 왜 애들 앞에선 저 얼음 덩어리가 녹아버리는지‥.”

리오는 길바닥에 쓰러진 남자와 여자를 양 어깨에 각각 메고 레니의 집으로 들어갔다. 레니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한 처사였다. 그 누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사람에게 의사처럼 신속한 응급 처치를 할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집안엔 구급약과 붕대가 비치되어 있었다. 리오는 급히 그 부부에게 응급 처치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부모가 난타당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 상태에 빠진 아이는 바이칼의 옷자락을 잡고 옆에 꼭 붙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바이칼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다른 곳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그 아이를 피하거나 하진 않았다.

둘의 응급 처치가 끝나자, 리오는 곧바로 밖에 나갔다. 그 괴한들이 어떻게 되어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괴한들은 다행히(?) 아직 길바닥에 쓰러진 상태였다. 리오는 그중에서 좀 상처가 적은 남자를 골라 뺨을 몇 번 때려 정신을 차리게 한 후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봐 친구, 왜 저 가족을 구타했는지 좀 알려주겠나? 상당히 궁금해서 몸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으니 빨리 말해줘.”

약간 마른 얼굴에 광대뼈가 불쑥 튀어나온 그 괴한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리오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손으로 그 괴한의 얼굴 옆 아스팔트를 내리쳤다.

콰악–!

괴한의 눈은 순간 휘둥그렇게 변했다. 리오의 다섯 손가락이 아스팔트 표면에 박힌 모습을 본 직후였다. 리오는 손을 들어올리며 다시 말했다.

“자아‥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길 바래, 친구.”

괴한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벌벌 떨며 공손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저, 저희들은 그냥 고용된 녀석들입니다! 저 가족을 찾아 두들겨주라고만 의뢰를 받았을 뿐이에요! 그 외엔 모릅니다!!”

리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물었다.

“누구에게 고용되었나?”

괴한은 그 질문엔 대답을 하기 꺼려하는 눈치를 보였다. 리오는 결국 씨익 웃으며 괴한의 안면을 오른손으로 잡았고 결국 그 괴한은 다음 질문에도 순순히 대답을 했다.

“제네럴 블립사의 사람이에요!! 저, 저는 솔직히 말했습니다, 살려주세요!!”

리오는 곧 괴한의 얼굴에서 손을 떼고 일어섰다. 그때, 거리 저편에서 큰 트럭 한 대와 몇 대의 승합차들이 리오가 있는 쪽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리오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쪽을 바라보았고 그 괴한은 경악을 하며 자신의 동료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야, 야!! 어서 일어나, 클리너들이다!!! 젠장, 내가 불은 걸 어떻게 알았지?”

그러나 때는 너무 늦어 있었다. 승합차들과 트럭은 그 괴한들이 도망치기 전에 도착해 버렸고, 승합차에선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를 쓴 사내들이 몰려 나왔다. 그중에 한 남자가 앞에 나서며 괴한들에게 말했다.

“‥감히 입을 나불거리다니, 내가 말했을 텐데‥만약 입을 잘못 놀리면 후금이 달라진다고 말이야.”

리오에게 순순히 대답을 한 그 괴한은 앞으로 나서서 무릎을 꿇고 그 남자에게 빌듯 말하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저 빨간 머리가‥.”

퓽–

어느 순간 남자의 품에서 나온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에 의해 괴한의 머리가 관통이 되었고, 괴한은 뇌수가 섞인 피를 이마의 상처에서 흘리며 앞으로 쓰러졌다. 그것을 본 괴한들은 있는 힘껏 도망치려 했으나 총탄보다 빨리 뛸 수는 없었다.

퓨퓨퓨퓨퓽–!!

정장의 사내들의 품에서 나온 권총에 의해 괴한들은 벌집이 되며 바닥에 각기 쓰러져 버렸다. 바이칼에게 맞아 아직 기절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괴한들의 머리에도 총격이 가해졌다. 그들은 그야말로 ‘클리너’답게 깨끗이 처리해 나갔다. 괴한들을 다 처리한 클리너 중 리더가 리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은 어디까지 저 바보들의 말을 들었나?”

리오는 여유있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음‥별로.”

그러자 클리너 리더는 조용히 생각하다가 뒤에 있던 클리너들에게 돌아가자는 손짓을 해 보였다. 클리너 리더 역시 뒤로 돌아서려 했으나 리오가 말을 덧붙였다.

“‥근데 당신들 제네럴 블립이라는 회사와 무슨 연관이 있지? 좀 알고 싶은데?”

그 말을 들은 클리너 리더는 씨익 웃으며 리오를 향해 총구를 올렸다.

“많이도 들었군‥.”

퍼억–!!

순간 공중엔 피와 함께 선글라스가 튀어 올라갔다. 클리너 리더가 손가락에 힘을 가하기도 전에 리오의 주먹이 그의 안면에 박혔기 때문이었다. 클리너들이 움찔하는 사이 리오의 공격이 그들에게 꽂혔고 클리너들은 한 방에 한 명씩 바닥에 쓰러져 갔다. 쓰러진 클리너 중 머리뼈가 제대로 된 상태인 자는 없었다. 모두 어디 한군데 부러진 상태로 날려져 있었다. 클리너들이 권총도 뽑기 전에 바닥에 누워 버리자 그 광경을 백미러로 보고 있던 트럭 운전수는 새하얗게 질린 표정을 지으며 운전석 아래에 [주의]라 쓰인 붉은 레버를 당겼다.

클리너들을 모두 쓰러뜨린 리오는 심각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괴한들의 시체, 그리고 기절한 클리너들‥원초적으로 따질 때 문명이 발달한 이 세계나 자신이 돌아다니던 그 세계나 다른 것이 없었다.

치이이익–

가스가 분출되는 소리가 들려오자 리오는 트럭 쪽을 바라보았다. 리오가 있는 쪽을 향해서 돌려져 있던 트럭의 컨테이너 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선 두 대의 무장한 2족 보행 로봇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리오는 피식 웃으며 로봇을 보고 중얼거렸다.

“음‥그러고 보니 기억나는군. 지크 녀석이 예전에 신형 무기 박람회에 데려가서 날개 없는 새라고 놀려댔던 경 전투 로봇‥하지만, 약점이 있지.”

로봇의 아이 렌즈에선 붉은색의 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로봇의 합성 기계음이 들려왔다.

「‥목표 조준 완료‥.」

콰앙–!!!

그 순간, 두 대 중 왼쪽에 있던 로봇이 순간 몸을 날린 리오의 하단 돌려차기에 맞아 공중에서 반 바퀴를 돌아 굉음을 내며 아스팔트 바닥에 꽂혔다. 그 광경을 백미러로 본 트럭 운전수는 멍한 표정이 되며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힘없이 흘려버리고 말았다. 곧 리오는 원래 자신의 장비로 옷을 바꾸며 중얼거렸다.

“그 로봇은 목표물을 조준하는 데 0.7초가 걸리지. 자아, 놀아볼까?”

리오는 파라그레이드를 뽑은 후 기를 즉시 주입하였다. 파라그레이드에선 어김없이 우윳빛의 날이 퍼져 나왔고 남은 한 대의 로봇은 재 조준을 한 후 리오에게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투투투투투–

“쓸데없어–!!”

순간 리오의 몸이 흐릿해짐과 동시에 로봇의 몸체엔 여러 방향의 검광이 스쳐 지나갔고 로봇은 곧 조각조각 나뉜 뒤 폭발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었다.

“히, 히이익–!?”

운전수는 비명을 지르며 즉시 핸드 브레이크를 내린 후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 내렸다. 곧 트럭은 앞으로 연기를 뿜어내며 달리기 시작했고 리오는 파라그레이드의 기를 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흠‥이 세계에서도 별로 심심하진 않겠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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