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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67화


리오는 그 소녀에게 먹을 것을 잔뜩 안겨준 후 소녀의 옆에 앉았고 소녀는 우유로 목을 축인 후 말을 시작했다.

“제 이름은 넬·에렉트.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출신이고 열다섯 살이에요. 부모님은 당연히 샌프란시스코 미국 지부 대원이셨고요. BSP 아카데미 2학년을 수료 중이었는데 BSP가 해체되고 학교도 당연히 문을 닫게 되어서 결국 부모님 허락을 받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고 있죠. 그것뿐이에요. 제 신체 사이즈 빼고는 끝났어요. 그것도 가르쳐 드려요?”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훗, 괜찮아. 열다섯 살의 꼬마 몸매엔 관심 없어. 그건 그렇고‥넬이라고 했지? 만약 그 용기병을 만났는데 그가 네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거니?”

“‥윽‥!”

리오의 질문에 넬은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는지 심각한 표정을 지었고 리오는 넬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됐어, 나중에 직접 만나게 되면 그때 가서 해결해 봐.”

넬 역시 그러는 게 좋겠다고 생각이 든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나서 한참을 또 먹던 넬은 심심했는지 옆에 앉아 있는 리오를 슬쩍 바라보며 물었다.

“음‥형은 이름이 뭐예요?”

“나? 리오·스나이퍼라 하지. 그냥 리오라고 해도 좋아.”

리오의 이름을 들은 넬은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갸웃갸웃거리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손을 마주치며 소리쳤다.

“아하! 스나이퍼!! 그러면 지크 형 아세요?”

리오는 움찔하며 넬을 바라보았다. BSP와 약간이라도 관련이 있는 아이라 설마했는데 지크까지 알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 알긴 알지, 형제니까. 너도 그 녀석을 아니?”

넬은 리오의 굵은 팔을 툭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전 BSP 중 최강이면서 제 영원한 우상인걸요!!! 와아–여기서 지크 형의 형제를 만나다니, 이건 정말 행운이야!!”

넬이 펄펄 뛰며 좋아하는 모습을 본 리오는 잘못 걸렸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숙여버렸다. 무언가 불안한 느낌까지 엄습을 해 오는 것이었다.

‘젠장‥지크 녀석과 똑같이 차려입은 모습을 보고 알았어야 했는데‥. 근데 왜 다른 우상 놔두고 하필 그 녀석이지?’

그 궁금증은 얼마 가지 않아서 풀리게 되었다. 넬이 순순히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아아〜지크 형의 그 멋진 모습, 처음 봤을 때부터 반해버렸어요! 1년 반 만에 바이오 버그 최고 살수가 되었다는 것 역시 놀랍고요! 음‥하지만 한 달 전에 행방불명이 되어버려서 정말 안타까워요. 어쨌든 나중에라도 커서 꼭 지크 형처럼 강한 BSP가 될 거예요!!”

그 말을 들은 리오는 넬이 BSP라는 직업에 빠져도 단단히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격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다 할 수 있는 지크마저 동경의 대상이 되어 있으니‥심각하지 않을 수 없군‥.’

리오는 얼굴을 감싼 채 넬에게 물었다.

“‥너 연예인이 되고 싶다거나, 결혼 잘 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거나 하는 희망은 가져본 일 없니?”

넬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있죠, 저도 여자인데요. 하지만 지크 형이 그런 건 다 쓸데없는 꿈이라고 해서 저도 그 꿈을 버린 지 오래예요, 히힛‥.”

결국 리오는 반억지로 웃고 고개를 저어버리고 말았다. 포기했다는 뜻이었다.

‘‥나중에 만나면 좀 따져봐야 하겠군. 도대체 행실을 어떻게 하고 다닌 거야 이 녀석‥.’

리오가 사다준 음식을 다 먹은 넬은 오래간만에 포식을 했는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섰다.

“음? 가려고?”

넬은 뒷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다시 그 용기병을 찾아 돌아다녀 봐야죠.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거 아니에요? 오늘 고마웠습니다 리오 형. 그럼 나중에 다시 봐요!”

“‥흠, 그래. 조심해서 가거라.”

넬이 손을 흔들며 생기있게 뛰어가는 모습을 본 리오는 다시 혼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나 천천히 계산을 하려 했다. 생각을 하기 위해 감겨졌던 리오의 눈은, 불행히도 몇 초 안에 다시 떠지고 말았다. 넬이 뛰어간 방향에서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저 애 역시 무언가 관련되었나? 그렇게 중요한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리오는 주위를 살펴본 후 옷을 원래대로 바꾸고 살기가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던 도중 그는 품에서 회색 헝겊을 꺼내 입 주위를 가렸다. 혹시라도 카메라에 찍히게 되면 그냥 돌아다니기가 곤란해지기 때문이었다.

“하아앗–!!”

파악–!

“팰–!!!”

넬의 높은 돌려차기를 얼굴에 맞은 제복 경찰은 피를 흩뿌리며 공중에서 몇 바퀴 돌아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렇게 간단히 세 명이 당하자 나머지 두 명의 제복 경찰관은 긴장을 하며 손에 든 권총으로 넬을 겨냥한 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넬은 약간 두려움이 깃든 얼굴로 경찰들에게 물었다.

“아니, 왜 제가 수배자예요!! 전 그냥 여행 중일 뿐이라고요!!!”

경찰 중 한 명이 큰 소리로 간단히 대답해 주었다.

“퇴직한 BSP 대원들이 각 나라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등록된 BSP 모두는 수배자다!! 순순히 항복하고 손을 내밀어!”

그 말에 넬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넬은 부정하듯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그, 그럴 리가 없어요!! 게다가 전 정식 등록 BSP도 아니란 말이에요!!”

“시끄러워! 어쨌든 너도 수배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으니 우린 널 체포하겠다!!”

그 말에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행인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BSP가 설마 그럴 리가라는 소리도 들려왔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라는 소리도 들려왔다. 넬은 정신이 혼미해져 왔다. 지금껏 느낀 일이 없었던 이상한 두려움이 그 소녀를 휘감아왔다.

곧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지원 경찰인 듯했다. 곧 경찰 여럿이 몰려왔고 전투 경찰 로봇 BX-02도 세 대나 걸어왔다. 넬이 아무리 BSP 훈련을 약간이나마 받긴 했다 하더라도 정신이 혼미해진 지금 상황에선 빠져나갈 수 없었다. 시민들은 저런 소녀를 잡는데 왜 살인 로봇까지 동원을 하냐며 경찰들에게 항의를 했지만 경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BX-02의 스타트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약간 구형 기종인 BX-02는 제네럴 블립 사의 최대 판매작이며 실패작이기도 했다. 경찰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범인이나 용의자가 세 번 이상 거칠게 반항을 하면 무조건 사살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BX-02는 천천히 넬을 향해 걸어왔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첫 번째 경고.」

넬은 움찔하며 자신의 가방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 안엔 자신의 전용 무기인 티타늄 나이프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넬은 천천히 가방을 내렸다. 아직 총탄을 피할 자신까지는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두 번째 경고.」

넬은 깜짝 놀라며 손바닥을 로봇에게 펴 보였다.

“무, 무슨 소리야! 난 이제 무기가 없어, 살펴 보라고!!!”

분명 넬에겐 무기가 없었다. 바늘조차 없었다. 넬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로봇의 팔에 장착된 머신건의 안전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치익–

“아, 안돼!!”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경찰들은 긴급 정지 프로그램을 실행시켰으나 리모컨의 디스플레이엔 [실행 불가능]이라 찍혀 나올 뿐이었다.

넬은 결국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 주저앉았다. 다리도 움직여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순간, BX-02의 상체가 위로 들려졌다. 그리고 곧 스피커에서 딱딱한 합성음이 들려왔다.

「불법 무기 소지자 발견. 경고. 불법 무기 소지자 발견.」

경찰들도, 시민들도, 그리고 넬도 로봇이 향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넬이 기대어 있는 건물의 옆으로 뻗은 얇은 깃대 위에 한 남자가 망토를 펄럭이며 서 있었다. 그 남자는 팔짱을 낀 채 아래를 보고 중얼거렸다.

“‥블랙 프라임의 확실한 방해자는 현재 BSP 하나뿐이겠지. 그것을 합법적으로 없애겠다‥멋진 착상이야.”

시민들 중 한 사람이 손을 올리고 그를 보며 소리쳤다.

“용기병이다!! TV에 나왔던 용기병이야–!!”

“오오, 진짜다!!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리오는 사람들의 열렬한 반응을 보며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대중 매체는 확실히 무섭군. 단숨에 스타가 된 것 같은데?’

리오는 즉시 아래로 내려와 넬의 앞에 섰다. 넬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리오를 바라보기만 했다.

“거기서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책임 못 진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파라그레이드를 뽑고 기를 주입하였다. 파라그레이드의 오리하르콘 날에선 우윳빛의 반 투명한 날이 생성되었고 그 모습에 시민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경찰들 역시 TV를 본 상태였기에 잔뜩 긴장을 하고서 리오에게 소리쳤다.

“이보시오! 그 애는 수배자이니 거기서 물러나시오! 당신이 그 애를 감싸준다면 당신 역시‥.”

파앙–!!

경찰의 말과는 상관없이 리오의 검은 앞에서 자신을 겨누고 있는 BX-02의 몸체를 찔러갔고, 동력을 당한 로봇은 즉시 동작을 멈추었다. 리오는 검을 뽑고 경찰들을 향해 말했다.

“‥이 애를 감싸준다면 나 역시 범죄자가 되겠지. 하지만 BSP라 해도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인데 이런 살인 로봇을 쓰는 건 잘하는 행동인가?”

경찰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리오의 양쪽에 있던 나머지 BX-02 두 대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오는 경찰들을 바라보았으나 경찰들 역시 모르는 일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BX-03에 장치된 스피커에서 차가운 합성 음성이 들려왔다.

「목표 발견‥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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