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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68화


푸웃–!!

리오는 빠르게 검으로 BX-2의 몸체를 찔러 나갔다. 동력이 잘린 BX-2 둘은 곧바로 소리 없이 주저앉아 버렸다. 너무 싱겁게 끝나긴 했지만 로봇들이 경찰의 명령을 무시하고 스스로 움직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리오는 어리둥절해 있는 경찰 한 명의 멱살을 잡고 약간 들어 올리며 그에게 물었다.

“‥정말로 아무 짓 안 한 거요? 로봇들이 스스로 움직인 것이란 말이오?”

경찰은 겁에 질린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의 눈에서 악의를 찾아볼 수 없었던 리오는 곧바로 그를 내려주었고 상황이 너무 복잡하게 되어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는 경찰들에게 말했다.

“이 애는 내가 보호하겠소. 이 애가 다시 당신들의 눈에 띄는 일은 없을 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어, 그렇게 하면 우린 서장님에게‥!”

경찰들이 깜짝 놀라며 리오를 말리려 했으나 그는 이미 넬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진 후였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던 경찰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리고는 동력이 끊어져 고철 덩이가 되어버린 BX-2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하기 시작했다.

재빨리 넬을 데리고 깊숙한 골목으로 간 리오는 넬의 앞에서 복면을 벗으며 한숨을 쉬어 보았다.

“후우‥장난감 처리하는 데 대포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구나.”

넬은 리오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며 소리치듯 말했다.

“앗, 리오 형! 설마 했는데 형이 용기병!? 그럼 형은‥?”

리오는 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애가 뭘 말할 건지 거의 알듯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BSP는 아니야.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떻게 할 거니? 넌 이제 공식적으로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어. 밖에 돌아다니는 것도 마찬가지야.”

넬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오른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알아요‥하지만 아빠와 엄마가 걱정돼요, 그분들도 수배를 받으실 텐데‥.”

리오는 팔짱을 끼며 넬과 같이 고심을 해 보았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이 상황에 자신이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

“흠‥미안하구나, 나도 방법이 없어. 지금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네가 안전하게 있을 숙소를 마련해 주는 것 같다. 할 수 없지. 그건 그렇고 너 다른 옷 있니? 기다릴 사람이 있어서 변장 비슷하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러자 넬은 씨익 웃고는 리오의 팔을 툭 치며 자신있게 말했다.

“걱정 말아요, 저도 변장쯤은 할 수 있으니까요. 옷 갈아입을 테니 잠깐 나가 있어요. 엿볼 생각은 하지 말고요!!”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지은 채 골목 밖으로 나섰다. 물론 모습은 도중에 바꾸고. 잠시 후 나온 넬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빨간 단발에 근처 학교 교복을 입은 상태였다. 리오는 깜짝 놀라며 넬에게 물었다.

“아니, 머리는 그렇다 치고 그 옷은 언제 구했니?”

넬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헷,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내용 중 하나예요. 어떤 나라에 가려면 그 나라 사람들의 눈에 가장 띄지 않는 옷을 하나쯤은 구해가지고 다녀야 한다고요. 그중에 특히 교복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차림이잖아요. 리오 형처럼 소매 없는 갈색 면 티에 검은색 진보다는 눈에 안 띄죠. 엇, 근데 리오 형이야말로 언제 갈아입고 언제 머리채를 내렸어요? 신기하네?”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슬쩍 대답해 주었다.

“으, 응‥그냥 그런 게 있어. 자, 방송국으로 다시 가자.”

티베는 약간 화가 난 표정으로 방송국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그리고 방송국 정문을 나섰을 때 뒤를 돌아 방송국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니, 지각 한 번 한 것 가지고 뭐 그리 야단이야!!! 뱃사람(복부+사람) 주제에!! 열받으면 사표 내는 수가 있다구!!!”

의외의 모습의 티베를 본 정문 경비원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티베는 다시 휙 돌며 자신의 자전거가 있을 장소로 방향을 바꿨다.

“무슨 일 있었군요, 화를 그렇게 내시는 것 보니까‥.”

티베는 깜짝 놀라며 옆을 바라보았다. 리오가 처음 보는 빨간 머리의 소녀를 옆에 데리고 어느새 자신의 옆에 서 있었다. 티베는 멋쩍은 듯 붉어진 얼굴을 쓰다듬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아뇨‥지각 때문에 좀 일이 있었어요. 근데 옆에 있는 애는 누구인가요? 설마 리오 씨 동생?”

“하핫, 설마‥.”

리오는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라고 대답을 하려 했는데 넬이 대답을 가로채고 말았다. 넬은 당당히 티베에게 말했다.

“맞아요! 전 넬·스나이퍼!! 리오 형의 동생이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오는 멍한 얼굴로 넬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티베에게 말했다.

“‥라고 하는군요, 후훗.”

티베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리오의 넘어가자는 눈치를 보고 반억지로 웃으며 넬에게 인사를 했다.

“아, 그래요? 안녕, 난 티베·프라밍이라고 해. 잘 부탁한다.”

넬의 일을 대충 넘긴 리오는 짧게 한숨을 쉬며 일행에게 말했다.

“자아‥소개는 끝났는데‥문제가 좀 있군요.”

“옛!?”

티베는 깜짝 놀라며 리오를 돌아보았고 리오는 진정하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니, 놀라실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에요. 자전거 때문에 그러는데요‥.”

“?”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계속 말했다.

“아침에 사이좋게 둘이서 타고 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젠 어떻게 셋이 탈지 의문이군요. 음‥어쩌죠?”

티베는 심각한 얼굴로 자전거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심각한 문제가 아니지는 않군요.”

그러자 넬이 자신있게 나서며 말했다.

“방법이 있어요, 제가 리오 형 어깨에 올라타면 되잖아요!”

리오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좋은 방법이긴 한데‥유감스럽지만 우리는 곡마단이 아니야 넬. 어쩔 수 없구나, 넬이 내 앞에 타야겠다.”

그러자 넬은 깜짝 놀라며 리오에게 소리쳤다.

“그럴 수는!! 어떻게 외간남자의 앞에 여자가 탈 수 있어요!!! 그런 부끄러운!!!”

그러자 리오는 일부러 놀라는 눈초리를 보이며 말했다.

“아니, 외간남자라니‥동생이 어떻게 그런 슬픈 말을 할 수 있니?”

“으윽!!”

넬은 할 말이 없었다. 리오는 빙긋 웃으며 자전거에 올라탔고 그 뒤에 티베가 앉았다, 그리고 약간 불편한 자세로 넬이 리오의 앞에 올라탔다. 넬은 인상을 가득 쓴 채 리오에게 말했다.

“이상한 짓 하지 말아요!!”

리오는 전혀 모르겠다는 눈으로 넬에게 물었다.

“음? 어떤 짓인데?”

“으윽‥.”

넬은 결국 졌다는 듯 고개를 숙여버렸고 티베와 리오는 소리 없이 웃을 뿐이었다.

“자자, 갑시다 숙녀님들.”

“치마 건들지 말아요!!”

“이런이런‥.”

가까스로 도착한 리오는 둘을 데리고 티베가 사는 층을 향해 올라갔다.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TV를 차가운 얼굴로 보고 있는 바이칼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얼굴과는 맞지 않게 보고 있는 프로는 만화영화였다. 리오들이 들어오자 얼른 채널을 바꾼 바이칼은 얼굴을 그대로 한 채 리오를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 와. 일행이 늘었군.”

그렇게만 말하고 바이칼이 다시 TV를 향해 눈을 돌리자 넬은 인상을 찡그리며 리오에게 살짝 물었다.

“저 사람은 또 누구죠?”

“응, 여자애를 좋아하는 얼음 덩어리.”

뚜뚝–!

그러자 플라스틱 스푼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아차 하며 입을 다물었다. 바이칼은 자신의 손에 들린 조각난 스푼을 들고 휴지통으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불량품이 많군.”

넬은 심각한 표정으로 리오에게 속삭였다.

“저 사람 심각하군요.”

리오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어느새 방에 들어가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티베는 활짝 웃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자아, 리오 씨! 오늘 저녁 식사는!! ‥만들어 주세요. 미안해요, 오늘만‥.”

그리고 나서 샤워실로 터벅터벅 가는 티베의 모습을 본 리오는 한숨을 쉬며 바이칼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자, 빨리 해.”

바이칼은 리오를 스윽 올려다본 후, 표정을 바꾸지 않고 부엌으로 가며 중얼거렸다.

“망할 놈‥.”

리오는 이제 쉬자는 얼굴로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려보았다. 때마침 뉴스가 진행되는 채널이 있어 리오는 고정을 시켰고 넬은 리오의 옆에 털썩 앉아 같이 뉴스를 지켜보았다.

계속 뉴스를 지켜보던 리오의 얼굴에선 미소가 점점 사라져 갔다. 넬 역시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리오는 소리를 크게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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