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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69화


「‥우크라이나 지방을 휩쓸고 있는 그 정체불명의 괴물 인간들, 항간에선 [트롤]이라고도 불리는 그들은 원시적인 무기를 가지긴 했지만 비무장인 도시 사람들에겐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유럽 지역에선 아직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려오진 않았지만‥.」

그때, 뉴스 앵커가 잠시 말을 끊고 서류를 받아 든 후 미간을 약간 찡그리며 계속 뉴스를 전했다.

「속보입니다. 트롤들이 영국에도 나타났다 합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밤에 반드시 문단속을 철저하게 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해외 뉴스 시간입니다. 중국 북부를 강타하고 있는 걸어 다니는 해골들을 물리치는 묘책이 나왔다 합니다‥.」

리오는 한숨을 지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넬은 리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바이오 버그들보다 심각한 일일까요?”

“잘 모르겠어‥아니, 심각한 일일지도‥.”

해외 뉴스를 전하던 앵커의 앞에 또 다른 서류가 날아오다시피 하였다. 앵커는 이젠 불안하다는 눈으로 그 서류를 바라보았고, 절망적인 표정과 함께 고개를 푹 숙인 후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긴급 해외 속보입니다. 미국 L.A 시티가 약 15분 전‥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리오와 넬의 얼굴은 경악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바이칼도 급히 뛰어 나와 TV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도 약간은 놀란 얼굴이었다.

「‥자세한 것은 위성 촬영 화면을 보시기 바랍니다.」

앵커의 말이 끝난 후, 화면은 곧 L.A의 전경으로 바뀌었다. 건물들이 높다랗게 있는 것 말고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리오는 긴장된 표정으로 화면을 계속 주시하다가 도시 상공에 보라색 빛과 함께 무언가가 나타나자 움찔하며 중얼거렸다.

“저것은‥아니, 저 녀석은 마 귀족‥[네그]‥!?”

상공에 붕 뜬 그 무언가에 화면 초점이 맞춰졌고 곧 확대가 되었다. 걸친 보라색의 고풍스러운 양복 등판엔 붉은색의 날개가 달려 있었다. 보통 생각하는 악마의 날개가 아닌, 천사들의 날개였다. 하지만 천사의 날개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리고 양복을 걸친 이의 붉은색 피부와 머리 양쪽에 삐죽 솟아난 두 개의 뿔‥그것 역시 그가 천사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마 귀족 네그, 마왕이라 불려도 될 정도의 힘을 가졌으면서 자신을 귀족이라 칭하는 겸손한 악마였다.

네그는 자신의 양팔을 들어 올리고 입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양팔 사이엔 붉은색의 구체가 형성되었고, 그 구체는 시간이 갈수록 크기를 점점 더해갔다. 리오는 그 모습을 보고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약간 벌렸다. 그러나 바이칼이 먼저 말하고 말았다.

“‥악마술 1장 고위 마법‥[두 번째의 절망]‥.”

바이칼의 말과 함께 네그의 팔 사이에 있던 구체는 낙하를 하기 시작했다. 점점 내려가던 구체는 이윽고 지면에 닿았다. 그리고‥

쿠우우우우우웅–!!!!!

떨어진 구체를 중심으로 L.A 시티엔 폭음과 함께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 마법진을 그리는 붉은색 빛과 충돌한 건물들은 산산조각이 나며 터져 나갔고, 마법진은 모든 것을 휩쓸면서 완성되기 시작했다.

“‥뭐지‥?”

넬은 멍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15세의 소녀에겐 충격적인 초자연 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리오와 바이칼은 알고 있었다. 마법진을 그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마법진은 완성이 되었다. L.A 전체를 뒤덮듯이 그려진 붉은색의 마법진에 의해 도시 역시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상공에 떠 있던 네그는 약간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오른팔을 휘저었고, 곧 커튼 뒤로 숨듯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마법진에선 붉은색의 빛이 폭사되기 시작했고 마법진 내에 든 모든 것이 그 빛에 휩싸여 분해되기 시작했다. 눈의 광점을 벗어난 한순간의 빛이 지나간 후, 나타난 건 L.A가 아닌 검은색으로 그을린 죽음의 땅이었다. 남은 건 없었다. 철근 조각조차 없었다. 뉴스 앵커의 말대로, L.A 시티는 그 시점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리, 리오 형‥?”

넬은 지금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마 귀족이 나타나다니‥어떻게 이런 일이‥!?”

뒤에서 같이 그 화면을 지켜보았던 바이칼은 팔짱을 끼며 한숨을 쉬어 볼 뿐이었다.

저녁 식사가 다 끝난 후, 리오는 어두운 표정으로 바이칼과 함께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대충은 알게 하고 싶어서였다. 사고 소식을 뒤늦게 접한 티베와 힐린은 머리가 약간 혼란스러운 듯 머리를 감싼 상태로 리오의 얘기를 들었고, 넬 역시 인상을 찡그린 채 리오의 얘기를 들어 나갔다.

“‥뉴스에 나타난 악마‥그것도 악마 중에선 귀족이라 불리우는 고위 악마의 이름은 네그, 아마 티베 양은 들어보신 일이 있으실 것입니다.”

티베는 이름만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힐린 역시 네그를 알고 있었다. 그것도 자세히‥.

“네그라면‥악마 대공(大公)[린라우]의 친척이라 불리는 실력자 중 한 명이잖아요? 어떻게 그런 고위 마족이 지구상에 나타난 거죠?”

리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도 알고 싶은 문제입니다. 분명 린라우는 2000년 전 새벽의 여신 이오스에게 죽음을 당했다고 전해지는데‥어째서 그의 밑에 있는 네그가 갑자기 나타나 도시를 날린 것인지‥. 아무래도 차원이 근접한 영향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각지에 힐린 씨가 쓰는 소설에나 나오는 종족들이 나타나 난동을 부리고, 심지어 저런 고위 마족까지 이유 없이 나타나 도시를 날려버리는 듯‥합니다. 아, 티베 양은 잘 아시겠죠? 마 귀족의 무서움을‥.”

티베는 생각하긴 싫었지만 자신이 이곳에 날려오기 전을 회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이라 자칭하던 마 귀족 [아슈테리카]의 일이었다.

“‥거의 행운이라 불려도 좋을 정도였죠‥그때의 승리는. 그 대가로 제가 이곳에 있는 것일지는 몰라도요. 그때 설마 1급 주문 [홀리]가 통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어요. 결국 아슈테리카는 쓰러졌고, 그의 마지막 발악으로‥.”

그 말을 들은 바이칼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약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고개를 살짝 저으며 다음 리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쨌든 지금 이 세계의 상황은 심각합니다. 블랙 프라임이 설마 네그와 관여가 되었다고는 생각을 못하겠지만, 블랙 프라임의 세력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내일부터는 저와 바이칼이 행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큰 일이 발생하기 전에 둘 중 하나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둘 다 없애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저희 둘로는 약간 무리가 있겠지요.”

그러자 티베가 깜짝 놀라며 리오에게 물었다.

“아, 아니 그러시다면 떠나시겠다는‥!?”

리오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다른 때처럼 미소를 짓진 않았다.

“아, 떠나진 않을 것입니다. 목표가 정해지기만 하면 하루 안에 끝낼 수 있으니까요. 물론 유럽에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요. 간단히 말해 출퇴근 형식이라고나 할까요?”

그 말을 들은 티베는 약간은 안도감이 드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힐린 역시 짧게 한숨을 쉬어 보였다. 곧 넬이 리오의 옆을 쿡쿡 찌르며 물었다.

“‥나도 같이 가면 안 돼요 리오 형?”

리오는 넬의 어깨를 두드려준 후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내가 이제부터 할 일은 너무 위험해. 널 위해서라도 데리고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넬은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던 바이칼은 아무 표정 변화 없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음 날, 건물 옥상에서 리오는 바이칼을 옆에 세워둔 채 자신의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물론 별것 없었다. 아대의 가죽 끈이나 조이고 있을 뿐이었다. 바이칼은 리오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네그 정도라면 그렇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잖아. 그 [두 번째의 절망]을 썼을 때 그 녀석의 피곤에 지친 표정을 보니 솔직히 별 볼 일 없었어. 그런데 어제 저녁엔 왜 심각한 일이라고 떠들어댔지?”

리오는 망토를 툭툭 털며 말했다.

“그런 정도야 쉽긴 하지. 하지만 우리라서 쉬운 것이지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네그와 일대일로 겨룰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어. BSP들이 몰려서 덤빈다면 모를까. 너나 내가 없애지 않은 그 녀석은 충분히 위협의 가치가 있어. 게다가 그 녀석의 출현 목적조차 우리는 모르고 있잖아.”

바이칼은 어깨를 살짝 으쓱일 뿐이었다. 리오는 바이칼의 등을 손바닥으로 툭 치며 말했다.

“자자, 다시 몸 좀 풀어보자고 친구. 상쾌하게 말이야.”

그러자 바이칼은 투덜대며 공중으로 몸을 솟구쳤다.

“‥이럴 때만 친구겠지.”

공중에 떠오른 바이칼의 몸은 빛과 함께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바이칼이 머리를 까딱이자, 리오는 바이칼의 몸 위에 타 오른 후 바이칼에게 말했다.

“자아, 일단 영국으로 가 보자.”

“맘대로.”

바이칼은 천천히 자신의 거대한 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둘은 빠르게 서쪽으로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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