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70화
바이칼과 함께 영국으로 날아가던 리오는 귀에 귀마개와 같은 검은색의 물체 두 개를 꽂고 허리춤에 찬 카세트 플레이어의 스위치를 라디오 모드에 맞추었다. 바이칼은 뒤를 돌아보며 리오에게 물었다.
「돈도 많군. 근데 이어폰에 끈이 없는 건가?」
리오는 음악에 맞추어 고개와 몸을 움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비싼 건 다르더군.”
「….」
바이칼은 말없이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리오가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는 이유는 가는 도중에 귀가 심심해서가 아니었다. 라디오의 뉴스 속보를 듣고 그곳으로 빨리 향하기 위해서였다. 한 시간째 영국 상공을 공회전하던 바이칼은 심심했는지 리오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너‥그 여신들에게 당한 후 파워가 어느 정도 향상되었지? 제2 안전 주문이 풀린 상태에서 당한 탓인지 꽤 강해진 것 같던데‥.」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별로‥올라간 비율은 다른 때와 같아. 사실 여기에서는 공개적으로 돌아다닐 필요가 없으니 파워 조절을 안 해도 되잖아. 그래서 그렇게 느껴진 것일지도 몰라. 최근 전투까지도 거의 80%에 가까운 힘을 발휘하고 다녔으니까. 물론 주문 안 풀린 상태에서 말이‥엇, 잠깐.”
리오는 나오는 음악이 도중에 끊기고 뉴스 속보를 알리는 앵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보았다.
「여기는 영국 런던입니다! 런던에 블랙 프라임의 헬기 부대가 나타나 도시에 무차별 공습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규군은 출격하지 않고 있고, 경찰들의 로봇들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은 절망적입니다, 누군가, 누군가 도와주‥치지지직–」
통신이 방해되는 듯, 이어폰에선 잡음만이 들릴 뿐이었다. 리오는 이어폰을 뺀 후 카세트에 집어넣고 복면을 하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플레어 부스터, 부탁해!”
바이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날개를 접었다. 그리고는 꼬리 부위의 갑옷과 같은 큰 비늘들을 움직여 마치 전투기의 부스터와 같은 기관을 만들어 냈다. 생체 에너지를 이용한 생체 부스터였다. 다른 생물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생물, 드래곤에게만 내려진 특권 중에 특권이었다.
「날아가도 책임 안 져.」
“걱정 놔.”
콰앙–!!!
리오의 대답과 동시에 바이칼의 생체 부스터에선 푸른색의 불꽃이 분출되었고 음속의 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둘의 모습은 희미해져 갔다.
검은색으로 도장된 블랙 프라임의 구형 아파치 헬기들은 지상 공격용 메버릭 미사일과 40발 장전의 미사일 런처를 섞어가며 도시의 고층 빌딩들을 사정없이 공격했다. 구형이긴 했으나 그 폭발력만큼은 중동과 각종 분쟁 지역에서 증명이 된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진 충분히 위협적이고도 남았다. 어떤 경찰은 분노한 나머지 경찰용 라이플로 헬기를 쏴 봤으나 대전차 공격용으로 설계된 아파치 헬기의 견고한 밑부분 장갑을 뚫기엔 너무나 역부족이었다.
헬기 조종사들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미사일 방아쇠를 당겨갔다. 시민들이나 경찰 중에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을 가진 이가 없는 한 그들은 현재 무적이었다. 계속 살육을 즐기던 한 조종사의 뒤에 앉은 보조 조종사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레이더를 쿡쿡 누르다가 순간 움찔하며 앞의 조종사에게 소리쳤다.
“이, 이봐! 뭔가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어!”
“아, 그래? 잘 됐군, 상대가 없어서 지루했는데 말이야. 그 헬기 기종이 뭔데?”
보조 조종사는 말이 없었다. 조종사는 인상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보고 멍한 표정의 보조 조종사에게 소리쳤다.
“이봐, 왜 그러는 거야!”
보조 조종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 조종사에게 물었다.
“저‥음속 전투기를 띄울 만한 연료 보유국이 어느 나라야?”
그 질문에 주 조종사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그는 급히 자신의 레이더를 켜며 소리쳤다.
“어디까지 다가왔지? 어서 말해봐!!! 이걸로는 잘 모르겠어!!!”
쿠우우우우웅–!!!!
공기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헬기는 음속을 넘어선 충격파에 밀려버렸고 근처 건물에 충돌하여 힘없이 폭발하고 말았다. 헬기 한 대가 없어지자 주위에 있던 헬기들이 고도를 높여 괴 물체를 찾기 시작했다. 방공호에 숨어 있던 시민들과 경찰들은 헬기의 공습이 멈추자 슬금슬금 나와 보았다. 제일 처음 나온 시민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하늘을 보고 굳고 말았고, 그 뒤에 나오던 시민은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보, 보시오!! 용기병이오!!! 그 소문의 용기병이오!!!!”
사람들은 방공호에서 나와 환호하기 시작했다. 바이칼은 날개를 펄럭이며 생체 부스터를 다시 접었다.
「‥네가 처리하면 좋겠는데. 난 저런 장난감은 싫어.」
“글쎄다‥.”
리오는 팔짱을 낀 채 주위를 휙하니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80층짜리 쌍둥이 건물을 보고 바이칼에게 물었다.
“이봐, 저 건물 제네럴 블립 사의 건물 맞지? 전 세계에 똑같은 건물들을 수십 개는 지어 놨군. 고상한 취미야. 좋아, 내가 처리할 테니 대신 저 건물에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확인해 줘.”
바이칼은 천천히 두 개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건물엔 아무도 없었다. 미리 대피시킨 것이 분명했다.
「없어. 역시 제네럴 블립과 블랙 프라임은 친분 관계가 있군.」
“흠‥좋아. 자자, 가볼까?”
다시 헬기들을 돌아본 리오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수십 대의 아파치 헬기들이 헬파이어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 이런.”
쿠쿠쿠쿠쿠쿠쿵–!!!!
리오의 나지막한 말은 폭발음에 가려져 들리지 않았다. 수십 기의 헬파이어 미사일은 바이칼과 리오에게 모조리 적중되었고 시민들은 공중에 일어난 폭염과 함께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것에 울상을 지었다.
“안돼!! 리오 씨!!!”
저번처럼 회의실에서 속보를 지켜보던 티베는 리오와 바이칼에게 미사일이 모조리 적중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일어섰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동료들이 그녀를 모두 쳐다보았고, 특히 놀란 베셀이 그녀에게 물었다.
“리오? 저 용기병의 이름이 리오였어?”
티베는 순간 당황하며 손을 휘저었다.
“아, 아, 아, 아니요!!! 런던에 사는 학교 친구 이름이에요!! 하하하하핫‥!”
베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언가를 물으려 했으나 순간 직원 한 명의 소리에 다시 화면에 눈을 돌렸다. 티베 역시 눈을 돌렸다.
“저것 봐요!! 살아있어요!!!”
「쿠오오오오오오오옷–!!!!!」
바이칼의 드래곤다운 괴성과 함께 둘은 폭염과 연기를 뚫고 헬기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리오는 양손 앞에 어느새 그려진 마법진을 일치시키며 외쳤다.
“배(倍) 라이트 스플래시–!!!”
외침과 동시에 리오의 주위엔 보통의 라이트 스플래시보다 배 이상의 광점들이 모였고 그 빛의 구체들은 각기 목표를 찾아 공기를 가로질러 나갔다. 광탄들은 헬기의 장갑을 파고들었고 고장을 일으킨 헬기들은 출력을 잃고 빠른 속도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추락하여 폭발하는 헬기들을 보던 리오는 곧 파라그레이드를 뽑고 소리쳤다.
“파라그레이드–웨이크 업!! 자아–없애버리겠다!!!!”
바이칼이 헬기들 사이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다닐 때, 거대한 흰색의 검광이 같이 번뜩였고 헬기들은 공중에서 두 동강, 세 동강이 나며 폭발해 사라져갔다.
순식간에 네 대로 줄어버린 헬기들은 바이칼과의 거리가 벌어지자 미사일을 있는 대로 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이칼의 주위에 쳐진 초 공간 결계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리오는 바이칼에게 제네럴 블립의 쌍둥이 건물을 파라그레이드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건물 사이로 갈 수 있겠어? 헬기들과 거리를 적당히 맞춰서!”
바이칼은 천천히 날갯짓을 하며 말했다.
「네 검 실력이 걱정될 뿐이야.」
바이칼이 공중에서 날갯짓만 하고 있자, 미사일이 떨어진 헬기 조종사들은 눈에 불을 켜고 바이칼에게 전속력으로 접근하며 머신건을 쏘기 시작했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바이칼 역시 리오가 말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헬기들은 최대 속력을 내며 바이칼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좋았어, 파라그레이드–오버드라이브!!”
제네럴 블립 사의 80층 쌍둥이 건물에 점점 가까이 접근하자, 리오는 파라그레이드에 기를 더더욱 주입하였다. 그러자 파라그레이드의 우윳빛 날은 점차 길어졌고 리오는 만족한 듯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훗,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