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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71화


「좀 좁은데.」

중얼거린 바이칼은 두 빌딩의 사이로 들어가기 전에 날개를 접었고 빌딩 사이에 들어간 리오는 눈에서 푸른색 빛을 폭사하며 약 10m 정도 길어진 파라그레이드를 거세게 휘둘렀다.

“타아아아아아아앗–!!!!”

빌딩 사이를 통과한 바이칼은 다시 날개를 펴고 재빨리 상승했다. 약간 뒤늦은 헬기들 역시 빌딩 사이를 통과하기 위해 빌딩에 접근해 왔다.

그 순간.

빌딩에 예리한 세로선의 금이 가더니 곧 중앙을 향해 두 건물의 잘려진 상층부가 미끄러져 내려갔고 헬기 네 대는 떨어져 내리는 건물로부터 급히 피하기 위해 움직였으나 이미 허사였다. 떨어지는 건물에 깔리듯 충돌한 헬기들은 힘없이 폭발했고 그 모습을 지켜본 리오는 파라그레이드를 다시 정상으로 돌리며 씨익 웃었다.

“좋아, 나이스 타이밍!”

「‥비싼 건물 같았는데‥아깝군.」

위성에서 전송하는 화상으로 그 모습을 지켜본 티베와 회의실 안의 국제부 기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베셀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자를 게 없어서 건물을 자르다니‥. 그것도 저 거대한 건물 두 개를 동시에‥어처구니가 없군.”

한 남자 사원이 말을 덧붙였다.

“근데 저 사람 제네럴 블립 사와 감정이 있는 모양인데요? 그러고 보니까 저 잘린 건물 제네럴 블립 런던 지점이잖습니까.”

곧 화면에선 리오와 바이칼의 모습이 사라져 갔다. 위성이 어떤 방해를 받은 모양이었다. 부장은 치익 소리가 나기만 하는 화면을 끄고 직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회의를 계속합니다. 티베 양, 특히 집중해 주세요.”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던 티베는 움찔하며 사과를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런던에서의 일을 정리하고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출몰한다는 트롤들을 적당히 소탕한 리오는 아쉽긴 했지만 다시 프랑스를 향해 방향을 돌렸다. 바이칼은 프랑스 영공에 접어들면서 투덜대듯 중얼거렸다.

「그 마 귀족 같은 거물들이 안 걸리니 따분하잖아. 지저분한 트롤들이나 상대하고‥내가 널 태우고 돌아다니는 보람이 없는 것 같은데.」

리오는 바이칼의 어깨를 주먹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여기 온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거물들이 나타나면 괴롭겠지. 그건 그렇고‥여기 지도를 보니까 미국이라는 나라가 좀 걸려.”

「걸리다니?」

리오는 턱을 괴며 답해 주었다.

“흠‥자원도 많고, 자연적 조건도 얼어 죽거나 타 죽을 정도로 나쁘진 않아. 게다가 넓고. 지금은 동부와 서부로 갈려서 대립하고 있다는데‥아무래도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아, 벌어졌다고 해야 하나? 마 귀족이 벌써 나타났으니까. 그걸 보면 그쪽의 공간 평형이 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우리가 그쪽 차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가 있을지 몰라.”

바이칼은 말없이 앞을 바라보다가 리오에게 다시 말했다.

「그럼 그쪽으로 먼저 가 보아야 하는 거 아닌가.」

리오는 한숨을 쉬면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그렇긴 하지만‥예전에 처음 이곳에 오면서 고신 오딘에게 들은 것이 있어. 이쪽 유럽엔 아직 숨겨진 것이 많다고 말이야. 지금 나타나는 트롤들이 그쪽 차원에서 날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원래 있었던 것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생각하는 것이 옳을지도 몰라. 음‥그리고 지크에게 들은 얘기인데 옛날 영국엔 아더왕이라는 굉장한 할아범이 있었다 하더군. 그가 가지고 있었다 전해지는 엑스칼리버 역시 그걸 만드신 주신께서 디바이너 이상 가는 굉장한 검이라 하신 일이 있어. 왜 그 검이 이곳에 있었는지 들은 일은 없지만.”

「‥그 아더인가 하는 할아범은 죽었겠지?」

리오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몰라 나도.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확실하게 나오진 않았으니까. 지금까지 살아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당분간은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아. 티베가 왜 제네럴 블립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지 이유도 알아볼 겸 말이야.”

바이칼은 자신의 거대한 날개를 빠르게 퍼덕이기 시작했다. 저녁때가 다 된 것이 이유일 수도 있었다.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잔뜩 사 가지고 집에 돌아간 리오와 바이칼은 환히 웃으며 현관 문을 열었다.

“자아,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안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불도 꺼져 있었다. 리오의 얼굴은 순식간에 뒤바뀌었고 바이칼은 바꿀 표정이 없었기에 종이 봉투를 옆에 둘 뿐이었다. 기척이 없었다. 살기도 물론 없었다. 리오는 지그시 눈을 감은 후 다시 떴다. 적외선으로 보기 위해 그의 눈은 붉게 빛이 났다.

“으아아아악!!! 괴물이다!!!!”

순간 바이칼에 의해 스위치가 올려져 집 안의 모든 불이 확 들어왔고 리오는 눈을 다시 정상으로 돌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앞의 소파에서 넬이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리오는 황당한 듯 피식 웃으며 넬에게 물었다.

“이봐 넬, 불을 다 끄고 뭐하고 있었니? TV에서 재미있는 거 안 해?”

넬은 리오의 목소리가 들리자 힐끔 그를 바라보고는 물었다.

“눈, 눈 괜찮아요?”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눈을 비벼 보였다.

“눈이라니, 무슨 소리야 넬.”

“어, 이상하다‥? 아까 전엔 분명히 붉게 빛이 났는데? 뭐, 착각이겠죠, 하하핫‥.”

넬은 순간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소파에 제대로 앉았고 리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넬의 옆에 앉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해 보았다.

‘‥왜 내가 넬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지?’

리오는 넬을 힐끔 바라보았고 리오와 눈이 마주친 넬은 손가락으로 리오의 입술 끝을 늘이며 빙긋 웃어 보였다.

“히힛, 스마일〜!”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리오는 자신의 입술을 늘이고 있는 넬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에 키스를 하였다.

“흠‥느낌이 좋은데? 넬의 손‥.”

리오가 그렇게 나오자 넬은 머리를 긁으며 크게 웃어 보였다.

“아, 그래요? 고마워요 리오 형! 헤헤헷‥.”

“응? 으, 으응‥뭘.”

순간 무안해진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뒤에서 그것을 다 보고 있던 바이칼은 천천히 부엌으로 가며 리오를 향해 중얼거렸다.

“흥, 변태‥.”

리오는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리오는 넬에게 물었다.

“근데 너 불 끄고 뭐했니? 기척도 죽이고‥.”

넬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아항〜그거요? 아빠가 가르쳐준 기력 수련을 하고 있었어요. 자신의 생체 리듬을 거의 죽인 후 기를 돌리는 것만으로 기혈을 단련하는 거예요. 정신 집중이 잘 안돼서 불을 끈 것뿐이에요.”

“아, 그래‥?”

리오는 속으로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15세의 나이에 그 정도로 자신의 몸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과연 BSP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10분 후 티베가 도착을 했고 티베는 리오를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다짜고짜 소리치기 시작했다.

“리오 씨!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리오는 황당한 표정으로 티베를 바라보며 물었다.

“예? 그게 무슨‥?”

티베는 리오의 앞에 앉아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 만난 지 얼마 안 되긴 하지만 말씀해 주세요! 당신은 누구며 어디에서 왔고 정확한 직업은 무엇인지!!”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별것 아니라는 듯 답했다.

“음‥전 리오·스나이퍼이고, 당신과 같은 차원에서 왔으며, 직업은 떠돌이 기사죠.”

티베는 인상을 찡그리며 리오에게 되물었다.

“‥끝이에요?”

“예.”

그러자 티베는 다시 한번 탁자를 팡 치며 리오에게 거칠게 물었다.

“아니, 어떻게 떠돌이 기사가 음속으로 날아다니는 드래곤을 타고 헬기를 자르며, 미사일을 맞고도 긁힌 상처 하나 없고 게다가 건물까지 당근 자르듯 싹둑 잘라요!! 이해가 되도록 대답해 주세요!!!”

리오는 결국 한숨을 푸욱 쉬며 티베를 바라보다가 간단히 대답했다.

“‥전 사실 가즈 나이트입니다.”

리오가 그렇게 대답을 하자 바이칼은 간만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티베는 굳은 얼굴로 리오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물었다.

“‥실례지만 그게 뭔데요?”

리오는 웃어버리고는 한숨을 푸욱 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차라리 다행이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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