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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79화


“근데, 넬이 너한테 뭐라고 했길래 군말 없이 달려왔지?”

리오는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팔을 주무르며 바이칼에게 물었다. 바이칼은 짧게 대답했다.

“살려달라고.”

“‥멋지군.”

등을 맞댄 채 둘이 평상시와 같은 잡담만을 하자 주위에 있는 헬·레인저 중 한 명이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이봐! 괜히 어물쩡거리다가 도망갈 생각이냐!! 어서 덤벼라!!!」

그 말에 바이칼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리오를 향해 중얼거렸다.

“오늘은 상황 파악 못하는 바보들에게 걸렸군. 이 몸이 없애줄 가치가 없는 듯하니 난 가겠어.”

바이칼이 다시 드래곤 슬레이어를 집어넣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헬·레인저들의 사이를 유유히 걸어가자, 그의 근처에 있던 헬·레인저가 바이칼의 어깨를 강하게 잡으며 외쳤다.

「우리를 무시하는 거냐!!! 우리는 악마들 사이에서 강한 자들만 뽑은 특수 부대원 헬·레인저‥!」

순간, 그 악마는 바이칼이 검지 손가락을 자신의 이마 중앙에 가져가자 황당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바이칼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손가락으로 악마의 머리를 밀며 중얼거렸다.

“시끄러워.”

퍼억–!!

그 순간 악마의 머리는 터져 나갔고 머리가 날아간 악마는 땅바닥에 떨어진 후 서서히 재로 변해갔다. 그 광경에 헬·레인저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지상에서 그 광경을 보던 시민들이나, 방송국 사람들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이봐, 그렇게 끝내면 너무 싱겁잖아. 힘자랑하라고 부른 것도 아닌데‥.”

“흥, 어쨌든 난 간다. 나머지 여섯은 네가 알아서 해.”

바이칼이 멀찍이 사라지자, 리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헬·레인저들에게 말했다.

“어쩔 수 없군. 좋아, 기대하던 시간이다 제군들. 덤벼.”

그러나 헬·레인저들은 덤빌 생각이 없어진 듯, 가만히 리오를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리오는 파라그레이드로 어깨를 툭툭 치며 헬·레인저들을 재촉하였다.

“뭔가, 아까 전엔 덤비지 못해 안달이더니 지금은 기분이 안 나는가 보군. 뭐‥괜찮아. 특별 서비스로 내가 가면 되지.”

그런 직후 리오의 모습이 헬·레인저들의 눈에 약간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두 명의 악마들이 수십 개의 검광에 휩싸여 산산조각이 나며 공중에서 흩어지고 말았다. 그 악마들이 있던 자리 사이에 다시 나타난 리오는 뒤로 돌아서서 다른 악마들을 바라보며 다시 중얼거렸다.

“자아, 기분 나지? 물론 아까와는 다르겠지, 지금 상황은 싸우지 않으면 죽음이니까 말이야.”

「으, 으으으으으으윽‥!!」

결국 남아있는 헬·레인저 넷은 마계로 도망쳐 버렸고, 리오는 싱겁다는 표정으로 파라그레이드를 거두었다. 그러자 뒤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고 리오는 자신의 얼굴에 아직 복면이 둘러진 것을 확인한 뒤 쏜살같이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방송국 카메라맨들과 기자들은 차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며 아쉬워했고, 티베는 일이 또 다행스럽게 끝난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선배 기자 한 명이 카메라맨과 함께 그녀에게 뛰어와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넬은 어디론가 슬쩍 빠졌고 티베는 억지로 웃음을 띠우며 선배가 요청한 인터뷰에 응해야만 했다. 그 기자는 만면에 웃음을 띠우며 티베에게 물었다.

“네! 그 보라색 턱시도를 입은 악마에게 잡혔을 때 기분은 어땠습니까 티베 프라밍 양!!”

마치 스포츠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에게 묻는 것과 같은 질문이라 티베는 머리를 긁적이며 간단히 대답했다.

“더러웠죠.”

그날 티베는 조기 퇴근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부장이 특별히 일주일간 회복 기간(?)을 또다시 주어 다음 날부터 일주일 동안 집에서 쉬게 되었다. 좋기도 하고 그저 그렇기도 한 티베는 저녁거리를 사서 넬과 함께 자전거로 집에 돌아갔다. 돌아가는 도중에, 넬이 티베에게 물었다.

“웅‥아까 전에 왜 그 선배 기자라는 사람에게 죄송하다고 그랬어요?”

그 질문에 티베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약간 좋지 않은 얼굴로 대답해 주었다.

“아‥그게‥. 인터뷰할 때 처음 대답을 너무 간단하고 속어적으로 해서 말이야. 공개 속보라 시청률도 꽤 높았을 텐데‥으음‥어쩔 수 없지, 지나간 일인데.”

티베의 뒤에 타고 있던 넬은 티베의 등에 자신의 얼굴을 부비며 또 물어왔다.

“음음‥그건 그렇고 그 두 괴물 정말 강하긴 강하던데요? 도시를 날린 악마를 가지고 놀지 않나, 머리를 손가락 하나로 날리지 않나‥정말, 지크 선배보다 강할지도 몰라요.”

티베는 넬이 지크란 이름을 꺼내자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지크? 그 사람이 누군데?”

넬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이 시대가 낳은 지상 최고, 최대, 최강의 B·S·P!!! 지크·스나이퍼 선배!!!! 저의 우상이자 애인♡이에요, 호호호홋‥. 아아〜님은 언제쯤 오시려나〜.”

티베는 넬의 그런 행동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크라는 남자 애하고 똑같은 성격은 아니겠지‥설마.’

집에 돌아온 티베와 넬이 현관에서 처음 본 광경은 두 소파에 마주 보고 앉은 리오, 바이칼과 힐린이었다. 힐린은 진지한 표정으로 둘에게 무엇인가 말하느라 티베와 넬이 온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자 넬이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

“다녀왔습니다–앗!!”

그 덕분에 티베와 넬에게 시선이 겨우 돌아온 힐린은 웃으며 둘을 반겨 주었다. 반면 리오는 한숨을 길게 쉬며 몸을 굽혔고 바이칼은 이를 부드득 갈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들의 이상한 반응을 본 티베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힐린이 다친 곳은 없냐고 물어오자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언니, 그런데 두 사람에게 무슨 말씀 하셨어요?”

“아, 오늘 일 때문에 그랬어. 그래서‥어머, 리오 씨! 바이칼 씨는 어디에 가셨죠?”

힐린은 바이칼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그제야 눈치채고 리오에게 물었고 리오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힐린에게 말했다.

“예‥그 녀석 몸이 좀 약해서 길게 말을 들으면 좀 피곤해하거든요. 저도 오늘 일 때문에 좀 피곤하니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얘기해 주세요. 좋은 얘기라 생각되니까요.”

힐린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다음 기회에 계속‥아차, 컴퓨터를 켜놓고 그냥 나왔네?”

힐린이 다시 방에 돌아가자 리오는 이번엔 탁자에 상체를 눕히며 한숨을 쉬었다. 궁금함을 견딜 수 없게 된 티베는 결국 리오에게 물었다.

“아니, 언니가 무슨 말씀을 하셨길래 리오 씨가 기진맥진하세요? 바이칼 씨는 화가 난 것 같고‥.”

리오는 다시 몸을 일으키고 대답했다.

“아, 예‥오늘 TV 속보에 나온 저희들의 행동이 진정한 기자의 행동과는 너무나 동떨어졌다고 하시며 기사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고 열강해 주시더군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즉시 그분께 잡혀서‥. 기사는 정정당당해야 하고, 멋져야 하고, 친절해야 하고, 싸울 때 물러섬이 없어야 하고, 속된 행동은 해선 안 되고‥.”

티베는 머리를 긁적이며 힘없이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넬은 눈썹을 찡그린 채 중얼거렸다.

“‥이 집엔 이상한 사람들만 모인 것 같아‥.”

제너럴 블릭의 회장은 오래간만에 자신의 오른팔이자 친구인 [엠펠러]와 화상 대화를 하고 있었다. 가면을 쓰지 않은 엠펠러의 모습은 얼굴 한가운데에 깊숙한 흉터가 있는 파란만장한 중년의 그것이었다. 회장은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아니, 자네가 웬일인가? 먼저 연락을 하는 것 보니 인사차 하는 것은 아닌 듯한데‥.”

「그렇소,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하던 악마 네그 씨가 오늘 그 괴물 날파리에게 중상을 입고 말았소. 그의 계약을 대신할 다른 악마 귀족을 소개시켜 드릴 겸, 그리고 지원을 받을 겸 연락한 것이오. 바쁘신데 사죄드리오.」

회장은 씁쓸히 웃으며 중얼거렸다.

“흠‥또 그 드래곤인가. 그런데 네그 씨가 왜 중상을 입었소? 그럴 만한 일도 지금은 없을 텐데?”

「무단으로 그 티베라는 마법 사용자를 납치하기 위해 프랑스로 갔다가 운이 없게도 그 녀석에게 당했다 하오. 이젠 필요도 없는 존재인데‥자존심 때문에‥.」

회장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엠펠러에게 말했다.

“뭐‥어쩔 수 없군. 몸조리 잘하라 안부 전하게. 그럼 소개한다는 그 마 귀족부터 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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