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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83화


며칠 후.

그날은 날씨가 굉장히 맑았다. 리오는 너무 맑아 부담이 될 정도의 하늘을 바이칼의 등에 타고 날아오르며 중얼거렸다.

“음‥너무 맑으면 밑에서 우리들 모습이 보일지 모르겠는데. 무슨 방법 없겠어?”

「‥스텔스 전투기라도 모습 자체는 안 보이게 할 수 없어. 헛소리하지 마.」

바이칼이 그렇게 쏘아붙이자,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이이이잉–

계속 상승하던 둘은 파리 시내에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자 상승하던 것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지? 무슨 훈련이라도 하나?”

계속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에펠탑의 꼭대기에서 갑자기 빛이 뿜어져 올라갔고 그 빛은 곧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빛은 서서히 한 중년의 남자 얼굴로 변해갔고 리오는 의아한 눈으로 그 영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건 홀로그램‥게다가 저 아저씨는 프랑스 대통령‥!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 거지?”

이윽고, 홀로그램이 만들어낸 대통령의 입이 움직이며 말소리가 파리 시내 전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프랑스 국민 여러분. 지금 이 시간, 전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리는 바입니다. 금년 6월 25일 10시, 즉 지금부터 이 나라의 정치, 군사, 치안에 관한 모든 사항은 블랙 프라임의 총수, 엠펠러 씨에게 위임이 되겠습니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의 자원 부족에서 오는 생활의 불편함, 그리고 그 자원의 진정한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게 된 저와 정부 각료들의 생각입니다. 국민 여러분, 사죄의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리오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점점 사라지는 홀로그램을 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뭐야 대체‥? 무슨 헛소리야!!”

바이칼은 급히 고도를 낮춰 집으로 다시 향했고 리오는 바이칼이 옥상에 착륙하자마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급히 현관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간 리오는 멍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는 티베, 힐린, 세이아, 그리고 넬에게 소리치듯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대통령이 저런 헛소리를 합니까!!”

티베 역시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리오를 돌아보며 말했다.

“프랑스뿐이 아니에요‥유럽‥전역이‥.”

“예‥?”

리오는 급히 TV 앞에 다가갔다. 거기선 오래간만에 뉴스 속보란 이름으로 방송이 진행되고 있었고, 유럽 각국 지도자들의 정권 포기 및 블랙 프라임의 정권 위임에 대한 내용이 흐르고 있었다. 단 한 나라, 스위스만이 거기에 불참하고 있다는 내용도 흘렀다.

치직–!

순간, 화면이 떨림과 함께 TV엔 오래간만에 반갑지 않은 얼굴이 나타났다. 블랙 프라임의 총수, 엠펠러였다.

「전 유럽 국민에게 고한다. 지금 이 시간, 우리에게 정권을 위임하지 않은 나라는 스위스 하나뿐이다. 아니, 뭐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너희들은 90% 이상 반대하고 있겠지.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너무 유명한 말이지? 앞으로 4분 후, 스위스라는 나라가 두드려질 것이다. 물론 그 광경은 특별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아, 우리 일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나온 용사님도 이 방송을 보고 있겠지. 아니 지금쯤 스위스로 날아오고 있을 법 한데‥뭐, 상관없다. 어차피 너 하나로는 어쩌지 못해‥하하하하하하핫–!!!!」

그리고 화면은 12개로 분할되며 스위스의 각 지역을 비춰 주었다.

“‥이런 빌어먹을‥!!!”

리오는 이를 갈며 창문을 통해 밖으로 몸을 솟구쳤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바이칼이 리오를 받은 후 재빨리 상승하기 시작했다. 리오는 큰 소리로 바이칼에게 말했다.

“남서쪽!! 어서 가자 바이칼!!!!”


스위스 국민들은 다개국 언어로 방송된 엠펠러의 말을 듣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중립국이어서 강력한 병기는 많지 않은 스위스여서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민방위 시설은 세계에서 수준급으로 만들어진 탓에 싸울 수 있는 남자들을 제외한 부녀자와 아이들, 노인들은 각 가정마다 만들어져 있는 방공호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간단한 무장을 한 상태로 초조하게 4분을 기다리고 있는 스위스 민방위 대원들은 각자의 손목 시계를 힐끔힐끔 바라보며 담배를 태웠다.

“‥4분이다.”

한 남자가 그렇게 말하자, 민방위 대원들은 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상황을 확인하는 그들의 귀에, 무언가 공기를 가르고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미, 미사일!?”

수를 알 수 없을 정도의 미사일들이 하늘을 하얗게 덮고서 날아오는 모습을 본 대원들은 황급히 엎드리며 폭격에 대비를 하였다.

“‥!!”

투웅!

그러나 곧 들려온 소리는 폭발음이 아닌, 약간 무거운 쇳덩이가 땅에 박히는 소리였다. 살짝 눈을 떠 본 대원 중 한 명이 곧 의아한 눈으로 근처의 땅에 박힌 콜라 캔 같은 미사일을 바라보며 주위의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어이, 불발탄인 것 같은데? 폭발을 안 해.”

다른 대원들은 그 소리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미사일이 날아온 방향을 망원경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철컥–!

그때, 땅에 수직으로 박힌 그 미사일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고 대원들은 다시 공중에 떠오른 그 물체를 올려다보았다.

“뭐지 저건‥?”

푸웅!!!

순간, 그 물체가 공중에서 폭발했고 주위에 있던 대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져 갔다. 미사일이 박힌 모든 곳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 집 안에 있던 민방위 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 심한 폭발도 아니었는데 모두 쓰러져 나가는 것이었다.

“으, 으윽‥!!”

가까스로 살아남은 한 남자는 자신의 다리에서 심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떠 보았다. 군복 바지 한 군데가 크게 뚫려 있고 거기서 출혈이 심하게 나는 것을 확인한 그는 칼로 바지를 찢고 상처 부위를 바라보았다.

“‥아, 아니!?”

상처 부위엔 작은 침들이 꽂혀 있었다. 게다가 그 침들은 그의 다리에서 피를 뽑아내고 있었다. 급히 그 침들을 제거한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급소 부위에 맞거나 다량으로 맞은 대원들은 모두 피를 분수같이 뿜어내며 말라비틀어지고 있었다. 그 대원은 머리를 감싸며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보통의 사람들이 알고 있기로 최고의 대인 병기는 총이다. 그중에서도 산탄총은 관통력으로 볼 때 소총보다 아래지만 살상 능력으로 볼 땐 잔인할 정도이다. 정면으로 맞고 살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슈퍼맨일 것이다. 그 산탄총의 위력에 모세관 현상을 더한 병기가 바로 지금 사용된 대인 살상용 전방위 미사일 [블러드 네일]이다. 관통력은 두께 40cm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을 정도이며, 1차 유효거리 50m 내에서 장애물 없이 맞은 사람은 관통상에 의해 98%의 확률로 죽게 되고 2차 유효거리 200m 내에서 장애물 없이 맞은 사람은 날아간 침에 뚫린 다중 모세관에 의해 출혈 과다로 죽거나 중상, 또는 행동 불가능 상태가 된다.

곧이어, 그 미사일을 뿌린 장본인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검은색의 장갑질 로봇인 나찰, 붉은색의 장갑질 로봇인 수라. 그들은 예전에 나타났을 때와 달리 어깨와 등, 팔 다리에 많은 장비들을 달고 있었다. 어깨에 있는 미사일 팩을 제거한 수라는 등에 매달린 개틀링 머신건을 잡고 아직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민방위 대원들을 사살하기 시작했다. 나찰들은 무기 대신 다리에서 전용 나이프를 뽑아 들고 역시 대원들을 도륙해 갔다.


분할된 12개의 화면에선 같은 일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었다. 약 10분 후, 스위스의 각 관공서엔 백기가 급히 올려졌고 나찰과 수라들은 즉시 각자가 만든 검은 문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곧, 다시 화면엔 엠펠러의 가면을 쓴 얼굴이 나타났다. 엠펠러는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후후후‥어떤가, 물론 인정상, 또는 사정상 스위스 전역은 건들지 않았지만 한 나라가 10분 안에 무너지는 모습은 너희들에겐 감동스러웠겠지. 후후후‥이런다고 나와 블랙 프라임의 지지도가 올라간다고는 나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반항은 없앨 수 있지. 하하핫‥. 저항군을 조직할 녀석들에게 미리 경고한다. 만약 저항군이 조직된다면 대인 병기로 끝나지 않는다. 자아‥이거 보이나?」

엠펠러는 플라스틱과 유리로 겹겹이 밀봉된 원통형의 관을 하나 꺼내 보였다. 그 관의 중앙엔 녹색의 액체가 들어 있었다.

「여기엔 내 귀염둥이들이 수억 마리 들어 있다. 비구름에 섞어주면 그 아래에선 멋진 광경이 펼쳐지겠지? 일명 생물학 병기라고 하는데 말이야‥이름은 아직 못 붙였지. 다시 한번 말해 둔다. 난 미리 경고했다. 두 번 세 번 봐 주지는 않을 것이다. 자아, 다른 사람들은 그냥 보통 때와 같이 열심히 일하도록. 변한 건 없을 것이다. 당분간은‥후후후후후후후‥.」


리오는 전멸한 스위스의 한 마을 중앙에 서서 망연자실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나찰과 수라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지하의 방공호까지 뒤져 그 안에 있던 아이들과 부녀자들을 모두 살해하기까지 했다. 살아있는 사람은 없었다. 있다면 지금 방금 도착한 리오 한 명‥.

“‥크으윽‥!!!”

리오는 분노에 몸서리를 쳤다. 이전 세계들에서 자신이 보아온 어떠한 상황보다 더 잔인하고 확실하게 사람이 죽어 있었다. 몸을 떨던 리오는 붉게 빛나는 눈으로 공중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모두 없애 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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