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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86화


“음‥대단 하구려, 베를린이 저렇게 파괴되다니‥얼마나 시간이 걸렸소?”

회장의 물음에, 와카루는 어깨를 으쓱이며 화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전 잘 모르겠습니다만‥방송국 사람들은 잘 아는 듯 합니다. 저걸 보시죠.”

와카루의 말대로, TV엔 베를린시가 5분여 만에 3분의 1이 파괴되었다고 문자가 떠올랐다. 카메라가 잡고 있는 화면의 뒤에선 계속 섬광이 번쩍였고 그 섬광의 줄기를 따라 화염도 치솟았다. 기자는 머리를 감싼 채 무어라 무어라 다급한 표정으로 말을 하긴 했으나 이상하게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 리니어 모터 시스템에서 방출되는 자기장이 생각보다 강한 모양입니다. 마이크가 마비되어서 기자가 입만 뻥긋 대는 듯하군요.”

순간, 화면이 잠깐 어두워졌다 밝아졌고 거대한 무언가가 기자의 머리 위 상공을 스쳐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약간 따분한 얼굴을 하고 있던 와카루는 순간 눈을 반짝이며 회장에게 말했다.

“아, 왔습니다! 이제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이군요!!”

기자의 손짓을 받은 카메라맨이 달리기 시작한 듯, 화면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마 그들도 자신들의 위를 지나간 존재가 무엇인지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듯했다.

“‥저건 또 뭐야?”

리오는 자신과 시선을 마주친 거대한 늑대와 같이 생긴 괴물체를 보며 바이칼에게 묻듯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바이칼이라고 해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 리는 없었다. 그 거대 늑대의 어깨 높이는 족히 잡아도 15m는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몸은 리오가 지금까지 상대해본 어떠한 거대 야수보다도 빠르고 유연해 보였다.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순간, 그 거대 늑대의 눈이 번쩍였고 바이칼은 급히 자신의 몸 주위에 쳐져 있던 공간 결계의 농도를 짙게 하였다. 그와 거의 동시에 늑대의 벌려진 입에선 황색의 거대한 빛이 뿜어져 나갔고 그 빛은 바이칼과 리오의 모습을 일순간에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들이 있던 자리엔 거대한 폭발광이 생성되었다.

그 거대 늑대–펜릴은 조용히 리오와 바이칼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열기와 폭발광 때문에 보통 사람들의 시야엔 보이지 않던 리오와 바이칼의 모습은 잠시 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바이칼은 공간 결계의 농도를 다시 낮춘 후 중얼거렸다.

「‥재미있군, 지금까지 이 세계에서 받아 본 무기 중 가장 강력해. 게다가 내 생체 에너지와 성격도 비슷하고. 강하다. 이 세계에 있는 적 치고는‥.」

“맞아.”

리오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바이칼의 등에서 몸을 날려 펜릴의 앞에 착지했다. 바이칼은 한심하다는 듯 리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흥, 성질 급한놈‥.」

바이칼은 날개를 펄럭이며 근처의 건물 잔해 위에 앉아 리오와 펜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리오는 파라그레이드를 뽑아 들며 펜릴을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긴 말 않지. 덤벼.”

리오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펜릴은 다시금 눈을 번뜩이며 입에서 자신의 에너지 포를 다시 한번 쏘았다. 리오는 중력 조정 마법을 이용해 공중으로 순식간에 솟아 올랐고 지면을 강타한 에너지는 약 50m 정도의 긴 폭염의 길을 만들어냈다. 리오는 공중에 떠오르자마자 검을 공중으로 던지고 양손에서 마법진을 전개한 후 하나로 합치며 외쳤다.

“4급, 코메트!!!!”

주문 기술 중 하나인 더블스펠에 의해 위력과 두께가 두 배로 증가한 빛의 거대 기둥이 겹쳐진 마법진에서 뿜어져 펜릴을 향해 날았고 펜릴이 있던 자리엔 곧 엄청난 폭발광이 발생했고 주위의 지축을 흔들었다. 빛과 먼지가 사라진 지점엔 큰 크레이터가 형성되어 있었고 공중에 떠서 밑을 바라보던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공중에서 떨어지는 파라그레이드를 잡은 후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엔 어느새 이동한 펜릴이 있었다.

“더블 코메트의 직격을 그 거리에서 피하다니‥꽤 빠른데?”

부웅–

순간, 리오는 자신의 시야가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펜릴이 어느새 자신의 머리 위까지 뛰어 올라 있었던 것이다. 펜릴은 날카로운 발톱이 선 앞발로 리오를 후려쳤으나 리오의 몸 역시 흐릿해지며 사라져 펜릴의 일격을 피해 내었다. 크기에 걸맞지 않게 지면에 고양이와 같이 살짝 착지한 펜릴은 공중을 향해 자신의 에너지포를 빠르게 연속으로 쏘기 시작했다. 펜릴이 에너지포를 쏜 자리에선 리오가 바쁘게 몸을 피하고 있었다.

‘빠르다‥반응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다시 한번 중력을 제어해 이번엔 지면으로 내려온 리오는 기를 방출하며 펜릴이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대시해 들어갔다.

“흡–!”

리오는 대시하던 도중 공중으로 뛰어 올라 펜릴의 두상에 일격을 날릴 자세를 취했다. 뛸 때부터 점프의 정점까지 다다를 때 걸린 시간은 2초에도 못 미쳤다. 상당히 빠른 공격이었다.

부웅–

“–!?”

순간, 다시 한번 그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리오의 시야에선 펜릴이 사라졌다. 리오는 이를 악물며 뒤로 돌아 자신의 머리 위를 파라그레이드로 가로막았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퍼어억–!!!

펜릴의 울음소리와 동시에 리오는 펜릴의 앞발에 의해 마치 농구공처럼 공중에서 블로킹당해 지면에 강렬히 격돌했다.

“크읏!!”

충돌한 후 지면 위를 밀려 나가던 리오는 다시 중심을 잡고 자세를 바로잡은 후 몸을 멈췄다. 리오는 입가에 약간 나온 피를 아대로 닦으며 씨익 웃었다.

“‥흥, 너무 우습게 본 탓인가? 녀석이 너무 빠른 것 같아, 지크처럼‥.”

멀리서 리오가 잠시간 쩔쩔매는 모습을 지켜보던 바이칼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멍청이‥TV에 생중계된다고 너무 좋아하고 있군‥.」

리오는 멀리 있는 바이칼을 흘끔 바라본 후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망토를 집어던졌다. 거추장스러운 모양이었다.

“좋아, 오래간만에 상대 같은 상대를 만나는군. 정식으로 해 주지. [헬즈 타임]‥!”

부웅–

또다시 그 소리가 들려오고 펜릴의 모습이 이번엔 정면에 나타나자, 리오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몸을 빠르게 진동시켰다. 앞발의 일격을 다시금 리오가 피하자, 바이칼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얼마만이냐 리오‥[헬즈 타임(Hells time]을 쓰는 것이. 하긴, 아직 그걸 쓸 정도의 적당한 상대가 나타나지 않았겠지. 너무 강하거나, 너무 약하거나 그랬으니까.」

부웅–

펜릴은 리오가 나타나지 않자–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몸 주위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자 다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이동시키려 했다.

그 순간–

푸웃–!!

거대한 검광과 함께 펜릴의 몸엔 얇은 상처가 터졌고 거기서 붉은색의 채액이 터져 나왔다.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으나 음속을 넘어선 검의 움직임 때문에 순간적으로 대량의 피가 상처에서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푸푸푸푸푸푸풋–!!!

펜릴의 몸은 순식간에 현란한 각도의 검광에 사로잡혔고 펜릴의 몸에선 채액이 계속해서 튀어 올랐다. 짧게 비유하자면 ‘난도질’이었다. 그런 펜릴의 주위엔 붉은색의 채액 때문에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 있었다. 바로 몸을 사방으로 움직이며 검을 휘두르고 있는 리오의 모습이었다.

『쿠오오오옷–!!!!』

짧은 시간에 쉴 새 없는 연속 공격을 받은 펜릴은 결국 비음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고 그 거대 야수가 쓰러짐과 동시에 리오의 모습도 나타났다. 몸의 곳곳에 피를 연상시키는 펜릴의 채액이 튄 상태였다. 리오는 한손으로 검을 두세 바퀴 돌린 후 다시 자세를 취하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헬즈 타임‥4초 동안 적에게 거의 모든 각도에서의 공격을 퍼붓는 공격, 4초라는 시간 자체는 짧지만 당하는 상대에겐 그야말로 ‘지옥의 시간’‥. 뭐, 지크라는 미치광이 녀석의 공격보다는 좀 느리지만.」

바이칼이 심심한 듯 중얼거리며 설명을 하는 동안, 리오는 검을 바닥에 살짝 꽂은 후 양손으로 자루를 잡은 채 펜릴을 바라보았다.

펜릴의 생명은 아직 끊긴 상태가 아니었다. 게다가, 빠르게 상처가 회복되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던 펜릴은 반쯤 몸을 일으키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가 씨익 웃은 채 자신을 보고만 있자 펜릴은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그때 펜릴의 얼굴 모습은 마치 웃는 듯했다.

『크르르르르‥!』

펜릴에게서 뿜어지는 분위기를 느낀 리오는 다시 검을 제대로 잡으며 중얼거렸다.

“흠‥너도 장난은 끝이다 이거군. 좋아, 흥미만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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