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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90화


청년은 국제전화용 IC카드를 공중전화기에 넣고 다이얼을 가볍게 눌러 나갔다. 곧 신호음이 갔고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청년은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목소리를 바꾸고 말했다.

“예, 지크·스나이퍼 씨의 댁입니까?”

전화 안의 여성은 한숨을 후우 내쉬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그 애는 지금 집에 없거든요. 누구라고 전해 드릴까요?」

그러자, 청년은 킥킥 웃으며 자신의 원래 목소리로 전화 안의 여성에게 말했다.

“지크라고 해 주세요, 헤헷. 잘 계셨어요 어머니?”

전화 안의 여성은 잠시 간 말이 없었다. 청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계속 말했다.

“죄송해요 어머니, 일이 좀 복잡해져서 조금 늦었어요. 근데 여기 분위기가 조금 안 좋네요? 검은색 옷을 입은 얼간이들도 돌아다니고‥.”

「지크! 너 지금 거기가 어디니!! 내가 아무리 양어머니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걱정을 시켜도 되는 거니!! 그것도 한 달 동안‥!」

순간 전화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자 청년은 움찔하며 놀란 얼굴로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전화 안의 여성은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UN이 없어져 BSP도 강제 해체되고, BSP 대원들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지금 모두 수배 중이란다, 난 양어머니란 이유로 집안 수색만 한 시간 동안 받은 후 끝났지만‥.」

순간, 그 청년의 얼굴은 굳어져 버렸고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 안의 여성에게 소리쳤다.

“끊어요 어머니! 다시 전화할게요!!”

청년은 전화기를 강하게 내리치며 끊었다. 그는 공중전화에 붙어 있는 칼라 액정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시간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2초만 늦었어도‥젠장, 도대체 왜‥!”

청년은 공중전화 안에서 조용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순찰을 돌던 검은 군복의 군인들이 자신이 있는 전화 박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청년은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8초가 늦었군, 헤헷‥ 어쩔 수 없지.”

청년은 창문을 통해 자신의 말에게 눈짓을 보냈다. 말과 눈을 마주친 청년은 골목 쪽에 시선을 돌려 보였고, 순간 손가락을 튕겼다.

「푸웃–!」

그러자, 그 검은색의 거마는 재빨리 청년이 가리킨 골목 쪽을 향해 내달렸고 청년은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낚시 가방에서 긴 칼을 꺼내 허리춤에 장비했다. 곧, 청년이 있는 공중전화 박스를 중심으로 높이 약 4m 정도 되는 검은색 장갑의 2족 보행 로봇 다섯 대가 늘어섰다. 그리고 그 로봇의 뒤로는 수십 명가량의 군인들이 저격용 라이플을 들고 180° 전 방향에서 청년을 조준하고 있었다.

청년은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헤헤‥ 하긴, 이 정도는 돼야 이 지크·스나이퍼 님의 옷깃이라도 건들 수 있겠지. 얼래? 뭐라고 하는군‥.”

장교 옷차림을 한 군인이 장갑차 위에 올라서서 마이크를 들고 청년에게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일명 경고였다.

「도망갈 구석은 없다 BSP!! 흥, 전화 위치 추적 장치의 성능이 좋아진 걸 몰랐나 보군!! 네가 누군지는 몰라도 순순히 나와라! 안 그러면 사망자 명단에 네 이름을 올리겠다!!!」

청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쳇, 저 군발이들 별걸 다 아는군. 30초인 줄 알았는데 20초로 줄다니‥ 밉다 미워. 어쨌든‥ 내 대답은 이거다. 헤헷‥.”

청년은 망원경을 통해 자신을 보고 있는 장교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쥔 후 가운데 손가락을 펴 보였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는 장교는 즉각 명령을 내렸다.

「쏴버려–!!! 시체도 남기지 말고 박살내 버려!!! 로봇의 행동 모드를 적색에 맞춰라!!」

장갑차 근처에 있던 오퍼레이터들은 즉시 각자 맡은 로봇들의 모드를 조정했다. 그러자, 로봇들은 팔과 몸체에서 내장된 미사일 포트를 꺼낸 후 청년이 있는 공중전화 박스를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웅–!!!!

공중전화 박스는 미사일을 버틸 힘이 없었다. 유리 조각조차 열에 녹아 둥글둥글하게 변하여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것을 본 장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무전기를 들었다.

“후훗‥ 작전 완료, 모두 철수하겠습‥.”

그 순간, 장교의 눈엔 화염에 타고 있는 공중전화 박스에서 무언가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직도 불에 휩싸인 그것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장교가 있는 장갑차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스피드로 인하여 겉의 불은 모두 사라져 버렸고 그 모습을 본 장교는 들고 있던 무전기를 떨어뜨리며 장갑차 안으로 숨어 버렸다.

불꽃을 뚫고 장갑차에 돌진하던 청년은 오른쪽 어깨에 기를 돌리고서 더욱 빨리 대시하며 소리쳤다.

“으랴아아아아아아아아앗–!!!!!!!!!!!”

쿠우웅–!!!

청년은 어깨로 장갑차의 정면을 들이받았고, 굉음과 함께 정면이 함몰된 장갑차는 뒤로 주욱 미끄러져 나가며 부두의 콘크리트 지대를 벗어나 바다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청년은 씨익 웃으며 별것 아니라는 듯 손을 털었다. 그때, 멀리 있던 보행 로봇들이 팔에 장착된 머신 건으로 청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순간, 청년의 몸이 순간 이리저리 깜빡이기 시작했고 탄은 모두 바다에 떨어져 나갔다.

“헤헷, 통하지 않아!! 간닷–!!!!”

청년은 자신의 양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뺀 후 또다시 맹렬히 대시하기 시작했다. 이동 물체의 적외선 조준 유예 시간인 0.7초 내에서 청년이 이동 각도를 바꿨기 때문에 로봇들은 더는 사격을 하지 못하였다. 로봇들에게 접근한 청년은 로봇들의 머리 위로 몸을 솟구치며 자신의 손에 있던 반짝이는 무언가를 빠르게 던졌다.

“외식, 전탄(錢彈)–!!!”

순간, 로봇들의 장갑 질 안에 무엇인가 불꽃을 튕기며 파고드는 것을 군인들은 볼 수 있었다. 곧, 로봇들의 구멍 난 장갑에선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솟기 시작했고 로봇들의 움직임은 멎고 말았다. 청년은 자신의 칼에 손을 가져가며 낮은 자세를 취한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멍하니 구경만 하던 군인들은 아차 하며 다시 총을 겨누었다. 그러자, 청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헷, 쏴 봐라 얼간이들, 총알 하나당 한 명의 목이 날아가니까‥!!”

그러자, 군인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총을 든 손에 힘을 뺐다. 보통 범죄자의 말이라면 웃고 넘기며 사격을 가했겠지만 지금 그들의 앞에 있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었다.

휘이이이잉–

그때, 큰 바람이 그들을 향해 불어왔고 청년과 군인들은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 무언가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청년은 어린아이와 같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기 시작했고 군인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사방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드, 드래곤이다!! 이놈보다 더한 괴물이 나타났다!!!”

“도망쳐, 도망쳐라!!!”

청년은 군인들이 군인답지 않은 말을 남기며 깨끗이 도망치자, 머리를 긁적이며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젠장, 더 멋있는 말을 하려고 그랬는데‥ 그건 그렇고 어째 잘도 살아 있었군 미인? 헤헤헤헷‥.”

어느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그 청년의 옆에 선 바이칼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왜 너 따위 인간까지 나타난 거지? 리오와 나만으로도 충분한데‥.”

그러자, 청년은 힘내라는 표정으로 바이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우리 고향에서도 뭐라 그러던데 뭐. 뭐라고 그러는지는 잊었지만. 음〜 한 달 정도 되었으니 숙소는 잡혀 있겠지? 나하고 내 친구 좀 데려가 줘 미인.”

그러자, 바이칼은 약간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흥, 내가 태우는 건 리오 녀석으로 충분해, 너마저 친구 운운하며 내 품위를 깎는다면‥.”

그러자, 청년은 바이칼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측은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허어, 어디서 또 애완동물 취급을 받은 모양이구나. 뭐, 괜찮아. 나중에라도 리오 만나면 이 몸이 알고 있는 네 비밀을 폭로‥.”

순간, 바이칼은 그 청년의 입을 손으로 막아 버렸고 청년은 눈웃음을 살짝 지어 보였다. 바이칼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타라.”

바이칼이 다시 드래곤으로 변하자, 청년은 아이처럼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헤헤‥ 역시 남의 비밀 하나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니까. 하지만 사실 나도 놀랬어, 우하하하하핫‥. 아, 친구를 불러야지. 어이, 카루펠! 휘—익!!!”

청년이 손가락을 이용해 휘파람을 길게 불자, 골목으로 도망쳤던 흑마가 다시 나타났다. 바이칼은 청년을 흘끔 바라보며 말했다.

“‥난 못 해.”

청년은 바이칼의 머리를 툭툭 건들며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괜찮아. 저 말 용은 안 먹으니까 너무 무서워할 것 없어. 아, 옮기기 힘들겠군! 그러나, 다아〜 방법이 있지!”

청년은 웃으며 말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고, 그 거마는 몸에서 밝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바이칼은 순간 눈을 휘둥그레 떴고 청년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헤헷, 카루펠의 이런 기능이 있었더군. 난 몰랐는데‥ 어쨌든 동료들과 헤어진 지 한 달 동안 얘 덕분에 심심하진 않았어. 음시 값좀 들어갔다 뿐이지.”

말의 형체는 줄어들었고, 그 형체는 점점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빛이 사라진 후 나타난 것은 검은 옷의 흑발 미남이었다. 바이칼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켄타우로스‥ 그렇군. 하지만 거의 멸종된 줄 알았는데‥. 자, 타라.」

“좋아, 타자 카루펠.”

청년은 인간으로 변한 카루펠의 어깨를 치며 타자는 몸짓을 했고, 카루펠은 무릎을 굽혀 바이칼에게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위대하신 생물 드래곤이시여, 주인님의 말씀이시어 어쩔 수 없이 당신의 몸에 타겠습니다. 실례를 용서하시길‥.”

“젠장, 그 말투 좀 고치랬잖아!”

청년이 바이칼의 등에 타며 짜증을 내자, 카루펠은 다시금 무릎을 굽혀 사과했다.

“사죄드립니다 주인님.”

“이봐 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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