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95화
이오스는 머리를 살짝 매만진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처 지형과 그들이 묵었던 여관이 상당히 파손되어 있자 그녀는 한숨을 쉬며 한탄하듯 말했다.
“이런‥ 힘을 잠시라도 잃어버리면 이런 결과가 초래되는군요. 여관 주인은 어떻게 되었나요? 다친 사람은 없나요?”
슈렌이 다시 일어서며 대답했다.
“인명 피해는 없습니다. 안심하십시오.”
“다행이군요‥ 그럼, 저 때문에 초래된 일이니 제가 다시 복원시키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이오스는 천천히 손을 벌리며 몸에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에서 방출된 부드러운 황색의 빛은 덩굴과 나찰들에 의해 파괴된 지면과 여관 등의 건물을 깨끗이 복원하기 시작했다. 린스는 놀랍다는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며 노엘에게 슬쩍 다가가 물었다.
“노엘, 저 여자 정말 신인가 봐? 대단한데?”
노엘은 안경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라도 이오스의 힘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신의 힘이라고만 할 수 있을 뿐‥.
“정말 대단하군요‥ 하지만 무슨 원리로 저렇게 완벽히 복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그러자, 옆에 있던 레이가 눈을 반짝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동방에서 전해지기를‥ 신중에선 물체에 한해서만 시간을 역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했습니다. 목표가 된 물체의 시간을 지정된 시간만큼 뒤로 돌릴 수 있는 것입니다. 저것이 그 능력이라 생각되는군요.”
땅과 여관은 그들이 얘기하는 사이 30분 전처럼 깨끗이 복원되었다. 곧 이오스의 몸에선 빛이 사라졌고, 슈렌은 허리를 굽혀 이오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신경 써 주시다니‥. 그럼, 나머지 처리는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이오스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슈렌은 사바신과 레디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 둘의 어깨를 손으로 툭 치며 말했다.
“가자, 뒤처리를 해야지.”
그 말을 들은 사바신은 무슨 소리냐는 듯 인상을 버럭 쓰며 소리쳤다.
“이, 이봐! 뒤처리 할 게 어디 있어! 나찰이란 그 괴물 단지들도 모두 보내 버렸잖아! 시체 찌꺼기도 없고!”
그러자, 레디가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찰들을 모두 보내긴 했지만 날려 보냈다는 것이 문제야. 지금 이오스님의 신력으로 마을 사람들하고 여관 안에 있던 사람들은 지금의 일을 알지 못해. 하지만 나찰의 파편이나 몸체는 어딘가 남아 있지. 그걸 처리하자는 소리야.”
사바신은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뻗친 머리를 거칠게 긁어대며 슈렌에게 말했다.
“젠장, 그럼 가자구! 미치겠군, 도적단의 대두목까지 하던 이 몸이 철부스러기나 줍고 다니다니‥.”
그렇게 투덜거리는 사바신에게, 레디가 실실 웃으며 위로해 주듯 말했다.
“마음 풀어, 도적질보단 좋은 일이니까 말이야.”
슈렌은 말 없이 앞장서서 근처에 날아간 나찰이 있는 장소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고, 사바신은 소리 내지 않고 슈렌의 뒤에서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불만을 계속 토했다. 레디는 무엇이 즐거운지 계속 웃을 뿐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뒤처리를 위해 떠나는 한편, 이오스는 나머지 일행을 보며 말했다.
“자, 힘드셨으니 모두 들어가서 쉬시죠. 아, 그리고 바이론‥.”
바이론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냥 혼자서 조용히 일행에게 등을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회색 피부는 은은한 달빛을 받아 더욱 회색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의 회은색 머리카락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오스는 고개를 저으며 일행에게 다시 들어가자는 말을 했고, 일행은 바이론을 흘끔흘끔 바라보며 모두 여관으로 돌아갔다. 모두가 들어가자, 바이론은 다시금 광기가 사라진 진지한 얼굴로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일주일 후가 다시 걱정이군. 동방으로 건너가려면 적어도 1주는 더 걸릴 텐데‥ 운이 없으면 항구에서 막힐 가능성도 있겠어. 어쩌지‥?”
얼마간 그렇게 선 채 생각을 하던 바이론은 달이 서쪽으로 기울어 거의 안 보일 때쯤 여관을 향해 돌아선 후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다.
다음 날, 그 마을은 어젯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꿈을 꾸었다는 말로 대혼란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놀라운 꿈에 대한 흔적을 마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자 마을 사람들은 그냥 꿈으로만 생각하고 넘기기로 하였다. 그런 사이, 일행은 아침 일찍 짐을 챙겨 급히 다른 마을로 향했다. 그들이 가는 이 대륙의 최후 목적지는 예전에 노엘이 잠시 살았던 항구 도시 트립톤이었다. 그곳은 정보는 빨랐지만 주위 산세가 험했기에 군 세력이 잘 들어오지 못했고, 설령 해상을 통해 들어온다 해도 풍부한 물자를 이용한 천연의 트립톤 요새가 있었기에 그곳으로만 가면 일단 안심이었다. 하지만 완전한 장소는 없었다. 이오스에 의해 가려지는 그들의 기가 나타나기만 하면 어디든지 데몬 게이트를 통한 나찰과 수라의 공격이 개시되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은 어제 저녁, 이오스의 기가 끊어진 사이에 나찰과 12신장이 습격한 것으로 증명된 것이기에 일행과 일행을 보호하는 가즈 나이트 셋은 보통 때에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단지, 바이론만은 보통 때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술만을 들이마실 뿐이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바이론에겐 알코올이라는 물질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독하기로 소문난 어떤 마을의 토종 술 한 통을 혼자서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체와 정신엔 변화가 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이상하다 생각한 린스가 그 술을 한 잔 들이켰다가 한 시간 내내 구역질을 하고 만 일도 있었다.
그러는 한편, 일행과 따로 떨어진 지크는‥.
“젠장, 나만 놔두고 그새 몽땅 도망가 버렸군. 이거 섭섭한데?”
지크는 재킷을 벗은 채 건물이 무너진 파편 위에 앉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덩그러니 혼자 남은 게 그로서는 얼마만인가. 하지만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는 그로선 혼자 있는 것이 기분 좋을 이유는 없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푸우‥ 햄버거도 먹고 싶고, 핫도그도 먹고 싶고, TV도 보고 싶고‥ 어머니도 보고 싶고‥ 진짜 사람 죽여 주는군. 그건 그렇고‥ 무슨 요술을 부렸나,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그 많은 사람들의 기가 몽땅 사라질 수가 있는 걸까? 그 덕분에 어디로 갔는지 찾지도 못하겠고‥ 원 참. 씁쓸하구만‥.”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지크의 앞에, 무언가 커다란 검은 생물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느낀 지크는 왼손으로 살짝 무명도를 빼며 손가락 사이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그 검은 물체를 바라보았다.
“푸르륵–”
“어라‥ 카루펠?”
그 물체의 정체가 자신이 애용하는 말이라는 것을 확인한 지크는 한편으로는 맥이 빠졌으나, 한편으로는 기분이 좀 나아졌다. 카루펠이라도 자신의 옆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달래 주었다. 지크는 반가운 미소를 지은 채 카루펠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나 때문에 그 의리 없는 녀석들하고 같이 안 간 거구나? 헤헷, 역시 인간보다 동물이 더 낫다니까. 좋〜아, 이제 너와 나, 단둘이다 카루펠.”
지크는 카루펠의 등에 몸을 날려 살짝 탄 후, 말의 목 언저리를 만져 주며 말했다.
“자, 가자 귀여운 녀석. 어찌 됐건 이 폐허가 된 도시나 떠나자구. 아직 남은 사람들에겐 무책임한 말이 될는지도 몰라도‥. 그렇게 생각하니 또 미안한걸. 젠장‥.”
카루펠은 조용히 머리를 동쪽으로 돌린 후 그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카루펠의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했으나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머리가 복잡해진 것을 느낀 지크는 다른 말에 비해 넓고 긴 카루펠의 등에 누워 파괴된 지상과는 대조적인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헤헷‥ 그래, 가 보자. 바람따라‥ 구름따라‥ 말따라‥.”
그렇게 지크와 카루펠은 레프리컨트 왕국의 수도를 벗어났다. 수도의 반대편에서 그들을 찾느라 벨로크 왕국 병사들이 혈안이 된 것과는 하등 상관없이 평화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