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01화
“이봐!! 조용히 좀 할 수 없어!!”
방 문을 벌컥 열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친 지크는 소란을 피운 사람들을 스윽 돌아보았다. 노인 한명, 청년 두명, 젊은 여성 한명이었다. 공교롭게도 아까 전에 거리에서 건달들과 난투극을 벌이던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
“‥뭐야, 아까 난리치던 사람들이잖아? 어쨌든 좀 조용히좀 할 수 없나? 애가 피곤해서 자고 있는데‥쯧.”
그러자, 톱과 같은 검을 휘두르던 청년이 지크의 앞에 나서서 지크의 가슴을 밀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상관하지마 노랑머리. 아까 난리치는 것 봤으면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며 들어가야 하는게 예의 아닌가? 너도 그렇게 당하고 싶어?”
그러자, 지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빙긋 웃어 보였다. 기분이 좋아 그러는 것이 아니고,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을 때 나오는 행동이었다. 지크의 손이 움찔 거리는 순간, 방 안에서 라이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크 오빠, 그만 들어와 주세요‥. 전 괜찮아요.”
그 말을 들은 지크는 한숨을 후우 내 쉰 뒤에 방 안으로 들어서며 중얼거렸다.
“흠‥좋아, 한번만 봐 주지. 똥색머리 멍청이‥.”
그러자, 발끈한 그 청년이 지크의 어깨를 잡기 위해 팔을 뻗었다.
“뭐라구! 이자식 다시 말해봐–!!!”
탁–!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지크의 어깨를 잡으려던 청년의 손은 지크의 손에 잡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지크는 씨익 웃은채 뒤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다시 말할려니 내 머리가 안 따르는데‥어쩌지? 그냥 네가 다시 떠올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헤헤헷‥.”
그 청년은 지크의 손에 잡힌 자신의 손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 노인이 둘 사이에 끼어들며 지크에게 사과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아아‥이런. 내가 대신 사과하겠네 젊은이. 이녀석 성격이 좀 불같아서‥정말 미안하네.”
“로, 로드 덕! 사과하실 필요는‥!!”
청년이 소리치려 하자, 노인이 눈빛으로 그 청년을 제압했고 청년은 입을 다물었다. 지크는 피식 웃으며 청년의 손을 놓아 준 후 노인에게 말했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는데‥어쨌든 좀 조용히 하라고 말씀해 주세요. 전 괜찮지만 방 안에 있는 애 때문에요. 죄송합니다.”
지크가 윙크를 하며 말하자, 노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헛, 그러지. 그럼 잘 쉬게나. 이봐, 우리들은 다른 여관으로 가지.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움직여.”
노인의 말에, 지크와 마찰이 있던 청년을 제외한 그 일행은 모두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년은 분한 듯 주먹을 떨며 지크를 쏘아보았고, 그런 청년을 본 지크는 혀를 불쑥 내밀며 그 청년의 속을 더욱 긁어 놓았다.
“헤헷, 잘가라 똥색머리 멍청이.”
“으, 으윽‥!! 두고보자‥!!!”
지크는 그 말은 듣지도 않고 그냥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선 지크는 침대에 누운채 자신을 걱정스런 얼굴로 보고 있는 라이아의 머리를 손으로 약간 강하게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그런 눈으로 보면 내가 기분 상하지. 다른 사람 걱정해 주는 것은 좋은데, 자신부터 걱정하는 것도 가끔은 좋은 거라구. 잠이나 주무셔요 꼬마 숙녀님, 헤헷‥.”
“‥알았어요, 고마워요 지크 오빠.”
라이아는 지크의 그 말을 듣고 약간이나마 안심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지크를 이상하게 생각했던 자신이 더 이상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지크가 다시 의자에 앉아 눈을 감자, 라이아 역시 눈을 감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나쁜 꿈을 꿀 것 같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안정되는 것이었다. 차분하게‥.
“쳇, 감히 날 똥색머리라 부르다니!! 건방진‥!!!”
테크는 새로 옮긴 여관방의 벽을 주먹으로 후려치며 분을 토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슈탈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흥, 맞는 말인데 괜히 화를 내는군‥.”
“뭐라구!! 다시 말해봐 잡초머리!!!”
“똥색머리, 똥색머리, 똥색머리, 똥색머리‥됐나?”
그러자, 화를 참지 못한 테크는 아슈탈에게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붙잡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너 이자식, 장난이 아니구나!!!”
“좀 싸우지 좀 마, 둘 다!!”
순간, 리미가 벌컥 문을 열어 젖히며 아슈탈과 테크에게 소리쳤고, 테크는 아슈탈의 옷자락을 놓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털퍼덕 누워 버렸다. 리미는 허리에 손을 가져간채 테크에게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이봐, 테크!! 아까전에 왜 승산없는 싸움을 하려고 그래!! 네 팔을 움직이지도 못하게 할 정도로 힘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 더이상 시비를 걸지 말아야 할 것 아니야! 예전에 그 리오라는 남자에게도 그렇게 시비를 걸었다가 혼쭐난거 기억 안나?”
“‥쳇‥.”
테크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아슈탈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이봐, 부부싸움은 밖에 나가서 하라구‥윽?”
순간, 세개의 반짝이는 물체가 아슈탈이 앉아 있는 의자에 아슈탈의 몸을 가까스로 피해 박혔고, 리미는 살기등등한 눈으로 아슈탈을 쏘아 보며 말했다.
“‥한번만 더 쫑알대면 의자가 아니고 네 잡초색 머리통이니 알아서 해‥!”
아슈탈은 더이상 말이 없었다. 리미 역시 말없이 시큰둥한 얼굴로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선 리미는 마침 방쪽으로 오던 로드 덕과 마주쳤고, 로드 덕은 다시 들어가보라는 손짓과 함께 그녀에게 말했다.
“아, 미안하지만 다시 들어가줘 리마. 모두에게 말할 것이 있으니까.”
“‥알았어요.”
리미는 로드 덕과 함께 방 안에 다시 들어갔고, 로드 덕이 들어오자 테크는 씁쓸한 얼굴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로드 덕은 의자에 앉은 후 일행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사악한 마기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죽지도 않은, 살지도 않은 존재를 데리고 말이야.”
“‥언데드군‥.”
아슈탈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로드 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말을 계속 이었다.
“언데드 몬스터의 숫자는 그리 많진 않은 듯 해. 새들이 하늘을 뒤덮지 않을 정도면 알 수 있지. 하지만 그것들을 통솔하는 사악함의 힘은‥대단해. 마력만으로 치자면 나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 언제 여기에 올진 알 수 없어, 왜 오는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이쪽을 향하거나 거쳐간다는 것은 확실하니 모두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는 것이 좋을 게야.”
“흥, 그딴 마족 쯤이야 단칼에 없애 버리면‥.”
테크가 그렇게 내뱉자, 로드 덕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웃기지 마, 넌 아까 그 청년도 당해내지 못했잖아. 게다가 아슈탈과도 시간만 나면 티격태격 하는 주제에 뭘‥. 내가 가장 걱정하는 녀석이 바로 너야. 분명 네 공격력은 우리 파티 중 가장 강하지. 굽히지 않는 성격도 그렇고‥하지만 감정 절제를 하지 못해 무모한 짓을 하게 되면 모두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지. 넌 자숙하지 않는 한 최강의 검사는 될 수 없어. 그저 성격 나쁜 전직 용병으로 남을 뿐이야.”
“….”
“‥다른 사람들도 방심하지 말도록. 내가 가장 먼저 적들이 왔을 때 느낄 것 같으니 내 신호를 들으면 모두 장비를 챙기고 바로 나와줘. 그럼‥편히 쉬게나.”
로드 덕은 리미와 함께 다시 문을 나섰고, 테크는 이를 갈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아슈탈은 그런 테크를 슬쩍 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