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05화
「‥별로, 후후훗‥.」
루카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이자, 지크는 한쪽 눈썹을 치켜 뜨며 루카에게 소리쳤다.
“무, 무슨 소리야! 설마 도망치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루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보면 그럴지도 모르지. 후후후‥난 저 인간들이라면 모를까, 너와 같은 괴물과는 싸우기 싫다.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나도 다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지. 난 임무만 마치기로 마음먹었다. 아 참‥넌 날지 못하지? 내 임무를 방해할 수는 없을 것 같군. 하하하하핫‥.」
“이, 이자식‥!!!”
루카가 그렇게 자신을 비웃기 시작하자, 결국 흥분한 지크는 볼 것 없다는 듯 몸을 날렸고 루카는 가볍게 몸을 솟구치며 지크로부터 멀리 떨어졌다.
「하하하하핫!! 네 점프 높이는 저번에 팔 하나를 잘린 대가로 충분히 안다! 후후후후‥더 뛰어보시지!! 억울하면 하늘을 날아 보란 말이다!!」
루카는 공중에 높이 솟은 채 계속해서 지크를 비웃었고, 완전 흥분 상태가 되어 버린 지크는 공격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몸만 부르르 떨고 있을 뿐이었다.
“빌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녀석‥!!!!!!”
공중을 몇 번 돌던 루카는 뒤로 물러서 있는 홀핀에게 후퇴하라는 눈짓을 보낸 뒤 동남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크는 루카를 그대로 따라가며 소리쳤다.
“이자식, 어딜 도망가나!!!!”
「도망이 아니고 임무 수행이다. 챙길 것이 좀 있지. 어디 따라와 봐라 땅벌레, 하하하하하핫–!!!」
이를 악물고 루카가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던 지크는 순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도시는 그저 평범한 도시일 뿐이었다. 금이 묻혀 있다면 모를까, 신장들이 ‘챙길 것’은 그리 없었다. 지크의 머릿속엔 예전의 경험이 휑하니 지나가기 시작했다.
“‥설마‥아냐, 설마 정도가 아니야, 확실해!!! 이봐 당신들!! 저 날파리가 뭐라고 특별히 말한 것 있나?”
로드 덕을 비롯한 셋은 고개를 저었다. 지크는 씁쓸히 내뱉으며 자신의 몸에 기합을 넣었다.
“쳇‥빌어먹을 날파리 녀석, 그 애의 털끝이라도 건들면 넌 진짜 사망이다‥!!”
기합이 들어간 지크의 몸에선 곧 파란색의 스파크가 치기 시작했다. 벌써 보이지도 않게 날아간 루카를 따라잡기 위해선 자신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온몸에 기전력을 두른 지크는 곧 자신의 최대 스피드를 내어 루카가 간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로드 덕은 음속을 넘는 스피드로 사라져간 지크가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세, 세상에‥! 가즈 나이트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니‥!!”
로드 덕의 그 말을 들은 테크는 머리를 긁으며 로드 덕에게 물어왔다.
“‥가즈 나이트? 뭐하는 기사에요?”
그러자, 로드 덕은 예전과 같이 짜증이 실린 얼굴로 대답해 주었다.
“이런 무식한‥! 너 같은 녀석 만명하고도 안 바꿀 초전사다. 저 가즈 나이트는 성격엔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실력은 뛰어난 것 같군. 신장이 그냥 피해갈 정도니까 말이야. 자, 어쨌든 우리도 가보자!!”
그 무렵, 라이아는 카루펠에 탄 채 지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쯤 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꼭 돌아올 것이라 믿고 싶었다.
“‥!”
그러던 순간, 카루펠이 갑자기 지크가 간 쪽으로 전력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이어서 라이아는 카루펠의 안장을 꼭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카, 카루펠! 왜 그러는 거야, 멈춰줘!!!”
라이아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카루펠은 질풍처럼 도로를 질주하였다. 사람들도 피난을 간 후라서 카루펠을 가로막을 것은 도로상에 아무것도 없었다.
쿠쿠쿵–!!!
그때, 달리던 카루펠의 앞에 큰 폭발이 일어났고, 흙먼지와 함께 도로엔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보통의 말 같으면 폭발 시에 멈추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루펠은 구덩이도 가볍게 뛰어넘어 계속 전력 질주를 했다. 등에 탄 라이아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쳐다보았다. 갑옷을 걸친 한 남자가 자신을 공중에서 뒤쫓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누, 누구지 저 사람은‥?”
그 남자, 루카는 빠른 속도로 카루펠을 앞질러 나간 후 그 앞에 버티어 섰고, 카루펠은 결국 그 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루카는 천천히 카루펠과 라이아에게 다가오며 중얼거렸다.
「‥말이 참 영리하군. 내가 널 진짜로 쏘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그냥 달렸어. 하지만 달려봤자 말이야. 자, 말에서 내려라 소녀여. 네가 갈 만한 곳에 데려가 주지. 그런 구질구질한 안장이 아니고 말이야.」
방금 전부터 루카를 좋은 사람으로 보지 않았던 라이아는 고개를 저으며 강력히 거부하기 시작했다.
“싫어요! 제가 왜 아저씨를 따라가야 해요!! 전 지크 오빠가 올 때까지 카루펠하고 기다릴 거예요!!!”
라이아가 거절하자, 루카는 피식 웃으며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루펠은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고 루카는 가소롭다는 듯 눈을 번뜩였다.
「동물 주제에 어딜 도망치나!!」
루카의 눈빛을 정면으로 본 카루펠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고, 루카는 다시 웃으며 라이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왜 따라가야 하냐고? 후훗‥너 같은 사소한 존재가 알 바 아니다. 지크 오빠라‥그 가즈 나이트 말인가? 지금쯤 이쪽을 향해 기어오고 있겠지. 꽤 든든한 보호자를 데리고 있었군. 하지만‥이젠 끝이야. 어서 내렷!!」
루카는 거칠게 라이아를 끌어내렸고, 라이아는 저항을 하긴 했지만 신장의 힘을 열다섯의 여자아이가 당해낼 수는 없었다. 라이아를 잡은 루카는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안됐군‥그 가즈 나이트가 널 구하러 오지 못해서 말이야. 날 수 없는 것에 참으로 한탄을 하겠지. 하하하하하핫‥바로 저렇게.」
라이아는 흠칫 놀라며 루카가 가리킨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이쪽을 향해 돌진해 오는 푸른 스파크 덩어리가 하나 있었다.
“지크 오빠!! 지크 오빠!!!!”
루카는 안됐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재빨리 공중으로 떠올랐다.
「하하하하하핫–!!! 땅을 기어 다니는 감각은 어떤지 참 궁금하군!! 난 도저히 모르겠어!!! 여기까지 와봐라 땅벌레!!! 후하하하하하핫!!!!」
전속력으로 달리던 지크는 이를 악물며 루카가 떠 있는 공중을 향해 몸을 힘껏 날려 보았다.
“이 날파리 같은 녀석!!! 잡히면 가만히 안두겠다!!!!”
그러나, 빠르게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크의 몸은 루카의 바로 아래까지 밖에 올라오지 못하였다. 루카는 웃으며 자신의 입을 벌렸다.
「하하하하하핫!!! 이거나 먹어라!! [루스트 브레스]–!!!!」
루카의 입에선 순간 회청색의 거대한 기체 덩어리가 뿜어져 나왔고, 그것에 맞은 지크는 루스트 브레스의 압력에 못이겨 지면에 급속도로 추락하고 말았다.
“크, 크아아앗–!!!!”
지크는 결국 땅에 깊숙이 처박혔고, 지크가 간단히 당하고 만 모습을 본 라이아는 안타까움과 공포에 못이겨 목이 터져라 지크를 불렀다.
“지크 오빠!!! 안돼요, 살려줘요 지크 오빠!!!!!”
지크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비틀거리며 구덩이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으, 으윽‥! 라이아‥!!! 빌어먹을‥!!!!!!!”
그러는 동안에도 라이아는 계속 지크를 불러댔고, 그 목소리가 듣기 싫었는지 루카는 왼편 손날을 쳐 들며 반대편에 붙잡은 라이아의 목을 강타했다.
「쳇, 상당히 시끄럽군! 어차피 안 죽을 게 뻔하니 잠시 조용히 시켜 볼까?」
퍽–!!
루카가 라이아의 목을 강타하자, 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라이아의 목뼈는 이상한 각도로 꺾이고 말았다. 라이아는 그 충격에 기절했는지, 아니면 죽었는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였다.
“‥라, 라이아‥?”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지크는 허망한 얼굴로 루카와 라이아를 올려다보며 힘없이 라이아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루카는 그 사이 고도를 높여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지크는 결국 땅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고 말았다.
“‥빌어먹을‥젠장할‥.”
지크의 눈은 완전히 풀린 상태였다. 무리도 아니었다. 그런 일은 다른 가즈 나이트들에 비해 많이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흥, 가즈 나이트도 별거 아니군. 괜히 떨은 건 아닌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루카는 천천히 자신들만의 공간 이동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