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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20화


그 ‘전직 BSP’라 자신들을 밝힌 여섯 명의 은행 강도들은 방송국 카메라 대신 총포의 포구만이 자신들을 비추고 있자, 약간 질린 목소리로 장교로 보이는 사람에게 소리쳤다.

“이, 이봐! 방송국 차량은 왜 안 오는 거지?”

그러자, 그 장교는 피식 웃으며 웃기지 말라는 듯 은행 강도들에게 소리쳤다.

“흥, 기껏해야 수배자인 너희들에게 방송국 차량이 올 이유는 없다. 자, 순순히 잡혀 주거나, 아니면 죽어 주거나. 둘 중에 하나니 잘 선택해라.”

그러자, 인질로 붙잡혀 있던 남자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장교에게 애원하듯 소리치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전 인질이에요!!! 이 사람들하고는 하등 상관없다고요!!! 어서 절 구해주세요!!!!”

그러자, 장교는 머리를 살짝 움직이며 무엇을 하라는 듯 신호를 보냈고, 그 인질은 순간 어깨에 구멍이 뚫리며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원거리에서의 저격이었다.

그러자, 은행 강도들은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 이봐!! 이 사람은 진짜 민간인이라고!!! 너희들이 그러고도 미합중국 군인이야!!!!”

그러자, 장교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흥, 본 사람은 없다. 어차피 너희들이 그랬다고 언론에 공개하면 끝이야. 자아‥선택해라! 잡힐 것이냐, 죽음을 당할 것이냐!!!”

“어차피 잡혀줘도 죽일 것은 뻔한 일 아니냐! 여기서 그냥 죽일 것이지 왜 꼭 잡으려고 하는가!!”

계속되는 은행 강도의 질문에, 장교는 귀찮다는 듯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젠장, 없애버려! 실험 가치도 없는 녀석들 같다!!!”

땡그렁–

장교의 명령과 동시에, 빈 쇠통이 여럿 떨어지는 소리가 장교의 등 뒤에서 들려왔고 장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엇‥?”

장교의 움직임은 곧 굳고 말았다. BX-03 두 대가 정육점의 고기처럼 부위별로 잘리어 흩어져 있는 것이었다. 주위의 병사들은 BX-03을 소리도 없이 저렇게 만들어 버리고서 그 동체 위에 앉아서 주위를 흘끔거리고 있는 청년이 누군지 TV나 부대 내의 브리핑에서 익히 보아 알고 있었다. 붉은 장발에, 짙은 회색의 망토, 그리고 같은 색의 복면‥.

리오는 방금 전 소리 없이 휘둘렀던 파라그레이드로 아스팔트 바닥을 툭툭 치며 장교에게 물었다.

“음‥초면에 실례인데, 잡힌 BSP들을 어떻게 했는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 아는 사람이 좀 끼어 있어서 말이야.”

장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자, 리오는 깔고 앉아있던 BX-03의 동체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뭐‥싫다면 할 수 없고‥.”

“아, 아닙니다!!”

장교는 리오가 자신의 코 앞까지 다가오자 곧바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장교의 말은 이러했다.

“전투 능력이 탁월하다 기록된 BSP는 어딘지는 모르지만 생체 실험소에 끌려갔다 하고, 사무 쪽을 보던 BSP는 어디까지 알고 있나 확인한 후 그리 필요 없다 생각되면 무혐의 처리를 하고 집으로 귀가를‥.”

등등이었다. 리오는 약간 미심쩍은 면이 있긴 했지만 어차피 대령 정도의 장교였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장교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좋아 좋아, 만약 인질이 죽었다면 질문 시간도 없었을 텐데 넌 참 운이 좋군. 부하들하고 귀대해 주시지 이제. 사람들 많은 곳에서 피 뿌리기 싫으면 말이야.”

그러자, 그 장교는 병사들과 함께 쏜살같이 사라졌고, 리오는 혀를 차며 이번엔 여섯 명의 은행 강도들에게 다가갔다. 그들 역시 리오를 TV로 본 일이 있었기에 아까보다 겁에 더 질린 얼굴로 뒷걸음을 쳤으나, 리오는 괜찮다는 듯 손을 살짝 들어 보이며 말했다.

“괜찮소, 당신들을 해칠 생각은 없소. 그런데‥당신들 정말 BSP 맞소? 내가 알기로는 BSP 정도 되면 어디서 저격 준비를 한다 정도는 예측하거나 날아오는 총알을 볼 수 있다 하던데, 괜한 아저씨 한분 저격당하게 만들었으니 의심하지 않을 수 없군요. 솔직히 말해 보시오.”

그러자, 그 여섯 명은 우물쭈물하다가 눈을 꽉 감으며 솔직히 털어놓았다.

“‥BSP가 맞긴 합니다만‥사실 저희는 사무직이나 무기 관리직이랍니다. 무기 관리직이라 폭탄 하나는 잘 다룰 수 있었죠. 그래서 여섯 명이 힘을 모아 은행을 털고 그때 우리를 취재하러 온 방송국 사람들을 이용해 BSP의 결백을 표하려 한 것입니다. 저희들은 전투 요원과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BSP 사무직뿐이거든요. 다른 직업을 구하기엔 나이가 그렇고‥하지만, 이렇게 간단히 속을 줄은‥.”

“‥알았으니, 총상을 입은 저 무고한 아저씨부터 병원에 데려다주시오. 엄밀히 말하면 당신들 덕분에 저렇게 된 거니 말이오. 그리고, 턴 돈은 당신들 양심껏 처리하시오.”

그렇게, 여섯 명은 둘로 나뉘어 한쪽은 어깨에 총격을 당한 시민을 병원에 데려가기 시작했고, 나머지는 자신들이 턴 돈을 다시 은행에 돌려주었다. 어느새 옷을 바꾸고 바이칼 등이 있는 음식점으로 돌아간 리오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후우‥저러면 BSP의 이미지만 더 버려진다는 것을 몰랐나? 하긴, 수배를 당하는 현재 길은 저것뿐이었겠지만‥. 그건 그렇고 루이체‥.”

리오는 자신의 앞에 앉아 마키와 함께 햄버거를 우걱거리며 먹어치우고 있는 루이체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불렀고, 루이체는 입가에 햄버거 소스를 가득 묻힌 채 리오를 올려다보았다.

“응? 왜 오빠?”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동생을 바라보며, 리오는 할 말이 없어진 듯 웃음만을 지을 뿐이었다. 그러자, 뒤편에 앉아있던 바이칼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숙녀라면 입 정도는 닦으면서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이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야. 남자라면 모를까‥쯧쯧쯧.”

“어머? 웬일이야 바이칼?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루이체가 의외라는 듯 자신을 돌아보자, 바이칼은 별 표정 변화 없이 깨진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루이체는 인상을 쓴 채 리오를 다시 돌아보며 물었다.

“오빠, 어떻게 저런 사람하고 같이 다니면서 정상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

“글쎄다‥익숙해졌다고 하면 될까? 하하하하핫‥.”

리오가 그렇게 웃어넘기자, 바이칼은 다시 리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관광만 계속 다닐 거야?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건 그리 좋다고 생각 안 하는데.”

그러자, 리오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입가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좋지 않지.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세 가지뿐이야. 첫째, 블랙 프라임의 본거지를 찾는다. 둘째, 제네럴 블릭의 본사를 한번 탐색해 본다. 셋째, 그냥 관광만 한다. 맘 같아선 세 번째를 택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정말 큰일 나니 우선은 블랙 프라임의 본거지를 찾기로 했어. 음‥여기서 말하긴 그렇군. 장소를 옮길까?”

“오빠, 안 돼!”

그때, 루이체가 그렇게 소리치자 리오는 움찔하며 루이체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미안한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히힛‥아직 배가 안 찼단 말이야‥.”

그러자, 바이칼은 이마를 감싸며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저 앤 버리고 가는 게 어때.”

“‥이봐 리오.”

바이칼은 다시금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싼 채 리오를 불렀고, 리오는 냉장고 안에 있는 맥주를 꺼내 병째로 마시며 바이칼을 돌아보았다.

“음? 왜?”

리오가 자신을 바라보자, 바이칼은 손가락을 지면으로 향하며 따지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장소를 옮기는 건 좋은데, 이건 외교관이나 묵는 고급 호텔이잖아‥!”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 리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제네럴 블릭 녀석들이 설마 이런 고급 호텔에 우리들이 있을 거라 생각이나 하겠어? 어차피 아까전에 그 장교가 나에 대해 다 불었을 테니 여기에 있는 게 더 좋을 거야. 나와 너는 몰라도 루이체와 그 까만 청년‥아니 아가씨에겐 말이지. 자, 너도 한 병 마실래?”

리오가 맥주병을 들며 말하자, 바이칼은 취미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흥, 이 몸에게 감히 싸구려 보리술을 먹으라고 하다니, 건방진‥.”

그러자, 리오는 냉장고를 열었고, 조금 후 백포도주를 꺼내며 바이칼에게 권했다.

“자, 이건 어때? 후훗‥.”

“‥나쁜 놈‥.”

바이칼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리오에게 받은 유리잔에 포도주를 채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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