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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31화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크고 긴 울음소리와 함께, 옷 전시장에선 빠르고 거대한 것이 벽을 뚫고 공중을 날았고 지크 역시 때를 맞춰 그것을 향해 뛰어올랐다.

“타아아아앗!!!”

부우우우우우웅–

지크의 기합과 동시에 펜릴의 몸에선 보통 때 들려오던 것보다 더 긴 소리가 들려왔으나 이상하게도 지크의 눈으로는 펜릴의 스피드 가감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지크는 소리에 상관하지 않고 무명도를 빼들었다. 구름이 걷힌 훤한 달밤이어서 그런지, 무명도는 독특한 푸른색 반사광을 더더욱 뿜어냈다.

“끝이다!!! 육백 칠삼식, 언월도살(偃月刀殺)‥으엇!?”

무명도로 우아한 원을 그리며 펜릴을 두 동강 내 려던 지크는 순간 공중에서 술에 취한 사람처럼 느리게 비틀거리며 펜릴과는 상관없는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공중에서 완전히 중심을 잃은 지크는 아무 대책 없이 중력의 희미한 영향으로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펜릴은 떨어지는 지크를 향해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펜릴의 입에서 황색의 빛이 보이자, 지크는 무명도를 자신의 앞에 돌리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또 이렇게 천천히 떨어지기는 지크도 생전 처음이라 반격은커녕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비, 빌어먹을‥!!! 앗!?”

순간, 지크의 몸은 다시금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지크는 즉시 중심을 잡으며 급히 옆 건물의 외벽에 왼손가락을 박아 넣었다. 건물 외벽을 손가락으로 긁어 떨어지는 속도를 줄인 지크는 펜릴의 입에서 빛이 뿜어짐과 동시에 반대편 건물로 벽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쿠우우우웅–!!!!!

지크가 날아오름과 동시에 그가 있던 자리엔 펜릴의 입에서 뿜어진 광선이 직격했고 건물 외벽은 큰 폭발과 함께 대파하고 말았다. 그 충격파로 인해 반대편 건물로 뛰었던 지크는 급가속으로 인해 유리창을 들이받았고 어쩔 수 없이 안에 처박히고 말았다.

“크아악–!!”

짧은 비명과 함께 사무실 집기들을 밀치며 바닥을 구른 지크는 충격에 몸은 별로 상하지 않은 듯 즉시 일어서며 창가로 다시 가 보았다.

“이 ×개 같은 녀석!!! 뭔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이상한 것으로 날 화나게 하다니, 아무리 정이 많은 나라도 용서가 안 된다–!!!!”

휘유우우우‥

그러나, 펜릴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고층 건물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지크는 허무한 표정으로 주저앉았고, 잠시 후 여러 차례 들려온 폭음 소리에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듯 달려온 리진이 허탈한 얼굴로 앉아있는 지크를 발견하고는 그가 있는 곳까지 초능력을 이용해 부상한 후 옆에 서서 인상을 찡그리고 물었다.

“그래, 그 늑대는 잡았어?”

그러자, 지크는 고개를 저으며 힘없이 대답했다.

“‥인명 피해만 날 뻔했지. 젠장할‥.”

“인명 피해? 이상하다, 근처 사람들은 퇴근하고 거의 다 집으로 피신한 상태인데 사람이 또 있었단 말이야? 그럼 누구?”

리진의 물음에, 지크는 고개를 푹 떨구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짧게 대답하였다.

“나.”

지크의 대답에, 리진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예전처럼 지크를 두들기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며 접근했다.

철퍽–

앞으로 한발 내디딘 순간, 약간 끈적이는 액체가 발에 닿자 리진은 흠칫 놀라며 아래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얼굴은 곧 경직되었다. 지크의 몸에서 다량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 바보야!! 뭐하면서 싸웠길래‥세, 세상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지크의 재킷 뒤를 본 리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대한 야수의 발톱 자국에서 시작하여, 엄청난 크기의 유리 파편까지 여러 개 박혀 지크의 등은 가히 엉망이었다. 신기하게도 출혈은 조금씩 멎고 있었지만 피를 다량으로 흘린 탓에 지크는 잠이 오는 듯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출혈 과다 증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리진은 지크를 부축하며 크게 소리쳤다.

“바보야, 죽지 마!! 눈을 뜨란 말이야!!! 나 놀리지 말고, 제발!!!”

그러자, 지크는 힘없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마‥예전에도 이거보다 더 다친 적 있었는데 뭐‥놔둬‥.”

그렇게 말하며, 지크는 잠이 들 듯 고개를 푹 숙였고, 리진은 울며불며 지크를 부축하고 아직 불이 켜져 있는 편의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다음날.

지크는 엎드린 채 독일에서의 두 번째 날을 맞이하였다. 밤사이 혈액도 많이 보충되고 유리 파편에 의한 내상도 많이 회복된 상태여서 움직이는 데 문제는 없었다. 지크는 그 상태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깨끗한 방인 것으로 보아 리진의 친척집이 분명했다. 지크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에휴‥유리 파편이 몸에 박히지만 않았다면 괜찮았을 텐데. 하여튼 그 녀석 엄청세구만‥설마 무중력 공간을 만들어낼 줄은 몰랐어. 그건 그렇고‥지금 몇 시나 됐지? 음‥음!? 세시!!!”

지크는 즉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신이 너무 자 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일어나는 순간, 지크는 영양 부족으로 비틀거리며 침대에 주저앉았다. 피를 보충하느라 몸에 축적된 영양분과 단백질이 많이 소모된 탓이었다.

“에구구구‥애 가진 엄마들의 고통을 알 것 같구나. 이런 게 빈혈 비슷할까?”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방 안에 들어왔다. 리진일 것이다 생각한 지크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에헤헤‥배가 고픈데‥엇!?”

그러나, 방 안에 들어온 사람은 2m에 가까운 신장을 가진 거인이었다. 머리 이하가 거의 기계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움직일 때 약간의 유압 모터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불쌍한 듯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쯧쯧쯧‥처참하게 당하긴 했군 뻠. 널 이렇게 만들 정도면 대단한 괴물 같긴 한데? 어쨌거나‥몸은 괜찮나?”

그의 기계 손이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자, 지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중년의 사이보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헤, 헤이그 선배‥!? 여긴 어떻게 왔죠?”

<그랜·헤이그.>

바이오 버그로 인해 자신의 몸 대부분과 부인을 잃고 외동딸과 둘이서 사는 BSP 한국 지부의 최고참이자 전 세계의 BSP 중 몇 안 되는 현역 원년 멤버였다. 나이는 49세. 덧붙이자면 지크의 이름을 줄여서 ‘뻠’이라 부르는 특이한 인물이었다.

헤이그는 지크의 질문에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응‥딸하고 같이 독일 관광 왔지. 가자고 하도 졸라대는 바람에‥하하핫.”

그러자, 지크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대기 시작했다.

“휘유‥난 또 사랑하는 후배를 위해서 한국에서 독일까지 음속으로 날아오셨나 했네요. 하긴, 비행기도 안 뜨는데 뭐. 어쨌든 그렇다면‥엘렌도 같이 왔겠네요? 헷헷헷‥.”

‘엘렌’이라는 이름이 지크의 입에서 나오자, 지크의 어깨를 잡은 헤이그의 기계 손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지크는 으윽 소리를 내며 손을 저었다.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용서해 주세요.”

그러자, 헤이그는 다시 힘을 빼며 중얼거렸다.

“‥너에게 내 딸을 보인 것이 일생일대의 실수였지‥.”

그때, 문이 또 한 번 열리며 머리채를 위로 올린 금발의 여성이 리진과 함께 들어왔고, 지크는 손을 흔들며 반갑다는 듯 소리쳤다.

“야호! 엘렌, 오래간만이야!”

그러자, 금발의 여성은 왼쪽으로 늘어뜨린 자신의 앞머리를 옆으로 쓸며 역시 반갑다는 듯 말했다.

“응, 한 달 만인가? 그런데 많이 다쳤다며, 몸은 괜찮아?”

상의를 벗고 있던 지크는 그 말에 힘을 불끈 쥐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이 지크님은 천하무적‥.”

순간, 헤이그가 지크를 몸으로 가로막으며 엘렌에게 주의를 주듯 말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앞을 가로막힌 지크는 입을 움직이며 속으로 중얼댈 뿐이었다.

“엘렌, 호텔에 있으라고 그랬더니 왜 또 온 거니? 밖은 위험하다고 했잖아.”

“아빠 안 계신 호텔이나 펜릴이 돌아다니는 밖이나 거의 비슷할 것 같은데요? 어차피 호텔 위치도 베를린 중심가잖아요 아빠.”

“‥하긴 그렇구나. 나중에 갈 땐 아빠가 데려다주마. 이곳엔 펜릴보다 더 위험한 늑대가 살고 있으니까. 부상당하긴 했지만.”

그 말에 동조를 하는 듯, 리진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맞아. 역시 인생의 선배 다우세요.”

그런 대화가 오고 가자, 지크는 씁쓸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후후훗‥역시 영웅은 외롭군‥. 괜찮아, 사람들을 비춰줄 빛이 된다면 이런 외로움쯤은 감수할 수 있어! 음하하하하하하핫‥!”

그런 모습의 지크를 보며, 리진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또 영웅병이 도졌군‥. 어제 그냥 놔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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