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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33화


마르틴·가르웨이는 밤에 갈증을 자주 느낀다. 때문에 자정이 넘어서도 부엌에 자주 오고 가곤 한다. 그날 자정에도 마르틴은 갈증에 목을 쓰다듬으며 방문을 나섰다.

“흠‥이거 병이 아닌지 모르겠네‥. 병원에선 기분 탓이라고 하던데‥.”

“갈증이 지겨우신가 보죠 아저씨?”

갑자기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오자, 마르틴은 깜짝 놀라며 거실 등 스위치에 손가락을 가져가 보았다.

우우우우우우웅‥

순간, 음산한 진동음이 마르틴의 귀에 들려왔고, 그는 완전히 질린 얼굴로 진동음이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불이 켜지지 않은 어두운 거실 한가운데에서 붉은색의 희미한 빛을 뿜고 있는 긴 칼날이 보였다. 그리고, 칼날에서 뿜어지는 빛 때문인지 붉게 빛나는 두 눈도 보였다. 마르틴의 몸은 순간 경직되고 말았다.

“누, 누, 누구요 당신은!!”

“귀신. 오늘만.”

푸웃–!!!

붉은 칼을 든 청년은 마르틴의 질문이 나옴과 동시에 그의 앞으로 달려들어 복부를 들고 있던 검으로 찔렀고, 등 뒤에까지 뚫고 나온 칼날의 느낌에 마르틴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눈을 뒤집었다. 청년은 마르틴의 몸이 흔들리자 곧바로 칼날을 뽑고 마르틴을 옆으로 뉘었다. 그 전에 마르틴의 외침을 들은 마르틴의 부인은 무슨 일인가 하며 방에서 나왔고, 그녀 역시 붉은색 빛을 뿜는 긴 칼을 쥔 청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파자마에 피를 묻힌 채 쓰러진 남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여, 여보 마르틴!! 어째서 당신이–!!”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마자, 청년은 다시금 그녀에게 달려들었고 그녀 역시 칼날에 복부를 관통당하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청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소리 없이 거실을 거닐기 시작했다.

“자아‥나올 때가 됐지 귀염둥이? 어서 나오너라‥내 무명도가 네 피를 고파하고 있잖아, 헤헤헤헷‥.”

이윽고, 조심스럽게 위층 방문이 열리며 겁에 질린 한 여자아이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 애와 함께 나온 검푸른색의 큰 개는 눈에서 푸른 빛을 희미하게 뿜으며 지크를 노려보았다. 둘이 나온 것을 확인한 청년은 피식 웃으며 거실 등 스위치를 올렸다. 불이 켜진 순간, 아이는 거실 바닥에 나란히 쓰러진 자신의 부모를 보며 힘없이 무릎을 꿇었고, 아이와 함께 있던 큰 개는 노여움인지, 슬픔인지 크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어, 엄마‥아빠‥? 아저씨가‥!?”

아이의 힘없는 질문에, 복면을 한 청년은 붉은 빛을 띈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보란 듯이 양팔을 벌렸다.

“그래, 내가 너희 부모님을 영원히 잠재워 드렸단다. 이제 넌 자유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친구들하고 맘껏 놀아도 별말을 할 사람이 없어. 참 좋지?”

아이는 청년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웃음 짓고 있는 청년의 붉은 눈과 손에 든 붉은 빛의 칼날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싫어요‥전 아빠랑‥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요‥!! 학교도 가고 싶다고요!!! 아빠와 엄마를 깨워주세요 제발!!!”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청년에게 소리쳤고, 청년은 곤란하다는 듯 턱에 손가락을 대며 말했다.

“으응‥어쩌지? 두분은 이제 돌아오지 못하시는데‥아, 좋은 방법이 있단다. 뭔지 가르쳐 줄까? 헤헤헤헤헷‥.”

가볍게 자신이 있는 2층으로 뛰어 오르며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는 붉은 눈의 청년을 보며, 아이는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청년은 희미한 미소를 띄운 채 중얼거렸다.

....

“너도 같이 보내줄게, 지옥으로‥하하하하하핫–!!!!”

“시, 싫어!!! 쿠키, 도와줘 쿠키!!!”

아이는 결국 자신의 방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고, 아이와 함께 있던 큰 개는 안광을 번뜩이며 아이가 들어간 방문을 막아섰다. 아이가 들어간 것을 확인한 청년은 곧 한숨을 쉬며 복면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붉게 빛나던 두 눈도 정상으로 돌렸고 그가 지니고 있던 칼도 붉은색에서 푸른색을 띄기 시작했다.

“자, 밖으로 나갈까 친구? 어차피 여기 있으면 개하고 사람이 싸우는 것뿐이니까 말이야. 난 지금 기분이 매우 안 좋다고.”

그러자, 그 개는 창문을 뚫고 밖으로 몸을 날렸고, 청년 역시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창문 밖으로 나온 개는 서서히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어깨 높이만 보아도 족히 5m는 되어 보였다. 그리고 모습도 변해갔다. 개와 늑대의 차이라고나 할까.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변신한 개, 펜릴은 도로에 선 채 아직 보름달이 떠 있는 하늘을 향해 길게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앞에 선 청년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양손을 어깨 높이로 들어 보였다.

“자아‥기분도 그렇고, 어쨌든 시작해 볼까 친구?”

치지지직‥!!!!

청년–지크는 양손에서부터 엄청난 스파크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온몸에 기전력을 두른 그는 무명도에 손을 가져가며 공중에 몸을 날렸고, 펜릴 역시 그가 뛰어 오른 허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부우웅–

몸에 장치된 리니어 모터가 뿜어내는 소리와 함께, 펜릴은 크기에 걸맞지 않는 고속 이동을 하며 지크에게 돌진했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앞발의 일격이 지크에게 작렬했으나, 기전력으로 잠재 능력을 끌어낸 지크에겐 웬만한 스피드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허공을 휘두른 펜릴의 앞발에 몸을 세운 지크는 펜릴의 목을 향해 무명도의 일격을 날렸으나 간발의 차이로 펜릴은 그 일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진공파의 영향 때문에 펜릴의 목에선 붉은색의 피가 터져 나왔다.

「쿠오옷–!!!」

펜릴에게 있어선 그리 많은 피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보기엔 엄청난 출혈이어서 창문에 매달리다시피 한 채 둘의 싸움을 구경하던 아이는 결국엔 눈을 가려버리고 말았다. 집 밖으로 나와 구경을 하던 동네 사람들 역시 잠에 덜 깬 얼굴로 공중에 터지는 피를 보며 몸서리를 쳤다.

지크는 펜릴이 목에 난 상처 때문에 주춤하는 사이를 놓치지 않고 무명도의 일격을 다시 한번 가하기 위해 펜릴에게 돌진했다. 그러나, 역시 간단히 당할 펜릴도 아니었다.

파악!

“헉!?”

순간, 무언가가 지크의 다리를 휘감았고 엄청난 힘으로 그를 옆 가정집에 처박았다. 충격에 의해 지크의 입에선 선혈이 튀었고, 지크의 다리를 감은 그 무언가는 그 공격 방법이 효과가 있음을 알고 계속해서 그를 벽에 후려쳤다. 다름 아닌 펜릴의 긴 꼬리였다.

콰아앙–!!!

결국엔 벽이 부서졌고, 지크는 가옥 안에 틀어박히고 말았다. 꽤 충격이 심했는지 그는 머리를 감싸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몸에 흐르던 기전력도 끊긴 지 오래였다.

“젠장, 빌어먹을‥!! 애완동물이라고 봐주는 것도 이젠 끝이다!!!”

변장(?)을 위해 재킷을 벗고 있던 지크는 바지 주머니에서 미리 가져온 준비물을 꺼내었다. 직사각형의 황색 종이, 바로 부적이었다. 하지만 종이 안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지크는 그것을 왼손으로 잡고 부채처럼 펼치며 중얼거렸다.

“헷, 난 대형과는 싸울 자신이 별로 없어. 유감스럽지만‥음!? 쿨럭‥!!”

그렇게 말하던 도중, 지크는 결국 몸에 축적된 충격에 견디지 못하고 입에서 검붉은 핏덩이를 토하고 말았다. 어제 당한 외상은 거의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몸에 쌓인 충격은 그렇지가 않았다. 가죽 장갑에 묻은 자신의 피를 보며, 지크는 실소를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헷, 장 파열인가‥? 내가 너무 봐줬나 보네‥헤헤헷. 빨리 끝내야겠어.”

그 말과 동시에 지크는 천장을 뚫고 집 밖으로 몸을 피했고, 곧바로 폭음과 함께 지크가 있던 집은 산산조각이 났다. 펜릴의 특기인 하이드로 브레스의 일격이었다. 도로에 착지한 지크는 왼손에 든 부적을 접어 손가락에 끼운 후 오른손에 든 무명도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전력을 끌어올렸다.

“자아‥간다!!! 팔백구십구식, 몽월(夢月)‥!!!!”

지크의 모습은 빠르게 흔들리다가 곧바로 사라졌고, 곧 초승달 모양의 잔광이 펜릴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잔광들은 서서히 펜릴을 좁혀왔고, 펜릴은 위기를 느낀 듯 눈을 재빨리 움직이며 잔광들 사이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지크의 모습에 시선을 집중했다.

「크우우‥크오오오오옷–!!!!」

지크의 움직임을 읽은 듯, 펜릴은 괴성을 지르며 발톱이 날카롭게 선 앞발로 잔광 중 하나를 강하게 눌렀다. 아스팔트 바닥이 간단히 날아갈 정도의 위력을 가진 공격이었으나, 유감스럽게도 목표물을 맞추지는 못하였다. 펜릴은 움찔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지크의 모습은 계속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이런‥인조 가죽 치고는 상당히 쿠션이 좋은데? 헤헤헤헷‥.”

자신의 어깨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펜릴은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으나 목표물은 다시금 점프하여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지크는 펜릴의 콧등 위에 착지한 후 회심의 미소를 지은 채 중얼거렸다.

“칼의 반사광에 비친 내 모습이 어땠어? 헤헤헤헤헷‥자아, 그럼 죽어!!”

지크는 왼손을 펼치며 들어 보였고, 그와 동시에 펜릴의 몸 곳곳에선 붉은색의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펜릴의 몸에서 빛을 내는 것이 아니고, 펜릴이 공격을 실패한 직후 지크가 몸 곳곳에 붙여둔 부적이 빛을 내는 것이었다. 염(炎) 자가 하나씩 피로 쓰인 그 부적들은 점점 더 빛을 더해갔고,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펜릴은 급히 부적을 떨어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주술로 붙은 부적은 그냥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펜릴의 코를 박차고 공중으로 떠 오른 지크는 폈던 왼 주먹을 쥐며 짧게 중얼거렸다.

“폭(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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