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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34화


쿠쿠쿠쿠쿠쿵–!!!!!!

펜릴의 몸에 붙은 부적들은 지크의 명에 반응하며 한꺼번에 폭발했고, 펜릴은 자신의 온몸을 휘감은 폭발에 입에서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우, 우오오오오오오‥!!!!!」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늑대의 긴 울음소리와 그전에 울린 거대한 폭음 소리에, 근처 도시 사람들도 모두 잠에서 깨어나 불빛이 번쩍거린 마을 쪽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들 중에, 수염을 길게 기른 한 노인이 심각한 얼굴을 한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페, 펜릴‥!? 연구소 안에 봉인되어 있어야 할 녀석이 왜!!! 아, 이럴 때가 아니군, 핵 융합로가 오버히트로 폭발하기 전에 막아야 해‥!!!”

알 수 없는 말을 한 그 노인의 모습은 불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한 어둠 속으로 빠르게 사라져 갔다. 노인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지크는 무명도를 빼어 들며 자신의 앞에 쓰러진 펜릴을 향해 서서히 걸어갔다. 펜릴은 분하다는 듯 한눈으로 지크를 쏘아보고 있었다. 예전에 그 괴물 인간에게 당하지만 않았다면‥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듯했다. 지크는 속으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계속 걸어갔다.

“‥!”

계속 걷던 지크는 자신을 향해 무언가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 왼손을 뒤로 돌려 날아오는 것을 쉽게 잡아냈다. 촉감으로 보아 작은 돌멩이가 분명했다. 지크는 뒤를 돌아보았다. 펜릴을 애완견으로 기르던 여자아이가 눈물범벅이 된 채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든 돌멩이를 옆으로 흘리며 아이에게 말했다.

“‥나이에 비해 꽤 멀리 던지는구나 꼬마. 나중에 던지기 선수 해도 될 것 같은데? 헤헤헷‥.”

지크가 그렇게 말해도, 아이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아이는 맨발로 달려와 지크의 앞을 가로막으며 뒤에 쓰러진 펜릴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어서 도망가 쿠키!! 내가 아저씨를 막을 테니까 넌 어서 도망가!!!”

자신의 다리까지 밖에 오지 않은 그 아이가 필사적으로 자신을 밀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지크의 마음은 결코 즐겁지 않았다. 자신의 청바지에 묻어난 아이의 눈물과 아직 연약한 손으로 청바지를 붙잡느라 붉어진 아이의 손이 지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아이가 도망치라 도망치라 소리를 쳐도, 펜릴은 일어날 줄을 몰랐다. 예전에 리오와 싸우느라 입은 동력부의 치명상이 어제 지크와의 전투에서 무리하게 무중력 결계를 만드느라 더욱 커진 탓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동력의 이상 때문에 펜릴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예전보다 크기를 더욱 줄이고 다녀야만 했다. 그러나, 그런 펜릴의 머리 깊숙한 곳에서 예전에 받았던 명령이 계속 움직였다. ‘베를린의 파괴’. 자신을 다시 깨운 누군가가 머리에 입력한 명령이었다. 그 명령 때문에 펜릴은 계속해서 베를린 시를 파괴하고 돌아다닌 것이었다. 몸에 이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크는 가만히 선 채 아이에게 물었다.

“‥왜 도망치지 않았지? 경찰서라도 가야 하는 게 정상 아니야?”

아이는 지크를 여전히 붙잡은 채 대답했다.

“쿠키도 우리 가족이잖아요!! 선생님께서 가족을 소중히 여기라고 하셨단 말이에요!!! 쿠키마저 아저씨한테 잠들게 놔두진 않을 거예요!!!! 흑‥드래군 아저씨가 꼭 아저씨를 혼내주러 올 거예요!!!!”

아이의 그 말에, 지크는 한숨을 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녀석은 지금 미국에 가 있다구‥.’

지크를 뒤따라온 리진, 헤이그, 엘렌은 안타까운 얼굴로 지크와 아이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약한 리진은 내내 엉엉 울었고, 헤이그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흠‥지크 녀석 오늘 정말 고생하는군‥. 아이가 가진 펜릴의, 아니 쿠키라는 애견으로서의 이미지를 깨지 않으려고 아이 앞에서 아이 부모를 가사 상태로 만들면서까지 악역을 하다니‥. 하긴, 지크니까 저렇게 어리석은 짓을 할 수 있는 것이겠지‥.”

엘렌은 계속 리진을 다독거려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아빠‥저 남자는 정말 바보예요. 너무 순진하고‥.”

순간, 헤이그가 움찔하며 일어서자, 엘렌은 무슨 일인가 하며 헤이그의 시선이 간 곳을 바라보았다.

“앗! 펜릴이!!”

그녀의 눈앞엔, 비틀거리며 천천히 일어나는 펜릴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것을 본 지크는 씨익 웃으며 무명도를 든 손에 힘을 넣었다.

「크으으으으‥!!」

펜릴은 싸울 힘이 없었다. 그런데도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지크는 아이에게 붙잡힌 채 펜릴을 향해 중얼거렸다.

“‥착하디 착한 사람은 나중에 멋지게 희생을 당하지. 웬만한 소설이나 만화에선 그렇더라구. 이제 네가 악당에게 희생당할 대목이다‥!”

“잠깐 젊은이!!! 제발 그만해주게!!!!”

갑자기 들려온 노인의 외침에, 지크는 힐끔 뒤를 바라보았다. 수염을 길게 기른 한 노인이 숨을 몰아쉬며 도로 위에 서 있었다. 노인은 다시 지크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펜릴은 내가 처리하겠네. 자네가 처리하면 이 근처가 핵 융합 폭발로 인해 모조리 날아가 버린다네.”

지크는 그 말에 깜짝 놀라며 무명도를 내렸고, 노인은 지크를 붙잡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다독거려주며 말했다.

“자아‥걱정하지 말거라. 네 쿠키는 괜찮을 테니 말이다. 자, 젊은이는 이리 와 보게나. 보여줄 것이 있네.”

“네? 아, 알았어요.”

지크는 이 노인이 누군지 매우 궁금해졌다. 갑자기 나타나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 단정을 짓는 것부터가 의심스러웠다. 어쨌거나, 지크는 노인과 함께 펜릴에게 다가갔다.

노인은 조용히 손을 뻗으며 펜릴에게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얘야. 나를 기억하느냐?”

노인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펜릴은 지크에게 개의치 않고 머리를 노인에게 숙였고, 자신의 앞에 숙여진 펜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노인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노인은 호주머니에서 계산기와 같은 것을 꺼낸 후 펜릴 가까이에서 버튼을 빠르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잠시 작업을 한 노인은 한숨을 후우 쉬며 중얼거렸다.

“‥흐음‥몸이 엉망이 되었군. 리니어 모터 시스템을 포함한 모든 기계 장치가 오버 드라이브 중이야. 복부의 내장 기관에도 20여 시간 전에 50톤이 넘는 큰 충격을 받았고‥게다가 두뇌의 명령 입력 장치에 어떤 못된 녀석이 장난을 쳐 놨군. 어디 보자‥베를린의 파괴? 이런 막연한 명령을 해 놓으니 몸이 엉망이 되었어도 계속 돌아다닌 게로군. 리커버 프로그램을‥좋아, 됐군 그래.”

노인이 작업을 하는 동안, 펜릴은 도로에 엎드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진찰을 받는 환자와도 같았다. 작업을 끝낸 후 노인이 손에 든 기계의 뚜껑을 덮자, 펜릴은 다시 눈을 뜨며 멀리 보이는 산을 향해 재빨리 사라져 갔다. 펜릴이 그렇게 달리자 지크는 움찔하며 펜릴을 뒤쫓으려 했으나 노인이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아이를 안심시킨 후 말하세나 저기 골목에 자네 친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으니 거기서 기다리고 있게나. 펜릴을 저 지경으로 만들 정도의 사내에겐 해줄 말이 많으니까 말일세.”

노인이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제의에 승낙을 했다. 그는 곧 번개처럼 사람들에게서 사라져갔고,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자, 쿠키는 내일 아침에 돌아올 것이란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산으로 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얘야.”

노인의 부드러운 태도에, 아이는 다시금 훌쩍거리며 노인에게 안겨왔다.

“‥엄마랑‥아빠가 깨어나지 않아요‥어떡해요‥!!”

아이의 부모에 대한 것은 노인이 모르는 것이었다. 노인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을 때, 아이의 집 쪽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리! 아아‥마리야 무사했구나!!!!”

그 목소리에 아이는 깜짝 놀라며 집 쪽을 바라보았다. 파자마에 피를 묻힌 아이의 부모가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자. 아이는 노인에게서 떠나 부모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엄마!!! 아빠!!!”

그 가족이 서로를 얼싸안으며 상봉의 기쁨을 나누자, 노인은 빙긋 웃으며 천천히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그 광경을 계속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아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흠‥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선배님? 너희들은? 야밤에 소풍이라도 오셨나?”

지크는 피가 묻은 자신의 면티를 벗으며 풀숲에 숨어 있는 자신의 동료들에게 물었고, 그들은 천천히 풀숲에서 나오며 억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리진의 눈가에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것을 본 지크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면티로 리진의 얼굴을 살짝 덮었고, 리진은 순간 화를 터뜨리며 자신의 얼굴을 덮은 티를 지크에게 다시 집어 던졌다.

“지크!!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피 냄새가 나잖아!!!”

그러자, 지크는 자신의 티를 얼굴 가까이에 가져가 냄새를 맡으며 장난기 있게 말했다.

“헤헷‥내 코엔 피 냄새 대신 눈물 냄새가 나는데? 누구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까 그 꼬마 것인가? 헤헤헤헷‥.”

리진은 받아칠 만한 대답을 찾지 못한 듯 고개를 휙 돌려버렸고, 헤이그는 궁금한 얼굴로 지크에게 물어왔다.

“그건 그렇고‥아까 그 노인은 뉘시길래 펜릴을 훈련견처럼 다룬 거지? 자네 아나?”

지크가 말없이 어깨를 으쓱이자, 그의 뒤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궁금할 것이오‥허허헛.”

노인은 천천히 일행에게 다가왔고, 지크는 뒤로 돌며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힘이 드는 듯 도로와 인도를 막는 굵은 파이프형 바리케이드 위에 앉으며 말했다.

“먼저 앉은 것에 미안하게 생각하오 젊은이들. 내 이름부터 소개하리다. 난 과학자 멀린이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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