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443화


“커억–!!!!”

짧은 비명 소리와 함께, 지크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집 거실 한 구석에 처박혔다. 몇 번이나 공격을 해 보았지만 매번 허사로 돌아갔고 대신 얻은 것은 카운터 공격 뿐이었다. 지크를 공격한 그 갈색 머리의 여성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흠‥가즈 나이트들은 다 이런가요? 리오라는 분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힘의 차이를 알면서도 저에게 끝까지 공격을 하시는 이유는 뭘까요? 알 수 없네요. 자, 크라주님 나와주세요.”

그녀의 말과 동시에 그녀의 그림자에선 크라주의 모습이 뻗어 나왔고, 크라주는 허리를 굽히며 그 여성에게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예, 악마 귀족 크라주, 대령했습니다.」

“세이아라는 여자분을 찾아주시겠어요? 전 지크라는 오빠와 조금 더 얘기를 나눠야 할 것 같아서요. 부탁드립니다.”

크라주는 자신의 허리를 더욱더 굽히며 대답했다.

「예,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후후후후훗‥.”

크라주는 천천히 미끄러지듯 세이아가 있는 부엌으로 향했다. 세이아는 부엌 구석에서 떨고 있을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고 있지 못했다. 크라주는 자신의 황금빛 눈을 번쩍이며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다.

「후후후‥동족상잔의 비극인가‥? 후후후후훗‥. 자, 어서 이리 오시지. 안 그러면 아프게 해 줄 거야‥.」

세이아는 자신에게 점점 다가오는 크라주로부터 더욱더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더 이상 뒤로 갈 곳은 없었다. 크라주의 미소는 점점 회심의 미소로 바뀌어졌다.

퓽–!!

순간, 크라주는 자신의 등 뒤에서 날아오는 무언가의 느낌을 받고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반짝이는 물건은 세이아를 아슬아슬하게 비켜 머리 양 옆 벽에 박혔고, 그 물건이 수리검이라는 사실을 안 크라주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공중에 뜬 채 뒤를 돌아보았다.

「키잇! 웬 놈이냐!!!」

그러나, 상대는 바닥에 있지 않았다. 어느새 크라주보다 높이 떠오른 린 챠오는 강렬한 회전 킥으로 크라주의 귀를 가격했고, 퍼직 소리와 함께 크라주는 귀에서 검푸른 피를 뿜으며 식탁 위에 처박혔다. 챠오는 식탁과 함께 바닥으로 무너져 내린 크라주를 향해 주술이 걸린 수리검을 연속으로 던졌고, 크라주의 몸에 박힌 수리검은 곧 불꽃을 뿜어내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아아아앗–!!!!!」

크라주의 처절한 비명 속에서, 챠오는 세이아를 데리고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아, 챠오!!”

졸지에 챠오에게 안긴 세이아는 정황에 상관없이 챠오의 이름을 외쳤고, 챠오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안전하게 착지한 후 세이아를 보도에 내려주며 말했다.

“동료들에게 연락을 했으니 에펠탑 쪽으로 뛰어, 어서!! 여긴 나와 지크가‥흡!!”

말하던 도중, 챠오는 허리에 장비된 대 바이오 버그용 권총인 70구경 블래스터를 뽑아든 후 공중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공중에서 검푸른색의 피가 튀기기 시작했고 모습을 잠시 감추었던 크라주의 모습이 다시금 나타났다.

퍼엉–!! 퍼엉–!!

마치 대포와도 같은 굉음을 내며 장갑차의 80mm 초강도 합금도 뚫을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가스식의 9연발 자동 권총은 크라주를 향해 불꽃을 계속 뿜어냈다. 탄환이 떨어져 탄창을 가는 순간 크라주는 그야말로 악마의 모습으로 변해 챠오를 덮쳐왔고 챠오는 재빨리 세이아 쪽으로 몸을 피한 후 탄창을 갈아 낀 블래스터를 계속 쏘아댔다. 한 발 맞을 때마다 크라주는 뒤로 쭉 밀려 나갔으나 그리 큰 충격은 받지 않는 듯했다. 그런 크라주의 모습을 보며 챠오는 세이아에게 다시 한번 소리쳤다.

“어서 뛰어!!”

“하, 하지만 챠오는‥!!!”

세이아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챠오를 바라보았고, 챠오는 다시금 탄창을 빼고 빠르게 갈아 끼며 눈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크라주에게 주시한 채 세이아를 향해 말했다.

“‥코코아‥맛있었어.”

다시금 블래스터는 굉음과 함께 불꽃을 뿜어댔고, 세이아는 울음을 터뜨리며 챠오가 말한 에펠탑 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세이아가 도망치는 모습을 본 크라주는 안 되겠다는 듯 자신의 마기를 폭발시켰고 그 힘에 밀릴 수밖에 없는 린 챠오는 블래스터를 놓치며 뒤로 날려가고 말았다.

“‥!!”

날려가던 챠오는 중심을 잡으며 이번엔 틸·니켈 나이프를 꺼내었고, 벽을 발로 짚으며 크라주에게 몸을 날렸다.

순간.

푸욱–!!!

피부가 관통당하는 둔한 음향과 함께 챠오는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녀의 옆구리엔 크라주의 검은색 꼬리가 박혀 있었고, 크라주는 악마답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키키키키키키킷‥잠시 그러고 있어라, 네 처분은 나중에 해 주지. 먹어 치우던가, 몸을 갈기갈기 찢어 개들에게 던져주거나 할 테니까.」

퍼엉–!!!!

그때, 티베가 사는 맨션의 2층 벽이 뚫리며 무언가가 빠르게 반대편 건물 쪽으로 날려갔다.

“허억–!!!”

비명 소리와 함께 벽에 박힌 지크는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보도에 떨어졌다. 뚫린 벽 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 수수께끼의 여성은 자신의 갈색 머리를 훑으며 크라주의 옆에 내려섰다. 크라주는 챠오의 옆구리에 박아 넣었던 자신의 꼬리를 다시 짧게 만든 후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과연 대단하시군요. 저 가즈 나이트는 죽은 것입니까?」

“아뇨, 가즈 나이트들은 죽으면 빛으로 변해요. 그리고 나서 3개월 후 사라졌던 바로 그 자리에 다시 나타나죠. 빛으로 변하지 않는 것을 보니 살아있긴 한 모양이네요. 호호호호홋‥”

“지크 씨!! 챠오!!!”

그때, 멀리서 한 여자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이아가 시장에서 돌아오던 카루펠과 만나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다시 말의 모습으로 변해 있던 카루펠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지크를 향해 달려갔고, 세이아는 옆구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챠오에게 향했다.

“챠오, 안 돼 챠오!!! 죽지 마, 제발 죽지 마!!!”

그러나 챠오는 움직일 줄을 몰랐다. 마치 태엽이 풀린 장난감처럼, 모든 생체 기능이 정지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으, 으윽‥!!!”

지크는 다시금 몸을 일으켜 보았다. 옆에 카루펠이 있는 것을 확인한 지크는 카루펠에게 의지해 비틀거리는 것을 겨우 멈출 수 있었다. 머리를 부비며, 지크는 천천히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어떻게 이럴‥엇!? 챠오!!!!”

순간, 지크의 눈엔 쓰러진 챠오와 세이아의 모습이 들어왔고 그는 희미하게 뜨고 있던 눈을 번쩍 뜨며 챠오의 모습을 더욱 자세히 바라보았다. 세이아가 울며 흔드는 바람에 챠오의 머리는 지크 쪽으로 돌려졌고, 챠오의 눈 동공이 열려 있는 것을 본 지크는 입을 벌린 채 말을 잇고 말았다.

“…………………!!!!!!!!!!!!!!!!!!!”

풀려 있던 지크의 주먹엔 점차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미간도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수수께끼의 여성은 그런 지크의 모습을 힐끔 바라보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어머? 드디어 정식으로 싸울 마음이 생기셨나 보군요? 호호호호홋‥.”


“크크크크크‥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기자실의 문을 부수고 들어온 그 사내는 긴 괴성과 함께 네그에게 거칠게 달려들었고, 네그는 이상하게도 그 사내의 돌격을 피할 수가 없었다. 달려드는 바람에 그 사내가 쓰고 있던 모자는 넬과 티베가 있는 쪽으로 날려졌고, 그 사내의 은회색 장발이 공중으로 펄럭였다. 그리고 검푸른 피도‥.

양팔로 네그의 어깨를 잡은 그 사내는 네그의 어깨에 손가락을 박아 넣은 후 그대로 팔을 뽑아 양옆으로 던졌고, 네그는 안 되겠다는 듯 몸을 피하려 했으나 그 사내의 코트에서 나온 검이 더 빨랐다. 검은 네그의 몸을 뚫고 벽에 깊숙이 박혔고, 검에서 뿜어지는 암흑의 힘에 의해 네그는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표본함에 들어간 곤충과 같이 고정된 네그를 보며, 그 사내는 만족한 듯 씨익 웃어 보였다. 그리고 나서 네그의 턱에 손가락을 가져가며 중얼거렸다.

“오, 그래‥좋은 생각이 났어‥크크크‥. 너, 가시나무 새의 얘기를 아나? 모른다고? 크크크크크‥!!!”

네그에게 일방적으로 말을 한 그 사내는 티베가 쓰던 나무 탁자를 주먹과 발로 산산조각을 내었고, 부서질 대로 부서져 뾰족하게 되어 버린 큰 나무 파편들을 들며 네그에게 소리쳤다.

“크크크‥모른다면 몸으로 느끼게 해 주마!!! 크와하하하하하하하핫–!!!!!!”

푸욱!!! 푸욱!!!

자신들의 눈앞에서 직접 벌어지는 그 잔악한 광경을 보며, 엄밀히 말해 아직 어린아이였던 넬은 그만 실신해 버렸고 티베는 제발 자신도 실신했으면 하는 바람을 속으로 안타깝게 바라기 시작했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