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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50화


“여러분, 모두 뒤로 물러서 주시겠습니까?”

레이의 말에, 일행은 청운을 중심으로 넓게 물러섰고, 케이 역시 청운으로부터 물러섰다. 넓게 자리가 확보되자, 청운은 양손을 모은 후 눈을 감고 기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흐으으으으으으으으으음‥!!!!!!!!!”

기력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청운이 입고 있는 펑퍼짐한 도복은 크게 펄럭였고, 그의 몸에서도 흰색 빛이 점점 발하기 시작했다. 조금 후, 자신의 기력이 적절히 올라갔다 생각한 청운은 눈을 번쩍 뜨며 짧게 외쳤다.

“진(陣)!!!!”

청운의 일갈과 동시에, 지면이 터지며 청운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문자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거대 문자는 청운의 몸에서 뿜어지는 흰색의 기와 반응하듯 엄청난 양의 빛을 뿜어냈고, 그 빛은 구름을 뚫고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청운은 기를 낮추며 자신이 만든 빛의 기둥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자아, 모두들 이 안으로 들어오시오. 도성(都城)까지 여러분을 곧바로 모셔 드릴 것입니다. 우선 공주 마마, 이쪽으로‥.”

청운은 케이를 향해 허리를 굽히며 말했고, 케이는 그 빛 안으로 향하며 일행에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안전하답니다. 동방의 정신술이 만들어낸 이동 수단 중 하나니까요. 그럼 제가 먼저‥.”

케이는 곧 빛 안으로 들어갔고, 그녀의 모습은 위로 붕 뜨는가 싶더니 곧바로 사라져 갔다. 테크와 리마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자신들의 근처에 서 있는 로드 덕을 향해 이상한 손짓을 할 뿐이었다. 로드 덕은 한심하다는 듯 둘에게 소리쳤다.

“이런 이런‥. 그렇게 놀라워할 것은 없어. 동방 대륙은 산지가 험하고 산속에 야수들이 꽤 살기 때문에 큰 도시마다 한 개씩 주문진이 그려져 있다. 높은 사람들이나 정말로 급한 사람들이 편하고 빠르게 다른 먼 도시로 옮겨갈 때 주문진과 주문진 사이를 옮겨가는 것이야. 보통 사람들은 반드시 주문진이 있는 곳에서만 이 성도(聖道)를 사용할 수 있지만, 예외로 성도를 만든 9인의 선인인 청운의 경우는 아무데서나 자리만 확보된다면 저 주문진을 만들어 어디든지 갈 수 있지.”

테크와 리마는 신기하다는 표정만을 지을 뿐이었다. 아슈탈 역시 신기하다는 듯 로드 덕에게 물었다.

“그럼 워프 마법하고 비슷한 것입니까?”

그 질문에, 로드 덕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음‥우리가 쓰는 [워프] 마법과 비슷하지만, 꼭 비교를 하자면 워프가 웬만한 고등 마법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대신 만약 사용한다면 자기 맘대로 어디든지 갈 수 있지만, 성도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대신 갈 수 있는 지역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이라고나 할까?”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노엘은 안경을 매만지며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이 말씀이시군요. 어쨌든 듣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데요?”

로드 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노엘에게 웃어 보였다.

“허허헛‥그렇지. 나도 동방에 처음 왔을 때 정말 놀랐었어. 자, 노엘 자네는 베르니카 양과 함께 여왕님과 공주님, 미네리아나 님을 모시고 저 안으로 들어가게나. 저기 저 젊은이들은 우리가 다 들어간 다음에야 들어갈 것 같으니까.”

노엘은 로드 덕의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슈렌을 비롯한 가즈 나이트 넷은 각각 딴청을 피우는 것으로 보였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한 명 한 명이 동서남북 중 한쪽을 맡은 채 일행을 경호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단한 사람들이야.”

노엘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직도 레이와 케이가 동방 대국의 공주라는 것을 안 뒤에 얻은 충격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린스를 향해 걸어갔다.

슈렌이 계속 마을 쪽만 바라보고 있자, 옆에 서 있던 라이아는 지루하다는 듯 바닥에 몸을 구부리고 앉아 나뭇가지로 땅바닥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여왕 일행이 성도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슈렌은 라이아의 등을 손끝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가자.”

“아, 알았어요 슈렌 오빠. 아, 레디 오빠다!!”

라이아는 곧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레디를 향해 뛰어갔고, 슈렌도 역시 성도 안으로 향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

순간, 슈렌은 라이아가 바닥에 그린 낙서에 우연히 시선이 갔다. 그 낙서엔 장발을 한 남자가 낙서답게 그려져 있었고, 그 옆엔 작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바보 슈렌 오빠」

“…”

가만히 그 낙서를 들여다보던 슈렌은 곧 덤덤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성도를 향해 걸어갔다. 바이론 역시 슈렌과 함께 묵묵히 그 주문진 안으로 향했다.

그들은 곧 빛과 함께 어디론가 날려가기 시작했다.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포근할 정도였다. 빛이 걷히고, 일행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성 안의 광장과 그 광장 안에 열을 맞춰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으, 으아아‥.”

테크는 자신이 보고 있는 그 거대한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린스도 마찬가지였다.

“세, 세상에‥!? 누, 누가 죽기라도 했나? 사람들이 왜 이리 많지?”

그렇게 말하는 린스에게 슈렌이 조언을 하듯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축제 분위기입니다. 아직 풍악을 울리지 않은 것뿐이지요.”

“추, 축제!? 그런데 풍악이 뭐야 돌덩이?”

“음악을 동방에선 풍악이라 곧잘 부릅니다.”

낮은 톤으로 슈렌이 계속 그렇게 설명을 해 주자, 린스의 옆에 서 있던 노엘이 웃으며 슈렌에게 물었다.

“어머? 슈렌 씨는 동방에 대해서 아시는 것이 많으신 모양이군요?”

“곤란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서로 수군대는 일행을 향해, 단순미를 강조한 옷을 입은 여인들이 목걸이들을 윤기가 흐르는 헝겊 위에 올려놓은 채 다가왔고, 자신들 앞에 불쑥 내밀자 사바신은 짙고 굵은 눈썹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슈렌에게 물었다.

“이, 이게 뭐지? 난 목걸이 좀 싫어하는데?”

슈렌은 합장하며 그 여성들에게 묵묵히 인사를 한 후 자신에게 온 목걸이를 목에다 걸며 말했다.

“‥일종의 통역기.”

그러자 로드 덕이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가 맨 처음 도착한 항구 도시에선 서방 언어가 조금이나마 통했지만, 이곳은 동방 대륙 깊숙한 곳이어서 언어가 거의 통하지 않을 거야. 이 목걸이는 염주(念珠)라 불리는데, 이걸 걸면 통역이 되지. 나도 처음엔 이걸 사용하다가 나중엔 동방 언어를 조금씩 배웠지. 청운 선인에겐 서방 언어를 가르쳐줬고. 별로 예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거는 게 좋을 거야.”

일행이 고개를 끄덕이며 염주를 걸자, 곧 케이가 일행에게 다가왔고 그녀는 빙긋 웃으며 일행에게 말했다.

“자, 곧 저희 부모님께서 나오실 것입니다. 레프리컨트 여왕님과 린스 공주님께서는 그냥 서 계십시오. 다른 분들은 서방에서 하던 예를 그대로 하셔도 무방합니다. 아, 사바신님은 입가에 흙을 좀‥.”

그 말에, 육지에 도착한 다음 감격에 겨워 땅에 입을 맞춘 후 그대로 다니던 사바신은 아차 하며 자신의 검은 코트 자락으로 입가를 털었다. 케이는 청운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청운 노사, 그동안 아바 마마와 어마 마마께선 별고 없으셨는지요?”

그러자, 청운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예‥그, 그렇습니다. 하하핫‥.”

곧, 풍악이 울리기 시작했고 멀리 보이는 큰 건물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거의 300m 가까이 되었기 때문에 성질이 급한 사바신은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젠장‥운동 좀 하실 것이지 왜 이렇게 느릿느릿 와‥아얏.”

투덜대던 사바신은 레디가 자신의 등을 친 후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헛기침을 하며 앞을 주시했다.

“‥귀찮군, 크크‥.”

바이론의 굵은 목소리가 광기에 실려 들려오자, 슈렌을 제외한 전 일행은 초긴장을 하며 바이론을 슬쩍 바라보았고, 바이론은 슈렌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도망가진 않을 테니 부르기만 해라. 난 무릎이 아파서 도저히 인사를 할 수 없겠어, 크크크‥.”

슈렌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바이론의 모습은 그림자처럼 조용히 사라져 갔다. 그러자 일행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영문을 모르는 청운은 로드 덕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저 회색 피부의 협객이 뭐라도 되는가? 왜 자네를 비롯한 사람들이 모두 긴장을 하나?”

“‥저 협객과 한 3일 정도 같이 지내보면 안다네. 운이 좋으면 하루 만에 알 수도 있고. 말로는 형용을 못하지‥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동방 대국의 왕과 왕비는 곧 일행과 가까이 마주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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