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72화
21장 [Rock & Roll]
바이론은 조금 후 소리없이 밖으로 나갔고, 집안엔 세이아와 지크, 넬, 챠오, 카루펠이 있었다. 바이론 덕분에 잠에서 깨어난 넬은 부스스한 얼굴을 한 채 새로 산 TV 앞에 앉아있기만 했고, 그 옆에 앉아있는 지크는 계속 과자만을 씹을 뿐이었다.
“‥넬, 챠오는 뭐하니?”
“네? 선배님은 아직 주무시는 것 같은데요?”
넬은 손으로 눈을 비비며 대답했고, 지크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마지막 과자를 공중에 높이 집어 던지며 말했다.
“그래‥하긴, 피곤하긴 할 테지. 놀리고 싶긴 해도 놔두지 뭐‥.”
지크가 공중에 띄웠던 마지막 과자는 곧바로 지크의 입안에 들어갔다. 마지막 과자는 팝콘이든 뭐든 그렇게 처리하는 지크의 버릇 중 하나였다.
디리리리링‥
그때, 전화가 울렸고 넬은 별 생각 없이 그 전화를 집어 들었다.
“네, 티베 프라밍 기자님의 집입니다.”
「응, 나야 넬. 지크 옆에 있니?」
“아, 티베 언니? 잠깐만 기다리세요.”
넬은 곧바로 지크에게 전화를 건네주었고, 지크는 리모컨으로 TV의 채널을 바꾸며 전화를 받아 들었다.
“네에〜지크·스나이퍼입니다.”
「난데‥힐린 언니‥도저히 연락이 안 돼.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출판사에서도 모르겠다고 하고‥.」
티베가 다짜고짜 그렇게 나오자, 지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전화에 대고 티베를 향해 말했다.
“헤이, 언니‥라디오 연애 드라마라도 틀어놓은 거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으윽‥이봐!!! 사람이 진지하게 나오면 좀 진지하게 받아줘야 할 것 아니야!!! 사람이 벌써 3일 동안 행방이 묘연한데 진짜 농담 따먹기나 할 거야!!!!」
전화기가 울릴 정도로 티베가 소리를 치자, 지크는 씨익 웃으며 티베에게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흐음‥어디 봅시다. 힐린·벨로크 여사 실종 사건. 납치라는 증거 없음. 흔적 없음. 단서는 단 하나. 3일 전 아침 8시 13분경‥집에 아무도 없었을 때가 있었죠. 나는 넬과 함께 티베라는 시끄러운 아가씨를 직장에 데려다주는 중이었고, 세이아 씨는 시장에 가 있었고, 카루펠은 우리를 태우고 있었고, 챠오는 화장실에 갔는지 어쨌는지 하여튼 집에 없었죠. 타이밍 좋게도 그 시각 전화가 걸려왔고, 집안에 계시던 힐린 아주머니는 그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전화의 출처는 파리 시내의 한 특급 호텔. 그 후로 올해 30세의 힐린 아주머니는 행방불명. 자아, 됐습니까 티베 기자?”
지크가 거의 빈틈없이 조사한 것에 넬과 전화 안의 티베는 동시에 놀라고 있었다. 지크는 앞에 있는 쟁반을 손가락으로 돌리기 시작하며 계속 말했다.
“에엔드(AND)〜이 집 주변엔 지금으로부터 약 일주일 전 일곱 개의 카메라가 설치되었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비에 맞았는지 고장이 났고, 나머지 여섯 개는 열심히 이 집을 조사했죠. 전 독일에서 돌아오자마자 방해 공작을 해 나갔습니다.”
말이 거기까지 나오자, 티베가 갑자기 낮은 음성으로 중얼대기 시작했다.
「‥방해 공작이 거실에서 육체미를 하는 거야‥?」
“아니, 난 그냥 여자 많이 사는 집에 관심 있는 변태 짓인 줄 알았거든. 어쨌든‥결과는 힐린·벨로크 여사 실종. 그분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장소는 파리 특급 호텔, [나폴레온]. 그리고 그 호텔의 로비와 옥상, 지하 주차장엔 제네럴 블릭에서 만든 최신 스텔스 방식의 고속 기동 병기 BX-F라는 귀염둥이가 시각 장치로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뭐, 지크라는 멋진 사나이가 오길 기다리는 모양이지요. 헤헤헤헤헷‥.”
「대, 대단해‥! 정말 다시 봤어!!」
“정말이에요!! 지크 선배 최고예요!!!”
넬과 티베는 감동한 듯 동시적으로 지크에게 찬사를 보냈고, 지크는 씨익 웃으며 티베에게 말했다.
“아 참‥티베? 의자에 앉아 오른손으로 전화 들고 있지?”
「응? 그렇긴 한데‥?」
“그럼, 왼쪽 팔꿈치를 뒤로 강하게 휘둘러 봐. 이유는 묻지 말고 빨리빨리.”
「‥아, 알았어. 에잇!!」
퍼억–!!!!
「허어억‥!!!!!!!」
순간, 한 남자의 격통이 실린 비음이 전화기 안에서 들려왔고, 곧이어 티베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세, 세상에!! 칼을 든 남자가!!!」
지크는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일으키며 마지막으로 티베에게 말했다.
“헤헷, 그 녀석 좀 중요한 급소를 맞았을 테니 녀석 걱정은 하지 말고 어서 그 자리를 피해. 가급적이면 가요 순위 프로그램 등을 하는 스튜디오로. 내가 곧 갈게, 기다려줘〜.”
「앗! 이봐 잠깐!!」
철컥–
지크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재빨리 현관으로 가며 넬에게 말했다.
“조금 있으면 챠오 내지는 바이론 아저씨가 올 테니 넌 여기서 가만히 있어. 올 때 아이스크림 사올게. 헤헤헷‥그럼!”
지크는 바람처럼 그 건물을 나섰고, 넬은 휭하니 열려진 현관문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며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중얼거렸다.
“하암‥오늘은 선배가 기분 좋은 모양이네‥?”
그때, 넬이 문을 닫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팔로 문을 막았고, 넬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얼굴에 검은 복면을 한 누군가가 소음기가 끼워진 권총을 든 채 문을 막고 있는 모습이 넬의 눈에 들어왔다. 복면의 남자는 뚫린 입구멍을 통해 씨익 웃어 보였고, 넬은 침을 꿀꺽 삼키며 숨을 멈출 뿐이었다.
‘기, 기다리고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