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76화
“‥헤헷, 잘 됐군. 그럼 날 믿게 만들어 주지‥!!”
“자, 잠깐 지크! 난 그런 뜻이 아니라‥!!”
지크는 티베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자신 있게 말했고, 진심이 아닌 농담으로 그런 말을 했던 티베는 속으로 굉장히 미안해하며 지크를 따라 나섰다. 지크가 아무 말없이 계속 걸어가자, 티베는 결국 살짝 아양을 떨며 지크에게 접근을 해 보았다.
“헤헤‥저어, 지크. 화난 거야?”
그러자, 지크는 별일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아니, 내가 왜 화가 나‥. 그냥 집중하고 있는 것뿐이야.”
그렇게 지크가 대답하긴 했지만, 그래도 티베는 지크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국 로비를 지나가던 도중, 지크는 순간 그 자리에 멈춰 섰고 티베 역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곧이어 검은 옷차림의 닌자 다섯 명이 이번엔 제대로 된 모습으로 둘의 앞에 팔짱을 낀 채 나타났고, 지크는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흥, 닌자 주제에 정면 대결을 하려고 그러는 거냐?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조금 나쁜 상태인데‥윽!”
그러자, 옆에 있던 티베는 인상을 찡그리며 지크의 등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화 안 났다며‥!”
결국, 지크는 티베에게 꽤 강하게 찔린 등을 매만지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으‥인간적으로 그런 말 들어 화 안 날 사람이 어디 있어? 그 말은 이 지크님의 자존심을 뭉개도 한참 뭉갠 거라고!!!”
“뭐라고? 악의가 없다고 했잖아!! 사과도 했고!!!”
“화났어? 물어보는 게 사과라고 생각하니 넌?”
“이런‥!! 리오 씨는 그보다 더한 말 들었어도 별말 안 했는데 넌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길래 직접적으로 나오는 거야?”
“그 녀석은 그 녀석이고 나는 나야! 비교 자체를 하지 말라고!!”
그렇게 싸우는 둘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다섯 명의 닌자는 오래 볼 것 없다는 듯 등에 장비한 소태도에 손을 가져간 채 곧바로 둘을 향해 빠르게 대시를 하기 시작했다.
“멈춰라!! 감히 누구에게 손을 대려고 하는 것이냐!!”
순간, 우렁찬 함성과 함께 한 소년이 검을 빼 들고 번개같이 닌자들에게 달려들었고, 소년의 생각보다 빠른 공격에 닌자 한 명이 그대로 당하고 말았다. 소년은 다른 닌자를 처리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으나,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그 소년이 한 명을 처리하는 동안 지크는 어느새 티베를 바닥에 앉히고 네 명을 고깃조각으로 만들어놨고, 막 한 명을 벤 그 소년의 목에 새파란 칼날을 대고 있었다. 그 미소년은 순간, 큰 눈을 반짝이며 지크에게 소리쳤다.
“지, 지크 씨‥!! 저예요, 못 알아 보시겠어요?”
“닥치고 엎드려!”
순간, 지크의 왼손이 소년의 뒷덜미를 잡아 바닥에 내리쳤고,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놀란 소년은 바닥에 쓰러진 채 지크를 돌아보았다.
“아, 아앗!?”
「쿠오오오오오오오오–!!!!」
자신이 베었다고 생각한 닌자 한 명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괴물로 변하며 일어섰고, 나름대로 소년을 피신시킨 지크 역시 몸에 기합을 넣으며 손에 들린 무명도를 빠르게 움직여 나갔다.
“육백칠이식, 일광(六百七二式日光)–!!”
그 순간, 수십 개의 검광과 함께 잠시 괴물로 변했던 닌자는 부위별로 추려지며 바닥에 흩어졌고, 곧 동료 닌자의 시체들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져 갔다. 지크는 버릇대로 손 안에서 무명도를 몇 번 돌린 뒤 칼집에 깨끗이 집어넣은 후 티베를 바라보았다.
“자, 이제 날 믿겠‥어라?”
그러나, 티베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온몸에 레이저 조준기의 붉은색 광점이 찍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지크는 팔짱을 낀 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쳇, 천벌이다.”
그러자, 티베는 거의 울먹이다시피 하며 지크에게 소리쳤다.
“그, 그러지 말고 좀 도와줘!!”
“누, 누나!!”
순간, 티베는 좌우로 눈을 굴려 보았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울렸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앞에 쓰러진 정체불명의 검객 소년이 자신을 울먹이다시피 하며 보고 있었고, 그 소년의 얼굴을 멍하니 보던 티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소리쳤다.
“케, 케톤‥!! 케톤!!!”
파앙–!!
그때, 방송국의 넓은 로비 안을 총알이 튀는 소리가 메웠고, 케톤은 멍하니 자신의 누나 티베가 있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누, 누나‥!?”
티베는 어느새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고, 곳곳에 숨어있던 클리너들은 순간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여성의 높은 비명 소리가 그 순간 로비 안에 울렸고, 클리너들과 구경꾼, 케톤은 모두 18m 위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티베와 천장에 왼손 손가락을 박은 채 자신과 티베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지크의 모습이 있었다. 지크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품 안에 있는 티베에게 소리쳤다.
“아이구! 왜 여기서 소리를 지르는 거야!!!”
“이 바보야!! 내가 챠오인 줄 알아!!!”
곧바로 클리너들은 방아쇠를 당긴 채 천장에 붙어 있는 지크와 티베를 조준했고, 지크는 재빨리 몸을 돌려 천장에 거꾸로 다리를 붙인 후 손가락을 떼며 오른손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휘둘렀다.
“외식, 전탄(錢彈)–!!”
순간, 동전이 탄환보다 더 빨리 공중을 날았고, 클리너들은 모조리 머리에서 피를 뿜으며 그 자리에서 즉사를 했다. 티베와 함께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한 지크는 한시름 놓았다는 듯 숨을 후우 쉬며 티베를 놓아주었다.
“자아, 이제 남은 것은 하나뿐이니 그 사이 남매 상봉을 하시지?”
지크는 씨익 미소를 지은 채 손으로 케톤을 가리켰고, 케톤과 티베는 울먹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누, 누나‥역시 살아있었어‥!!”
“케톤‥!! 정말‥케톤이야‥?”
그때, 갑자기 지크가 둘을 자신의 양 팔에 끼며 짧게 중얼댔다.
“욧, 이제 감동의 상봉식은 끝.”
“엣!? 무, 무슨‥!!”
티베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봄에도 불구하고, 지크는 둘을 데리고 정문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엉뚱한 총성과 함께 총격이 가해졌고 정문을 통과한 지크는 곧바로 계단 뒤로 몸을 날렸다. 물론 그곳에도 총격은 가해졌고 지크는 석재 파편으로부터 둘을 보호하며 인상을 가득 쓴 채 중얼거렸다.
“젠장할, BX-F까지 동원하다니, 이 녀석들 오늘 뿌리를 뽑으려고 하는군!!”
“B, BX-F!?”
티베가 머리를 웅크린 채 물어오자, 지크는 왜 이런 곳에서도 그녀가 기자 근성이 발동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생각을 하며 결국에는 대답을 해 주었다.
“제네럴 블릭에서 만든 고 기동 스텔스 육상 병기지! 정식 명칭은 BX-Final이야! 이런 젠장, 총알도 안 떨어지나!! 어쨌든 BX 시리즈의 파이널 버전이라 불릴 정도로 전투 능력은 대단하지! 건물 천장에 거꾸로 붙을 수 있을 정도로 운동성이 뛰어나고!! 예전에 시험기 중 몇 대가 인공지능 폭주를 한 일이 있어 붙어본 적은 있어, 하지만 그때보다는 더 강하겠지!! 시각 방해 장치는 그때도 있었지만 이번엔 암행 장치까지 붙은 것 같아!!! 좋아, 둘은 여기서 계속 상봉하고 있어! 저 녀석은 내가 박살 내지!!!”
그렇게 말하며, 지크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몸을 옆으로 이동해갔고, 탄의 방향도 지크가 움직이는 쪽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공격이 자신들에게 오지 않자, 티베는 살짝 머리를 내밀어 총격이 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신기하게도 허공에서 불을 뿜어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분명 뭔가가 있었다. 공중에서 금속 물질들이 결합해 날아갈 리는 없기 때문이었다.
지크가 차들의 옆을 지날 때마다 스쳐 지나간 차들은 모조리 폭발해 공중으로 치솟았고, 지크는 결국 안되겠다는 듯 어느 한 지점에서 몸을 멈추며 오른팔을 치켜올렸다.
“으랴아아아아앗–!!!!!”
쿠우우우웅–!!!
지크가 아스팔트 면을 내리침과 동시에 커다란 아스팔트 조각이 앞으로 들어 올려졌고, 보이지 않는 총격은 지크의 앞으로 들어 올려진 아스팔트에 집중되었다. 그 순간, 아스팔트 밑 지하 7m 아래에 매장된 상수도관의 파열로 인해 공중엔 거대한 물줄기가 솟아올랐고 공중에 솟은 물들은 곧 방송국 앞 주차장 사방에 뿌려졌다.
그때, 주차장의 한 부분에서 전기적 스파크가 약간씩 흘렀고 희미하게나마 굵은 다리를 지닌 중형 보행 전차의 모습이 보여졌다. 물을 흠뻑 맞고 있던 지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허리 뒤에 장비된 무명도에 손을 가져갔다.
“좋아, 여기서 끝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