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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88화


“마마, 큰일났사옵니다!!!”

북문 쪽의 지형 등을 이용해 적들을 처리할 방법을 무관들과 함께 손수 모색 중이던 청성제는 한 명의 궁인이 또다시 급히 달려오며 소리치자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문밖에서 안절부절하고 있는 궁인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냐, 어서 말해 보거라!”

“예, 예‥!! 북쪽 성문이 대파되었습니다!!”

그러자, 청성제를 비롯한 모든 무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성문이 대파될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었다.

“뭐, 뭣이!? 더 자세히 말을 해 보거라!!!”

그러자, 궁인은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네, 마마‥성문이 부서지긴 부서졌지만, 적들 역시 만만치 않은 피해를 당했습니다‥.”

궁인이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하자, 청성제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궁인에게 다시 물었다.

“‥무, 무슨 소리인가‥? 누가 거기에 폭약이라도 터트렸단 말인가?”

“‥아뢰옵기 황공하오나‥그게 저‥.”


한순간의 섬광이 남기고 지나간 것은 폭발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성문과 그 충격으로 인해 뒤로 쓰러진 병사들, 그리고 성문으로부터 일직선으로 밀려 나간 숲의 흔적뿐이었다. 광황포의 범위 내에 들어있던 마물들과 야만족들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성문이 있던 자리에 계속 서 있던 휀은 목을 이리저리 풀며 공중으로 몸을 띄웠고, 성의 북쪽을 뒤덮은 숲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6천‥7천쯤 되는군.”

그렇게 중얼거린 휀은 왼손을 들어 올렸고, 그의 손에선 곧 흰색의 빛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 빛의 크기는 점점 커져, 조금 후엔 본성에까지 보일 정도가 되었다.

본성 쪽에서 혹시라도 일어날 전투에 대비를 하던 사바신과 슈렌은 그 빛을 본 즉시 무기를 내리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고, 심심했던지 대피하라는 말을 무시한 채 옆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린스는 양손으로 턱을 받친 채 사바신에게 물었다.

“왜 그래? 저기 있는 빛이 뭐라고 그래?”

린스의 질문을 들은 사바신은 자신도 따분한 듯 자신의 목도로 북쪽에 빛나는 빛을 슬쩍 가리킨 후 대답해 주었다.

“저어~기 있는 빛은, 휀의 기술 중 하나인 [레이브 라이트]라는 것이옵니다 마마. 얼핏 듣기로는 6천 정도 된다는데, 저거 나온 이상 적들이 보통 인간 내지는 마물이라면 많이 남아봤자 천 명? 범위 내에 밀집해 있으면 전멸일 수도 있고‥뭐, 그러니 우리가 나갈 필요는 없겠죠.”

그러자, 린스는 말이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설마.”

둘의 말을 들으며 가만히 누워있던 슈렌은 무엇이 머리에 떠올랐는지 다시 몸을 일으킨 후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봐, 어디 가는 거야 돌덩이?”

너무나 할 일이 없는 듯이 보이는 린스의 질문에, 슈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

“궁금해서입니다.”

그렇게 대답한 슈렌은 빠르게 사라져 갔고, 린스는 다시 별것 아니겠지 하며 사바신에게 물었다.

“궁금하면 산책하는 버릇이 있나 봐?”

“아뇨, 저 녀석은 귀찮은 사람을 싫어하죠.”

그 말을 들은 린스는 사바신의 말을 곰곰이 되뇌어 보다가 결국 눈을 찡그리며 사바신을 바라보았다.

“‥너와 나, 둘 중에 누가 귀찮은 사람이지?”

“….”


숲에서 진격 명령을 기다리던 야만족들과 마물들은 북문의 폐허 위에서 빛나는 광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태양이 두 개 뜬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찬란한 빛이었기에 그들은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 빛을 모으던 휀은 모인 빛을 흘끔 본 후 손을 불끈 쥐었고, 빛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왼손을 자신의 오른쪽 어깨쯤에 돌린 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5천 5백 명 정도 죽을까‥모르겠군.”

그 후, 휀은 자신의 손을 펴며 왼쪽으로 강하게 휘둘렀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면에 착지하며 중얼거렸다.

“터져.”

쿠우우우우우우우웅–!!!!!!!!!

순간, 성의 북쪽 숲에선 엄청난 크기의 빛의 장막이 솟구쳤고, 그 장막을 중심으로 숲 일대엔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로 인해 생긴 화염의 높이는 본성에서 제일 높은 탑의 높이에 가까울 정도였다. 성안의 병사들은 폭발의 섬광과 폭발로 인해 생긴 엄청난 흙먼지 때문에 다시금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그 흙먼지의 폭풍 안에서 휀은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덮은 채 유유히 성 안쪽으로 향할 뿐이었다.

“아, 아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북쪽에서 들려온 엄청난 폭음과 폭발의 진동에 청성제와 무관들은 또한번 놀랐고, 곧이어 궁인이 다시 소식을 들고 회의실로 달려왔다.

“마마!! 성 북쪽의 숲과 함께 적들이 거의 전멸당했사옵니다!!!”

그러자, 청성제는 놀라움과 안도감이 반쯤 섞인 말투로 궁인에게 물었다.

“숲과 함께? 그게 무슨 소리인가!!! 자세히 말해 보게!!”

“예, 서방에서 오신 기사분 중 한 분이 묘술을 쓰셨는지, 성의 북쪽 숲과 함께 그 숲 안에 숨어있던 야만족과 마귀들을 모조리 쓸어버리셨다 하옵니다!!!”


한편, 성의 광장에 서서 북쪽의 대폭발 장면을 지켜보던 케이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흐음‥확실히 대단한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군. 리오 씨보다도 더 강할 것 같은데? 이제 오늘의 걱정은 좀 덜어도 괜찮은 걸까?”

「그럴 리가 있나‥키키키키킷‥.」

순간, 케이는 몸이 일순간에 얼어붙는듯 한 느낌을 받았다. 안 들은 지 얼마 안된 탓에 매우 친근한 목소리였지만 그리 듣고 싶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케이는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그녀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에 고정이 된 듯,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곧, 그녀로부터 몇 발자국 앞의 공간이 베어지듯 하며 좌우로 열렸고, 거기선 보라색 광대 옷을 걸친 키 2m가량의 거인이 불쑥 튀어나왔다.

“조, 조커 나이트‥!!”

그녀의 앞에 나타난 조커 나이트는 킥킥 웃어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기억해 주시니 황공할 따름이옵니다‥키키키킷‥. 이제 방해꾼이 진짜 없으니 당신을 처리할 수 있겠군요. 몸 안에 두 개의 영혼을 지닌 존재‥신이 용납하지 않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쌍둥이 자매‥!! 당신이 죽으면 이제 끝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조커 나이트는 자신의 품 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었다. 낫을 든 사신의 모습이 그려진 타로 카드였다. 조커 나이트의 손에서 떠난 그 카드는 곧 연기와 함께 거대한 낫으로 변했고, 조커 나이트는 그 낫을 케이의 목에 대며 중얼거렸다.

「서쪽 대륙은 이미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갔고, 이제 이 대륙만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가면 우리의 계획은 끝납니다‥이 세계의 시간으로 천년, 다른 세계의 시간으로는 수만 년에 이른 우리의 계획이!! 자, 죽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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