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94화
리오는 엑스컬리버를 제자리에서 휘두르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예전에 그가 쓰던 검인 디바이너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솜털과 같이 가벼운 검이라는 느낌이 휘두를 때마다 들었다. 오히려 파라그레이드 보다도 가벼운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무게에선 그렇지가 않았다. 그만큼 중심이 완벽하게 잡힌 검이라는 증거였다.
곧, 리오는 검을 멈춘 후 공중으로 몸을 띄우기 시작했고 그 여성 역시 리오를 따라 몸을 띄웠다. 가급적이면 일행이 있는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까지 온 리오는 곧 멈춘 후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팔 근육을 주무르며 그녀에게 중얼거렸다.
“자아‥이 정도면 됐군. 얘기나 시작해 보지.”
퓽–!!!
순간, 신속의 공격이 리오에게 날아들었고 리오는 몸을 살짝 옆으로 틀어 그 공격을 간단히 피한 후 그녀에게 말했다.
“이런 이런‥신사적이지 못하군. 후훗‥.”
※
세이아는 티베에게 누군가의 안경을 전해주었다. 세이아는 몰랐지만 티베는 매우 잘 알고 있는 안경이었다.
“‥힐린 언니의 것‥!? 설마, 힐린 언니에게 무슨 일이‥!!”
그러자, 세이아 역시 놀라며 티베를 바라보았고 티베는 불안에 가득한 얼굴로 안경을 꼭 쥔 채 중얼거렸다.
“‥아, 아니야‥힐린 언니는 그냥 소설가일 뿐인데‥!! 이 일엔 아무 관련이 없을 텐데‥!!!”
그때, 지크가 바지 주머니에 왼쪽 손을 꽂은 채 천천히 부엌 안으로 들어왔고, 그리 좋지는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세이아, 티베, 카루펠을 바라보며 약간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음? 무슨 일 있나? 왜들 그런 표정으로‥.”
그러자, 티베는 지크의 앞으로 다가와 안경을 내보이며 하소연하듯 말했다.
“힐린 언니가‥!! 아무래도 심각한 일이 생긴 것 같아, 좀 도와줘!!!”
그러자, 가만히 안경을 바라보던 지크는 곧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티베에게 말했다.
“‥위험한 쪽으로 일이 생긴 것 같지는 않은데? 오히려‥자신은 괜찮으니 안심하라는 쪽?”
지크의 말에, 티베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지크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말이 나오기 전에 지크는 티베의 손에 들린 안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게 말이야‥. 봐, 렌즈에 흠 하나 있지 않잖아. 구부러진 곳도 없고‥. 이 안경은 플라스틱 렌즈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리 렌즈와는 달리 흠집이 쉽게 난다구. 옷깃만 스쳐도 흠집이 나지. 이건, 힐린 여사님이 자진해서 그쪽으로 가셨다는 뜻, 그리고 자신은 괜찮으니 넌 안심하라는 뜻이야. 음‥이거 누가 전해준 거야? 누군지 머리 꽤 썼네?”
티베는 아무 말 없이 안경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침울한 모습의 티베를 가만히 바라보던 지크는 그녀의 뒤로 돌아가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매만지며 조용히 말했다.
“‥술기운에 쩔었군‥. 번들번들 하잖아?”
“뭐라고!!!”
그러자, 티베는 화를 내며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뭘, 난 진실을 얘기했을 뿐‥우욱!!”
순간, 강렬한 펀치가 지크의 복부에 꽂혔고 티베는 약간 고통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주먹을 매만지며 성큼성큼 욕실로 향해갔다.
“여자한테 할 얘기가 그렇게 없어!!!”
그녀가 욕실로 들어간 후, 몸을 굽히고 있던 지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몸을 펴며 씨익 미소를 지은 채 중얼거렸다.
“‥차라리 인상 쓴 게 낫지‥. 헤헷‥.”
그때, 챠오가 머리를 풀고 여느 때와 같이 인상을 살짝 쓴 채 부엌으로 들어왔고, 지크는 그녀를 흘끔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는 빼고.”
지크의 그런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세이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음‥지크 씨는 역시 좋으신 분이시네요. 리오 씨의 좋은 느낌과는 또 다른‥.”
지크는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그러는 중, 루이체 등 술에 취해 잠을 자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거실에서 약간 풀린 표정으로 왔다 갔다 거렸고,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바이칼은 다시 TV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좀비 같군.”
그때, 바이론 혼자 말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고 바이론은 부엌 밖에서 세이아를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좀 나와 보시겠나 세이아 양? 얘기할 것이 있지‥크크크‥.”
그러자, 세이아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이 양파만 다 썰고 나갈게요.”
바이론은 조용히 뒤로 돌아섰고, 어딘가 약간 아픈 표정을 지은 채 소파에 앉아있던 루이체는 바이론을 살짝 보며 그에게 물었다.
“저어‥바이론, 리오 오빠 어디 갔나요?”
“…….”
그러나 바이론은 대답이 없었다. 루이체는 역시나 하며 이번엔 바이칼에게 리오의 행방을 물었다.
“바이칼, 오빠 어디 있는지 혹시‥.”
그러자, 바이칼은 창밖을 흘끔 본 후 자신의 갸름한 턱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누가 결계를 쳐 놔서 너도 몰랐나 보군‥. 밖에서 누군가와 또 신나게 싸우고 있을 거다. 상대는 저번에 그 여자 같군‥.”
“아, 그래요? 그랬군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TV 쪽에 다시 시선을 돌렸던 루이체는 순간 정신을 번쩍 차리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리오 오빠가 혼자 싸운다고요!!!”
그 목소리에 부엌에서 마음 푹 놓고 우유를 마시던 지크는 순간 깜짝 놀라며 부엌 밖으로 나와 루이체를 바라보았다. 세이아도 마찬가지였다. 루이체는 급히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그때 바이칼이 루이체를 향해 약간 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나가 봤자 넌 저번처럼 한대 맞을 뿐이야. 지금처럼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강한 녀석들이 나오는 시점에서 솜털같이 부드러운 리오 녀석은 그녀석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 없어.”
“그, 그런‥!! 하지만 리오 오빠가 다시 악귀로 변하는 건 두고 볼 수 없어요!!! 난 싫어요!!!!”
※
리오는 자신의 머리를 묶은 끈을 풀었다. 그의 머리는 곧 상공의 바람 때문에 크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완전히 산발이 된 리오는 자신의 앞에 떠 있는 그 여성에게 물었다.
“‥이름이나 한번 들어볼까? 상당히 궁금했는데 말이야.”
그러자, 그녀는 피식 웃으며 가볍게 대답했다.
“라이아. 하긴‥죽기 전에 내 이름을 듣는 것도 좋겠지‥후후후.”
입에 끈을 문 채 자신의 머리카락을 대충 정리한 후 다시 예전처럼 머리를 묶은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물었다.
“그래? 흠‥좋아. 가족은 있나?”
“가족 따윈 없어!!!”
파악–!!!!
순간, 리오의 두꺼운 손이 자신을 라이아라 밝힌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고, 리오는 씨익 웃으며 갑작스러운 기습에 약간 당황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라이아라는 이름을 함부로 쓰면 안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