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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95화


“크큭‥네가 두고 볼 수 없으면 어쩔 건가‥? 정말 동화 같은 얘기만 하고 있군‥하긴, 아직 꼬마니까, 크크크크크‥.”

바이론은 루이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채 말했고, 루이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바이론을 바라볼 뿐이었다. 바이칼은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 녀석은 예전부터 변해가고 있었어. 이상할 것도 없었지. 하지만‥네가 생각하는 너희 오라버니 리오와 내가 알고 있는 리오는 다른 것 같군‥.”

“무, 무슨‥?”

지크는 아무 말 없이 벽에 기대어 팔짱만 낀 채 거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바이칼은 여전히 루이체에게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계속 말했다.

“‥무슨‥? 흥, 역시 수십 년 동안 헛것만 봐 왔군‥. 그 녀석은 가즈 나이트지 내가 농담으로 자주 말하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란 말이다. ‥이런 말 하는 나도 바보군. 어쨌든‥리오는 네 오빠라는 녀석처럼 바보가 아니다. 넌 잠자코 여기서 TV만 보고 있으면 돼.”

루이체는 아직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도저히 앉을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자신이 바보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런 바보.”

그때, 지크가 루이체를 뒤에서 조용히 감싸 안았고 루이체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말았다. 지크는 루이체에게 거의 기대다시피 서며 말하기 시작했다. 장난기가 사라진 진지한 말투로‥.

“‥리오를, 네 오빠를 믿으라는 소리야. 바이칼 녀석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리오 녀석과 같이 있어왔어. 의형제라는 나보다 더‥. 그런 녀석이 말하는 것이야.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어쩔 수 없어, 저 녀석의 말은 사실이니까. 빙빙 돌려서 말하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세이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리오 씨는 이런 상황이 분명 처음은 아니실 거예요. 처음엔 실수를 하셨을지도 모르지만,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실 분은 아니세요. 절대로‥. 그분은 검보다는 믿음을 소중히 하시기 때문에요.”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바이론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원하던, 지키고 싶었던 누군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크크큭, 어머니와 닮았군‥확실히. 동생과는 달리‥. 몇 살이라도 더 먹어서 그런가? 크크크크큭‥.”

“네? 바이론님, 무슨 말씀을‥?”

순간, 바이론은 세이아를 향해 손을 고속으로 휘둘렀고, 세이아의 왼쪽 뺨엔 피와 함께 진공파에 의한 세 개의 긴 흉터가 나고 말았다. 세이아는 뒤로 주춤거리다가 곧 쓰러졌고, 그 모습을 본 지크와 다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바이론을 바라보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크는 바이론에게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자식, 여자 얼굴에 갑자기 무슨 짓이야!!! 세이아 씨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런 미친 짓을‥!!!!! 정말 한판 붙고 싶은 거냐!!!!”

바이칼은 별로 관심 없다는 듯 TV를 계속 볼 뿐이었다. 그때, 쓰러진 세이아를 부축하던 넬이 갑자기 힉 소리를 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세, 세상에‥세이아 언니‥?!”

바이론의 멱살을 잡고 있던 지크는 그 말을 듣고 세이아 쪽을 급히 바라보았고, 지크 역시 그 순간 자신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분명히 세이아의 왼쪽 볼에 있어야 할 진공의 상처가 자신이 바이론에게 소리치는 동안 깨끗이 회복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혈흔도 없었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엄청난 회복력이었다. 세이아 자신도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바이론은 지크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약간 거칠게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크크크‥아무것도 모르는 꼬마는 꺼져라‥. 어쨌든,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세이아 양‥크크크크크크큭‥.”


리오는 손에 잡은 그녀의 목을 풀어준 뒤, 손목을 천천히 움직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라이아가 누군지 가르쳐줄까? 세이아라는 언니가 한 명 있고, 이오스, 또는 트리네라 불리는 어머니, 그리고 발컨·드리스라고 하는 아버지가 있는 평범하고 귀여운 소녀다. 너따위가 사용할 이름을 가진 소녀가 아니지‥. 후훗‥누가 네 이름이 라이아라고 가르쳐주던가? 린라우? 아니면 반대 머리 과학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리오를 무서운 얼굴로 쏘아볼 뿐이었다. 리오는 엑스컬리버를 다시 잡은 후, 눈을 감으며 조용히 말했다.

“‥들리는군‥자신을 구해달라고 하는 소리가 내 귀엔 들려. 눈물이 날 정도로 애처로운 아이의 목소리가‥.”

“흥, 무슨 헛소리냐!!!”

순간,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던 새벽의 검을 가지고 리오를 단숨에 베려는 듯 빠르게 달려들었으나 리오는 보지도 않고 엑스컬리버로 새벽의 검을 강하게 쳐 내렸다. 검은 놓치지 않았지만 그녀는 손에 강한 충격을 받았고, 리오는 다시 눈을 뜨며 조용히 말했다.

“‥서두를 건 없어, 어차피 내 얘기는 다 끝났으니까. 자아‥눈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해 주지. 오늘은 저번처럼 봐주지 않아. 네가 자신을 라이아로 인정할 때까지‥이건 너나 린라우 등에 대한 분노가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멀리 보이는 신기루만 쫓아다닌 나에 대한 분노고 처벌이다‥!! 자, 오너라–!!!”

그제서야 리오는 전투 자세를 취하였고, 두 번에 걸친 리오의 자신에 대한 공격과 방어에 약간 밀려 있던 그녀는 다시금 정신을 집중한 뒤 자신의 힘을 끌어 올리며 소리쳤다.

“유언이 길었군, 여기서 네 이름은 끝난다 리오·스나이퍼!!!”

퍼어엉–!!!!!

곧, 기합이 최대 집중된 상태로 둘의 검은 파리 상공에서 충돌했고, 그에 따라 생긴 엄청난 충격파는 구름을 갈랐고 잘 정돈된 파리 시의 도로를 갈랐다.

그 순간, 시간이 정지된 것과 같은 느낌과 함께 리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왜 그때 떠나가셨어요!!!」

리오는 검을 맞댄 채 시공을 초월해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그 슬픈 목소리에 씨익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물론 자신에게 검을 들이대고 있는 그녀를 향해.

“‥더 오래 있었다면 너희들이‥더 슬퍼했을 거야‥!!”

「시끄러워!! 무슨 소리냐!!!」

리오를 힘으로 밀쳐낸 그녀는 다시금 리오에게 검을 휘둘렀고, 리오는 일직선으로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내려 꽂히는 그 공격을 옆으로 강하게 튕겨내며 다시금 그 목소리를 들었다.

「거짓말!! 그렇게 자상하신 분이 다시 돌아오셨을 때 저희에게 그러실 수 있었나요!! 저희는 모든 걸 잃었어요, 아빠가 손수 지으셨다는 빨간 지붕집까지!!!」

“‥모두가 나 때문이다, 내가 그때 정신을 흐트렸기 때문에 적에게 포착된 것이고, 그때문에 네 언니 세이아와 네가 고통을 당한 거야‥아예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을‥!!”

「뭐냐, 나와 말장난을 하자는 거냐 리오·스나이퍼!!!!」

다시금 그녀의 강렬한 공격이 리오에게 날아왔고, 리오는 검으로 그 공격을 막아내며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아니, 난 진실만을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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