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96화
“‥제가‥인간이 아니라는‥말인가요‥?”
세이아는 완전히 회복된 자신의 뺨에 손을 가져간 채 바이론을 바라보며 힘없이 물었고, 바이론은 조용히 광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크크크‥인간은 인간이지. 반신반인‥그래도 불로불사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가‥되고 싶어도 못 되는 신이 된 기분이? 크크크‥크하하하하하하핫‥!!!!”
세이아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아직도 바이론의 멱살을 잡은 채 그 상황을 보던 지크는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더욱 넣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이 자식!!! 이런 짓을 하는 저의가 뭐야!! 이래 봤자 이득 될 건 하나도 없잖아!! 무엇 때문에‥무엇 때문에 말한 거야!!!”
바이론은 미소를 지은 채 지크의 손을 풀어버린 후 조용히 베란다로 향했다. 지크는 참을 수 없는 듯 주먹을 불끈 쥔 채 베란다로 향하기 시작했다.
“‥전 괜찮아요 지크 씨‥.”
그때, 세이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고 지크는 평소와는 다른 노기가 어린 얼굴로 세이아를 돌아보았다. 세이아는 애써 눈물을 참고 있는 듯, 조금씩 어깨를 떨었지만 그래도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그래서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이군요‥. 이상한 사람들에게 잡혀와서, 리오 씨를 다시 만나고‥그리고 저 때문에 챠오와‥지크 씨가 다치고‥. 저 때문에‥.”
“‥젠장, 빌어먹을–!!!!”
지크는 성격상 그녀의 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듯 현관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버렸다. 머리에 수건을 두른 티베와, 그녀의 동생 케톤과, BSP들, 넬, 루이체, 그리고 TV만 보고 있는 바이칼을 천천히 돌아보던 세이아는 결국 고개를 떨구며 슬픈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제가 원한 건 신이 아니었는데‥. 그저‥좋아하는 사람과 오랫동안‥같이 있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에게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것뿐이었는데‥. 어째서‥.”
※
수십 번의 격돌, 둘의 격돌로 인해 파리 시의 일부분은 반 폐허 상태로 변하고 말았다. 리오의 상태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강하게 만들었는지, 자신보다 훨씬 강할 것이 뻔한 그 갈색 머리 여성과 대등, 아니 그 이상의 파워를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지 리오 자신도 모를 정도였다. 그 갈색 머리의 여성은 리오와는 달리 매우 깨끗했다. 그럴 것이, 상처의 회복이 예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 꼭 비유를 하자면 풀파워로 전개된 [지하드]를 맞고도 원래대로 몸을 회복한 여신들에 가까울 정도였다.
하지만 한 가지‥처음과 다른 점이 있었다.
인상을 쓴 채 강렬한 살기를 뿜어대고 있는 그녀의 몸과는 정반대로,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리오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다시 내쉬며 그녀에게 말했다.
“‥너희들을 처음 만났을 때 난 가즈 나이트‥그리고 지금도 가즈 나이트야‥. 난 너희 자매만을 지켜줄 수 없어. 날 믿고 있는 모두를 지켜줘야만 해. 바보 같긴 하지만‥두 번 다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야‥!! 나 때문에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죽어갔었지‥나 자신만을 책망하고 있던 옛날에 말이야. 나의 스승 중 한 분이 그러셨지, 난 분명 후회를 하게 된다고!! 지금도 후회하고 있어, 너희 자매의 일, 그리고 너, 라이아에 대한 일을!!!”
리오의 그 외침에 반응이라도 하듯, 그녀는 다시금 자신의 검을 강렬히 휘두르며 소리쳤다.
“시끄러워,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야!!!”
「거짓말쟁이!! 당신은 거짓말쟁이야!!! 처음 만났을 때도, 다시 만났을 때도 당신 눈엔 내가 없었어, 오직 세이아 언니뿐이었어!!! 당신은 날 귀여워해 줬을 뿐이야!! 난 그런 당신이 싫어!!!」
두 개의 목소리‥점점 일치가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리오에게 들었다. 리오는 다시 한번 공격을 튕겨낸 후 검을 맞댄 채 조용히 말했다.
“‥아니야, 넌 나를 싫어하지 않아‥. 아니, 너의 그 말처럼 넌 화가 났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날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거잖아‥! 네 자신이 하나뿐인 네 언니 세이아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거잖아!!!”
“아니야, 아니야!!! 날 끌어들일 속임수에 불과해!!! 난 당신을‥당신을‥!!!”
그녀는, 라이아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리오는 조용히 뒤로 물러선 후 빙긋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이 아니고‥‘기사님’ 아니니? 리오 기사님‥난 그 말이 더 듣기 좋았단다 라이아‥.”
라이아는 아직도 검을 치켜든 상태였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던 그녀는 갑자기 리오를 공격하려는 듯 검을 뒤로 빼며 소리쳤다.
“‥당신은 내 마음을 몰라!!! 내 마음을 알아준 건 린라우님 한분 뿐!! 당신을 없애버리겠어!!!!”
그러자, 리오는 다시금 기를 끌어 올리며 라이아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딴 소리 집어치워!!! 넌 아이일 뿐이야!! 이용되기 위해 몸만 성장된 작은 아이일 뿐이야!!!! 기억하지 못하니, 나뿐만 아닌 모두가 널 지켜주고, 아껴줬잖아! 네 언니는 널 지키려다가 소경이 되었었고, 너희 부친도 돌아가셨잖아!!”
리오의 그런 외침에도 불구하고, 라이아는 결국 리오에게 공격을 가하며 외쳤다.
“난 그런 거 몰라!!! 모른다구!!!!”
“‥넌 나처럼 후회하고 싶니‥?”
“–!!”
그 순간, 라이아의 공격은 멈추었고 리오는 쓸쓸한 표정을 지은 채 라이아에게 다가가며 천천히 중얼거렸다.
“‥내 얘기에 화를 내는 만큼, 넌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자신에 대해 후회를 하고, 그런 자신을 부정한다는 소리야. 내 스승님께서 하신 말씀이지‥. 그러니 나와 같이 후회를 하지 말아줘‥제발 부탁이다 라이아.”
“‥아, 아니야‥난‥당신을‥!!!”
라이아는 고개를 저으면서도 자신에게 점점 다가오는 리오에게 공격을 가하지 못하였다. 리오는 엑스컬리버를 공중에 띄워 놓은 후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는 라이아의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살며시 감싸주며 조용히 말했다.
“‥미안하다‥라이아.”
순간, 라이아의 몸에서 검은색의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가기 시작했고 그 빛의 양에 비례해 라이아의 몸은 점점 작아져 갔다. 결국, 라이아는 15세 소녀의 몸으로 돌아갔고 모든 힘을 잃은 채 리오의 몸에 바짝 안겨들며 크게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흐으윽‥!!! 리오 기사님‥!!!!!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커헉–!!!!”
순간, 라이아를 안고 있는 리오의 몸이 크게 흔들렸고 라이아는 깜짝 놀라며 리오를 올려다보았다. 그 소녀의 눈에 비친 것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리오의 모습이었다.
“이, 이런‥!!!”
“리, 리오 기사님!!!!”
라이아와 리오가 모르는 사이, 리오의 등 뒤엔 어느새 두 개의 그림자가 나타나 있었고 그중에 남자로 보이는 한 명이 완전 무방비 상태인 리오의 등 한가운데에 강렬한 일격을 날리고 있었다. 그 공격 자체가 상당한 충격이었고, 라이아와 싸우는 동안 몸에 축적되었던, 어제 안전 주문까지 풀어가며 1급 마법을 사용했던 피로가 한 번에 터져 나오며 리오는 그만 기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눈앞이 희미해지는 느낌과 함께, 리오는 라이아를 안은 팔에 최후의 힘을 불어 넣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라, 라이아‥!!!”
그렇게, 리오는 지면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고 라이아는 결국 눈을 질끈 감으며 리오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 순간.
아스팔트에 격돌하기 직전 리오와 라이아는 공중에 멈추었고 곧 서서히 땅에 내려왔다. 그리고, 무사히 착지한 리오와 라이아를 쫓아 내려오던 두 개의 그림자, 앙그나와 카에는 공중에서 멈추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 사나이를 바라보았다. 그 사나이는 킥킥 웃으며 중얼거렸다.
“크크크‥오랜만이군‥. 동방에서 본 이후 처음이지 아마‥? 크크크크크‥. 이 허약한 녀석이 꿈을 꿀 동안 나와 놀아보는 건 어떤가? 아아‥걱정 마, 재미는 충분히 보장할 테니까‥피가 날 정도로,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죽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