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500화


조금씩 조금씩‥.

지크의 양팔이 들리기 시작했다. 무의식중에 나오는 행동인지는 알 수 없었다. 눈도 아직 뜨지 않았고, 말도 없었다. 앙그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다시금 팔에 힘을 넣어 보았으나, 지크의 팔은 계속 올라갔다.

그리고, 양팔이 정점에 올라간 순간–.

퍼어어억–!!!!

지크는 양 팔꿈치로 앙그나의 양 늑골을 가격했고, 엄청난 타격음과 함께 타격이 가해진 반대쪽, 앙그나의 등에선 두 개의 핏덩이가 튀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앙그나는 뒤로 튕겨져 나갔고, 앙그나에 의해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지크는 기분이 나쁠 정도로 슬며시 착지를 한 후 앙그나가 쓰러진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져 갔다. 이미 의식은 없었다. 동물적인 본능, 뼈가 시리도록 수련해 얻은 무술의 잠재적 능력만이 있을 뿐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짐승과 같은 울부짖음과 함께, 감겨있던 지크의 눈이 떠졌고 그의 눈은 붉은색의 빛을 폭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몸 주위엔 칼날과 같이 날카로운 진공의 기류가 돌기 시작했다. 이윽고, 지크는 자신의 오른팔을 치켜 올렸고, 그의 주먹엔 진공의 회오리가 맹렬히 뭉쳐들었다. 그 상태에서, 지크는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앙그나를 보며 주먹을 휘둘렀다.

“크아앗–!!!!!”

쿠우우우웅–!!!!!

그의 주먹은 바로 앞 지면을 강타했고, 그의 주먹 주위에 응축되어 있던 진공파가 지면을 가르며 앙그나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진공파를 막을 장애물은 없었다. 지크와 앙그나의 직선거리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이 잘려 나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앙그나는 잘리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몸을 옮겨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진공파를 간단히 피해 냈다.

파아악–!!!

순간, 어느새 접근해온 지크의 무릎차기가 앙그나의 등판을 가격했고, 앙그나는 피를 흩뿌리며 지면을 뒹굴었다. 쓰러진 앙그나에게 다시 접근한 지크는 괴성을 지르며 앙그나의 몸을 발로 수십 차례 강하게 짓밟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앗–!!!!!!”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그렇게 끝없이 앙그나를 밟을 것 같던 지크는, 순간 밟는 것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동물적인 본능이 위험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그는 곧 옆으로 재빨리 몸을 움직였고 그가 이동하는 방향을 따라 보이지 않는 포화가 개시되었다. 곧, 은폐물 뒤에 짐승과 같은 자세로 낮은 포복을 한 지크는 야수와 같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눈엔 곧 피투성이가 된 앙그나를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회수해가는 것이 들어왔고, 그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포효를 하며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크아아아아아아앗–!!!!!”

그리고, 지크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위에 착지를 했고 스파크가 튀는 상황에서 그는 주먹을 아래로 내리 박았다. 그러자, 스파크는 멈추었고 지크의 주먹에 의해 티타늄질 장갑이 뚫린 BX-F의 모습이 천천히 드러났다. 지크는 BX-F의 동체에 박아 넣은 자신의 주먹을 뽑았고, 그의 손엔 이상한 기계장치가 들려 있었다. 지크가 그 기계장치를 버리고 다시금 높이 점프를 하자마자 BX-F는 대폭발을 일으키며 파괴되었고, 지크는 지면에 착지한 뒤 눈을 좌우로 굴리며 아직도 자신의 주위에 있을 보이지 않는 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 사이, 앙그나를 회수한 BX-F는 전장에서 멀리멀리 떨어지고 있었다.


바이칼은 쓰러진 리오를 바라보며 불쌍하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쩔 수 없는 약골이군‥. 한대 맞고 등골이 부러져 나가다니‥. 어쨌든 무의식중에도 회복이 되는 녀석들이니 죽는 모습을 못 봐 아깝군 아까워‥.”

그렇게 말을 한 바이칼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쓰러진 리오의 주위엔 적도, 아군 누구도 있지 않았다. 바이칼은 숨을 짧게 내쉬며 다시 중얼거렸다.

“‥흥, 헛고생을 한건가‥? 불쌍한 녀석‥.”

“‥으윽‥!!!”

그때,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리오가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고, 바이칼은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뜨며 리오를 향해 중얼거렸다.

“‥정신이 들었나 보군‥. 하긴, 지금은 일어나기라도 해야 이름값을 할 텐‥이, 이봐, 그, 그만 다가오는 게 어때?”

바이칼은 말을 끊고 약간 질린 표정을 지은 채 뒤로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리오가 풀린 눈을 한 채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 난 바이칼‘님’이란 말이다! 정신 차리지 못해!!!”

그러나, 바이칼의 말에도 불구하고 리오는 계속 다가왔고, 거기서 바이칼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

형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리오는 바이칼의 어깨에 턱을 댄 채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반드시 지켜줄 거야‥절대 후회하지 않게‥.”

“떠, 떨어지란 말이야!!! 나에게 원한이 있으면 말로 해라!!!! 죽고 싶나!!!!”

“‥그럴 수는 없어‥절대로‥.”

리오는 자신의 팔에 힘을 더욱 넣었고, 바이칼은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물리적인 힘에서는 리오를 능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는 제발 보는 사람이 없길 마음속으로 빌 뿐이었다.

“그, 그만둬!!! 이, 이러면 안 돼!!!!”

그 순간, 리오는 바이칼에게서 떨어진 후 흐릿한 눈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기계 괴물들인가‥!! 절대로 이 아이를 빼앗아가지 못해, 아무도!!!”

‘기, 기계 괴물‥? 아이‥? 저 녀석 맛이 간 거군‥.’

얼굴이 붉어진 채 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바이칼은 리오가 척추를 다친 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환각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머리를 흔든 후 주위에서 느껴지는 물체들의 감각에 정신을 집중하여 보았다.

‘‥저 로봇들‥아까 그 치욕적인 광경을 기억장치에 넣고 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귀찮긴 하지만 이 몸이 친히 박살을 내 주지‥!! 잿더미 하나도 남기지 않겠다–!!’

지금, 바이칼은 어느 때보다도 전의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물론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지만.


푸우웅–!!!!

베히모스의 꼬리에서 튀어나온 생체 렌즈에선 얇지만 날카로운 아토믹 레이가 방출되었고, 정신없이 갈기들을 자르고 있던 바이론은 움찔하며 그 광선을 향해 돌아섰다.

파아앙–!!!!

순간, 바이론의 앞에 한 여성이 나타났다. 갈색의 긴 머리, 미색으로 빛나는 갑옷, 그리고, 새벽의 검‥.

‘이오스님‥!?’

바이론은 순간 그렇게 외칠 뻔했다. 워닐이 쏜 광탄을 막아주었을 때 이오스의 모습과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흡사했다. 심지어는 느낌마저도‥. 잠시 굳어져 있던 바이론의 얼굴은 다시금 광기로 일그러졌고, 그는 킥킥 웃으며 뒤로 돌아선 채 중얼거렸다.

“‥크크큭‥감히 여자애가 남자의 싸움에 끼어들다니‥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나오는데‥? 크크크크크‥.”

갈색 머리의 여성‥라이아는 정신을 집중한 채 자신의 손에 들린 새벽의 검에 힘을 넣으며 소리쳤다.

“상관없어요, 전 저를 위해 더 이상 친구들이 다치는 것을 볼 수 없어요!!”

바이론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속으로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네 어머니께서 자랑스러워 하실 거다.>

바이론은 그 말을 라이아에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크크크‥어울리지 않지‥지금의 나에겐‥.”

바이론은 다시금 다크 팔시온에 투기를 불어 넣었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