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515화


콰아아아앙—!!!!!

폭음이 들리고, 한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던 물질들이 탄소 덩어리, 즉 재로 변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20여년간 제궁 비밀호위인 사건정중의 두령을 맡고 있던 한 남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허무하다면 허무하다 할 수 있는 그 최후의 장면에 청성제를 비롯한 방 안의 모두는 허탈감과 실망감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난영을 일순간에 가루로 만들어버린 카이슈는 한껏 마력을 내 뿜으며 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자아, 이제 당신들 차례!!! 그동안 내가 당했던 슬픔을, 고뇌를 몸으로 느끼시길 바라오!!!”

파앙!!

그 순간, 카이슈의 등판에 작은 마법탄 하나가 직격을 했고 허를 찔린 카이슈는 입에서 파랗게 변한 피를 뿜으며 중심을 잃은 듯 무릎을 꿇었다. 마법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누구의 것인지 아직 모르는 마법탄들은 작지만 강력한 폭발력으로 카이슈를 공격했고, 가까스로 마법 바리어를 친 카이슈는 이 상태로는 안되겠다 생각이 들었는지 아쉽다는듯 눈을 질끈 감으며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그가 사라지자, 청성제는 머리에 쓴 관을 바닥에 내 던지며 통한이 실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태자야…네가, 네가 어째서…!!!!”

레프리컨트 여왕과 린스, 미네아는 측은한 표정으로 청성제를 바라보았다. 린스가 위로를 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자, 여왕이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말이 없었지만 린스는 알겠다는듯 그 자리에 멈춰섰다.

“여왕님, 공주님!! 모두 무사하십니까!!!”

그때, 카이슈가 서 있던 방의 문쪽에 한 여성이 나타났다. 제궁의 아래층에서 여왕, 린스 등이 일을 마칠때까지 대기를 하고 있던 노엘이었다. 갑자기 느껴진 요기에 급히 뛰어올라와 카이슈를 향해 마법탄을 날린 그녀는 한숨을 돌리며 벽에 기대어 스르륵 무너져 내렸다. 마법탄을 급조하여 날린 탓에 그녀의 정신력은 상당히 소모된 상태였다. 그녀가 주저앉자 린스는 허겁지겁 달려와 그녀를 부축해주며 상태를 물었다.

“노엘! 괜찮은거야 노엘?”

그녀의 물음에, 노엘은 안경을 벗은 후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소매로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또다시 그분이 공격한다면 저로선 힘들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맨 처음 발사한 마법탄이 운이 좋았는지 정확히 맞은 탓에 그런대로 시간을 벌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때, 복도 저편에서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고 노엘은 급히 그쪽 방향에 고개를 돌려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사바신과 레이였다. 정황을 확실히 모르고 있는 사바신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무사하자 한숨을 돌리며 팔봉신 영룡을 어깨에 걸친 후 린스에게 물었다.

“공주님, 일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런대로 강한 기가 하나 사라진 것을 느끼긴 했는데….”

“…그게….”

린스가 사바신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레이와 왕비는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청성제에게 달려갔다. 레이는 청성제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자, 그의 손을 잡고 즉시 물어보았다.

“아바마마, 무, 무슨 일이 있었사옵니까? 어찌하여…!”

왕비와 딸 레이가 같이 걱정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청성제는 결국 고개를 돌리며 크게 소리쳤다.

“…아버지로서의 자격과…충신 하나를 잃었구나…. 어째서 이런 일이 있을수가 있단 말이냐!! 어째서…!!!”

린스의 상황 설명과 청성제의 비통한 목소리를 같이 들은 사바신은 한숨을 깊게 쉰 뒤 자신의 검은색 코트를 방 의자에 내 던지며 린스에게 말했다.

“…나라면 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모두 여기에 있어요. 한사람도 여기서 나가면 안돼요, 알았죠!!”

그러자, 린스는 막 방에서 나가려는 사바신을 잡고 약간 겁에 질린 표정을 지은 채 약간 큰 목소리로 물었다.

“자, 잠깐…! 만약 그가 이 방에 다시 들어오면 어쩌라고…?”

사바신은 다시 린스를 바라본 후, 그녀의 어깨를 몇번 두드려주며 말했다.

“…걱정 말아요, 그다지 강한 마력도 아니에요. 아직 마족으로 완전히 변한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만약 그가 다시 이곳에 온다 해도 슈렌이 이 근처에 있으니 안심하세요. 그녀석은 저보다 상황 판단이 빠르니 충분히 당신들을 구해줄 수 있을거에요. 여기서 몸조리나 잘 하고 있어요, 그럼!”

사바신은 곧 바람같이 사라졌고, 린스는 팔짱을 낀 후 걱정되는 얼굴로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모두가 한결같이 불안한 얼굴들이었다. 노엘과 여왕의 사이에 앉은 린스는 양 손을 모은 후 누구일지 모르는 신에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신에 대해 감정은 별로 없었지만, 이렇게 불안한 상황에선 무엇 하나라도 믿고 싶었다.

‘…아무나 도와줘요…. 제발, 모두가 슬프지 않게….’


※※※

“…흠, 그런대로 좋군.”

휀은 자신의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은 후, 여러군데가 베어지고 구멍이 나 버린 코트를 손으로 툭툭털며 여유있게 중얼거렸다. 뒤에서 휀과 린라우의 전투를 지켜보던 로드 덕은 둘의 불꽃튀는 접전에, 아니 보이지도 않는 접전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저럴수가…. 저것이 신의 힘이고, 신과 맞먹는 인간의 힘인가…!!!”

로드 덕과 마찬가지로, 테크는 들고 있는 자신의 검을 바닥에 감정적으로 꽂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쳇! 운수 더럽게 없군…. 저 괴물이 싸우는 것을 보니까 검을 들기 싫어졌어…!”

역시 피해를 입고 있는 린라우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휀을 바라보았다. 안전주문이 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정도의 힘을 낸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그렇게 강할 수 있지? 내가 모은 정보에 의하면 너희들은 안전주문이라는 것이 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너희들은 절대로 신을 능가할 수 없다는데…!」

린라우의 말에, 휀은 전혀 감정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천천히 왼손을 들어 자신의 앞머리를 매만지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후후훗…. 좋아, 힌트를 줄까. …모든 생물의 여성은 처음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라는 존재가 되면 강해진다. 왜일까…?”

린라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휀은 자신의 피가 묻은 플랙시온을 강하게 거머쥐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자신이 지켜야만 하는 귀찮은 존재가 생기니까…지금의 나처럼. 그러면 원래 이상의 힘을 발휘할수도…있지.”

순간, 휀의 이마엔 두개의 황금빛 무늬가 나타나 찬란한 빛을 뿜기 시작했다. 그 사이 몸을 완전히 회복시킨 린라우는 그런 휀의 모습을 본 후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휀·라디언트라는 가즈 나이트는 전혀 감정도 없고 차가운 존재로 알았는데…그렇지 않았군. 후…그 영혼의 기둥이 어디가 그렇게 맘에 들었는지는 모르지만…좋다, 둘 모두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겠다!!!」

린라우의 몸에선 순간 강력한 투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휀은 미소를 지운 후, 냉정한 얼굴로 플랙시온을 들며 말했다.

“그런가…? 귀찮았는데 잘 됐군….”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