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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16화


한편, 슈렌은 제궁의 밖에서 조커 나이트와 한참 전투를 하는 중이었다. 무대가 넓어진 만큼 둘의 동작은 커졌고, 쌍방 모두 꽤 심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지만 어느 한쪽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슈렌은 굳은 얼굴로 조커 나이트에게 물었다.

“…무의미한 싸움을 하고 있다 생각하지 않나…? 여기서 너와 나 둘이 싸워봤자 쌍방에게 이득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되는데….”

그러자, 조커 나이트는 슈렌을 비웃으며 말했다.

「키하핫…. 그래, 솔직히 이득될 것은 없지. 하지만, 난 메피스토님께 린라우님을 보좌하며 그분의 명령을 반드시 이행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너도 주신의 임무를 받고 여기서 인간들을 보호하며 싸우는 것이 아닌가? 너나 나나 종이 한장 차이일 뿐이야…. 싸우기 싫어졌나 보군, 그런 멍청한 말을 하는걸 보니…키카카캇…!」

조커 나이트의 말을 들은 슈렌은 고개를 갸웃갸웃 거린 후 다시 창을 거머쥐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니, 잠깐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큭…그런건 명계에 가서 실컷 먹어라—!!!」

조커 나이트는 일갈과 동시에 자신의 낫을 강하게 휘둘렀고, 슈렌은 그 일격을 간단히 막아내며 다시 중얼거렸다.

“…저승사자들은 인간적으로 커피를 못끓여….”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슈렌은 조커 나이트의 복부를 강하게 걷어 찼고, 기습이라면 기습일 수 있는 그 공격에 조커 나이트는 움찔하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슈렌은 곧 자신의 창을 급속으로 돌리며 말했다.

“자아…끝내지.”

복부를 매만지던 조커 나이트는 슈렌의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원하던 바다—!!」

슈렌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현재 이곳에 없는 리오 등은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슈렌의 기본 전투술은 검술이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뒤늦게 지급된 무기가 검이 아닌 창이었기에 그는 결국 창술을 익히는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창술은 거의 독학으로 익힌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덕분에 그의 창술은 검술을 접목시킨 독특한 것이 되었다. 무기는 뭐든지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는 그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세월이 갈 수록 다듬어진 그의 창술은 신계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조커 나이트에겐 알 바가 아니었다.

「카아아앗—!!!!!」

조커 나이트는 몸을 잔뜩 웅크린채 슈렌을 향해 빠르게 접근해 왔고, 자세를 취한 상태로 조커 나이트를 바라보던 슈렌 역시 슬그머니 조커 나이트를 향해 전진해 갔다. 마치 완만한 경사의 계곡에 물이 조용히 흐르듯….

「!!!」

낫을 휘두르려던 조커 나이트는 슈렌이 어느 사이 자신에게 밀착해 있자 흠칫 놀라며 급히 방어자세를 취하려고 했으나, 그룬가르드의 창 반대편의 끝이 그의 복부를 찌르는 상태였다. 그리 강하진 않게, 살짝.

“…아수라염파진…!”

퍼억—!!!!

순간, 슈렌은 창의 반대편 끝으로 조커 나이트를 공중으로 강하게 올려쳤고, 조커 나이트는 자신도 모르게 무방비 상태가 되며 튕겨져 올라갔다. 급속으로 기염력을 전개한 슈렌은 재빨리 조커 나이트를 추격하며 그룬가르드와 함께, 거의 예술이라 불려져도 좋을 상승무를 펼치며 조커 나이트를 농락했다. 예전에 동방 적사자대 17명을 한꺼번에 끌고 올라갈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염파진의 상승무의 속에서, 조커 나이트는 정신이 없을 정도로 타격을 받았고 염파진의 절정 상태에서, 슈렌은 그룬가르드의 창 아랫부분을 양손으로 거머쥔 후 자신의 앞에 떠 있는 조커 나이트의 몸을 강렬히 내리쳤다.

파아악—!!!!!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조커 나이트는 지면으로 추락했고, 슈렌은 기염력을 거둔 후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마지막…이길.”

그룬가르드의 중앙을 오른손으로 거머쥔 슈렌은 바닥에 처박혀 있는 조커 나이트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할 준비를 했다.

그때, 그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음!?”

청성제 등, 모두가 있을 방에서 다시금 강렬한 요기가 뿜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기의 수와 성질로 보아 사바신은 그 방에 없었다.

“…이런…!!”


※※※

방의 중앙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치솟아 올라왔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레 벌어진 일과 강렬히 뿜어지는 요기에 순간 긴장하며 방의 중앙을 바라보았다. 카이슈가 다시금 나타난 것이었다.

“…다 모였군…!! 그래, 레이…내 동생까지…하하하하핫—!!!!!”

레이는 모습은 변하지 않았지만 인간이라 생각할 수 없는 요기를 뿜어내고 있는 카이슈를 바라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애절한 목소리로 카이슈를 불러 보았다.

“오, 오라버니…!!”

그러나, 카이슈에겐 들리지 않았다. 그는 처절한 목소리로 레이에게 소리쳤다.

“시끄럽다 련희!! 네 가식적인 그 목소리는 더이상 듣기 싫다!! 나에 대한 진실이 밝혀졌을때 넌 가희와 더불어 나에게 그랬지…그래도 오라버니라고 말이야!!! 그 가증스러운 네 목소리…내 가슴엔 아직도 사무쳐있다!!! 그리고…왕비마마…후후, 당신은 날 아끼는 척 하면서도 사실은 련희와 가희를 더 아꼈지. 내가 모를줄 알았나, 내가 전국의 귀신들을 소탕하겠다고 궁을 나설때도 당신은 무사히 돌아오라는 말만 할 뿐, 내 어깨조차 두드려주지 않았어!!! 련희와 가희가 서방에 유학을 갈때는 그렇게 화를 내던 사람이!!!”

그 순간, 왕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카이슈를 향해 크게 호통을 쳤다.

“…그렇게 아이같은 말만 하는것이오 태자!! 장차 한 나라를 짊어지고 갈 태자가, 피가 섞이진 않았다고 하지만 정식으로 부모로서의 예를 인정한 나에게, 피가 섞인 자신의 동생들에게 조차 고민을 털어놓지 못할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사람이었단 말이오!!! 게다가 그런게 싫어서 마귀들의 힘을 빈 후 이런 유치한 사극을 벌인단 말이오!!!!”

왕비의 당당한 호령에, 카이슈는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귀찮다는 듯 기합으로 그녀를 뒤로 쓰러뜨리며 다시금 소리쳤다.

“시끄럽소!!! 목숨이 아까우면 아깝다고 말을 하시지…그렇게 내 맘을 돌릴 궁리나 하지 말고!!!! 난 당신들을—!!!!”

퍼억—!!!

순간, 창문을 통해 붉은색의 빛덩이가 날아들었고 한참 요기를 뿜어내던 카이슈는 그 빛덩이에 가슴을 관통당하고 말았다. 그 빛덩이를 본 노엘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중얼거렸다.

“그, 그룬가르드…!?”

그녀의 말 대로, 그룬가르드는 카이슈의 가슴을 정확히 관통한 상태로 그의 몸에 박혀 있었고, 카이슈는 입에서 녹색 피를 크게 뿜으며 제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레이는 황급히 그에게 달려가 회복의 주술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입과 상처에서 계속 피를 뿜어내던 카이슈가 눈을 감으며 염(念)이 모이고 있는 레이의 손을 풀어버렸다. 그런 후, 그는 미소를 지은채 레이에게 말했다.

“…그래, 역시…예상대로 불의는…이렇게 끝나는구나…. 개인적으로 정의가 이기길 바란 일이었지만…. 사실 마귀들의 힘을 빌리긴 싫었는데…후후훗…커헉—!!!”

그가 다시금 피를 입으로 토하자, 청성제와 왕비가 그에게 달려들어 손을 잡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안된다, 안된다 태자야!!! 넌 죽으면 안된다—!!!!”

그러나, 카이슈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계속 레이를 향해 중얼거렸다.

“…너에겐, 가희에겐 미안하다…못할 말을 했구나…. 사실…오라버니라는 말 보다 오빠라는 말을 듣고 싶었단다…난 그게 더 듣기 좋았거든…. 난 너희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러나…그러나! 아바마마와 왕비…당신들은 용서할 수 없어…용서하지 않을거야…절대로…. 당신들이 날 이렇게 만든거야….”

“…!!!!”

그 말을 끝으로, 카이슈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자 방 안에선 잠시간 침묵이 흘렀고, 이윽고 청성제의 비통한 외침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태, 태자야…쾌성아…!!!!!”


※※※

급한 나머지 창을 방 안으로 집어 던진 슈렌은 묵묵히 방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빈손이었다. 그때, 슈렌의 뒤에서 조커 나이트가 슬그머니 나타났고,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멋진…투창 실력이었다. 그러나…무기가 없지? 키카카카캇…죽엇—!!!」

그룬가르드가 없는 슈렌에겐 그야말로 절대절명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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