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22화
「린라우님은 이번 자정을 기해 이 세계에서 손을 떼시게 된다.」
“…?!”
그 말을 들은 순간, 리오와 지크는 깜짝 놀란 얼굴로 조커 나이트를 바라보았고, 조커 나이트는 재미있다는듯 웃으며 중얼거렸다.
「키하하핫—!! 너무 즐거운 표정이군 그래…. 하지만 확실히 말해두마. 이건 린라우님 스스로 결정하신 일이 아니라는 것을…너희들은 운이 좋았던것 뿐이다…!!」
리오는 조커 나이트의 말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린라우 정도의 악마 대공이 꼼짝도 못하고 말을 들을 정도의 존재, 즉 악마왕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리오는 팔짱을 끼우며 조커 나이트에게 담담히 물었다.
“…그래? 그렇다면…너희들이 납치하고 있는 이오스님은 어떻게 되시나? 설마 악마계로 데리고 갈 생각은 아니겠지?”
「…키킷, 그런 신 따위, 우리에겐 필요 없다. 그래…수하 악마들을 통해 자정 이후 돌려 보내주지. 키키킷…허울 뿐인 세 여신들도 보내주마…이젠 다 필요 없거든. 난 전할걸 전했으니 이만 돌아간다…아, 휀이라는 녀석…상당히 운이 좋은 녀석이더군…. 메피스토님에게 구원을 받았으니 그 이상 운 좋은 녀석은 있지도 않겠지. 그녀석을 만나면 전해라…그녀석의 목은 내가 꼭 가질 것이라고!!」
그렇게 말을 남긴 조커 나이트는 곧 사라져갔고, 리오는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저었다. 무명도를 들고 가만히 서 있던 지크는 멍하니 조커 나이트가 있던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집쪽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봐!!! 다 끝났다구—!!!! 우리가 이겼단 말이야, 이겼다구!!! 와하하하하핫—!!!!!!! 기분 최고닷—!!!!!!”
그 말에, 집 안에 있던 모두는 깜짝 놀라며 밖으로 뛰쳐 나왔고, 모두는 기쁨에 겨워 뛰고 있는 지크를 외면한채 리오에게 시선을 집중하였다. 리오는 곧 어깨를 으쓱였고, 모두는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려고 했으나, 리오의 말을 들은 순간 다시 분위기는 바뀌어졌다.
“…끝났다는군요, 후훗…하하하하하하핫—!!!”
그 순간, 모두는 환성을 지르며 기뻐하기 시작했다. 수개월간에 걸친 고생이 이제야 끝났다는 생각에, 다시 돌아올 평화의 기대감에 벅차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다. 집의 지붕위에 앉아 조용히 술을 마시고있던 바이론은 허무한듯 피식 웃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크크크…끝인가…. 하지만…잊은게 또 있지…크크크크…크하하하하핫…!!!”
바이론은 의미심장한 말과 더불어 크게 광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모두는 기쁨에 겨운 탓에 그 웃음을 들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모두는 아직 자정이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있고 있었다.
※※※
「…선과 악의 균형을 무너뜨리겠다는 네 계획…좋은 계획이었다….」
악마왕중 한명, 메피스토는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린라우에게 조용히 말했다. 린라우는 바닥에 이마를 대며 사죄하는 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사죄드리옵니다. 악마 대공의 자리에선 물러나겠습니다. 전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자, 메피스토는 희미한 웃음을 띄우며 중얼거렸다.
「후후훗…괜찮다. 네 계획을 멈춘것은 네 재능이 아닌, 악마왕들 사이의 협약에 의한 시간 제한이다. 다음엔 더 멋진 계획을 세우길 바란다. 후후후후….」
린라우는 계속 이마를 바닥에 댄 상태로 메피스토에게 감사를 표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런데 왕이시여…한가지 감히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그러자, 메피스토는 턱을 괸 주먹을 풀며 린라우를 다시 바라보았다.
「나에게…? 후후…뭐냐. 말해 보라.」
「…왜 저와 휀·라디언트의 전투를 중단시키셨사옵니까? 제가 이길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만….」
그 말을 들은 메피스토는 가만히 린라우를 바라보다가, 대소를 터트리며 린라우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핫—!!!!!! 그래…확률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100%의 확률은 아니었다…. 확률이라는 숫자를 아직도 믿고 있다니, 네 처분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하겠구나…후후후훗. 물론 또 다른 이유가 있긴 했지….」
린라우는 움찔 하며 메피스토를 바라보았고, 메피스토는 상처가 나 있는 부위인 자신의 앞가슴을 손으로 쓸며 중얼거렸다.
「…휀 녀석은 너에게 주기 아까운 녀석이다…. 그 녀석은 내가 없앨 것이다. 다시 선신에 대해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그녀석 만큼은 내가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아무튼, 린라우 너는 당분간 악마계 세력의 확장에 대한 일엔 절대 개입하지 말도록 하라. 만약 개입하게 되면 네 생명은 내가 보장을 못한다. 다른 악마왕들이 널 가지고 놀테니까…. 그럼 근신하도록….」
린라우는 분한듯, 가만히 자세를 굳힌체 메피스토의 앞에 있었다. 메피스토는 고개를 저으며 방에서 나갔으나 린라우는 계속 방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시간 후, 린라우는 비로소 메피스토의 방 밖으로 나왔고, 그의 방 밖엔 그를 도왔던 그의 부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12 신장 무스카, 발러, 루카. 맨티스퀸. 마귀족 네그와 크라주, 그리고 조커 나이트 까지….
린라우는 무거운 얼굴로 12신장들을 먼저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날 워닐이라 부르며 잘 따라줬던것…아니, 잘 속아줬다고 해야 하나? 후후후…하여튼, 이제 너희들은 자유다.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라. 이 악마계는 제외하고….」
12 신장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발러가 대표격으로 린라우에게 말했다.
「후…우리들이 모시던 여신들의 힘을 그렇게 흡수하고도 우리를 이렇게 살려둔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하겠지…. 당신 때문에 사라져간 우리의 동료들과 여신들에게 반드시 목숨으로 참회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우리는 못하겠지만, 다른 누군가가 분명히…!!!」
그 말과 함께, 12 신장과 맨티스퀸은 빛과 함께 사라져갔다. 린라우는 웃으며 자신의 진짜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네그와 크라주는 면목이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조커 나이트는 가면으로 자신의 표정을 가리고 있었다.
「조커 나이트…그들에게 확실히 전했나.」
「예, 명 대로….」
「…잘 했다. 조커 나이트, 크라주, 네그…너희들은 내가 근신하는 동안 휴식을 하도록…. 각자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고 말이다. 특히 크라주와 네그는 더욱….」
네그와 크라주는 말 없이 허리를 굽힘으로 대신 대답했고, 조커 나이트는 정중히 예를 올린 후 말 없이 사라져갔다.
「…이젠…내가 사라질 차례군…후후후…바보같이….」
린라우는 허무감이 섞인 말투로 중얼거리며 옆으로 돌아섰다.
그때였다.
“허허헛…아니오, 당신들은 아직 가치가 있소…허허허허헛….”
순간, 린라우와 네그, 크라주는 흠칫 놀라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네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와, 와카루…!? 어떻게 인간이 감히 악마계에…!!!!」
그렇다, 와카루였다. 체구가 작은 그 늙은 과학자의 양 옆엔 앙그나와 시에 둘이 버티고 서 있었다. 린라우는 재미있다는듯 웃으며 농담조로 와카루에게 물었다.
「후우…감히 인간 따위가 어떻게 악마계에 자유로이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치가 있다는 말이 상당히 건방지게 들리면서도 궁금하군. 무슨 가치인가?」
와카루는 꺼끌꺼끌한 자신의 짧은 수염을 매만지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채 대답하기 시작했다.
“허허허헛…건방졌다면 사과하오리다. 내가 말 한 가치란…‘재활용품’으로서의 가치요…허허허허허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