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23화
린라우를 비롯한 악마들은 잠시 말을 잊고 말았다. 분명 계열상으로 보면 훨씬 상급인 자신들을 인간 ‘따위’가 재활용품이라 말을 한 것이었다. 곧, 린라우는 실소를 터뜨렸고, 이내 표정을 바꾸며 와카루에게 소리쳤다.
「흥, 미쳤군 인간!! 감히 이몸을 재활용품 따위라 말 하다니…인간이라는 것이 우리에겐 파리 목숨과도 같다는 것을 이자리에서 알게 해 주마!!!」
린라우는 와카루를 향해 강하게 요기를 폭사했다. 그정도의 요기라면 분명 엄청난 항마력을 가진 존재가 아닌 이상 견디지 못하고 먼지로 변해 버렸을 것이었다. 그러나, 와카루와 두명의 베히모스는 꿈틀 했을 뿐, 아무 이상이 없었다. 린라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와카루를 바라보았고, 와카루는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말했다.
“오…이런 이런, 흥분을 가라앉히시오. 스트레스는 몸에 굉장히 안좋은 것이라오, 때로는 명까지 줄일수도 있고…. 자자, 시끄러워질 것 같으니 빨리 처리하자꾸나 얘들아. 양 옆의 분들을 모시거라.”
와카루의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베히모스들은 네그와 크라주에게 각각 달려들었고, 둘은 채 반응할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떡’이 되어 베히모스가 만든 생체 캡슐에 담겨지고 말았다. 베히모스들은 곧바로 와카루의 옆으로 돌아왔고, 와카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음음…이 캡슐은 당신들이 말하는 소위 ‘마법’이라는 정신 파동과, 재생 능력등을 완전히 봉쇄하게 만들어진 특수 물질이오. 찾아내는데 좀 고생을 하긴 했지만 효과가 있구려…헛헛헛. 자아…당신은 내 두 아이들이 처리하기 어려우니…내가 모시고 가겠소, 좀 아프긴 하겠지만….”
부우웅—
「—!!!」
린라우는 믿을 수 없었다. 늙은 인간이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스피드를 넘어서서 자신의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린라우는 급히 다른곳으로 장소를 옮기려 했으나,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와카루는 조용히 린라우의 가슴에 손을 댔고, 그의 등에선 퍽 소리와 함께 그가 가진 세개의 심장이 튀어 나갔다.
「컥—?!」
그 뿐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모든 마력, 기력등이 와카루의 손에 모조리 빨려 들어가는 것이었다. 린라우는 얼마 못가서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버렸고, 와카루는 주머니에서 캡슐을 꺼내 린라우의 몸을 네그와 크라주를 싼 것과 같은 물질로 덮어 나갔다. 와카루는 끝났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아 자아…이제 나가 보자꾸나 얘들아. 아직 잡아야할 활용품들이 좀 많으니까 말이다. 헛헛헛….”
와카루와 베히모스들은 포획물들과 함께 데몬 게이트를 열고 사라져갔다. 남은 것은 등 밖으로 튕겨져 나간 린라우의 심장들 뿐이었다. 그때, 벽에서 한 존재가 슬그머니 나타났고, 그는 자신의 각진 턱을 매만지며 굵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후후후, 과학의 힘을 빌린 인간이라…린라우 정도의 악마를 가볍게 처리하다니, 상당히 흥미가 생기는군…. 하긴, 신들이 인간을 만들때 가장 망설여 했던 것이 바로 과학이라는 힘을 그들에게 주느냐 였지만…. 하여튼 이제 구경할 맛이 나겠군…. 아까운 부하를 하나 잃긴 했지만….」
붉은 피부의 그 존재, 메피스토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벽 안으로 사라져갔다. 그가 사라진지 얼마 후, 린라우의 심장은 먼지로 변하며 깨끗이 사라져 갔다. 여운도 남기지 못한체….
※※※
다음날 아침, 뜬눈으로 밤을 샌 리오는 눈을 부비며 집 밖으로 나섰다. 어제 밤은 파티다 뭐다 하며 모두가 술로 넘겼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은 바이칼과 리오, 그리고 미성년자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아직도 잠에 빠져 한데 섞여 있었다.
리오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이 대륙이 다시 차원 이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지구라는 별 위에 아직도 존재하는 중이었다. 게다가 온다는 이오스와 힘을 흡수당한 여신들도 밤중에 오지 않았다. 리오는 한숨을 내 쉬며 중얼거렸다.
“…좋아하기엔 아직 일렀나…. 왜 변한게 아무것도 없는거지…?”
그때, 집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흘끔 뒤를 바라보았다. 세이아가 라이아와 함께 집 밖으로 나오는 중이었다. 리오는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 잘 잤어요 세이아양? 라이아는?”
라이아는 리오의 옆에 찰싹 달라 붙으며 잘 잔듯 고개를 끄덕였고, 세이아는 리오의 옆으로 다가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술냄새 때문에 좀 곤란하긴 했어도 괜찮았어요. 다 끝난다는 생각이 드니 어제 만큼 잠이 잘 오는 날도 없더군요.”
“…그렇군요.”
리오는 쓸쓸히 웃으며 자신의 앞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았다. 정황으로 보아 아직까지 확실하게 끝났다는 말을 해 줄 자신이 없었다.
“…네, 아직 끝나지 않은거군요….”
갑자기 세이아가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을 하자, 리오는 움찔 하며 또 생각을 읽힌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리오는 힘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같이 있던 라이아는 리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세이아가 그렇게 말 하자 놀란 얼굴로 자신의 언니를 바라보았다.
“어, 언니…? 언니도 설….”
그때, 리오는 라이아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렸고, 라이아는 움찔 하며 입을 다물었다. 세이아는 라이아가 무엇을 말 하려다가 하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응? 라이아, 뭐라고 말 하려고 했잖아?”
“아, 아니야 언니….”
리오는 역시 끝난게 아니라 생각했다. 정말로 끝이 난 것이라면 세이아가 자신의 생각을 읽을리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 …그 조커 나이트 녀석…!!!”
세이아와 라이아는 리오가 갑자기 인상을 찡그리며 노기 어린 말투로 중얼거리자 깜짝 놀라며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재빨리 둘을 안고 뒤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그런 유치한 거짓말을 하다니, 반드시 없애버리겠다—!!!!!”
쿠우우웅—!!!!!
순간, 괴 광선이 바다를 가르며 급속도로 날아와 리오들이 있던 자리를 강타했고, 트립톤 항구는 그 폭발에 의해 크게 뒤흔들렸다. 둘을 안고 엎드려있던 리오는 몸을 일으킨 후 광선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수십개의 검은 점들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있는 두개의 큰 점…리오는 그것이 베히모스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리오는 눈을 움찔 거리며 분노에 몸을 떨었다. 그러다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후훗…그런 거짓말에 좋아했다니…정말 가즈 나이트로서의 자격이 없군….”
그렇게 말을 하며, 리오는 양 손에 대형 마법진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세이아와 라이아는 그런 리오의 모습을 불안과 걱정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누군가가 자신들을 슬쩍 스치고 리오에게 다가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리오의 어깨를 손으로 슬쩍 쳤고, 리오는 그를 흘끔 바라보았다.
“…바이칼….”
바이칼은 짧게 한숨을 내쉰 후, 직접 가지고 나온 리오의 망토와 파라그레이드를 건네주며 변함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가자.”
그러자, 리오는 씨익 웃으며 바이칼이 건네준 망토를 걸친 후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좋지, 후훗…!”
세이아와 라이아는 얼마 안있어 무언가가 밀려오는 바다를 향해 거풍을 일으키며 날아가는 한마리의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드래곤의 등위에서 날카롭게 번뜩이는 우유빛 섬광도 함께 볼 수 있었다.
그때, 지크가 집에서 비틀비틀 걸어 나오며 아직도 술에 덜 깬 목소리로 세이아와 라이아에게 물었다.
“우웅…무슨 일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