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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24화


리오와 바이칼이 자신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급속도로 날아오자, 해안쪽을 향해 가던 나찰들과 수라, 그리고 베히모스들은 그자리에 멈춰섰다. 그들의 코 앞까지 다가간 리오와 바이칼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역시 멈춰섰고, 두마리의 베히모스는 인간의 형태로 변한 후 둘쪽으로 다가왔다.

“…가즈 나이트…. 보여줄것 있다!”

앙그나라 불리는 베히모스는 리오를 향해 그렇게 말 하며 입을 크게 벌린 후 무언가를 뱉어내었다. 그것을 본 바이칼은 인상을 찡그리며 리오에게 들으라는듯 중얼거렸다.

「원시 생명체는…역시 불결해.」

약간의 결벽증이 있는 바이칼을 이해하고 있는 리오는 살짝 웃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미소도 잠시, 앙그나의 손에들려 있던 작은 기계장치로 부터 공중으로 빛이 뿜어졌고, 그 빛의 커튼에선 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리오는 팔짱을 끼며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와카루…아, 닥터 와카루라 불러야 하겠군. 이렇게 병정들을 집합시킨 이유가 뭐지? 단합대회인가?”

홀로그램상으로 나타난 와카루는 리오의 말에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헛헛헛…그런건 아니오 젊은이. 젊은이에게 한가지 묻고싶은 것이 있어서…아이들을 좀 보낸 것이오. 놀랐다면 사과하리다.”

그의 말에, 리오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와카루에게 되물었다.

“…물을 것? …한번 들어는 보지.”

와카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용건을 밝히기 시작했다.

“음…그게 말이오, ‘신계’라는 곳에 가는 방법을 좀 알고 싶어서 그렇소.”

그 질문에, 리오는 순간 굳어버렸고 와카루는 자신의 짧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헛헛헛…반응이 그럴줄 알았소. 이유는 별거 아니오, 그냥…이 나이가 되면 오래 살고 싶어지는 욕심이 들어서…헛헛헛헛…. 뭐, 거절이라 알겠소. 아, 만나게 해줄 사람이…아니, 악마분이 한명 있소. 음…어제도 만났겠지만 그리 지겨워 하진 마시오.”

와카루의 말이 끝나자 마자, 앙그나와 시에의 뒤에서 한 물체가 급속도로 날아왔고 곧 리오와 바이칼의 앞에 서게 되었다. 수많은 전선이 연결된 낫을 들고, 리오와 바이칼이 선명히 비칠 정도의 깨끗한 은색 가면을 쓴 존재였다.

“…조커 나이트…? 어째서 저자가 당신의 부하가 된거지?”

리오의 물음에, 와카루는 손을 내 저으며 아니라는듯 말했다.

“아아, 부하가 아니라오. 정확히 말해 실험체요 실험체. 으음…지금까지 모은 데이타에 의하면….”

순간, 리오는 실험체라는 말을 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서류들을 넘기고 있는 와카루의 모습을 본 직후 그야말로 섬뜩함을 느꼈다. 악마대공이라 불리우는 린라우를 만났을때 이상의 어떤 기운이 그 노인에게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와카루는 자신이 원한 자료를 찾았는지 종이를 내려 놓으며 다시 리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으음…그 휀과 바이론이라는 사내와 젊은이가 나에겐 제일 껄끄러운 존재인데…아마 조커 나이트·개조형이 당신을 편하게 해 줄 것이오. 뭐, 운이 좋으면 당신도 실험체가 될 수 있겠지만…. 그리고 당신들 동료 걱정은 하지 마시오. 진(眞)·나찰과 진·수라들, 그리고 내 귀염둥이들이 당신 동료들을 맡을테니까. 흠흠…그럼 살아서 봅시다 젊은이…헛헛헛….”

곧 홀로그램은 꺼졌고, 조커 나이트를 제외한 모든 적들은 리오와 바이칼을 지나 트립톤쪽으로 향해갔다. 리오는 아무 말 없이 조커 나이트를 바라보았다. 조커 나이트가 쓴 가면의 눈구멍에선 붉은색의 불빛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리오는 곧 바이칼의 등을 손으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넌 뒤로 가서 일행을 도와줘.”

그러자, 바이칼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뒤, 리오를 흘끔 바라보며 물었다.

“흥, 후회하진 마라.”

“…훗, ‘후회’라는 단어 자체의 뜻을 모르는군…. 아무때나 쓰는게 아니니 걱정하지 마.”

파라그레이드의 전개된 날을 손가락으로 튕겨보는 리오의 모습을 보던 바이칼은 곧 아무 말 없이 트립톤 쪽으로 돌아섰고, 가기 전에 리오에게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기다리지.”

그렇게 바이칼이 떠나간 후, 조커 나이트와 단 둘이 남게 된 리오는 목을 이리저리 풀어보며 조커 나이트에게 손가락으로 와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순간, 조커 나이트가 들고 있던 낫에서 붉은 빛이 감도는가 싶더니 이내 리오를 갈랐고, 몸을 움직여 그 공격을 피한 리오는 자신의 망토 끝이 잘리기 보다는 검게 탄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 거리며 조커 나이트가 들고 있는 낫을 바라보았다. 그 낫은 아직도 붉은색 빛을 음침하게 발산하고 있었다.

‘…이상한 낫인데…? 절삭성이 높으면서도 자른 물체가 열에 타다니…그래, 마치 예전에 지크가 보여줬던 레이저 컷터와 비슷하군. 그렇다면 조심해야겠지…다이아몬드도 간단히 잘려나갈 정도였으니까.’

순간, 조커 나이트의 공격이 다시금 리오에게 가해졌고, 리오는 이번엔 피하지 않고 파라그레이드로 조커 나이트의 [레이저 사이즈]를 막아내었다.

치이이익—!!!

그러자, 기를 시한부 물질화하여 생성되는 파라그레이드의 날이 반쯤 타 들어갔고, 리오는 움찔 하며 몸을 뒤로 물렸다. 파라그레이드가 두쪽이 날 뻔한 상황이 초래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날을 재생시킨 리오는 공격을 마치고 가만히 서 있는 조커 나이트를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를 지은체 중얼거렸다.

“후우…그래, 어쩔 수 없지. 역시 공격이 최상의 방어일 수 밖에…!!”

비 전투 요원이나, 가지고 있는 전력이 현재 도움이 될 정도가 아닌 일행을 모조리 뺀 나머지는 단 세명이었다. 지크, 슈렌, 그리고 바이론….

슈렌은 몇일간 몸을 완전히 회복시킨 상태여서 문제가 없었고, 바이론에겐 원래부터 문제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별 탈이 없었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크였다. 물론 지크라도 수라와 나찰 정도는 간단히 상대할 수 있겠지만, 그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내면, 즉 심리상태였다.

지크는 자신의 붉은 자켓 안주머니 손을 넣어 그 안에 든 계산기와도 같이 작은 컴퓨터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예전에 베히모스를 만들었다는 멀린이라는 과학자가 그에게 준 비상정지 유니트였다. 사용하기는 간단했지만 지크에겐 이것이 상당히 고민이었다. 이 장치를 사용할 경우, 일행과 함께 피신해 있을 시에까지 영향을 받을게 분명해서였다. 지금 자신이 싸워야할 베히모스는 사실 미울 정도가 아니었으나, 시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젠장…!! 겨우 날 [지쿠]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발음이 많이 좋아졌는데…하필 이런때에…!’

지크가 그렇게 속으로 끙끙대며 고민하고 있을때, 트립톤쪽으로 날아오는 적들을 바라보던 바이론이 갑자기 킥킥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큭…상당히 정신적으로 불안하군…. ‘그때’처럼 말이야….”

그러자, 지크는 순간 당황하며 바이론을 향해 손을 내 저었다.

“아, 아니야!! 그렇지 않다구!!!”

바이론은 여전히 웃음을 지은체 지크를 돌아보며 그에게 물었다.

“호오…? 크크크…. 내가 너에게 뭘 물어본적 있었나…? 크크크크크크….”

지크는 아차 하며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긁적였고, 바이론은 자신의 검, 다크 팔시온을 묵직하게 빼어 들며 지크에게 말했다.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나처럼, 크크크크크…크하하하하핫…!!”

“…!!”

그때, 지크는 바이론의 광소가 그렇게 자신의 가슴에 와 닿는 적이 없었다. 멍하니 바이론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크는 졌다는듯 고개를 저은 후 주머니에서 손을 빼며 씁쓸히 웃어 넘겼다.

“헤헷…뭐, 좋아. 저것들을 정리하며 천천히 생각해 보지….”

지크는 트립톤 항에 하나, 둘 씩 착지하는 나찰과 수라들을 향해 슈렌, 바이론과 함께 걸어가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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