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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25화


느낌이 없었다.

리오는 예전에 라이아와 싸울때와 같이 시각에 의존한 채 싸우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공격 횟수면에서 리오는 조커 나이트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공격을 받을때 마다 리오는 그리 심각한 상황을 못느끼고 있었다. 사실 레이저 사이즈가 아닌 다른 무기였다면 공격력에선 리오가 훨씬 압도적이었을게 분명했다. 게다가 공격을 받아 그것을 막았을때에도 그리 강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정말 인형하고 싸우는 느낌이야….’

이러한 시점에서, 리오는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인형 내지는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는 샌드백과 싸우는 느낌이어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조커 나이트의 공격이 정면으로 들어왔고, 리오는 한번 모험을 해 볼 생각에서 레이저 사이즈의 자루를 왼쪽팔로 막아낸 후, 조커 나이트의 복부를 발로 강하게 걷어 차 멀찌감치 밀어낸 다음 방향을 바꿔 급속으로 트립톤항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공격을 받아 잠시 머뭇거리던 조커 나이트는 팔을 들어 트립톤을 향해 가는 리오를 공격하려 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팔을 내렸고 곧 넋이 나간 사람처럼 우두커니 공중에서 멈추고 말았다.

조커 나이트가 자신에게 아무 공격도 하지 않자, 리오는 실소를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후우…뇌를 잘못 개조했나 보군.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면 공격을 아예 하질 않잖아? 차라리 잘 되긴했지만…. 그럼 합세해 볼까?”


※※※

“이, 이런 이런…!! 내가 인공지능 조정을 잘못했나 보구만…. 공격 범위에서 상대가 벗어나면 추격을 해야지 가만히 있다니…쯔쯔쯔…하긴 뭐, 저녀석은 살아있을때에도 도움이 안되는 바보였으니 어쩔 수 없지. 덕분에 아마테라스를 완벽히 재조정할 수 있었지만…. 하는 수 없지, 저대로 놔두면 나찰, 수라들은 물론이고 베히모스들까지 위험할테니 지원군을 보내는 수 밖에…. 아냐, 아직 완성이 안됐으니 더 지켜보고 할까나….”

와카루는 자신의 실험실 한쪽 구석에서 화면을 지켜보며 홀로 중얼거렸다. 다른쪽 실험실엔 아무도 없었다. 언제나 그의 호통을 들으며 작업을 하던 조수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실험실 밖엔 나찰과 수라들이 철저히 경비를 서고 있었다. 원래 있던 경비원들도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였다. 실험실 옆의 작업블럭 역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찰과 수라들이 자기 분신들을 만들고 있는 모습만이 있었다.

그리고 출입통제라 영문으로 쓰여진 블럭이 있었다. 그곳엔 나찰도, 수라도 없었다. 다만 여섯개의 거대한 기계장치만이 작은 불빛들을 번쩍이고 있을 뿐이었다.


※※※

앞에 진(眞)자가 붙은 나찰과 수라라고 해도 지크, 슈렌, 바이론의 앞에선 그저 장난감일 뿐이었다. 특히 지크는 무엇이 그리 신이 난 듯 바람같이 나찰과 수라들의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그들을 무우 썰듯 완전히 조각내고 있었다.

“좋아, 좋아!!! 자, 계속 전력을 다해 싸워 보자구!!!!”

그러자, 근처에서 싸우고 있던 슈렌이 지크에게 다가와 등을 붙이며 짧게 말했다.

“전력을 다하지 마.”

슈렌의 말을 들은 지크는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는듯 슈렌을 돌아보았고, 슈렌은 고개를 위로 들어 아직 아무 공격도 하지 않고 슈렌과 지크, 바이론을 바라보고 있는 베히모스들을 가리켰다. 슈렌이 말 없이 가리키기만 하자,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슈렌에게 물었다.

“왜, 힘을 아껴두라는 소리야?”

슈렌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저 베히모스들…관찰하고 있어. 우리가 몇번 숨을 쉬는지까지 머리속에 넣고 있을거야. 여기서 우리들을 완전히 끝내겠다는 심산이겠지.”

그러자, 지크는 놀랍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저녀석들 상당히 머리가 좋아졌는데? 가뜩이나 상대하기 여러운 녀석들인데 큰일났네…? 음!!”

그때, 수라와 나찰 수십대의 집중 사격이 둘에게 가해졌고, 둘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려 그 사격을 피했다.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흐음…뭐,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저녀석들부터 정리하자구. 자아, 오너라!! 오늘 지크님은 베스트 컨디션이다—!!!!!”

지크는 몸에서 스파크를 한껏 뿜어내며 다시금 나찰, 수라들에게 돌진하기 시작했고, 제일 앞에 있던 나찰은 팔에 장비된 장갑판으로 지크가 달려오는 방향쪽을 막았다. 그것을 본 지크는 오기 생겼는지, 왼손 손가락을 독수리의 발톱처럼 구부리며 그 장갑판에 정면으로 돌진했다.

“장난감은—!!!”

지크는 소리를 치며 나찰의 장갑판을 왼손으로 강타했고, 장갑판에 손가락을 박아 넣은 지크는 팔을 움직여 나찰을 공중에 들어올리다시피 했다.

“—부숴지라고 존재하는거닷—!!!!!”

지크는 왼손에 매단 나찰을 옆으로 크게 휘둘렀고, 나찰은 동료들과 강하게 충돌하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십여대에 가까운 나찰과 수라들이 바닥에 쓰러진 것을 본 지크는 곧바로 그 위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품에 있는 부적들을 나찰과 수라들 위에 뿌렸다. 그 노란색의 부적들엔 염(炎)자가 하나 하나 적혀져 있었고, 반대편에 착지한 지크는 왼손을 꽉 쥐며 짧게 중얼거렸다.

“헤헷…터져버려!”

쿠쿠쿠쿠쿠쿵—!!!!!!!

수라와 나찰들의 몸 위에 붙은 부적들은 지크의 말에 반응하며 한꺼번에 맹렬히 폭발을 일으켰고, 나찰과 수라들 역시 그 폭발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철덩이로 변해 단백질이 타는 고약한 냄새를 내며 사라져갔다. 지크는 손으로 코를 막은채 손으로 연기를 휘휘 저으며 중얼거렸다.

“우에엑…농담 아닌데? 괜히 터뜨렸…음!?”

순간, 그의 옆에서 엄청난 높이와 굵기의 폭염 기둥이 치솟았고, 그 안에 있던 수십대의 나찰과 수라들은 재도 남기지 못한체 증발되어갔다. 서서히 사그라드는 그 폭염의 기둥에서 천천히 나오던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한손으로 빙빙 돌려 어깨에 대며 십여대를 부수고 좋아하는 지크에게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천천히 해.”

그러면서 나찰과 수라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가는 슈렌의 뒷모습을 보던 지크는 맘에 안든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슈렌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저녀석도 의외로 멋을 부린단 말이야…? 젠장….”

그때, 슈렌이 갑자기 뒤로 돌아와 지크의 어깨를 잡고 바닥에 엎드렸고, 지크도 엉겁결에 그를 따라 엎드리며 큰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무, 무슨 일이야!! 왜그래!!!”

그러자, 슈렌은 지크를 흘끔 바라보며 대답했다.

“위험해.”

쿠우우우우우웅—!!!!!!!!

슈렌의 대답이 나오기가 무섭게 나찰과 수라들이 백여대가 가깝게 모여있던 장소엔 검은색의 구체가 떨어졌고, 그 구체는 무시무시한 폭음과 더불어 빛을 빨아들이는 듯 한 칠흑색의 거대한 빛을 상공으로 뿜어내었다. 그리고, 지크와 슈렌의 귀엔 친근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후하하하하하하핫—!!!!!! 어둠의 공포를 느껴라, 고통스러워해라, 울부짖어라!!! 2급 중력 마법, [리버스·그레비트]다—!!!! 크크크크크…크하하하하하하하핫—!!!!! 죽는거다—!!!!!!!!”

그와 동시에, 빛 안의 나찰과 수라들은 중력이 사방으로 역전되는 탓에 풍선처럼 부풀다가 한계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갔고, 리버스·그레비트가 전개되고 있는 장소의 근처 역시 중력이 역전되는 탓에 건물, 지면, 심지어는 구름들까지 제멋대로 돌기 시작했다. 그런대로 떨어져 있긴 했지만, 세반고리관이 마비되는 탓에 지크는 심한 구토감을 느끼며 지크답게 투덜대기 시작했다.

“우욱…토할것 같아…!!!”

“참아.”

슈렌의 위로아닌 위로는 지크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한편, 바이론은 자신이 만들어낸 중력의 역전 공간을 바라보며 계속 광소를 터뜨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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