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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26화


<계획서>

10000년 안에 선, 악의 균형을 아래에 지정된 차원을 시점으로 무너뜨린다. 물론, 이 계획은 악신 계열의 고위층만이 알고 있으며, 절대 주신계열이나 선신계열측에 알려져서는 안된다.

æ. 지정한 차원

무우—아틀란티스의 고등 문명계를 중심으로 인간들이 살고 있는 차원임. 현재 그 대륙의 인간들은 같은 동족들을 노예로 삼고, 그들의 생사를 건 싸움을 눈으로 보고 즐기고 있음. 그곳을 담당하고 있는 네명의 여신 역시 새벽을 담당하고 있는 이오스를 제외하고는 향락과 제물의 늪에 빠져 있어 이용하기란 상당히 쉬울 것이라 생각됨. 세계의 균형 역시 상당히 우리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그쪽을 시작점으로 삼는다면 하르마게돈 이후 유지되어 오던 세력의 비를 충분히 우리쪽으로 유리하게 깰 수 있을 것임.

đ. 행동 원칙

이오스를 제외한 세명의 여신은 12신장이라 불리는 가디언들을 가지고 있음. 그중에 가장 강력하다 칭해지는 차원의 신장 <베르간>은 현재 힘이 상당히 약해져 있어 따로 떨어져 치료중임. 본인의 힘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됨. 본인이 12신장의 우두머리로 들어간 후, 12신장을 시작으로 여신들까지 천천히 제압하면 일은 간단해짐. 그러나,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12신장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조커 나이트를 제외한 다른 악마들의 협조는 당분간 받지 않을 것임. 이 점에 있어서는 다른 악마대공들과 우리들의 위대하신 왕 여러분의 협조가 필요함.

ð. 주의사항

이오스는 현재 가장 가시가 되는 존재임. 만약 본인의 정체가 탄로나거나 이 일이 미연에 발각된다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확률도 적지 않음. 그러나 일이 왠만큼 진행되었다면 이오스라 해도 문제사항이 없을 것임.

위의 모든 사항들은 본인의 개인적인 계획이며, 위대하신 왕 여러분의 원조등은 있지 않을 것임. 10000년이라는 기한이 다 되는 날, 본인의 모든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며,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지게 됨.

악마대공 린라우


나찰과 수라들이 거의 전멸되고 있는 시점에서, 앙그나와 시에, 두마리의 베히모스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걸 눈치챈 지크와 슈렌, 바이론등은 곧바로 베히모스들에게 정신을 집중하였다. 바이론이 말 없이 베히모스에게 다가갈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슈렌은 지크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우린 다른곳으로…그 로봇들이 아직 남았을지도 모르니까.”

그러자, 지크는 흥이 깨진 아이처럼 얼굴을 찡그리며 슈렌을 바라보았다.

“에엑? 무슨 소리야, 마악 신날 참인데 저 미치광이에게 혼자 즐기라고 할 수는 없다구!!”

슈렌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쪽이 더 재미있어.”

그러자, 지크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 어깨를 으쓱이며 슈렌에게 말했다.

“쳇, 그렇다고 치고, 저녀석 혼자 저 두마리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

“아니.”

슈렌은 간단히 대답했고,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슈렌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슈렌은 짧게 헛기침을 한 후 마저 말했다.

“흠…저기 오잖아.”

지크는 슈렌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쪽에선 바이칼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으나 바이칼은 베히모스나 다른 가즈 나이트들을 본척도 하지 않고 다른 일행이 있는 장소로 가버렸다. 지크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슈렌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가버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렌은 다시금 고개를 저었다.

“또 오잖아.”

말 대로, 그가 가리킨 방향에선 리오가 급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모두가 아직은 힘이 펄펄 넘친다는 것을 확인한 리오는 씨익 웃으며 바이론을 향해 말했다.

“후우…아직까진 다치지 않은 것 같군 그래?”

“…크팰….”

그러자, 바이론은 리오를 비웃기라도 하듯 코웃음을 쳤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슈렌과 지크를 바라보았다.

“일이 좀 간단히 처리되어서 그러니 여기는 내가 대신 맡지. 너희들은 다른곳에 피해가 없도록 수고를 해 줘. 부탁한다.”

그러자, 지크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팔짱을 낀 체 말했다.

“헤헷…그렇게 말씀 안하셔도 그럴라고 했다. 그쪽은 걱정 말고 저 애완동물들이나 교육시키시지. 좋아, 가자구 슈렌.”

“…으음.”

슈렌과 지크는 곧장 일행등이 있는 방향으로 사라졌고, 리오는 바이론이 있는 곳 근처까지 몸을 다시 띄우며 바이론에게 물었다.

“…어느정도까지 강해졌다고 생각하나…저 녀석들.”

그러자, 바이론은 다크 팔시온을 천천히 뽑아 들며 대답하듯 중얼거렸다.

“…우리만큼…크크크크큭….”

리오는 피식 웃으며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훗, 그럴지도.”

리오는 곧 손을 앞으로 뻗었고, 그와 동시에 항구 근처의 우물에선 빛과 함께 한 자루의 검이 솟구쳐 올랐다. 오색의 섬광을 뿜으며 날아 올라 리오의 손에 잡힌 그 검, 엑스칼리버를 본 바이론은 가볍게 숨을 내 쉬며 중얼거렸다.

“엑스칼리버…글쎄, 네 힘으로 그 검을 <디·엑스칼리버>까지 변환시킬 수 있을까…크크크크큭….”

마악 자세를 취하고 기를 끌어 올리려던 리오는 움찔하며 바이론을 바라보았다.

“…디·엑스칼리버?”

리오가 자신을 바라보는 동안, 바이론은 자신의 터질듯한 근육질의 가슴을 다크 팔시온의 날로 길게 그어 상처를 낸 후 손가락으로 피를 묻혀 자신의 입가에 가져가며 말했다.

“일명 마검 엑스칼리버라 불린다…. 속성이 극에서 극으로 바뀌기 때문에 사용자의 힘이 왠만하지 않아선 바뀌지 않지…크크크크큭…그래, 인간의 또다른 면과도 비유할 수 있을지도…으음, 오늘은 피맛이 좋군…크크크크크크….”

“…….”

리오는 가만히 엑스칼리버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린 후 다시 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은 그런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베히모스들이 그런 상황을 봐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베히모스들은 인간의 형태로 모습을 바꾸었고, 맨손으로 리오와 바이론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리오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과 싸우며 점점 강해져오던 이들이 지금은 최근에 만났을때와는 다른 차원의 힘으로 천천히 자신들을 압박해오고 있다는 것을….

“…자아, 오너라…!!”

리오는 호흡을 조절하며 베히모스들에게 말했다.


※※※

일행들에게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바이칼이었다. 바이칼은 도착하자 마자 말 없이 팔짱을 낀 후 주위를 몇번 돌아본 다음 항구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 불안한 듯…. 그것을 본 티베는 여관의 돌계단에 걸터앉은 상태로 옆에 있는 자신의 동생 케톤에게 물었다.

“얘, 저사람 뭔가 불안해 보이지 않니? 뭐가 걱정되는 것 같아…꼭.”

바이칼과 그리 오랜 시간동안 있어보지 않은 케톤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웃어 보였다. 티베는 다시 바이칼을 바라보며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렸다.

“…그래, 하긴…리오씨랑 밤에도 꼭 붙어서 자니까….”

그러자, 티베의 곁에 있던 루이체가 약간 부끄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티베에게 속삭였다.

“그, 그럴리가요…오빠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 저번에도 껴안고 있는 사진 봤잖아. 남자들 사이는 모르는거라고. 내가 방송국에 있을때도 그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얼마나 많았는데.”

그렇게 말 하는 누나 티베를 바라보던 케톤은 한숨을 조용히 내 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누나는 정말 많이 변했구나…저런 말 까지 서슴없이 하고….’

그때, 루이체가 바이칼의 상황을 잠시 바라본 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티베에게 얘기를 해 주기 시작했다.

“음…이건요, 제가 어렸을때 리오 오빠에게서 들은 얘기인데요….”

…때는 300년 전. 용들의 성전 드래고니스.

하얗게 샌 긴 수염을 가진 용족의 최고 장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채 바이칼을 바라보며 물었다. 바이칼은 벌써 몇일째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아프지 않은척’을 하고 있었다. 워낙 자존심이 높은 그였기에 사실 장로도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마마, 옥체는 어떠시온지….”

그러자, 의자에 앉아 있던 바이칼은 장로를 쏘아보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괜찮소. 어제 잠자리가 나빴던 탓이오. 신경쓸 것 없소.”

그러나 바이칼의 상태는 잠자리가 나빴던 것으로 지나갈 정도로는 절대 보이지 않았다. 호흡도 거칠어져 있었고, 얼굴도 열때문에 붉게 변해 있었다. 게다가 잘 보이진 않았지만 콧물까지 훌쩍이고 있었다. 다른 신하들도 걱정스런 눈치였다.

그때, 장로는 뭔가 방법을 생각해낸 듯 바이칼에게 양해를 구한 후 자리를 떴고, 약 한시간 후 다시 돌아왔다. 곧, 장로가 생각해낸 방법이 드래고니스를 방문했다.

“마마, 리오님께서 오셨사옵니다.”

문지기가 그렇게 고하자, 바이칼은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가 다시 정색을 하며 문지기에게 일렀다.

“…오, 오늘은 만날 기분이 아니니 다음에 오라고 일러라.”

그러나, 문지기가 채 가기도 전에 리오는 터벅터벅 알현실로 들어왔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은채 바이칼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후훗…뭐 별로 그런 기분도 아닌 것 같은데 왜그러시나. 심심해서 잠깐 만나려고 왔으니 심하게 구박하진 말아.”

바이칼은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픽 돌려 버렸고, 그 사이 장로와 리오는 눈짓을 주고 받았다. 바이칼에게 가까이 다가간 리오는 바이칼의 얼굴이 벌겋게 물든 것을 보고 놀리듯 말하기 시작했다.

“허어…이게 왠일이신가? 용제께서 오늘은 정말 상태가 안좋은 것 같은데…감기인가? 음…하긴, 드래곤이라고 감기에 걸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흥, 이몸이 감기 따위에 걸릴 것이라 생각했나. 바보같은….”

바이칼은 다시 리오에게 고개를 돌렸고, 가만히 바이칼을 바라보던 리오는 피식 웃으며 바이칼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거친 망토를 들어 바이칼의 얼굴에 가져갔고 바이칼은 손으로 리오의 팔을 막으며 강하게 말했다.

“무, 무슨 짓이야! 감히 이몸에게…읍!”

그러나 바이칼이 물리적인 힘으로 리오를 당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리오는 가볍게 바이칼의 손을 내린 후 망토 자락으로 바이칼의 코를 살짝 잡으며 말했다.

“자, 코나 풀고 마저 말 하시지…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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