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530화


“…….”

지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라이아는 여전히 재미있다는 얼굴로 지크를 바라보고 있었고, 라이아에게 잡혀 있는 세이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그녀에겐 충격 그 자체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자신의 동생이었을 뿐인, 보통 아이였을 뿐인 라이아가 갑자기 그렇게 돌변했다는 것은 세이아에겐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헤헷…헤헤헤헷….”

라이아는 지크가 갑자기 웃기 시작하자 얼굴에 띄운 미소를 지웠고, 다른 일행들 역시 지크가 갑자기 웃기 시작하자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크의 머리카락이 흔들거렸다. 금발의 스포츠머리…. 그 머리카락이 마치 바람을 맞은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크는 곧 고개를 들었고, 매우 기분이 좋은 표정을 지으며 라이아를 바라보았다.

“…후우…그래, 난 바보야. 네가 말한 그대로, 난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순진한 녀석이지….”

순간, 지크는 안색을 바꾸며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난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어—!!! 리오나, 슈렌, 바이론처럼 경험을 많이 쌓지도 못했다구!!! 난 가즈 나이트의 자격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가즈 나이트라는 직업에 대해 신경쓰고 살지도 않았어!!!! 오직 다른 사람들을 위해 즐겁게 살아왔을 뿐이란 말이야!! 어떤 빌어먹을 녀석이 너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널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널 지키기 위해, 난 널 용서할 수 없어!!!!”

쿠우우우우우우웅—!!!!!!!

순간, 지크의 몸에선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의 붉은 자켓은 크게 펄럭였고, 그의 머리도 강하게 흔들렸다. 슈렌을 비롯해, 그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은 지크의 그런 모습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람…인가…?’

바이칼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자신의 앞에서 작은 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지크를 보며 속으로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라이아는 흥미있다는듯, 어깨를 으쓱이며 지크에게 물었다.

“흐음…절 위해 절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요? 한번 가르쳐주시겠…흡!?”

라이아는 볼 수 없었다. 머리가 살짝 날렸을 뿐이라 생각했지만, 지크의 정권은 어느새 그녀의 복부를 강타하고 있었다. 라이아의 입에선 작게 선혈이 튀었고, 지크는 라이아를 쏘아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방심하면 죽을수도 있어…봐주는건 없으니까…!!”

“…흥!!”

라이아는 지크를 향해 거칠게 기합파를 날렸고, 지크는 몸이 보통때보다 가벼운듯 손쉽게 피하며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라이아를 추격했다.

“세, 세상에…? 지, 지크…보이니?”

티베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옆에 있는 챠오에게 물었지만, 지크의 공격을 볼 수 없는 것은 챠오도 마찬가지였다. 챠오는 침을 꿀꺽 삼키며 희미하게 보이는 지크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옆에 쓰러져있던 슈렌은 지크가 싸우는 모습에 조용히 중얼거렸다.

“…저것이…가즈 나이트중 최고의 스피드….”

“…!!”

그 말을 들은 케톤은 멍해진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툭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보이는것은 심하게 몰아치는 흙먼지 뿐, 지크의 모습은, 성인의 모습이 된 라이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난 뭐지…?’

케톤은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물어 보았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현재 지크의 머리속엔, 솔직히 라이아를 구하겠다는 멋진 생각은 유감스럽게도 들어있지 않았다. 오직 이기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이기면 구할 수 있다.

지크는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부르짖고 있었다.

현재 라이아에게서 앞서는 것은 반응속도와 이동속도, 공격속도…그야말로 스피드는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체력, 힘은 라이아에게 완전히 밀리고 있었다. 장기전으로 나가면 그야말로 바보가 되는 것이었다. 그걸 알고 있는 지크는 근육이 끊어져 나가는 것을 각오하고 현재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라이아를 공격했다. 물론 라이아가 가만히 서서 당할 이유는 없었다. 라이아는 자신의 기척을 최대한 지우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기척을 느끼지 못하는 지크가 시각에 의존해 공격할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렇게 된다면 공격받는 횟수를 줄여 장기전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라이아가 간과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가까스로 지크의 배후를 잡았다고 생각했을때, 지크는 곧바로 반격을 해 왔고 기척을 완전히 지웠다고 생각하며 싸우고 있는 라이아는 자신이 왜 반격을 받는지 이유를 몰랐다.

파악—!!!

순간, 지크의 반격을 받은 라이아는 멀찌감치 나가 떨어져 건물의 벽을 부수며 처박혔고, 지크는 잠시 숨을 돌리려는듯 그자리에 멈춰섰다. 그의 몸에선 여전히 바람이 일고 있었고, 그 바람에 섞여 땀이 심한 움직임에 의한 몸의 열 때문에 증기로 변하여 날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라이아도 물론 땀을 흘리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쪽의 얼굴이 시원했다.

“…흥, 생각보다 강하군요 지크…. 인정하겠어요. 하지만…당신은 이제 졌어!!!”

쿠우우욱…!!!!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지크의 몸을 중심으로 회오리치던 바람은 멈추었고 지크는 움찔하며 자신의 주위를 둘러 보았다. 힘을 강하게 뿜어내고 있는 라이아는 웃으며 일어나 지크에게 말했다.

“…후훗, 방금 전에 알았어요. 지금까지 기척을 지웠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당신에게 공격을 받는 이유를…. 바람의 가즈 나이트가 바람을 읽는건 당연한것, 당신은 자신의몸에서 뿜어지는 바람의 안쪽에 있는 저를 기류를 이용해 읽고 공격하는 것이죠. 그러니…지금 힘으로 그 바람을 완전히 눌렀을때 상황이 어떻게 될지 무척 궁금하군요.”

퍼억—!!!!

그러나, 라이아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말을 마치는 순간 지크의 권격을 왼쪽 뺨에 얻어 맞은 라이아는 크게 흔들렸고, 지크는 다시 자세를 취하며 중얼거렸다.

“헤헷…난 내가 모르는 사실은 그리 궁금하지 않아. 어서 덤벼.”

지크의 그 말을 들은 린스는 진짜냐는 얼굴로 그의 ‘직장 동료’라 들은 챠오와 프시케를 바라보았고,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던 둘은 곧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건물 벽에 기대어 지크와 라이아의 전투를 조용히 감상하던 바이칼은 짧게 한숨을 내 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흥, 모르는게 너무 많아 귀찮아서 그러겠지….”

땡그렁—!!

그때, 묵직한 쇳덩이가 떨어지는 음이 들려왔고, 모두는 그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회색의 거인, 바이론이 처음 보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라이아와 지크가 싸우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다크 팔시온도 떨어뜨린채….

“…네가…어째서…?”

곧이어, 전투를 마친 리오도 자신의 망토를 옆에 끼고 달려왔고, 그 역시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라이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자신이 정상으로 되돌렸다 믿고 있었고, 다시는 그런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을거라 안심하고 있던 그였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이, 이게…어떻게…된…?”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