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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37화


휀은 모든 일행이 보는 앞에서 천천히 계획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우선 일행을 두 조로 나눈다. 어떻게 실패하든 결과는 똑같으니 아는 곳만 찾아가는게 좋겠지. 먼저…첫번째 조는 레프리컨트 왕국 수도라는 곳에 있는 거대 기둥을 파괴한다. 이 일은 사바신과 슈렌, 바이론이 주축이 되어 맡는게 좋아.”

휀의 얘기중에 바이론의 이름이 나오자, 린스는 이상하다는듯 휀에게 물었다.

“이, 이봐. 바이론은 지금 행방불명되고 없잖아? 그가 네 계획을 알고 거기에 갈 것 같아?”

그러자, 휀은 린스를 흘끔 보며 말했다.

“바이론은 반드시 내가 있는 곳의 반대쪽으로 간다. 너희들도 속으로는 바이론을 믿고 의지했을테니 다시 믿는 것도 나쁘진 않아.”

린스는 휀의 거침없는 말에 고개를 숙이며 물러섰고, 휀은 계속 얘기를 이어 나갔다.

“너희들이 말한 그 대머리 박사가 있는 나라는 나와 지크가 주축이 되어 간다. 리오가 올지도 모르지만 오든 안오든 상관없어.”

휀의 말에, 케이는 혹시나 하면서도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예? 리오씨도 상당한 전력 아닌가요?”

“내가 가는 이상 별 차이는 없으니까.”

휀의 당당하고 당연하다는듯 한 말에, 케이는 고개를 저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역시…우주 황태자….”

케이의 말을 들었는지 안들었는지, 휀은 가즈 나이트들을 양쪽으로 나눈 후 약간이라도 전투를 할 수 있는 일행들에게 물었다.

“슈렌등과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은 사바신의 뒤에 서라. 나와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은 지크의 뒤에 서라. 자신의 상황을 잘 보고 서는게 14일 후의 세계를 위해서도 좋아.”

먼저, 린스는 노엘과 함께 사바신의 뒤에 섰고, 레이 역시 그녀들을 따라 사바신의 뒤에 섰다. 케톤 역시 그쪽으로 갔고, 지크쪽과 사바신쪽을 두리번거리던 티베는 결국 동생과 함께 사바신의 뒤에 섰다. 루이체와 챠오는 아무 말 없이 지크의 뒤에 섰고, 넬과 마키 역시 그의 뒤에 섰다. 프시케 역시 지크쪽으로 향했다. 시에는 곧바로 지크의 등 뒤에 달라붙었고, 카루펠은 당연히 지크의 뒤로 갔다. 그때, 지크가 카루펠을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 카루펠은 이번엔 슈렌을 좀 따라가줘.”

“…네? 하, 하지만 전 주인님을….”

지크는 곧장 카루펠에게 미안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설명해 주었다.

“음…넌 슈렌이나 사바신보다 이 대륙에 대해 더 잘 알거 아니야. 이번엔 아마 슈렌을 도와주는게 더 좋을거야. 미안해 카루펠.”

지크의 설명을 들은 카루펠은 곧 고개를 끄덕이며 사바신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이제 남은 사람은 바이칼 뿐이었다. 휀은 소파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바이칼을 보며 말했다.

“…용제는 여기 남아있는게 좋을 것 같군.”

그러자, 바이칼은 휀을 흘끔 쏘아보았고, 휀은 여전히 감정없는 얼굴로 바이칼에게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도 좋아. 강요는 하지 않으니까.”

휀의 말에, 바이칼은 우습다는듯 숨을 짧게 내 뱉으며 중얼거렸다.

“…흥…죽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건 여전하군.”

휀은 그런 바이칼의 말을 무시하는듯 모든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출발은 지금부터다. 슈렌과 사바신 조는 곧바로 짐을 챙기고 출발하도록. 나와 지크는 그 대륙으로 갈 방법을 확정한 후 출발하겠다. 그럼, 갈때까지 서로 인사나 충분히 해 두도록.”

말을 마친 휀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집 밖으로 나갔고, 모든 일행들은 한숨을 푸우 쉬며 의자를 찾아 깊숙히 눌러 앉았다. 린스는 슈렌의 옆에 앉아 팔짱을 끼며 그에게 묻듯 중얼거렸다.

“아아〜이제 수도엔 아무도 없을텐데, 가 봤자 별 일은 없겠지?”

가만히 앞을 바라보고 있던 슈렌은 고개를 슬쩍 저으며 말했다.

“…이쪽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쪽도 충분히 생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는 반드시 필요한 법…입니다.”

“…우웅….”

린스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 사이, 티베는 지크에게 다가가서는 뒷짐을 진 채 그에게 슬그머니 물어보았다.

“…몸은 괜찮으신가 어쩌구씨?”

그러자, 지크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헤헷, 당연하지…. 밖에 나간 녀석이 기합을 하도 주는 바람에 지금은 날아갈것 같다구. 그런데 의외네? 티베는 내쪽으로 올 줄 알았는데?”

티베는 말 없이 지크를 바라보다가 쓸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 조국이니까. 이곳은 ‘레프리컨트 왕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야. 내 나라의 일이니까 내가 나서야겠지. 도움은 안될지 몰라도….”

티베의 말에 동감을 한다는듯, 지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한 후, 잠시 머뭇거리던 티베는 다시 지크에게 말했다.

“…저어…나 사실 방송국…그만 뒀거든. 저번 일 때문에….”

그 순간, 지크는 깜짝 놀라며 티베를 바라보았고, 티베는 머리를 긁적이며 지크에게 물었다.

“…으음…그러니까…BSP라는 직업…어려운거야?”

“…….”

“어려워. 상당히.”

대답을 한 사람은 다름아닌 챠오였다. 티베와 지크는 의외라는듯 챠오를 바라보았고, 챠오는 시선을 다른곳에 고정한채 티베에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도와줄께. …이 일이 무사히 끝난다면.”

“…챠오….”

챠오는 여전히 다른곳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티베는 그런 챠오가 더없이 고마울 수가 없었다. 지크는 씨익 웃은채 자신의 뒷머리로 뒤에 앉은 챠오의 뒷머리를 툭 쳤고, 챠오는 뒤를 흘끔 보려다가 다시 앞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지크는 곧 챠오의 옆에 앉은 마키에게 시선을 돌렸고, 그녀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콕 누르며 물어왔다.

“어이, 넌 또 왜 내 쪽으로 온거야?”

“널 아직 죽이지 못했잖아.”

마키의 간단한 대답에, 지크는 손으로 마키의 아마색 머리를 약간 강하게 매만지며 장난기있게 말했다.

“헤헷…그래 그래, 영원히 따라다녀라. 아 참, 루이체. 너도 바이칼과 함께 여기 남아있는게 어때? 나중에 리오 오면 같이 오던가 하지.”

루이체는 곧바로 지크를 의미심장한 웃음과 함께 바라보며 말했다.

“흐흥…난 리오 오빠에게 짐이 되기 싫거든. 지크 오빠 따라가는게 리오 오빠를 위해서도 좋을거 같아서 말씀이야…헤헤헷.”

그러자, 지크는 역시나 하는 얼굴로 다른곳을 돌아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피가 안섞인게 천만 다행이군….”

“…무슨 뜻이지 오라버니?”

그런 상황을 뒤로, 프시케는 조용히 집을 빠져 나와 집 밖에 홀로 서 있는 휀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휀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조용히 말했다.

“…많이 변하셨더군요 프시케님.”

그러자, 프시케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네, 저 사람들하고 생활하면서 저도 많이 달라졌답니다. 하지만…휀 님은 여전히 변한게 없으시군요. 몇백년 전과 같이….”

“…….”

휀은 아무 말이 없었다. 프시케는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며 휀에게 물었다.

“…14일 후면…이 세계에서 열 아홉번째로 맞는 크리스마스군요…. 그때도 지금처럼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을까요?”

그녀의 물음에, 휀은 아무 말이 없었다. 프시케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상당한 시간동안 그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다시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볼 수 없습니다.”

그의 갑작스러운 대답에, 프시케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번 일이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와 같은 대답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느때와 같이 휀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때는 눈이 많이 내릴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군요, 호홋…. 고마워요 휀 님.”

프시케는 다시 그를 돌아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나 휀은 여전히 그녀를 돌아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프시케는 그것이 변함없는 휀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 말 없이 다시 집 안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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