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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57화


“그런데…지금까지 어디 있었지?”

슈렌은 바이론을 바라보며 물었고, 바이론은 킥킥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크크큭…그냥, 이러저리 돌아다녔다고 하면 맞을거다. 근데…너희들도 이곳에 뭔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온건가? 너무 궁금한데 그래…크크크크크….”

“음, 이곳 수도의 왕궁이 있던 자리에 뭔가가 있다 하더라고. 그걸 파괴하면 된다고 해서 이곳에 온거지. 바이론 너는 여기 어떻게 왔어?”

사바신은 영룡으로 자신의 어깨를 안마하듯 툭툭 두드리며 가볍게 물었고, 바이론은 시선을 잠시 옆으로 돌렸다가, 다시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괴물들을 하나씩 죽이다 보니…크크크크크크….”

“….”

슈렌과 사바신은 할 말을 잃은 듯 조용히 서 있을 따름이었다. 바이론은 여전히 광소를 머금은채 수도의 안쪽으로 방향을 돌리며 말했다.

“…크크, 그럼 나도 동참해 볼까? 그렇지 않아도 요즘 너무 죽이질 못해서 몸이 근질거렸는데…크크크크….”

‘아까 죽인건 뭐지?’

사바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바이론과 함께 수도 성벽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섰다. 수도 안쪽은 거의 폐허 상황이었다. 예전의 대 전투때 왕궁 주변만이 깨끗이 날아가 버린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인간의 기척이란 찾아볼 수 없었고, 다니는 것은 쥐와 별볼일 없는 곤충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바이론은 킥킥 웃으며 중얼거렸다.

“크크큭…맘에 드는 분위기군…. 안그런가? 크크크크크크….”

“…그럭저럭….”

슈렌은 살짝 인상을 구긴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사바신은 말 없이 심각한 표정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일행들의 눈엔 검은 안개에 휩싸인 무언가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바이론은 흥미있다는듯 눈을 크게 뜨며 중얼거렸다.

“호오…왕궁이 있던 자리에 뭔가가 서있군…크크크크크….”

슈렌은 시선을 그 물체에 고정시킨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의 목표물이다. 마지막 목표가 되길…비는 수밖에.”

사바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주먹을 맞부딪히며 자신감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좋아…한번 신나게 박살을 내 보자고! 하하하하하핫—!!!”

그때, 그 말을 들었는지 폐허 곳곳에서 바이오 버그들이 슬금슬금 나타나기 시작했고, 슈렌 등은 무기를 들며 전투 준비를 했다.

“크크크크…먹이감이 나타났군…크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러나, 바이론은 준비라는 것이 필요 없다는듯 곧바로 바이오 버그들을 향해 몸을 날렸고, 전열에 나타난 바이오 버그들은 무참히 바이론의 다크 팔시온 아래에 쓰러져 갔다. 바이론 주위의 바이오 버그들은 순식간에 고깃조각으로 변해 땅 위에 널려졌고, 한순간에 전열을 잃어버린 바이오 버그들은 이리저리 움직일 뿐,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하였다. 그때, 마치 정리라도 하려는듯 대형 바이오 버그들이 폐허를 비집고 나와 포효를 하며 살기를 내뿜었고, 몸에 바이오 버그들의 체액을 잔뜩 뒤집어 쓴 상태인 바이론은 더욱 크게 광소를 터뜨리며 소리쳤다.

“크하하하하하하—!!!!!! 죽고 싶은가, 살고 싶지 않은가!!! 둘 중에 하나를 골라 봐라!!! 크크크…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플레어]—!!!!!”

다크 팔시온을 옆에 꽂은 뒤 양 손에 마법진을 띄운 바이론은 곧 손에서 피어오르는 마력을 한곳에 응축한 뒤 앞으로 뿜었고, 진홍색의 빛은 대형 바이오 버그들과 하급 바이오 버그들을 길게 밀고 지나갔다.

쿠우웅—!!!!!

곧, 폭음과 섬광은 어김없이 폐허와 함께 바이오 버그들을 집어 삼켰고, 그 폭발이 일어나는 동안 슈렌과 사바신은 말 없이 눈을 감고 빛이 사라질때 까지 기다릴 뿐이었다. 곧, 둘의 귀엔 바이론의 광소가 들려왔다.

“크크크…깨끗해서 좋군….”

사바신은 아직도 플레어의 순간적인 열에 의해 이글거리는 공기를 배경으로 서 있는 바이론을 바라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일급 마법 플레어를 여전히 뻥뻥 쏴 대는군…. 보통 사람 같으면 한번 쓸때마다 이틀은 자야 할 정도로 정신력 소모가 심한 마법인데….”

그때, 슈렌의 사바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우리들이 나설 차례가 온 것 같은데.”

“응?”

사바신은 깜짝 놀라며 바이론의 먼 앞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몸에서 빛을 희미하게 뿜고 있는 두명의 남자가 있었다. 한명은 양복을 입은 노년의 남자, 그리고 또 한명은 그 노년기의 남자와 닮은 흰 양복의 청년이었다. 슈렌과 사바신은 이 세계에 저런 정장을 입을만한 사람이,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태연히 서 있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즉시 바이론의 옆에 서서 전투를 준비했다.

“…제네럴 블릭의…회장과 그 아드님이군…크큭.”

“?!”

바이론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그렇게 말했고, 슈렌은 깜짝 놀라며 다시한번 그 둘을 바라보았다. 둘은 완전히 풀린 눈으로 천천히 그들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생명 반응이 없다는 점이었다.

“자아…어떠신가요? 와카루 박사님께서 심혈을 기울이신 작품인데…호호홋.”

“…!!”

순간, 그 둘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바이론의 표정은 잠깐동안 굳어졌다. 바이론은 다시 미소를 머금으며 중얼거렸다.

“크크큭…드디어 나타나셨나, 타락한 신의 따님이…크크크크크크크….”

곧, 둘의 뒤에서 한명의 여성이 나타났다. 새벽의 검을 들고 있는 긴 갈색 머리의 미녀…. 슈렌은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뇌조렸다.

“…라이아.”

“어머? 슈렌 오빠도 계셨군요? 흠…오래간만에 뵈니 반가워요, 호호호홋…. 그동안 별 일 없으셨나요?”

슈렌은 눈을 가볍게 뜬 채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럭저럭…하지만 지금은 별로 대답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군.”

“흠,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 보군요. 제가 상담이라도 해 드릴까요?”

슈렌은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라이아는 웃으며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제네럴 블릭의 회장과 그의 아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자, 저분들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와카루 박사님께서 잘 개조시키신 작품이죠. 호호홋, 여러분의 목적은 알고 있어요. 저어기, 뒤로 보이는 ‘차원 분단의 기둥’을 파괴하시려는 것이죠? 흐음…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어요. 여기서 돌아가 주시면 좋겠어요. 전 여러분과 싸우긴 싫거든요. 호호호홋….”

“…’차원 분단의 기둥’…? 크크크크크…그랬었군….”

그 말을 듣고 있던 바이론은 웃으며 라이아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라이아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바이론은 오른손에 자신의 암흑 투기를 잔뜩 모은채 그 손을 라이아에게 뻗으며 말했다.

“…그러나…아쉽게도 내 목적은 그게 아니거든? 크크크크크….”

“흐음…그러면요?”

“…크크크크크…널 죽이는 것이다—!!!!!! [다크 브레이즈]—!!!!!!”

퍼어엉—!!

바이론의 오른손에선 모아진 암흑 투기가 시퍼런 불빛으로 변해 라이아를 향해 날았고, 라이아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채 마력의 결계로 바이론의 공격을 간단히 막아내었다.

“크하하하하하핫, 넌 역시 어리다—!!!”

순간, 사방으로 퍼지고 있는 푸른색의 빛과 마법 결계를 바이론의 손이 뚫고 들어왔고, 라이아는 흠칫 놀라며 피하려 했으나 바이론의 손이 더욱 빨랐다. 라이아의 안면을 손으로 붙잡은 바이론은 광소를 터뜨리며 다크 팔시온을 거머쥔 손에 힘을 넣었다.

“크크크…크하하하하하핫—!!!! 여신의 딸은 피색이 어떨까…너무 궁금해, 너무 궁금해 미칠 정도야,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그 즉시, 바이론은 자신에게 붙들린 라이아의 몸에 난도질을 개시했고, 라이아의 몸에선 피가 사방으로 날았다.

“크하하하하하핫, 죽는거다, 죽는거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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