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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64화


“…아…?”

라이아는 눈을 번쩍 떠 보았다. 눈을 뜨자 마자 보이는 것은 푸른 하늘과 구름들이었다. 그녀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 보았고, 자신이 잔디가 깔린 언덕에 누워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옆엔 슈렌이, 그리고 멀리엔 폐허가 된 레프리컨트 왕국의 수도가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음, 일어났구나.”

잔디 위에 편히 누워있던 슈렌은 조용히 라이아에게 말했고, 라이아는 자신의 작은 손을 슈렌의 두터운 가슴 위에 올려놓으며 물었다.

“슈, 슈렌 오빠! 모두 어디에 있어요? 언니는, 세이아 언니는 어디 있지요? 그리고 여긴 어디에요?”

슈렌은 조용히 라이아의 눈을 바라보았다. 크고 맑은 눈이 자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곧 손으로 라이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얼마 있으면 만날 수 있단다. 그리고 여긴 레프리컨트 왕국 수도 근처야. 자, 사바신이 먹을것을 구해올 동안 더 쉬자꾸나.”

“…네. 그런데,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별로.”

라이아는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잔디 위에 누웠고, 슈렌은 옅은 미소를 띄우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차원이 바뀌어서 그런지, 슈렌은 공기가 더욱 깨끗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후우, 이게 뭐야!! 한시간 반 동안이나 네녀석의 등에 매달려서 액션 영화를 찍어야 했다구!!!”

오래간만에 땅 위에 내려온 지크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바이칼을 향해 손가락을 휘두르며 따지기 시작했고, 바이칼은 지크의 설교를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며 숨을 퐁퐁 내 쉴 뿐이었다.

“자식이, 내 말을 무시하는거냐!! 열받으면 키스하는 수가 있어!!!”

“…열받으면 없애버리는 수가 있다.”

둘의 말다툼은 끝이 없었다.

콰아앙—!!!

순간, 요새의 한쪽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둘의 시선은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폭발로 생긴 불꽃과 연기를 뚫고 두개의 그림자가 공중으로 솟아 올랐고, 둘은 그 두 명이 각기 엄청난 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표정을 진지하게 바꾼 지크는 눈을 움찔거리며 중얼거렸다.

“…하나는 리오의 기 같고…하나는 강하긴 한데 잘 모르겠군. 아무래도 저게 마지막 전투 비슷한 것같은데?”

“…쳇.”

바이칼은 팔짱을 끼며 이유없이 투덜거릴 뿐이었다.

“어, 어째서지…? 내가 분명히 더 강할텐데, 난 신을 초월했을텐데!!!”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채 공중에 떠오른 와카루는 믿지 못하겠다는듯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소리쳤고, 리오는 검을 앞으로 내밀며 크게 소리쳤다.

“분명히 네 힘은 날 능가한다. 세 여신의 힘에, 악마대공 린라우의 힘, 그리고 당신의 과학기술이 지닌 힘이 합쳐져서 엄청난 파괴력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뿐이야!!!”

와카루는 눈을 번쩍 뜨며 리오를 쏘아보았고, 리오는 두개의 검을 교차한채 자세를 취하며 다시 소리쳤다.

“당신의 힘은 뿜는 순간에 얻은 것! 전투 한번 제대로 해 본 일이 없는 자가 그 힘을 얻어 봤자다. 사용할줄 모르니까!!! 하지만, 난 이 힘을 얻기 위해 700년 이상 생사를 넘어 싸워왔다!!! 힘의 차원은 다르지만 격이 틀려!!!!! 당신은 절대로 날 이길 수 없다!!!!”

리오의 몸에서 뿜어지던 푸른색의 기는 곧 녹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리오가 가진 두개의 검 중에서 파라그레이드는 연기를 내며 타기 시작했고, 엑스칼리버는 리오의 의지에 반응을 하듯 얇은 진동음을 내며 떨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당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 60년간 배워왔고, 100년만에 터득한 궁극의 기술로!!! [지하드]—!!!!!!”

와카루는 급히 양 팔을 겹쳐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지하드를 막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방어자세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와카루가 리오를 이긴다는 것은 처음부터가 무리였다. 와카루는 억울하다는듯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이, 이렇게 허무하게!!! 이, 이렇게…!!!!!!!!”

“없애버리겠다—!!!!!!!”

순간, 수천개의 녹색 검광이 하늘을 밝혔고, 와카루의 몸을 이루고 있던 세포들은 하나 하나 터져 나가며 소멸되기 시작했다. 와카루의 얼굴은 아직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채 마지막으로 사라져갈 뿐이었다.

지크와 바이칼은 서서히 사라져가는 녹색의 검광들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지하드의 충격파 때문인지, 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들에선 눈이 하나, 둘씩 내리기 시작했다. 지크는 자신의 코 끝과 속눈썹에 눈이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씨익 미소를 지었고, 바이칼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고개를 슬금슬금 저었다.

“…하아, 하아….”

리오는 입에서 거친 입김을 뿜으며 빨라진 호흡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제 남은 것은 하나라는 안도감일까. 아니면 마지막 남은 하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하는 고민일까.

숨이 진정된 리오는 해답을 찾은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날이 다 타버린 파라그레이드를 거둔 후 대신 디바이너를 꺼내며 자신이 뚫고 나온 구멍으로 다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리오는 아까 전 자신이 있었던 방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고 이오스와 세이아는 아직도 같은 장소에 그대로 있었다. 리오는 엑스칼리버를 이오스에게 뻗으며 말했다.

“…이제 끝입니다. 난 세이아와 라이아의 모친인 당신과 싸우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으니 그대로 주신께 판결을 받으시지요. 그러시지 않으면 아까 드렸던 말씀대로 이행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오스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 와카루 박사가 설마 그런 계산 착오를 하실 줄이야…. 하지만 아직 차원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절 어떻게 하신다 해도 그것만은 바꾸시지 못할거에요. 라이아가 그쪽을 맡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만약 차원분단의 기둥을 파괴한다 해도 일이 끝나는것도 아니죠…후후훗.」

“…!!!”

리오는 움찔 하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잡념을 가실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듯, 그는 다시 이오스에게 물었다.

“…상관없습니다. 자, 세이아를 풀어주고 순순히 주신께 가시지요. 더이상 당신의 아이들을 불행하게 두실 생각이십니까.”

이오스는 아직도 미소를 지은채 오른손을 세이아의 머리에 가져갔다. 리오는 설마 하는 생각을 하며 이오스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으나, 이오스는 웃으며 리오에게 소리쳤다.

「후훗…좋아요, 더이상 불행하게 두진 않겠어요!!! 이대로 제가 이 아이의 생명을 소멸시키면 그만이니까!!!!」

파악—!!!!

순간, 무언가가 벽을 뚫고 날아와 이오스의 오른팔을 자르고 뒷쪽 벽에 박혔고, 잘려진 이오스의 팔은 곧바로 빛으로 변하며 공중으로 흩날려졌다. 리오는 벽에 박힌 물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조커 나이트가 들고 있던 레이저 사이즈였다.

“거기까지다. 반역자 이오스.”

곧, 레이저 사이즈가 뚫고 날아온 문을 열고 누군가가 천천히 들어왔다. 여전히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얼음처럼 차가운 눈매의 남자 휀이었다.

이오스는 급히 자신의 오른쪽 팔을 회복시키려 했으나, 그녀의 팔은 회복되지 않았다. 이오스의 얼굴은 순간 당황함으로 일그러졌고, 그 사이 리오는 이오스에게 천천히 다가와 세이아를 묶은 포박을 풀고 있었다.

“리, 리오씨…!!!!”

세이아는 리오의 품에 안겨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리오는 한숨을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휀이 열고 들어온 문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크크…전형적인 엔딩이군…. 맘에 들진 않지만…크크크큭….”

“바이론…?”

리오는 세이아를 안은채 천천히 어둠속에서 걸어 나오는 바이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바이론은 자신의 양 손을 들어 이오스에게 보란듯 펴 보였고, 이오스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 그것은…!?」

바이론은 왼손에 들린 검은색의 수정조각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네 딸 라이아의 몸 속에 들어있던 [차원분단의 수정]이다. 이 기둥이라는 것은 그냥 허구였지. 난 그냥 혹시나 하고 그 아이를 찔러 본 것 뿐인데 이게 나오더군…크크크크크크…. 운이 좋다는게 이런건가…?”

파직!!

바이론은 발로 바닥에 떨어진 수정을 강하게 밟았고, 수정은 힘없이 바이론의 발밑에서 가루가 되어 사라져갔다. 그 후, 바이론은 오른손에 들린 두루마리를 펼치며 말했다.

“…크크…내 발 밑의 일은 그런대로 오래전에 끝난 일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보너스로 주신께 보고까지 하고 왔지. 크크크…이 서류에 주신의 인이 찍힌 순간부터 넌 신이 아니다. 상급 빛의 정령일 뿐이야. 이 차원계는 예전에 주신께서 분단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다시 분할되었고, 차원간의 불균형도 정리가 되었다. 크크크…난 주신께 널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는 허락까지 받아 두었다…. 자, 광황님은 이거나 받아 보시지.”

바이론은 왼손으로 주머니에 있던 쪽지를 휀에게 건네주었고, 그 쪽지의 글을 읽어보던 휀은 곧바로 쪽지를 소멸시킨 후 리오에게 안겨있는 세이아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넌 반역자의 딸로 인정되어 주신께 불려가게 된다. 날 따라오도록.”

“…네.”

세이아는 예상을 했다는듯 고개를 숙이며 리오에게서 돌아섰고, 리오는 순간 휀의 코트를 부여잡으며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리야!! 일은 이미 끝났잖아!!!”

멱살이 잡힌채, 휀은 차가운 눈으로 리오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주신의 명이다. 불만있나.”

“…쳇, 제기랄!!!”

리오는 휀을 거칠게 풀어준 뒤 고개를 푹 숙이며 돌아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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