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65화 [3부 끝, 에필로그]
-에필로그-
흠, 오늘로서 일기도 다음권을 넘어가는군. 난 지크, 지크·스나이퍼야. 자기 일기에 자기 이름을 적어넣는 녀석은 처음이라고? 헤헷, 괜찮아. 어차피 선생님께 “참잘했어요” 도장을 받는것도 아닌데 뭐.
일이 끝난 후, 바이칼 녀석은 투덜대며 돌아가 버렸지. 하지만 오래간만에 집에 돌아가는 녀석 같더라고. 발걸음이 붕붕 떴으니까 말이야. 아아, 정말 이번만큼 바이칼 녀석의 다른 면을 본 적은 없을거야. 앗, 그러고 보니까 그녀석이 리오가 아이스크림 어쩌구 하면서 투덜대던데…뭐, 어때.
바이론 녀석은 한팔이 잘린 이오스를 데리고 어디론가 가버렸어. 맞아, 바이론 녀석의 색다른 모습을 본 것도 이번 모험(모험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하여튼)이 처음이었지. 정말 강한 녀석이었어. 겉만 강한게 아니고 마음 속 역시…. 나중에 다시 만나면 술이라도 한잔 해야지 뭐. 헤헤헷.
휀 녀석은 세이아를 데리고 신계로 돌아갔다고 리오가 그러더군. 앗…그 얘기를 할때 리오가 그렇게 풀이죽은 모습을 보이는건 정말 오래간만이었어. 세이아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고 보니까 라이아도 휀이 데려갔다고 하던데…. 사정을 들어보니 정말 안됐더군. 엄마라는 여자도 그꼴이 되고…. 왜 그랬을까 정말. 난 모르겠어.
슈렌은 사바신과 함께 쉰다는 핑계를 대며 신계로 돌아갔지. 사바신 녀석, 나중에 한판 붙어봐야 하겠어. 그녀석 힘 진짜 세던데…. 그건 그렇고 슈렌이 갈때 그 노엘이라는 여잔 왜 그렇게 슬퍼하는거지? 별로 그렇게 사귀는 것도 아닌것 같았는데 말이야. 후…세상 일이라는건 모르는 건가봐.
아, 린스 공주…공주라고 해야 하나, 리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기억이 좀 있긴 했었나봐. 리오가 작별 인사를 할때….
“…클루토에게 안부 전해줘…미안하다고….”
…라고 한거 보니까 말이야. 하긴, 지금 상황에서 돌아간다는 것은 좀 그렇겠지.
리오 녀석은 루이체와 함께 힘없이 신계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어. 녀석…정말 안된 표정을 짓고 있더군. 하긴, 눈 앞에서 세이아가 휀에게 잡혀갔으니 그럴 수 밖에. 젠장, 나같으면 휀 녀석에게 한방 날리겠다.
아, 그리고 나?
난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 어머니께선 정말 기뻐하시더라고. 하긴, 귀여운 아들 얼굴을 수개월동안 못보셨으니 당연한거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어. 나에게 딸려온 가족 때문에…. 마키, 잠시 신세를 지겠다며 온 티베, 시에까지…. 난 밖에서 처신을 어떻게 한거냐고 혼나느라 또 정신이 없었지.
그로부터 1개월 후, BSP는 다시 정식 UN기관으로서 인정이 됐고 모든 BSP들은 90%이상 복귀를 했지. 바이오 버그 녀석들이 다시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그럴 수밖에. 다시 힘든일이 시작되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어. 내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는것 자체가 난 좋거든. 마키는 정식 BSP로 등록이 됐고, 티베는 아직도 비 정규BSP로 지내고 있어. 마법을 쓰는건 인정을 하겠는데 체력이 안된다나? 말도 안돼. 시에는 어머니랑 함께 집에서 편히 지내고 있지. 그냥…똑같애. 잘 먹고 잘살지.
이제 한숨 돌리게 됐으니 정말 기분좋아. 게다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도 받았겠다…헷헷헷. 세이아와 라이아의 일이 좀 찜찜하긴 하지만, 더이상 멸망에 관한일은 취급하지 않게 되었으니 다수에게 있어선 그런대로 좋아. 음…리오 녀석은 요즘 뭘 하는지 모르겠네? 다른 녀석들도 소식이 없고…. 음, 졸립다. 이젠 잠이나 자야지. 티베랑 마키는 오늘도 시끄럽지 않았으면…아휴, 촌뜨기들.
“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지크는 씨익 웃으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고, 지크의 어머니 레니는 역시 웃으며 그를 반겨 주었다. 레니와 함께 있던 시에는 활짝 웃으며 지크에게 안겨들었고, 머리를 부비며 기뻐했다.
“잘 왔다 지쿠, 지쿠.”
“그래, 그래…아프다니까!!”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며 시에를 자신의 어깨에 옮겨 놓았고, 시에는 지크의 머리에 팔을 감은채 계속 그와 붙어있었다. 자켓을 벗고 거실 소파에 앉은 지크는 여느때와 같이 TV를 켜며 시에에게 물었다.
“시에, 그거 오늘은 어떻게 됐어? 차가 막혀서 못봤으니 얘기좀 해 줘.”
“웅, 밍크가 멀티를 구해냈다. 하지만 나쁜 로봇(로봇)가 나타나 멀티를 다시 잡아갔어.”
“으…봤어야 하는데. 아, 티베랑 마키는 어디갔어? 오늘 그 애들 비번이라 놀텐데 말이야.”
“시장에 갔단다. 자, 이거 먹으려무나 지크.”
잠시 부엌에 가 있던 레니는 지크에게 빵을 가져다 주며 그렇게 말했고, 지크는 시에와 함께 빵을 집어들며 레니에게 물었다.
“음? 이거 왠 빵이에요? 이 햄 빵은 어머니 솜씨로는 도저히 불가능한데? 헤헤헷.”
“…녀석이. 오늘 옆에 이사온 이웃이 가져다준거야. 참 예쁜 아가씨더구나. 동생이라는 아이도 중학교 3학년이라고 하던데….”
“음…그래요?”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빵을 입에 물었다.
“…음!?”
순간, 지크는 깜짝 놀라며 굳은 표정을 지었고, 그 바람에 레니 역시 깜짝 놀라며 지크를 바라보게 되었다. 빵을 억지로 삼키다시피 한 지크는 레니를 바라보며 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사온 아가씨요!? 그, 그 아가씨 머리색이 어땠나요?”
“음? 음…은발이었나, 그랬을걸? 그런데 왜 그러니?”
“마, 말도 안돼!!!!”
그러나, 지크는 대답할 겨를이 없다는 듯 시에를 소파에 앉힌 뒤 바람같이 밖으로 뛰어 나갈 따름이었다. 레니는 팔짱을 낀채 힘없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후훗…싱거운 녀석 같으니라고. 그건 그렇고 그 아가씨 요리 솜씨가 기막히네? 정말 나도 배워야 하겠는걸? 시에는 어떠니?”
레니는 시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물었고, 시에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맛 좋아, 맛 좋아!”
3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