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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67화


“전투경찰 253대대 책임자인 대대장 김원철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수도방위 BSP 제 1조 조장인 하리진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휘이—익—!!!

리진이 자기 소개를 하자, 혈기가 넘치는 전경들은 휘파람을 불어대며 그녀를 환영해 주었다. 그러나 리진의 옆에 고글형 선글라스를 끼고 말 없이 서있던 지크는 속으로 그들을 비웃으며 고개를 저을 따름이었다. 그때, 리진이 지크의 그런 모습을 보고 팔짱을 끼며 그에게 따지듯 물었다.

“어, 지크 왜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

“으응? 아, 아니야. 갑자기 생각나는게 있어서….”

지크는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리며 얘기를 돌렸고, 리진은 뚱한 얼굴로 지크를 쏘아볼 뿐이었다. 리진은 곧 전경 대대장을 바라보며 작전 개시의 신호를 보냈고, 전경들은 리진, 지크와 함께 즉시 열을 맞추어 명동 B구역의 입구를 막아둔 바리케이트 안으로 몰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좋—아!! 4초 9! 챠오보다 빠른걸?”

전자 스톱워치를 보며 100m기록을 체크하던 검사관은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마키를 바라보았다. 100m를 전력 질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마키는 전혀 지친 기색이 없이 호흡을 가볍게 조절할 뿐이었다.

“…19초 8…. 아가씨 여기 왜 왔나?”

검사관은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온 티베를 바라보며 한심하다는듯 혀를 찼고, 티베는 자존심이 상한 듯 검사관에게 소리쳤다.

“이봐요! 전 이래뵈도 프랑스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엘리트였다고요!! 그러니 체력 때문에 너무 구박하지 말아요!!”

검사관은 티베의 기록을 핸드북(전자 수첩과 비슷한 컴퓨터. 입력은 광학식 펜마우스로 한다.)에 적어 넣으며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음음…자, 다음은 근접 격투능력을 측정합니다. 몸을 풀어 두세요 모두들.”

검사관은 티베, 챠오를 비롯한 견습생 모두에게 말하며 다른 구역으로 갔고, 제일 자신이 없는 과목만 걸리는 것에 티베는 양 손을 모으며 하늘에 기도를 올렸다.

제 2 구역에서 실시하는 검사는 펀치와 킥의 파괴력 측정이었다. 사실 그리 어려운 측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격투능력을 측정하는데엔 척도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했다. 일부에선 펀치와 킥 만으로 어떻게 전 격투능력을 측정할 수 있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세는 자유였기 때문에 대부분 호응을 하는 편이었다. 여러 견습생들의 차례가 지나고, 곧이어 마키의 차례가 왔다. 측정 기계 앞에 선 마키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옆에 서 있는 검사관에게 물었다.

“저어…린 챠오는 이 검사에서 수치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그러자, 검사관은 의아한 표정을 지은채 마키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핸드북을 매만져 안에 기록된 챠오의 수치를 말해 주었다.

“음…펀치력은 1613kg 정도였고…킥은 2104kg정도 였다네. 여자 치고는 높은 정도가 아니고 사이보그를 제외한 BSP대원들 중에선 두, 세번째로 강한 수치라구. 아가씨도 상당히 강하긴 한 것 같으나 너무 무리하진….”

퍼억—!!!

순간, 마키의 정권이 측정기에 날아들었고, 몇초 후 측정기의 기록판엔 마키의 펀치 파괴력 수치가 나왔다. 그걸 본 검사관은 눈을 휘둥그래 뜨며 중얼거렸다.

“…1610…!?”

그 수치를 본 다른 견습생들 역시 눈을 휘둥그래 뜰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키의 얼굴은 그리 좋지가 않았다.

“…쳇, 3kg이 적잖아…. 그럼…킥을!!”

퍼억—!!!!

이윽고,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마키의 킥 파괴력 수치가 나왔고, 검사관은 더욱 놀란 얼굴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2119…. 자넨 합격이야….”

마키는 이번엔 만족을 한 듯 손을 털며 뒤로 물러났다. 견습생 모두는 대단하다는 얼굴로 마키를 부러운듯 바라보았으나, 티베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측정기계 앞에 선 티베는 작은 목소리로 검사관에게 물었다.

“저어…지크는 수치가 어떻게 나왔나요…?”

그러자, 검사관은 머리를 긁적이며 핸드북도 보지 않고 얘기해 주었다.

“지크·스나이퍼 말이오? 음…공식적으로는 그냥 4700kg이라고 해 두긴 했는데, 그 수치는 이 기계가 견딜 수 있는 한계수치라오. 펀치 한방에 기계가 뒤로 밀려 나가버렸으니 그 이상이겠죠 뭐. 자, 마지막으로 아가씨 차례요.”

“…싫어…아앙….”

모든 체력검사가 끝난 후, 마키는 근접 격투능력에서 A+를 받을 수 있었다. 수치가 A이상이라면 곧바로 정식 BSP대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마키는 다음에 실시할 사이킥 레벨 측정시 최하 점수가 나온다 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티베는 문제가 많았다. 그녀가 자신이 있는 과목이라고는 ‘마법’뿐, 초능력 따위는 아는 바도 없었다.

‘아아…가정부의 느낌이….’

티베는 머리를 감싸쥔채 그렇게 고민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마키의 사이킥 레벨은 거의 최하 수치가 나와버렸고, 그 다음 차례인 티베는 잔뜩 긴장을 한 채 측정기를 머리에 착용했다. 사이킥 레벨 검사관인 중년의 여성은 편하게 하라는 손짓을 한 후 기계를 작동시켰고, 티베는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눈을 꼭 감으며 될대로 되라는듯 마법 주문을 머리속에 외우기 시작했다.

‘뭐가 좋을까, 뭐가 좋을까, 뭐가 좋을까…으으윽…!!!! 지크 자식, 죽여버리고 말거야—!!!!!’

치지직…!!!

순간, 티베가 착용한 측정용 기계에서 스파크가 일기 시작했고, 티베는 깜짝 놀라며 착용한 기계를 즉시 벗어 옆으로 내 던졌다. 기계에선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었고, 티베는 머리카락이 몇가닥 탔는지 짜증을 내며 바닥에 내 던진 기계를 발로 수차례 짓밟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검사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듯 옆에 있는 동료 검사관을 향해 말했다.

“…기계의 한계를 넘어섰어요. 정말 굉장하긴 한데…어떻게 저런 사악한 사이킥 파워가 나올 수 있는 걸까요…?”

체력 측정을 담당했던 검사관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채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저 아가씨를 정식 맴버로 하는 것은 일단 보류해 둬야 하겠군….”

그렇게, 견습생들의 능력 측정 스케줄도 점차 마무리가 되어갔다.


“이봐!! 저쪽을 잘 맡으라구, 저쪽 말이야!!!”

지크는 몰려드는 바이오 버그들을 자신의 칼, 무명도로 바람이 휘몰아치듯 베어가며 멍하니 서 있는 전경들에게 소리쳤고, 전경들은 고개만을 끄덕이고 방어 태세만을 겨우 취할 뿐이었다.

“대, 대장님!!! 바이오 버그들이 하늘에서!!!!”

그때, 뒷쪽에서 한 전경의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전경들은 황급히 자신들이 가진 라이플을 들어 비행형 바이오 버그인 E급 [아미갈]을 격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때, 최전방에 있던 지크는 근처에 있는 리진에게 소리치며 전경들이 있는 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리진!! 백 업!!!”

“맡겨줘!!”

리진은 그렇게 소리친 후 휘두르던 사이킥 소드에 자신의 사이킥 파워를 집중하며 몰려오는 바이오 버그들을 쏘아보았다. 바이오 버그들이 거의 근접했을 무렵, 리진의 사이킥 소드는 거대한 반물질 구체를 생성한채 영롱한 빛을 내 뿜고 있었고, 그녀는 강하게 사이킥 소드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이거나 먹어랏—!!!! 사이킥 소드, 맥시멈 레벨—!!!!!”

곧, 그녀가 초능력으로 집중시킨 거대 반물질 광탄은 바이오 버그들을 빨아 들이며 앞으로 전진했고, 사거리 부근에서 대 폭발을 일으키며 근처의 바이오 버그들을 소탕시켰다.

“비켜, 비켜!!! 보릿자루들은 비키란 말이야—!!!!”

지크는 전경들을 뚫고 앞으로 달리며 무명도로 아스팔트를 긁어 나갔고, 전경들이 완전히 비켜주자 그는 무명도를 위로 강하게 쳐 올리며 외쳤다.

“사백식—비사격추(飛蛇擊墜)—!!!!”

콰아앙—!!!

순간, 지크가 지면을 긁어 올린 힘에 의해 아스팔트 조각들은 공중으로 강하게 튕겨져 올랐고, 공중에서 산성 체액을 쏘며 공격하고 있는 바이오 버그들의 대부분을 일격에 떨어뜨렸다.

그런 전투가 있은지 두시간 후, 명동 B구역의 바이오 버그들은 대부분 전멸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도망쳤고, 임무는 성공적으로 종결이 되었다.

임무중 내내 공포에 떨고 있던 전경들이 울며 불며 ‘어머니’를 외치는 동안 지크는 땀이 찬 자신의 고글을 벗으며 한숨을 돌렸고, 리진 역시 지친듯 자신의 황색 자켓을 벗으며 땀을 말렸다.

“아휴…이게 정초부터 무슨 고생이야? 전경들은 기합이 빠졌는지 바이오 버그들은 전부 우리가 없애고…. 하여튼 지크하고 같은 조가 되면 나만 고생한다니까.”

“…오, 그래? 난 이상하게 리진하고 같은 조가 되면 나만 고생하더라고….”

지크는 킥킥 웃으며 자신의 고글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렸고, 리진은 이를 갈 뿐, 할 말이 없는지 다시 자신의 자켓을 입었다.

“자, 귀환!”


저녁 여덟시.

레니는 마키와 시에가 아무 일 없이 식사를 하는 것과는 달리 티베가 힘없이 스프를 수저로 휘휘 저을 뿐이어서 걱정스런 얼굴로 그녀에게 사정을 물었다.

“티베양, 오늘 무슨 일 있었나요? 식사가 다 식겠어요.”

“네? 아, 죄송합니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래요? 그럼 다행이지만…. 그건 그렇고 지크는 왜이리 늦나…?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

그렇게 걱정하는 레니의 모습을 보던 티베는 한숨을 쉬며 대답해 주었다.

“후우…오늘 지크는 무슨 ‘소탕작전’을 한다며 좀 늦을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 그래요?”

티베의 말을 들은 레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활기찬 인사 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지크는 그렇게 인사를 하며 부엌으로 들어왔고, 순간 리진과 마키, 시에는 인상을 구기며 지크를 쏘아보았다. 레니 역시 입과 코를 손으로 살짝 가리며 지크에게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샤워좀 하고 들어오지 않고….”

그러자, 지크는 잠시 잊었다는듯 머리를 긁적이며 즉시 윗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아, 본부에서 샤워하는걸 잊었네요. 죄송 죄송….”

그런 지크의 모습을 보던 티베는 설마 하는 얼굴로 레니를 바라보며 넌지시 물어보았다.

“저어…설마 BSP가 되면 저 냄새의 원인을 뒤집어 쓰고 살아야 하나요…?”

“음…지크가 임무를 나간 이후에 바이오 버그의 체액을 뒤집어 쓰지 않은 일이 없었으니까 뭐…그럴거에요.”

“…!!!!”

티베는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아아…가정부가 눈에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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