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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71~572화


제2화 [신인들의 대활약]

“…아니, 급한 환자가 있다고 해서 왔더니 송장이 있구먼.”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는 지크를 보던 BSP의료진중 제일 나이가 많은 의사가 그런 말을 하자 곧 응급실에선 난리 아닌 난리가 나버렸다. 급히 달려왔던 지크의 어머니 레니는 지크의 동료 케빈의 부축을 받으며 근처 휴게실에서 정신을 가다듬었고, 다른 동료들 역시 상당히 불안한 얼굴로 그 의사의 상태 보고를 들었다.

“음…도대체 몇층 빌딩에서 자살을 기도한거요? 대퇴부 골절, 내장 파열, 두개골 파손, 늑골은 말할 것도 없고…. 오른쪽 어깨뼈와 쇄골은 거의 가루가 됐고, 근육들까지 골고루 손상을 입었소. 제발 나에게 몇주 진단이 나오냐고 묻지는 말아주오. 특히 내장 부위에 손상이 크니 음식물에 의한 영양 보충은 당분간 거의 불가능할거요. 험…그건 그렇고 지크군이 이렇게 엉망으로 얻어맞은건 정말 오래간만이구먼. 예전에 수수께끼의 남자에게 엉망이 된 이후로 처음이야. 자, 이제 모두 나가주시오. 지크군을 수술실로 옮겨야 하니까.”

그 말을 듣던 지크의 동료들은 한숨을 쉴 뿐이었다. 그들은 곧 응급실을 나섰고, 얼마 후 산소마스크를 쓰고 수술실로 향하는 지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처크 부장은 언제나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헤이그에게 물었다.

“…다른 곳의 피해상황은 없나?”

“아, 예. 오늘은 오직 시청 앞 한군데 뿐이었습니다. 무선 통신들도 모두 정체불명의 전파방해에서 벗어나 원활합니다.”

처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선글라스를 꼈다. 하지만 그의 미간은 여전히 일그러진 상태였다.

“…BSP의 통신망이 이렇게 간단히 무너질줄이야…. 예전에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아무래도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바이오 버그들이 강해진 것같군. 자, 당분간은 비상 경계 태세를 유지하도록. 그럼 각자 위치로.”

“옛!”

처크 부장은 곧 헤이그와 함께 레니를 데리고 병원 밖으로 나갔고, 리진과 챠오는 잠시 쉬려는듯 의자에 앉아 한숨을 돌렸다.

수염을 살짝 기른 말총머리의 사나이, 케빈·브라이언은 턱에 손을 가져간채 조용히 생각을 하다가, 곧 고개를 숙이며 담배 한개피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하지만 불은 붙이지 않았다. 그런대로 원칙을 지키는 편의 성격이어서 병원 안에서의 금연을 지키려는 것이었다. 물론 흡연의 욕구는 굴뚝같았지만….

“…케빈 선배는 무슨 생각 하세요?”

리진이 힘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어오자, 케빈은 피식 웃으며 담배를 문 채 리진에게 말했다.

“…후, 나와 지크는 동갑인데 왜 리진과 챠오가 나한테만 선배 소리를 붙이는지 고민하고 있었지. 존대말은 물론이고.”

“…농담하지 마시고요.”

“….”

옅은 미소를 띄운채 리진과 챠오를 번갈아 바라보던 케빈은 곧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빼 어깨를 으쓱이며 미안하다는 행동을 취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달 가까이 지났는데…사실 모두가 느끼는 바와 같이 바이오 버그들의 전투력이 E급에서 D-급으로 상승할 정도로 강해진건 아니야.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점이 하나 있긴 하지. 예전처럼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체계적으로 이 사회를 갉아먹고 있어. 일주일 전에 원자력 발전소를 습격한 것도 그렇고…. 우리들이 알고 있는 MOTHER외에 무언가 다른 보스급 인사가 생겨난게 분명해. 하지만, 이건 내 예상일 뿐이니 너무 신경쓰진 마. 자, 난 이만 본부로 돌아가지. 지크 상태나 잘 보고 나중에 얘기해줘. 그럼.”

리진과 챠오는 본부로 돌아가는 케빈을 배웅한 후 다시 휴게실로 돌아갔다. 챠오와 단 둘이 있게된 리진은 살짝 인상을 쓴 채 머리를 매만지며 챠오에게 물었다.

“…부장님 좀 너무하신 것같지 않니? 어떻게 지크 얘긴 한마디도 안하시고 현재 상황에 대한 얘기만 하실 수 있을까? 아무리 지크하고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말이야.”

그러자, 챠오는 조용히 자신의 장갑을 풀며 리진에게 되물었다.

“…보지 못했어?”

“응?”

장갑을 다 벗은 챠오는 자신의 옆자리에 장갑을 놓아두며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부장님의 안색…지크가 저렇게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부터 계속 안좋으셨어. 성격이 호탕하신 부장님께서 그렇게 오랫동안 안색이 안좋으신건 처음봐. 하지만…지금 지크의 일 보다 더 중요한건 오늘 이후 바이오 버그들의 행동에 따른 우리들의 대응이야. BSP중 최강이라 지칭되는 지크가 저렇게 쓰러졌다는 말은 현재 BSP중에선 지크를 저렇게 만든 존재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말과 같아. 부장님은 호탕하지만 냉정한 분이시기도 해. 그래서 지크 얘길 꺼내지 않으셨을지도 모르지….”

챠오의 얘기를 듣고 있던 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왼쪽 다리를 몸 가까이 올렸고, 무릎에 턱을 대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라도 있었다면 조금은 숨통이 트일텐데…. 빨간 장발의 남자…. 아, 챠오는 모르겠구나.”

그러자, 챠오는 리진을 흘끔 바라보며 말했다.

“…리오·스나이퍼라는 남자?”

“응, 그래…음!? 챠, 챠오가 어떻게 그 남자 이름을 아는거지!!!”

챠오의 입에서 정확히 이름이 나오자, 리진은 깜짝 놀라며 챠오를 바라보았고 챠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해 주었다.

“…작년 그 혼란기때 지크, 마키, 티베 등과 같이 행동했다고 말했잖아. 그때 그 남자도 함께 있었지. 하긴, 객관적으로 지크보다 훨씬 강하긴 했어.”

그렇게 말하는 챠오를 보며, 리진은 속으로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왜 얘는 언제나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거지…?’

그렇게, 그 날 하루도 지나갔다.


다음날, 지크가 빠진 회의실엔 지크를 제외하고도 두명이 더 참가하게 되었다. 바로 지크가 데리고 온 견습 두명.

“마키·키드렉! 19세! 오늘부터 BSP…!! …BSP….”

“…수도 방위 지부.”

“아, 수도방위 지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마키는 중간에 말을 잊었던 탓에 얼굴이 약간 붉어진채 자리에 앉았고, 처크 부장은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슬그머니 저었다. 곧, 마키의 옆에 앉아있던 티베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기 소개를 하였다.

“티베·프라밍이라고 합니다. 21세고요, 오늘부터 마키와 함께 수도 방위 지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티베가 자연스럽게 자기소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크의 얼굴은 그리 밝지가 않았다. 마키는 근접 격투능력이 A+라서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티베는 사이킥 파워의 레벨이 기계의 한도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A는 커녕 그저 ‘이상수치’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직 믿는 것은 특기인 ‘마법’뿐….

두사람의 소개가 끝난 후, 처크는 서류를 덮은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되어서 기쁘다. 다른 대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기타 사항은 넘어가고, 오늘의 안건부터 설명하겠다. 루이, 부탁하네.”

“네.”

루이는 보통때와 마찬가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채 전자 슬라이드로 걸어가 비밀 안건 화일을 전개했다.

“BSP의 임무는 바이오 버그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경찰력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민생치안을 해결하는 것도 있습니다. 어제 정각 20시 이후 현재까지 바이오 버그에 대한 표면적인 사건, 사고가 집결되지 않았으므로, 오늘은 특수 임무가 여러분께 주어집니다.”

‘첫날부터 재수없군….’

티베는 똥씹은 표정을 지은채 속으로 그렇게 중얼댔다. 루이의 말은 계속되고 있었다.

“최근, 신문지상이나 뉴스에 사이보그 수술을 받은 후 그 부작용 때문에 재활원에 가게 된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을 여러분은 보셨을 것입니다. 최근 용인의 재활원에선 언론엔 공개되지 않았지만 20명에 가까운 사이보그들이 집단으로 탈출을 하여 상부의 촉각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하실 수 있지만 사이보그들 20명이 무기 하나 들지 않고 집단으로 탈출을 하는데 그곳을 맡고 있는 중무장 군대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전멸되어 주었다는 것은 알기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정보망을 풀 가동시킨 결과 이 일엔 바이오 버그들이 가담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말 한 루이는 곧 스크린의 화일을 닫은 후 40년 전의 지하철 노선도를 열며 다시 설명을 개시했다.

“여기 보여지는 전철, 지하철 노선은 40년이 지난 현재 폐쇄가 된 상태입니다. 저희는 이중에서 바로 이곳, 40년 전 과천선, 4호선이라 불리는 노선에 탈주한 사이보그들이 숨어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최종 임무는 사이보그들의 제거 내지는 생포입니다. 가급적이면 생포 위주의 전투를 해 주십시오. 그들은 전투 사이보그가 아니기 때문에 임무는 비교적 쉬울 것입니다. 하지만 바이오 버그라는 존재의 유무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화일을 닫고 전자 스크린을 끈 루이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왔고, 처크는 자신의 선글라스를 매만지며 모두에게 말했다.

“잘 숙지하고 있다 알겠다. 이번 임무의 영향도 있고, 지크의 부상과 추가 대원 때문에 오늘은 조를 다시 나눈다. 1조는 헤이그, 챠오, 사이키이며, 2조는 케빈, 리진, 마키, 티베이다. 2조는 대원 경험이 부족한 이유로 특별히 4명으로 구성되었다.”

‘…어차피 3대 4로 나눠야 하지 않나…?’

리진은 어색한 표정으로 시선을 올린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처크는 계속 설명을 이었다.

“1조는 ‘안산’에서 ‘산본’까지의 구간이 8년 전 완전 해체된 이유로 지하 구간이 시작되는 ‘범계’에서 부터 진행하게 된다. 2조는 중간에 있는 지상 구간…한강 철교가 역시 해체된 관계로 국립묘지가 있는 부분부터 임무가 시작된다. 중간에 어디에서 합류를 할지 모르지만 가급적이면 빨리 합류를 할 수 있게 노력하도록. 그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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