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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73~574화


“헙—!!”

투욱—!!!

짧은 기합과 함께 낮은 자세에서 나온 챠오의 정권은 마지막 남은 바이오 버그의 복부에 꽂혔고, 바이오 버그는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렸다. 챠오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고, 바이오 버그는 곧 등껍질과 입에서 체액을 뿜으며 그자리에 쓰러졌다. 바이오 버그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챠오는 슬슬 손을 털며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그들을 습격한 바이오 버그는 이제 전멸 상태였다. 뒤에서 지원 사격을 하던 전투 사이보그이자 얼마 남지 않은 BSP원년 맴버인 헤이그는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챠오에게 말했다.

“호오, 챠오가 예전보다 더 강해진 것같은데 그래? 내가 지원 사격만 해도 될 정도니, 하하하핫….”

챠오는 헤이그의 말에 감사를 표하려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이었다. 말수가 없는 챠오를 잘 알고 있는 헤이그는 곧 사이키를 바라보며 물었다.

“위치를 알 수 있을까?”

“예, ‘총신대 입구’를 지난지 꽤 되었으니까…아마 ‘사당’ 근처일 것입니다.”

핸드북을 보며 대답한 사이키는 빙긋 웃으며 헤이그를 바라보았고, 헤이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에게 말했다.

“음…내 기억으로 ‘사당’역은 예전에 전철을 갈아타는 곳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구조가 좀 복잡할거야. 아마 그곳에 탈주한 사이보그들과 바이오 버그들이 있을 것같아. 자, 가도록 하지.”

“예!”


※※※

“마키! 위험해—!!”

“—!!”

틸·니켈 나이프로 바이오 버그 다수를 없애던 마키의 뒤에서, 아직 살아있었던 한마리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그녀를 등 뒤에서 공격하려고 했고, 리진은 이를 악물며 블래스터로 바이오 버그를 쏘려 했다. 그러나, 아직 마키는 공격을 당하기 직전일 뿐이었다.

“하앗—!”

순간, 마키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았고 그와 동시에 바이오 버그의 날카로운 공격은 빗나가고 말았다. 마키는 공중에서 몸을 한바퀴 돌리며 발 끝으로 바이오 버그의 두상을 강하게 가격했고, 그 일격에 타격을 받은 바이오 버그의 머리는 몸과 떨어져 축구공처럼 앞으로 튀어나갔고, 머리가 떨어진 바이오 버그의 몸은 앞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마키는 곧 안전하게 땅에 착지했고, 그 광경을 본 케빈은 휘파람을 불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휘—익! 멋진 [리버스 섬머솔트]군!! 그 상황에서 그걸 쓰다니, 대단한 탄력이야! 역시 근접 전투력 A+가 아깝지 않은걸?”

리버스 섬머솔트란, 보통의 섬머솔트가 아래에서 위로 차 올리는 것과는 반대로 동작은 같지만 떨어지면서 적을 친다는 것이 다른 기술이었다. 상당히 고난이도의 기술이었고, 게다가 바이오 버그의 머리를 일격에 날린 것에 케빈이 감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음, 여태까지 그걸 하는건 지크랑 챠오 외엔 보지 못했는데…이거 지크녀석 거물을 잡아왔는걸?”

케빈의 칭찬은 멈출줄 몰랐다. 결국 뒤에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한 리진은 인상을 쓰며 케빈에게 말했다.

“자, 선배님. 여기가 ‘남태령’이에요.”

“음…? 아, 참 그렇지. 미안 리진. 이제 남은 것은 ‘사당’역 뿐일거야. 늦게 가기는 우리가 더 늦게 갈테니까 헤이그 선배님의 조가 벌써 다 끝냈을 수도 있지. 음, 맘을 편하게 가지고 행동하자. 그럼 출발.”

케빈의 뒤를 따라가려던 마키는 뒤에서 티베가 아직 오고 있지 않자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티베는 양 주먹을 불끈 쥔 채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마법으로 바이오 버그의 대부분을 통구이로 만들어 케빈에게 마키보다 먼저 칭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티베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키는 불안한 생각에 티베에게 다가가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봐, 티베….”

“…호홋…호호호호호호홋…!!!”

순간, 마키는 티베가 갑자기 웃기 시작하자 깜짝 놀라며 뒤로 주춤했고, 먼저 천천히 가던 케빈과 리진도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티베는 고개를 서서히 들며 마키를 향해 중얼거렸다. 반 정신 나간듯이….

“호호홋…마키, 나…호호호홋…이 일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어…!! 오호호호호호호호호홋—!!!!!”

“티, 티베…?”

티베는 곧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신들린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호호홋…하하하하하하핫—!!!! 그 괴물 단지들 다 나오라고 그래!!! 대 마법사 티베·프라밍님께서 고귀하고 무서운 마법으로 박살을 내 줄테니까!!! 날 상대하게 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 주겠어!!! 호—호호호호호호호호홋—!!!!!!”

케빈은 자신보다 앞서 걸어가기 시작하는 티베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살짝 지은채 리진에게 말했다.

“…왠지 불안한데…?”

리진은 동감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게다가…저마저 능가하는 엄청나고 사악한 사이킥 파워가….”

이상한 불안감 속에서, 티베를 비롯한 모두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19시.

헤이그의 조는 드디어 ‘사당’에 도착했다. 역 플랫폼에 올라선 헤이그는 자신의 오른쪽 팔을 뻗은 뒤 [레이저 게틀링건]으로 팔을 변형시켰다. 팔을 변형시킨 헤이그는 빔 탄의 에너지원인 플루토늄 전지를 전투를 대비해 새것으로 갈아 끼웠고, 챠오 역시 전투를 대비해 블래스터의 탄창을 허리의 탄창대에 하나 하나 끼워 나갔다. 마법을 사용하는 사이키는 자신과 일행의 몸 주위에 방어 마법인 [프로텍트]를 거는 것으로 전투준비 끝이었다.

“자, 준비는 끝났지?”

헤이그의 물음에 챠오와 사이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른쪽 눈에 장비된 생체 레이더를 가동시킨 헤이그는 곧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다른 둘도 헤이그를 따라 앞으로 전진했다.

“…플랫폼에 먼지가 쓸리지 않은 것을 보니 우리가 2조 보다 먼저 도착한 것같군. 자, 그러니 모두 주의하도록.”

헤이그들은 계단을 하나씩 오르기 시작했다.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는 곳에 가까이 향할때까지, 생체 레이더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고 탈주한 사이보그들도 보이지가 않았다. 헤이그는 이상하다 생각하며 계속 이동을 할 뿐이었다.

“…선배님, 잠깐…!”

그때, 맨 뒤를 맡은 챠오가 헤이그를 불렀고, 헤이그의 하체 모터는 곧바로 정지를 했다.

“…왜그러지?”

챠오는 곧 주위를 차근차근 살피며 헤이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후 헤이그의 옆으로 간 챠오는 헤이그에게 아래를 보라는 손짓을 했고, 자신의 한발짝 앞을 본 헤이그는 움찔하며 눈을 크게 떴다. 10cm거리도 안되는 전방에 가느다란 실이 발목 높이로 복도 좌우에 걸려 있었다.

“…부비트랩…!? 어째서 이런 게릴라 전법이 폐쇄된 지하철 역에 존재하는거지?”

부비트랩에 대해서는 지크에게 배운 일이 있던 챠오는 눈을 가늘게 뜬채 걸쳐진 실을 바라보았다. 강철로 된 얇은 실이었다. 게다가 표면이 손만 대도 상처가 생길 정도로 날카로웠기 때문에 챠오는 어떤 트랩인지 알 것 같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헤이그에게 말했다.

“…이중 트랩입니다. 저 함정을 건드린 사람은 저 강철끈에 발목이 날아가게 되어 있고,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들은 천정쪽으로 이어진 폭발물에 당하게 되어 있어요. 이 트랩은 제가 제거하긴 상당히 어려우니 그냥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헤이그와 사이키는 천천히 그 강철끈을 넘어갔고, 챠오 역시 그 트랩을 넘어 일행과 함께 다른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과연 지크가 가르쳐준 것이 쓸모가 있군. 그런데 2조가 저 트랩에 당하는건 아닌지 모르겠군.”

헤이그의 말을 들은 챠오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상당한 수준의 함정 전문가가 2조에 있으니까요.”

챠오는 계속해서 감각을 집중한채 앞으로 천천히 전진했고, 헤이그와 사이키 역시 챠오를 따라 앞으로 전진했다.


※※※

“후우, 먼지가 쓸린 것을 보니 헤이그 선배의 조가 역시 먼저 도착했군. 자, 우리도 어서 올라가지.”

케빈은 플랫폼 위에 가볍게 올라서며 담배 하나를 물었고, 다른 일행 역시 플랫폼에 올라서며 한숨을 돌렸다. 약 10분 가량 휴식을 취한 일행에게 마지막 남은 담배를 문 케빈이 가볍게 말했다.

“1조가 따라간 방향으로 가는게 좋겠어. 적어도 함정에 걸릴 염려는 없을테니까 말이야. 자, 출발.”

케빈 일행은 천천히 1조가 간 방향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케빈은 버릇인지 담배 필터를 앞니로 살짝살짝 깨물며 여유있게 계단을 올라갔고, 티베와 리진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맨 뒤에서 따라오던 마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녀의 동물적인 감각이 그녀의 대뇌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케빈은 먼지가 잔뜩 쌓인 안내판에 입김을 불어 먼지를 살짝 날린 두, 기침을 하며 안내문을 읽어 보았다.

“음…2호선 갈아타는 곳이라? 좋아, 계속 가 보자구.”

케빈은 머리에 묻은 먼지를 털며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순간, 마키가 케빈에게 재빨리 몸을 날려 그의 목을 오른팔로 졸라 끌어 당겼고, 갑작스런 상황에 리진과 티베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멍하니 둘을 바라보았다. 순간 표정이 굳어버린 케빈은 자신의 목을 졸라 뒤로 끌어당긴 마키를 흘끔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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