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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77화


“성계신…?”

지크는 눈썹을 움찔거리며 바이칼에게 되물었고, 바이칼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장로 말로는 한 혹성당 한명씩 반드시 신이 배치되어야 하는데, 그 전투 때 이오스가 신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한 후 이 혹성엔 성계신이 사라진 상태가 되어 지층, 대류, 기후등 모든게 불안정해지는 [카오스]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성계신이 조절을 하게 되어 있는데…이상하게도 지금 이 혹성엔 그 카오스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바이칼의 말을 오래간만에 진지하게 듣고 있던 지크는 손으로 턱을 받치며 바이칼에게 중얼대듯 물었다.

“…그렇다면…지금 누군가가 이 지구의 모든 것을 조절하고 있다는 뜻이야…?”

“그렇다. 하지만 성계신이 있는 위치는 주신과 선신, 악신의 삼대 신 외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리오 녀석에게 한번 물어보기 위해 그녀석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지크는 바이칼의 말이 이해가 안간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네가 왜 이 지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거지? 예전만 하더라도 이 혹성이 부숴지든 말든 풍풍 거리던 네가 말이야. 보물이라도 묻어둔거야?”

“…흥, 멍청한 녀석…. 네녀석은 아직도 이 혹성의 중요성에 대해 모르고 있군.”

“…하아?”

지크는 눈을 크게 뜬 채 고개를 계속 갸우뚱 거릴 뿐이었다. 바이칼은 오래 말을 한 탓에 목이 말라졌는지 침대 근처에 놓인 팩쥬스 하나를 뜯어 잠시 마신 후 계속 말을 이었다.

“…이 혹성…이 차원은 다른 어떤 차원보다 문명이 신계에 근접해 있는 곳이다. 물질 문명은 제일 발달해 있지. 그 이유는 만물의 영장 교채 후 신들과 모습은 닮았으나 속으로는 불안정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처음 만들어진…하르마게돈(최종전쟁)이후 전멸해버린 우리들의 선조(공룡)들 다음에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처음 시동한 장소이다. 처음엔 아담과 이브라는 거대 원숭이 두마리였지만, 예전에 우리들의 선조들이 너무나 거대해 악마나 천사들마저 그들을 통재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 다시 크기를 줄여 작은 원숭이로 바꾸었다. 하지만 그들은 머리가 너무 나빴지. 하르마게돈 이후 표면에 나타난 주신은 다시 그보다 발전한 생명체를 만들어 지상에 뿌렸고…그 인류 개선 작업이 끝난 최종 형태가 바로 지금의 인간들이다. 그리고 자체적인 문명들이 시작되었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은 신들은 다른 차원들에 인간들을 풀어 점차 선과 악의 세력비를 예전처럼 갖추기 시작했다. 문명이 최고로 발달한 이 지구라는 혹성의 성계신은 위에서 거론한 것과 같이 상당한 중요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른 성계신에 비해 상당한 권력을 가진다. 이오스가 그런 사기극을 펼친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지. 게다가 이곳은 서룡족과 동룡족의 비율이 똑같은 유일한 곳. 이곳의 균형이 무너지면 다른 차원의 균형도 단번에 깨진다. 서룡족과 동룡족의 균형은 물론이고 선과 악의 균형까지. 이제 이 차원의 중요성을 알겠나.”

바이칼은 말을 끝낸 후 연거푸 쥬스를 들이켰고, 지크는 너무나 황당하고도 놀라운 바이칼의 얘기에 입이 벌어진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 학교하고 교회에서 배운 것과는 좀 다른데…?”

“…어차피 인간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니 다를 수밖에. 자, 어서 리오가 있는 곳을 대라.”

쥬스를 다 마신 바이칼은 냉담한 얼굴로 지크에게 물었고,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몰라.”


※※※

“음…오늘은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군.”

사이키와 함께 순찰을 하던 헤이그는 순찰보다는 시내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에 가까운 지금 상황에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고, 챠랑 운전을 자동 항법장치에 맡긴 후 책을 읽고 있던 사이키는 빙긋 웃으며 헤이그에게 말했다.

“정말 다행이네요 선배님. 아무도 다치지 않으니까요.”

“…그렇긴 한데…. 음, 3조는 오늘 인원이 세명이었지? 아무래도 처크 부장님의 일이 좀 불안해. 이상하게….”

“예? 무슨 말씀이신가요…?”

헤이그의 말을 들은 사이키는 걱정스런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고, 헤이그는 무전기를 들어 3조 차량에 주파수를 맞추며 말했다.

“…20년이 넘게 BSP 생활을 하며 몸에 익힌 ‘감각’이라는 것이 있어. 아무래도 챠오를 종합청사로 보내는게 좋을 것같아. 그녀라면 왠만한 상황에선 별 걱정이 없으니 약간이라도 안심이 돼겠지. 아, 3조 들리나?”

헤이그의 호출과 함께, 화상 통신기의 화면엔 열심히 화장을 고치고 있는 티베의 모습이 나왔고, 티베는 갑자기 헤이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며 좌우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앗! 대머리…아니 헤이그 선배님 목소리!! 마키, 빨리 햄버거랑 감자칩 숨겨!!」

“…신났군…됐으니 챠오좀 불러주겠나 티베?”

헤이그는 자신의 매끈한 머리를 매만지며 한숨을 내 쉬었고, 티베는 자신의 바로 앞에 화상 통신기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고, 곧 카메라는 운전을 하고 있는 챠오에게 돌아갔다. 챠오도 무언가를 먹고 있었는지 입 주위가 번쩍였고, 챠오는 왼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화면에 시선을 돌렸다.

「네, 챠오입니다.」

“음, 미안한데 자네만 급히 종합청사로 가주지 않겠나? 아무래도 처크 부장님께서 혼자 가신 것이 걱정되서 말이야. 부탁하네.”

챠오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그럼 부탁하네.”

곧, 화상 통신기의 화면은 꺼졌고, 헤이그는 조금 안심이 되는듯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어머, 빨리 햄버거좀 줘 마키. 한참 화장한 다음에 먹으려는데 그 대머리 아저씬 뭐니?」

순간, 헤이그와 사이키의 귀엔 채 꺼지지 않은 통신기로 부터 들려오는 티베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둘은 깜짝 놀라며 통신기쪽을 바라보았다.

「냠냠…음, 맛있다. 프랑스에서 파는 햄버거보다 훨씬 맛있는데? 호호호홋…. 그런데 챠오, 그 아저씨 연세가 어떻게 되니? 얼굴 보니까 좀 삭은 것같던데….」

「5, 53세…정도….」

「어머, 그래? 그러면 아이 하나는 장가 내지 시집 보냈겠다 얘. 그건 그렇고 챠오, 넌 가슴 사이즈가 어떻게 되니? 나보다 큰 것 같은데.」

헤이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인채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고, 옆에 앉은 사이키는 얼굴이 발그래진채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헤이그와 통신기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얘, 얘, 부끄러워 할 것 없어, 누가 듣니? 마키도 저번에 B컵이라고 당당히 말했다구. 내가 C컵이니까…챠오는 D컵? E컵?」

「…티베, 통신기 안꺼졌어….」

자신감이 팍 사라진 챠오의 목소리가 들린 후, 곧 통신기는 조용해졌고 사이키는 다행이라는듯 웃으며 한숨을 후우 내쉬었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선배님 죄송해요!!! 저희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구요, 선배님 나이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구요, 다른 사람의 신체 사이즈에 대해서도 말 하지 않고 있구요—」

툭—

곧, 누가 끊었는지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티베의 변명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헤이그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힘겨운듯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지크 이상의 괴짜가 들어왔군….”


※※※

“…어쨌든. 누군가가 성계신의 역활을 대신 하고 있으니 나중에라도 리오를 보면 그렇게 전해주길 바란다. 그럼 난 이만.”

바이칼은 그렇게 말을 맺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지크는 바이칼이 그렇게 가려 하자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어허, 남문병을 왔으면 더 놀다 가셔야지. 이리와서 TV나 보자구. 좀 있으면 만화 한단 말이야.”

그 말에, 바이칼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으나 잠시 후 뭔가를 잊으려는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것으로 날 유혹하려 하는건가. 우습군.”

“에헤, 그러지 마시고…!”

지크는 재미있다는듯 킥킥 웃으며 바이칼의 팔을 갑자기 잡아버렸고, 순간 중심을 잃어버린 바이칼은 생각보다 힘을 상당히 가한 지크쪽으로 힘없이 딸려가고 말았다. 그러나….

“…읍.”

“…!!!!!!”

그 상황을 본 시에는 좋다는듯 박수를 치며 즐겁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앗! 뽀뽀다 뽀뽀!!”

그때, 병실의 문을 두드렸던 배식 간호원이 안에 아무런 반응이 없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병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침대 위에 벌어진 상황을 본 간호원은 순간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힌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어…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시, 식사는 여기에 놓고 가겠습니다!!”

곧, 간호원은 식사를 두고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고, 침대에서 몸을 벌컥 일으킨 바이칼은 얼굴이 새빨개진채 지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역시 얼굴이 붉어진 지크는 자신의 입을 이불로 닦으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 없이 손을 내 저을 뿐이었다.

“…네녀석을…!!!!”

“바, 바이칼님!!! 전 고의로 그런게 아니에요!!! 전 그냥 같이 놀자는…!!!!”

바이칼은 여전히 몸을 부르르 떨며 서 있을 따름이었다. 지크는 바이칼의 눈에 눈물까지 맺히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절대로 말하지 않을께요 용제님!!! 용제 마마!!! 전 아무것도 못봤고, 아무짓도 하지 않았고, 당신을 끌어 당기지도 않았고, 당신은 끌려오지도 않았어요!!!!”

그러나, 바이칼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말없이 밖으로 나설 뿐이었다. 그가 나가자, 지크는 곧바로 세면대로 향해 양치질을 하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으윽, 이건 치욕이야 치욕!!! 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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