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78화
“…정말 말씀해 주지 않으실 것입니까?”
처크는 자신과 마주앉은 BSP관련 정부 고위급 인사에게 다시금 물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더욱 구겨질 뿐이었다.
“흠, 이 양반 안되겠군!! BSP가 한 나라의 군사기밀까지 알아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나!! 아무리 이건 UN 직속 기관이라 하지만 너무한 처사 아닌가!!! 대한민국은 UN의 속국이 아니야!!!”
그 관리는 그렇게 소리치며 강하게 나왔고, 결국 처크는 자신의 선글라스를 벗으며 살짝 인상을 쓴 채 그 관리에게 소리쳤다.
“탈주한 전투 사이보그는 모두 20명이오!! 그 사이보그는 우리 BSP의 탐색망을 빠져 나갈 수 있는 장비도 지니고 있다 하오!!! 대한민국의 기술력이라면 당연히 시각 스텔스 기능도 그들에게 주었겠지요!! 그런 괴물들이 이 나라의 국민들을 100명씩 죽인다 하면 2천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는 것과 같은 소리요!! 그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줘야 우리가 처리할 것이 아니오!!!!”
“그, 그렇지만…!!”
콰앙!!!
순간, 처크는 그 관리의 책상을 내려치며 더욱 크게 소리쳤다.
“뭐가 그렇지만이오!!! 우리가 이렇게 말싸움하는 동안에도 그 사이보그들은 어딘가에서 선량한 시민들을 살해하고 있을지 모른단 말이오!! 일이 더욱 커지게되면 아무리 우리라도 더이상 언론의 입을 막을 수 없소!! 만약 그땐 어떻게 할거요? 당신도 알다시피 기합이 쫙 빠져버린 전경대로 그들을 막을거요? 배나온 민방위로? 아니면 화끈하게 시내 곳곳에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K-타이거 대전차를 배치해서? 어서 말을 해 보시오!!”
결국, 그 관리는 할 말이 없어졌는지 한숨을 후우 내쉬며 담배를 꺼내 들었다. 그는 처크에게도 담배를 권해주며 말했다.
“…알겠소. 한대 피우며 조용히 얘기해 봅시다. 나도 좀 흥분했던 것같소.”
처크는 다시 선글라스를 쓴 후, 그 관리가 주는 담배를 받고 불을 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길게 연기를 내 뿜은 관리는 손으로 약간 벗겨진 이마를 매만지며 얘기를 시작했다.
“…그 사이보그들은 당신이 아는 대로 국방부에서 바이오 버그 대응용 무기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개조된 해병대원들이오. …하지만 그들을 개조한 뒤에 좀 문제가 생기고 말았소. 신경계를 맡은 의사의 약품 투여 실수로 그 해병대원들의 판단력 등에 문제가 생기고 만 것이오. 결국 우리는 그들을 보통 사이보그로 재 개조한 뒤에 모든 계획을 백지화한 후 용인에 있는 사이보그 재활원에 감금시켰소. …설마 그들이 탈출해서 그렇게 강력한 전투 사이보그로 다시 태어날줄은…. 아, 덧붙이자면 그 사이보그들이 탈출할때 재활원을 경비하던 군인들이 바이오 버그들에 의해서 대부분 전멸이 되었소. 바이오 버그와 관련이 있다는 당신의 말은 맞는 것이오.”
“…그렇군요.”
처크는 담배재를 털며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는 곧 자신의 책상에서 볼펜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에 그들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소. 그 해병대원들의 특기등, 모든 것이…헉—!!”
챙그랑—!!!
유리에 작은 구멍이 생기는 소리와 함께, 그 관리는 말을 멈추며 몸을 부르르 떨었고, 처크는 순간 그 관리의 손에서 급히 그 볼펜을 뺀 뒤 자세를 숙였다.
파앙—!!
그리고, 한발의 총성과 함께 그 관리의 머리는 과일이 터지듯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고 머리가 사라진 관리의 몸은 제자리에 풀석 주저앉고 말았다. 곧, 사방에서 총성이 들려왔고 그 총성과 함께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처크는 그 관리에게 받은 볼펜을 자신의 제목 품 안에 넣은 후 블래스터 권총을 뽑으며 이를 악물었다.
“…오늘은 정말 재수가 더럽군…!”
“…오, 이런, 여기에 한명이 더 있었군.”
그때, 처크의 귀엔 술에 취한듯한 남자의 목소리가들려왔고 육중한 발자국 소리가 처크쪽을 향해 들려오기 시작했다.
“후, 이 아저씨는 머리가 날아갔으니 뇌파에 의한 진술도 못하겠지? 후후후…. 자, 이제 이 아저씨와 함께 있던 사람을 처리해 볼까나?”
파앙—!!
“흐악—!!”
순간, 책상을 뚫고 들어온 날카로운 창살에 어깨를 가볍게 찔린 처크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옆으로 굴렸고, 방 안에 난입한 사이보그는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호오…책상이 생각보다 두꺼웠던 모양이군. 어깨만 살짝 긁히다니…하지만 아저씨 너무 엄살이 심한거 아닌가? 창살이 박힌 것도 아닌데….”
퍼엉—!!!
그때, 몸을 웅크리고 있던 처크는 몸을 돌리며 블래스터로 사이보그의 머리를 쐈고, 사이보그는 큰 충격을 받은듯 뒤로 멀찌감치 날아가 서재에 처박혔다. 처크는 피가 흐르는 어깨를 손으로 감싼채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이래뵈도 난 BSP원년 맴버라고…!”
그러나, 처크의 생각은 아직 이른 것이었다. 왼쪽 눈을 맞은 사이보그는 순간 작살 발사기가 달린 오른팔을 올렸고, 처크는 급히 몸을 옆으로 피해 그 사이보그가 발사한 창살을 피했다. 사이보그는 천천히 서재에서 나와 부숴진 자신의 왼쪽 눈에 끝이 날카로운 손가락을 넣으며 중얼거렸다.
“…쿠쿠, 역시나 그랬군…. 5cm만 윗쪽으로 갔어도 사망일뻔 했어. 다행히…왼쪽 눈에 맞았지만 말이야…으윽…!!”
치직!!!
사이보그는 부숴진 자신의 왼쪽 아이-카메라를 뽑아냈고, 70구경 탄환이 박힌 아이카메라는 조금 움직이다가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이-카메라를 옆으로 집어 던진 사이보그는 곧 오른쪽 눈을 번뜩이며 자신의 등에 장비하고 있던 대전차포를 들었고, 다시금 처크를 조준하며 소리쳤다.
“크하하하핫!!! 당신, 분명히 이 아저씨와 무슨 말을 했을거야!! 그러니 더욱 살려둘 수 없지!! 우리는 계속 죽은 사람이어야 한단 말이야!!!!”
퍼직—!!
순간, 그 사이보그의 뒤에서 누군가의 강렬한 킥이 날아왔고 갑작스런 일격을 받은 사이보그는 머리가 떨어져 나가며 바닥에 쓰러졌다. 처크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바라보며 놀라움과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챠, 챠오!! 자네가 어떻게!?”
챠오는 아무 말 없이 사이보그의 떨어진 머리로 다가간 후 그 위에 자신의 블래스터를 난사하여 사이보그의 머리를 완전히 부숴버린 다음 처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헤이그 선배님께서 절 보내셨습니다. 상황을 보니 종합청사 건물은 사이보그들에게 완전히 장악된듯 합니다. 빨리 탈출해야 합니다.”
“헤이그가…! 후우, 다행이군. 그럼 어서 빠져나가세!!”
챠오는 고개를 끄덕인 후, 벽에 몸을 붙인 뒤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투투투투투투투—!!!!!!!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머신건 사격이 안쪽에 행해졌고 챠오는 손을 문쪽으로 살짝 내밀어 블래스터로 응전한 후 다시 문을 닫았다. 역시 벽에 붙어있던 처크는 귀찮은듯 자신의 선글라스를 벗으며 중얼거렸다.
“…이거 원, 자네까지 위험하게 한 것 아닌지 모르겠군. 이제 어디로 빠져나가지?”
가만히 벽에 붙어 생각을 하던 챠오는 할 수 없다는 얼굴로 처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창문을 통하는 수 외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먼저 상황을 볼테니….”
콰아앙—!!!!
그 순간, 챠오가 기대고 있던 벽이 뚫리며 두개의 우악스런 기계팔이 튀어나왔고, 기계팔은 재빨리 챠오의 몸을 조르며 그녀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챠오는 급히 기력을 실어 그 기계팔에서 탈출하려 했으나, 인간의 팔과는 달랐기 때문에 그것은 순전히 힘으로 푸는 수 외엔 없었다.
“…으윽…아앗…!!”
그러나, 아쉽게도 챠오의 힘으로는 그 기계팔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결국 챠오는 눈을 겨우 뜬 후 처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부, 부장님…어서…도망치세요…!!”
“챠, 챠오!!!”
처크는 급히 자신의 블래스터로 챠오를 감싼 기계팔을 부수려 했으나, 자칫 잘못하면 챠오를 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는 결국 총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곧, 그 기계팔의 주인인 사이보그는 벽을 뚫고 방 안으로 들어왔고, 중형의 아머를 걸친 그 사이보그는 씨익 웃으며 처크에게 말했다.
“후후, 미안하지만 창문으로의 탈출은 불가능하지. 우리 동료를 쓰러뜨린 직후 이곳은 다른 동료들에 의해 완전 포위가 되었으니까…!! 공중조차!! 자, 우선 이 여자부터 죽여볼까…? 후후후…여자 비명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거든…천천히 죽여주지…!!!”
그 사이보그의 기계팔은 천천히 챠오의 몸을 조이기 시작했다. 고통을 참으려는듯 이를 악물고 있던 챠오는 결국 이빨 사이로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아앗…아아악…!!!!”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처크는 자신의 손에 들린 블래스터가 저주스러웠다. 아무 역활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결국, 처크는 블래스터로 챠오를 겨냥하며 쓸쓸한 미소를 지은채 중얼거렸다.
“…이것으로 고통은 없을 걸세…챠오. 이거 지크에겐 너무 미안하지만…나도 곧 뒤따라갈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