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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87화


“잠깐 잠깐!! 경호하는 것도 아쉬운 내가 왜 너에게 점심하고 저녁까지 대접해야 하는 거지‥!!”

패스트푸드점에서 라이아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던 지크는 잠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라이아에게 따져 보았고, 한참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있던 라이아는 쩨쩨하다는 눈으로 지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BSP 봉급은 상당히 많다고 아는데‥.”

“그, 그거하고는 상관이 없잖아. 게다가 네가 먹은 햄버거와 감자의 양을 계산하지 못하는 거니? 혹시 언니가 밥을 안 주는 건‥?”

“아, 아니에요! 햄버거는 우리 언니가 훨씬 잘 만든다고요!!”

“흐음‥하긴 그래. 이 음식점 햄버거는 더럽게 맛이 없으니까.”

“맞아요, 프라이드 포테이토라는 게 물 먹은 오징어처럼 축 늘어지고‥.”

한편, 라이아와 지크는 잠깐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있었다. 자신들의 자리가 카운터와 제일 가까운 자리라는 것을‥. 점원들은 씁쓸한 얼굴로 지크와 라이아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점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크와 라이아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음식점을 나섰고 지크는 휴지로 입을 닦으며 라이아에게 다음 목적지를 물었다.

“자, 다음 스케줄은 어딥니까 공주님?”

“네, 이제 끝이에요. 집으로 가면 된답니다 지크 기사님. 호호호홋‥.”

그 순간, 지크는 자신의 몸에 오한이 서린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라이아의 웃음소리 때문이었다. 예전에, 신의 힘을 휘두르며 악귀처럼 자신들에게 도전해왔던 그때의 라이아가 잠시 떠오르는 것이었다. 라이아는 굳어버린 지크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 지크 오빠‥?”

“으, 으응? 아니야 아무것도, 하하하핫‥.”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를 지었고, 라이아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는 라이아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곧바로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라이아를 데려다준 후 집에 도착한 지크는 티베와 마키가 돌아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손을 흔들며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요오, 오늘은 다들 괜찮았어? 요즘 하도 순찰 근무를 안 하니까 본부에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헤헷‥.”

그러자, 티베는 갑자기 인상을 구기며 지크의 앞에 섰고, 지크는 움찔하며 티베에게 상황을 물어보았다.

“음? 인상이 왜 그래, 본부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그 일본 BSP들 원래 올 때마다 그런 식이었어?”

“일본 BSP? ‥아, 그러고 보니 정기 방문 시즌이었구나. 헤헷, 역시 그랬었군. 그런데 그 애들이 왜, 추근거리기라도 해?”

티베는 다시 소파에 앉았고, 마키와 함께 불평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추근거리기만 하면 괜찮지! 챠오에게 시비를 걸지 않나, 나에겐 무슨 빽으로 BSP가 되었냐고 하질 않나, 마키에겐 어디서 선탠했냐고 물어보질 않나, 장난이 아니었다구! 게다가 그 녀석들 모조리 닌자인가 시노비인가 하는 녀석들로 구성되어서 남자고 여자고 하나같이 똥씹은 표정으로 본부 안을 돌아다니는데‥정말 한 대 갈겨주고 싶었다니까!!”

“‥게다가 모두 1월 달에 들어온 신인 BSP라고 하더군. 그래서 더 한가봐.”

마키의 묵직한 말까지 들은 지크는 너희들도 신인이잖아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음‥내일은 일요일이지? 좋아, 라이아의 경호는 리오 녀석에게 부탁을 해놓고 녀석들을 한 번 묵사발로 만들어 주지! 헤헤헤헷‥. 아, 그런데 바이칼하고 리오 녀석은 어디 있어?”

지크의 입에서 ‘바이칼’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티베와 마키의 얼굴은 순간 굳어버렸고 지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둘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티베와 마키는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쿡, 쿠쿠쿠쿡‥!!!”

“핫, 하하하하핫‥!!!”

“?????”

지크는 더욱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둘을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몸을 숙인 채 최대한 웃음을 참고 있는 마키는 팔을 부엌 쪽으로 돌리며 힘겹게 지크에게 말했다.

“부, 부엌으로 가 봐‥쿠쿠쿡‥.”

지크는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며 슬그머니 부엌으로 가 보았다. 부엌에선 오늘 남은 음식을 처리하고 있는 레니와 그녀를 도와주고 있는 시에, 그리고 식사를 하고 있는 리오와 바이칼이 있었다. 레니는 지크가 부엌 안으로 들어오자 깜짝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

“어머, 지크. 저녁 식사 안 하고 들어온 거니?”

“아, 아뇨. 그건 아니지만‥음?”

바이칼 쪽을 돌아본 지크는 자신에게서 돌아서 있는 바이칼의 체형이 뭔가 이상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깨도 좁아졌고, 몸의 굴곡도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키도 좀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아, 왔구나 지크.”

리오는 덤덤한 얼굴로 지크를 보며 손을 올렸고, 리오의 행동을 본 바이칼은 뒤를 돌아보며 의자에서 일어나 지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전 바이칼이라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지크의 얼굴은 그 순간 조각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리오는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감쌀 뿐이었고, 레니는 입을 막으며 시에를 데리고 빠르게 거실로 나갔다. 멀찍이 들려오는 자기 어머니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던 지크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달력을 바라보았다.

“‥만우절 치고는 숫자가 좀 다른 것 같은데‥? 이, 이봐 바이칼, 웃기려고 노력하지 말라고, 설마 지금 시간에 술이라도 마신 거야?”

그러자, 바이칼은 흠칫 놀라며 지크에게 조용히 말했다.

“수, 술이요? 전 그런 것 마실 줄 모르는데요‥? 그리고 전 진심으로 인사를 드리고 있는 건데‥.”

바이칼은 어깨를 움찔거리며 훌쩍거리기 시작했고, 리오는 이젠 적응이 되었는지 바이칼의 어깨를 만져주며 대신 지크를 소개시켜 주었다.

“울지 마, 저 녀석 퇴근한 지 얼마 안 돼서 피곤해 그런 것뿐이니까. 악의는 없어.”

“훌쩍‥예‥. 죄송해요‥.”

“저 녀석은 지크·스나이퍼라고, 내 형제야. 누가 형인지는 가리지 않고 살지. 어차피 의형제니까.”

지크는 자신의 몸이 갑자기 공중에 붕 뜬 느낌을 받고 말았다. 전신의 모든 감각이 마비되는 것 같았고, 또한 자신의 눈을 더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

“안녕, 아깐 미안했어, 난 지크라고 해.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편안히 생활해줘.”

“에? 아, 예, 감사합니다.”

반 정신이 나간 상태인 지크는 옛날 일명 로봇 목소리라고 불리던 어감이 없는 딱딱한 목소리로 바이칼에게 인사를 했고, 바이칼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고맙다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바이칼, 잠깐 거실로 가서 다른 분들과 얘기 좀 하고 있어 주겠어? 둘이서 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예, 그러세요 리오 씨.”

바이칼은 곧바로 거실로 향했고, 리오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자, 천천히 얘기해 줄 테니 앉아봐.”

“안녕, 아깐 미안했어, 난 지크라고 해.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편안히 생활해줘.”

“‥정신이 나갔군.”

“안녕, 아깐 미안했어, 난‥흐흑‥.”

지크는 힘없이 자리에 앉으며 말을 끊었고, 식탁 위에 상반신을 엎드린 채 리오에게 말하라는 손짓을 했다. 리오는 후추병으로 지크의 머리를 톡톡 치며 얘기를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 녀석 술을 엄청 마신 상태로 육교를 건너다가‥물론 왜 건너려고 했는지조차 모르겠지만 중간에 떨어져 버렸지. 머리를 아스팔트에 부딪힌 모양인데, 불행스럽게도 달리는 차에 의해 추가타를 머리에 다시 맞고 말았지. 결국 그래서 저 녀석은 기억을 잃었고, 그때 변해 있었던 여성의 모습으로 완전히 변해 버렸어. 내 생각엔 중성적 존재이지만 성년이 되었을 때 자기 자신이 성별을 결정하는 ‘의지’가 기억 상실과 저 녀석의 특별한 유전자적 힘에 의해 잠깐 동안 무너진 것 같아. 다시 기억이 돌아오면 원래대로 될 듯하지만, 저 문제는 현재 상당한 큰일이야. ‥이봐, 듣고 있는 거야?”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건성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리오는 어쨌든 말은 했다는 생각에 지크에게 당부를 해 주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당히 얘기를 해 두었어. 내가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을 찾는 동안은 저 녀석을 마음이 허락치는 않지만 ‘여자’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옷에 대한 문제는 너희 어머니께서 알아서 처리해 주신다고 하셨으니 거의 끝난 것 같아. 물론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 아직 악재로 남아있지만‥. 하여튼 장난이라도 목욕을 같이 하자던가 하는 말은 하지 말아줘. 지금 저 녀석은 자신의 성별에 대해 완전히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OK를 할 거야.”

그러자, 지크는 고개를 슬쩍 들어 리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야말로 나쁜 아저씨가 사탕 줄게 잠시 골목으로 오라면 따라가는 상태라 이건가?”

“‥말하자면.”

지크는 다시 고개를 떨구었고, 리오 역시 이젠 말하기도 지친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한숨을 길게 쉬어 보았다.

“‥아, 그리고 오후에 네가 자주 말하던 ‘닌자’라는 녀석들이 세이아를 습격했던데, 거기에 대해서 아는 점 있어?”

그러자, 지크는 순간 기력을 회복한 듯 몸을 쳐들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아까 아침에도 라이아가 다니는 학교에 어떤 얼간이 닌자가 잠입하려 했던 일이 있었어. 여기까지 말하면 초등학교 꼬마라도 연관이 있다는 건 알겠지.”

‘‥이 녀석은 개그맨으로 나서도 성공할지도‥.’

그렇게 생각을 하던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랬었군. 하지만 그들이 라이아와 세이아에 대한 일을 알 이유가 없잖아?”

“헤헷, 그 닌자 녀석들과 공포의 할아범(와카루)와는 무서운 연관성이 있다구.”

그러자, 리오는 눈을 반짝이며 지크를 향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국적이‥같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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