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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화


날이 저물 무렵, 레나가 서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피곤이 그런대로 풀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옆쪽의 침대를 바라보았다. 리카가 여전히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자고 있었다. 아무리 전사라지만 나이와 성별을 속일 수는 없는 듯했다.

“흠…조금 있다가 깨워야겠지? 음…아이에게 한번 가볼까?”

레나는 옷을 다시 단정하게 입은 뒤 방을 나가서 여관 주인에게 아이가 있는 방을 물어보았다. 여관 주인은 그 질문을 받고 레나를 아래위로 쳐다보았다.

“……아가씨 아이입니까?”

주인이 보기엔 레나의 나이가 아이를 가지기엔 너무 젊어 보였다. 그러나 확인도 해볼 겸 넌지시 물어보았다. 레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오해를 받을까 해서 둘러대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호호…친척일 뿐이에요.”

주인은 그러면 그렇지라고 생각한 후 그녀에게 식사를 준비할 테니 식당으로 내려오라고 말했다.

“아, 손님들 수도의 추수 감사절 행사를 보러 가시는 겁니까?”

“예? 아예…”

레나에게 추수감사절이란 아버지께 그냥 멋지다고만 들어오던 터였다. 그녀는 어차피 수도로 갈 텐데 리오에게 그 행사를 보자고 말하리라 마음먹었다. 지금까지 리오가 그녀의 부탁을 안 들어준 적이 없었다는 것을 믿고 한 생각이었다. 그녀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가서 그 아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안에선 클루토가 아이와 놀고 있었다. 클루토는 레나가 들어오자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아, 레나누나 어서 오세요.”

“클루토, 아이가 일어났니?”

“예, 아까 전에 일어났나 보더라고요. 글쎄 절 강제로 깨우더니 저랑 놀자고 하더군요. 아∼함…죄송합니다.”

클루토는 아직 피로가 풀리지 않았는지 하품을 크게 했다. 레나는 오히려 자신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은 후 말했다.

“아니야. 아, 그리고 리카와 함께 아래층에 있는 식당에 가서 식사나 해. 아이는 내가 돌볼 테니까.”

“예, 감사합니다. 그럼…”

클루토가 도망치듯 나가는 걸 보고 아이는 손을 흔들었다.

“오빠 잘가.”

“으응…”

클루토는 아이에게 슬쩍 인사한 후 문을 닫았다.

레나는 웃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전혀 천애고아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

“이름이 뭐니?”

레나는 근처 집들의 아이들과 자주 놀아주었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경험대로 아이에게 먼저 이름을 물었다.

“음… 제나라고 해요.”

“몇 살인데?”

“여덟 살이요.”

아이는 레나의 미소를 보고 명랑하게 말했다.

레나의 미소는 이상한 마력을 지닌 듯했다. 동네에서 울던 아이도 레나가 웃으며 포근하게 감싸주면 그 아이는 이내 울음을 그쳤다. 후에 그녀가 같이 놀아주면 그 아이는 같이 미소를 띄우며 전에 있던 기분 나빴던 일들을 모두 잊게 되었다. 물론 레나가 다른 사람들처럼 사탕이나 과자들로 아이들의 환심을 사는 적은 없었다. 그저 미소 하나로만 그 아이들은 레나와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살던 동네의 남자들도 레나가 웃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총각이나 유부남의 구분도 없었다. 그저 보고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

레나는 그 아이의 나이를 물어본 뒤에 멍하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아이가 그녀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뭐해요 언니?”

“아, 아니야…생각 좀 잠깐 해봤어, 미안해.”

아이는 심심한 듯 입을 열었다.

“언니는 이름이 뭐예요?”

“레나라고 해, 근데 넌…아, 아니야. 자 내려가서 식사할래? 배고플 텐데….”

레나는 그 아이에게 어째서 사람들과 숲속에 있었는지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겨우 진정시켰다는 리오의 말이 떠올라서였다.

“예, 사실은 저 엄청 배가 고팠어요.”

레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에선 클루토와 리카가 오랫만에 음식다운 음식을 먹어보는 듯이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레나는 그들을 보며 고향에 있을 동생 코나가 생각이 났다.

`잘 있을까…아버지랑 코나는.’

레나는 아이를 자리에 앉히고 자신도 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다. 그 지방 특유의 스테이크 소스 냄새가 식욕을 돋구었다. 며칠 전까지 먹어오던 마른 고기완 천지차이였다.

그들이 식사를 마칠 무렵이었다. 여관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주 거칠었다. 주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문을 열자, 건장한 체구의 군인 여섯 명이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로 서 있었다.

“무슨 일이오, 세금은 냈는데.”

주인은 이상하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이집에 이렇게 생긴 여자가 있지.”

군인 중에 한 명이 품에서 종이를 꺼내었다. 말려 있는 종이를 펴자 한 여인의 그림이 나타났다. 주인은 그림을 보고 움찔했다. 지금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에메랄드빛의 머리를 가진 여인이 분명했다.

“있나 보군. 샅샅이 뒤져라!”

군인들이 주인을 거칠게 밀쳐내고 안으로 들어왔다. 주인은 옆으로 넘어지면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맑은 눈동자를 소유하고 있는 미인이 범죄자라니… 게다가 아이들도 잘 따르고 있는데…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식당의 문이 거칠게 열려졌다. 레나를 비롯한 아이들이 그쪽을 바라보았다.

“누구세요!”

레나가 강하게 물었다. 그러나 군인들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레나 베자스, 역시 있었구나. 타르자님의 마법은 역시 대단하시군. 레나, 순순히 우리에게 와라.”

레나는 기가 막혔다. 분명히 말스 왕국 군인의 전투복을 입고 있는 군인인데 왜 자기를 잡아가려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타르자라고…?!”

클루토가 그 이름을 듣고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레나님! 저들은 가짜예요! 왕국군이 아니에요!!”

군인들은 움찔했다.

“젠장, 눈치가 빠른 녀석이로군. 어쩔 수 없지, 모조리 없애버려라!!”

군인들이 대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클루토는 재빨리 호선을 그렸다.

“7급 마법이다! [스파크]!!”

순간, 군인들 주위에서 푸른색 불똥이 튀었다. 그러나, 군인들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듯했다. 클루토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럴 수가…7급인데!!!”

군인 중 한 명이 클루토에게 검을 들이댔다. 클루토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법을 사용한 후의 허점이었다. 그 허점은 마술사의 기량에 의해 조금씩 줄어든다.

“죽어랏!”

그때, 클루토의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다. 검과 검이 부딪힌 것이다.

“리카!”

어느새 리카가 자기 방에서 검을 꺼내온 것이다. 타이밍이 좋았다.

“어서 내 힘이나 올려줘 멍청아! 견디기 힘들단 말이야!”

“아, 알았어!”

클루토는 간접 효과계의 마법을 사용했다. 힘이나 반응속도 등을 올려주는 마법이었다.

” 7급 주문, [레이아]!”

노란색의 빛이 리카를 둘러싸자, 리카는 힘이 용솟음 치는지 2가론 가까이 되는 거인 군인을 밀쳐내었다.

“좋아! 클루토는 후방에서 날 지원해줘! 내가 버텨볼게!”

버텨본다는 말을 들은 레나는 리카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안돼! 너희들이 왜…!”

그때, 클루토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희들이 은혜를 갚는 것뿐입니다. 당신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대로 굶어 죽었을지도 모를 겁니다. 며칠 동안이었지만 즐거웠습니다. 자, 빨리 도망치세요!”

그러나 레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방으로 달려갔다.

“이젠 나도 싸울 거야! 너희들이 희생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어!”

레나는 방안에 들어가 그녀의 소검을 들었다.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아버지, 절 지켜주세요! 리오…!’

그리고 그녀는 리카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아아앗!!”

리카는 몇 분도 안 되어 매우 지치게 되었다. 체력까지 마법이 보충해 주는 것이 아니어서였다. 지금의 기합성도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그러나 군인들은 펄펄 날고 있었다. 도저히 인간 같지가 않았다. 그들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마치 전투에서 희열감을 느끼는 듯….

“나도 싸우겠어!”

클루토가 지친 눈으로 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레나님!!”

검을 한번도 잡아본 일이 없는 레나가 싸우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클루토가 더 놀란 건 레나가 가지고 있는 검에서 황금빛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검을 잡아보신 일이 없으시다면서…!”

“나도 몰라,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때 리카가 군인의 검을 받아내고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를 쓰러뜨린 군인이 그녀의 복부를 밟았다.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아악!!”

리카가 입에서 피를 토했다. 그러나 군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수직으로 세웠다. 내리찍을 생각이었다.

“꼬마 계집애 주제에 건방졌어… 하지만 이제 잘 일만 남았구나 후후후….”

“안돼!!”

클루토의 손에서 화염탄이 날아갔다. 그러나 군인들은 아랑곳하지를 않았다. 적중이 되어도 그들에겐 전혀 타격을 줄 수 없었다. 그들은 클루토를 비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우리에겐 6급 이하의 주문은 통하질 않는다! 기다려라…너도 죽여줄 거니까!!”

그 말을 마친 군인은 서서히 검을 내리눌렀다. 리카의 가슴막이가 조금씩 검에 의해서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그 군인은 즐기고 있었다.

“안돼!!!”

보다 못한 레나가 군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 군인은 가볍게 피했으나 곧이어 검에서 발산된 빛에 의하여 군인들은 눈에 고통을 느꼈다.

“아아악!! 이런…!!”

리카를 죽이려던 병사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검을 떨어뜨리고는 괴로워했다. 그사이 클루토는 리카를 끌어내었다.

“어쩔 수 없다! 레나라는 여자도 죽여…….”

그러나 그 군인은 말을 계속하지 못했다. 그의 몸이 공중에 서서히 들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으윽! 누구냐!!”

누군가가 뒤에서 군인의 머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게 그를 들어 올린 모양이었다. 뒤에 있는 사나이의 눈에서 시퍼런 빛이 보였다.

“내가 너무 방심했군. 역시 배경 인물들이 계셨어….”

그의 손에 들어 올려진 군인의 몸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 병사는 괴로운 듯 공중에서 허우적거렸다.

“아아악!! 살려줘!!!”

그 군인의 몸이 빠르게 불에 타들어갔다. 그러나 인간의 몸이 탈 때 나는 냄새는 나지 않았다. 군인의 동작이 정지되었고 그는 서서히 한줌의 재로 변해갔다. 주위에 있던 군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그 일을 보고 뒷걸음질을 쳤다.

“이…인체발화술(人體發火術)!!”

“너희들은 술법엔 약하잖아.”

가볍게 말한 그 사나이는 레나에게 한쪽 눈을 감아 보였다.

“미안해요 레나. 빨리 들어왔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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