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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07화


11화 [두명의 용제]


몇일 후.

그날 아침도 지크는 라이아를 학교에 데려다 준 후 BSP본부로 출근을 했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 지크는 자신이 제일 먼저 출근한 것에 기쁨을 누리며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그러던 도중, 그는 처크의 책상 위에 연예 잡지가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는 피식 웃으면서 그 잡지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헤헷, 할아버지께서도 나이를 생각하시지, 젊은 애들이나 보는 잡지를 뭐하러‥. 어디 보자‥톱 기사‥인기 아이돌 스타 노아 돌연 모든 연예활동‥중단‥?”

그 잡지의 톱 기사를 본 지크의 얼굴은 굳어지고 말았다. 그 역시 그녀의 충격을 예상 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연예활동까지 중단할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

“허어, 빨리도 왔군. ‥음?”

마악 출근하는 길인 처크는 지크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연예 잡지에 시선을 둔 채 굳은 얼굴을 하고 있자 그 역시 표정을 굳히며 지크의 옆자리에 다가가 앉았다. 처크는 지크의 어깨에 팔을 둘렀고, 그제서야 처크가 온 것을 안 지크는 잡지를 덮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그녀가 충격이 클 줄은 알았지만‥설마 이렇게 될 줄은‥.”

“아아, 나도 어제 저녁 퇴근하기 전에 헤이그가 가지고 온 것을 보고 놀랐단다. 하긴, 별 것 아닐 줄 알았던 일 도중에 사람이 일곱이나 자신의 눈 앞에서 죽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 게다가 아직 스무살도 안된 소녀니까.”

“….”

지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처크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후, 불을 붙이며 지크의 어깨를 덤덤히 두드려 주었다. 평상시에 지크를 그렇게 혼내고 나무라던 처크라도 10년 이상 지크를 보아온 ‘가족’이었기에 지크의 마음이 보기보다 여리다는 것을 그 역시 알고 있었다.

“‥나 역시 그녀가 걱정이 돼서 그 잡지를 본 즉시 그녀의 집에 전화를 해 보았단다. 그녀의 어머니도 굉장히 걱정을 하시더구나. 식사도 잘 않고, 방안에 틀어 박혀 꼼짝도 하지 않는다는구나. UN에서 허가증을 떼어 왔다고 방송사의 제의에 덥석 허락한 나도 잘못이지.”

처크의 말을 들으며, 지크는 시선을 살짝 잡지에 돌려 보았다. 잡지의 표지 내용은 이러했다.

[아이돌 톱스타 노아, 돌연 연예활동 중단! 예전부터 돌던 스캔들의 진실인가?]

“‥저어, 오늘 하루만 빠져도 될까요.”

지크는 고개를 숙인채 갑자기 처크에게 그렇게 물어왔고, 지크의 말 뜻을 알고 있는 처크는 앞에 놓인 재털이에 담배를 부벼 끄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출하면 바로 와야 한다.”


………………… . . . . . . . . . .


오토바이를 몰고 즉시 노아의 집으로 향한 지크가 가장 처음 본 것은 그녀의 집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의 모습이었다. 잡지 표지를 보고 상당히 화가 나 있는 상태인 지크는 분을 꾹꾹 누르며 그녀의 집 대문 앞으로 다가갔고, 그가 그쪽에 접근하자 마자 기자들은 벌떼같이 지크에게 몰려 들었고, 어김없이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이 대며 그에게 이것 저것 물어오기 시작했다.

“노아양과는 무슨 관계십니까!”

“BSP같으신데, 그녀가 특정한 범죄라도 저지른 것입니까!”

“혹시 그녀 주위에 돌고 있는 스캔들에 대해 아시는 바 있습니까‥.”

순간, 기자들 사이엔 침묵이 흘렀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기자의 안경에 블래스터의 총구를 들이 댄 지크는 분노에 찬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가 나올때 까지 남아 있다면 바이오 버그들이 왜 이 총에 쓰러지는지 감각적으로 알게 해 주겠어.”

“이, 이건‥!! 히익!?”

철컥–

그 기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지크는 블래스터의 안전 장치를 풀었고 기자들은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지크는 총을 내리며 다시 말했다.

“언론 탄압이라고 지껄이면 알아서 하시지. 지금 시대에도 사실 은폐가 쉽다는건 당신들이 더 잘 알테니까‥말이야.”

“‥쳇, 당신 상부에 똑똑히 보고할거야!”

“‥난 지옥 끝까지 쫓아가 주지.”

강압적이라면 강압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방법으로 기자들을 쫓아낸 지크는 조용히 노아의 집 초인종을 눌렀고, 그는 얼마 있지 않아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노아의 어머니는 상당히 근심어린 표정을 지은채 지크를 들여보내 주었고, 지크는 그녀에게 인사를 한 후 노아에 대해 물어보았다.

“‥노아양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 애는 아직도 자기 방에 틀어 박혀 나오지 않고 있어요. ‥흑, 식사만 하면 견디지 못하고 토해버리고, 도대체 무엇을 봤는지 고기만 봐도 구토를 하니‥어쩌면 좋죠? 도대체 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노아의 어머니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고, 지크는 눈을 감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제가 만나서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방으로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BSP시라고 했죠? 그러시다면‥지크라는 분을 아시나요?”

“예? 바로 접니다만‥?”

지크는 노아의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깜짝 놀랐고, 그녀의 얼굴엔 곧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지크의 옷자락을 살짝 잡고 그를 노아의 방으로 안내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아아, 다행이군요! 아이가 계속 ‘지크’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여러차례 얘기를 해서 마침 오늘 찾아뵈려 했는데‥.”

“‥?”

지크는 의아한 표정을 지은채 노아의 어머니에게 이끌려 그녀의 방 앞에 섰고, 노아의 어머니는 허리를 굽히면서까지 지크에게 간곡한 부탁을 했다.

“제발, 그 아이를 어떻게 해 주세요. 다른 사람들과는 말도 하지 않으니‥제발 부탁입니다.”

“아, 예‥.”

노아의 어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거실로 향했고, 소파에 앉아 지크쪽을 계속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크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며 문을 두드렸다.

“‥노아양 있어요?”

“….”

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지크는 가만히 문의 손잡이를 바라보았고, 전자식 자물쇠라는 것을 확인한 지크는 손잡이를 잡고 일정한 전류를 안으로 잠긴 자물쇠에 흘려 보내기 시작했다.

철컥–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지크는 슬그머니 노아의 방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순간, 지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노, 노아‥?”

“‥우, 우우욱‥!”

지크가 방에 들어오자 마자 본 것은 방바닥과 침대 위에 어지러히 벌려진 구토물과 자신이 토한 것을 얼굴에 잔뜩 묻힌채 괴로워 하고 있는 노아의 모습이었다. 몇일 전, 자신이 본 아이돌 스타의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지금 지크의 눈에 노아는 그저 상처를 입은 작은 동물과도 같았다. 지크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빌어먹을‥빌어먹을‥!!’

사람과 바이오 버그들이 피를 분출하며 산산조각이 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본 17세의 소녀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마음이 여리고 지난 일이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격은 더한 것이었다.

“지, 지크씨‥?”

노아는 공포로 일그러진 얼굴로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렸고, 둘은 그 상태로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결국, 지크는 손을 자켓의 안주머니에 넣어 손수건을 꺼낸 뒤, 노아에게 다가와 더러워진 그녀의 얼굴을 닦아 주며 겨우겨우 미소를 지은채 말했다.

“‥어젯밤에 상한 우유라도 마신거야? 헤헷‥.”

“‥흐윽‥! 으아아아아앙–!!!!!”

결국, 노아는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며 지크에게 안겨왔고, 지크는 이를 악문채 그녀를 다독거리며 생각했다. 도대체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 것인가. 이 일을 추진한 방송국일까, 아니면 경고를 하면서도 상황을 진행시킨 자신에게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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