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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21화


“네, 네‥?!”

“‥하여튼 네 이름은 ‘리디아’야!! 더 이상 이름 가지고 대들지 말아!!”

바이칼은 그렇게 소리치며 곧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여자 바이칼은 핸드폰을 손에 든 채 멍하니 현관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 . . .

“시스템의 점령 정도는 얼마나 되는가!”

처크는 상황실에 들어가자마자 식은땀을 흘리며 중앙 컴퓨터를 보호하고 있는 오퍼레이터들에게 물었고, 오퍼레이터 중 한 명이 울상을 지은 채 처크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통신 케이블이 아웃되었을 때 시스템 손상률은 75.4%였습니다만, 복구를 하고 있는 현재 40% 정도의 손상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통신 케이블을 연결한다면 완전히 파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시스템은 완전 고립 상태이며‥.”

“알았네 알았어! 빌어먹을!!”

큰 소리로 오퍼레이터의 말을 막은 처크는 금연 구역인 상황실에서 결국 담배에 불을 붙였고, 거칠게 필터를 씹으며 오퍼레이터들에게 물었다.

“레이더망은 어떻게 되었나! 순찰을 하다가 돌아온 헤이그의 정보에 의하면 시내가 바이오 버그들로 가득 찼다고 하던데!”

“‥본부에 설치된 레이더로 서울 시내의 바이오 버그 숫자를 측정해 본 결과, 약 3만의 개체가 서울 시내에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몇몇 부분에선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도 했지만, 현재는 숫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전국적인 통계는 위성망이 완전히 마비되는 바람에 측정이 불가능했습니다. ‥아, 잠깐! 부장님, 긴급 사태입니다!!!”

대답을 하던 오퍼레이터가 갑자기 긴급을 알리자, 일그러졌던 처크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고 그는 레이더 화면 쪽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또 뭔가!!”

“서울시내 상공에 있어야 할 정지 궤도 위성이‥궤도 이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크는 곧바로 레이더 화면에 집중을 했다. 오퍼레이터의 말대로 위성을 가리키는 파란 점이 붉은색으로 바뀐 후 궤도를 이탈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래쪽으로.

“문제가 큽니다 부장님!! 위성이 대기권에서 역추진을 하여 낙하 스피드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대기권 내에서 폭발하지 않고 24분 후 본부에 직격하고 맙니다!!”

“무인 위성이 대기권에서 역추진을 한다고–?!”

처크는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듯했다. 현재 BSP 본부 상공에 떠 있는 위성은 제우스급의 중형 다목적 위성이었다. 제우스급의 위성은 우주왕복선의 1.5배에 가까운 크기를 지니고 있었고 대형 고체 수소 연료를 싣고 있어서 만약 지상에 직격을 한다면 1메가톤급 수소 폭탄에 가까운 파괴력을 낼 수 있었다.

“위성 기지부는 뭘 하는가!! 어서 수동 조정 장치를 작동시켜!!”

“부장님! 그렇게 하려면 무선 통신을 접속해야 하고, 접속이 됨과 동시에 중앙 시스템이 다시 미지의 프로그램에 의해 파괴를 당하고 맙니다!!”

“‥크윽‥!! 하필 이럴 때 기지에 있는 무기가 대공 미사일 밖에 없다니!!!”

처크는 벽을 치며 한탄을 했다. 만약 사정거리가 짧은 대공 미사일로 사정거리 내에서 위성을 격추시킨다면 그 폭발의 여파가 지상에 미칠 것이 뻔했기 때문에 함부로 미사일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그때, 처크의 귀에 희망적인 말이 들려왔고 처크는 오래간만에 표정을 풀며 자신에게 말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그의 얼굴은 굳어지고 말았다.

“루, 루이!? 넌 아직 무리하면 안 돼!!”

그러나, 루이는 막무가내로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처크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서 죽는 것보다는 머리를 쓰다가 죽는 게 나아요 아버지. 다른 오퍼레이터들은 들으세요. 현재 시스템 복구는 제가 맡을 테니 다른 분들은 본부 근처의 플라스틱 모델용 무선 조종기와 CH-14형 증폭기, IBM제 Z-915형 노트북, 그리고 무기부에 있는 SAM 미사일의 제어기를 상황실에 가져와 주세요. 어서!! 20분밖에 남지 않았어요!!”

“아, ‥예!!”

오퍼레이터들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실 밖으로 달려 나갔고, 루이는 자신의 손과 머리에 고급 오퍼레이터 전용 버추어 프로그래밍 장비를 착용한 뒤 시스템 복구를 하기 시작했다. 딸의 적극적인 모습을 바라보던 처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담배를 물며 잠시만이라도 머리를 쉬어보려 했다.

“여긴 금연 구역이에요 아버지.”

“‥오늘만 봐 주거라.”

※※※

세이아까지 불러낸 바이칼은 곧 자신의 몸을 드래곤의 형태로 바꾸었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 바이칼과 묵묵히 눈을 감고 있는 세이아에게 타라는 고갯짓을 했다.

「자, 어서 등에 타도록. 여기 있으면 위험할 것 같으니까.」

“예? 예에‥.”

바이칼은 여자 바이칼이 타기 쉽게 날개를 계단처럼 내려 주었다. 그러나, 세이아가 올라타지 않자 바이칼은 고개를 그녀 쪽으로 돌리며 물었다.

「왜 그러지. 뭐 놓고 온 것이라도 있나.」

세이아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이윽고, 그녀는 눈을 살며시 뜨고 바이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이칼 님. 오늘 저녁‥피의 만월이 뜬답니다.”

「‥?!」

바이칼은 움찔하며 눈을 크게 떴고, 세이아는 지금껏 보이지 않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다시 말했다.

“하늘에서 불이 떨어진답니다. 798개의‥. 가즈 나이트들이 있는 이 도시에 떨어지는 것이 막힐 수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는 피로 물들고 맙니다. 이건 다른 가즈 나이트 분들이 힘을 쓰셔도 절반도 막을 수 없답니다. 너무 늦었으니까요.”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이 지구의 대기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대지는 고통을 받기 싫다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결국, 그가 신에게 도전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이칼은 가만히 세이아를 바라보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등에 올라타 있는 바이칼을 내리게 한 후 공중으로 천천히 날아오르며 세이아에게 말했다.

「진작에 말했다면 희생은 막을 수 있었을 것 아닌가. 지금까지 왜 숨겨왔지.」

“‥기계의 감정은 읽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기계를 조종하는 와카루는 최근 저의 힘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제가 그의 생각을 읽고 그의 계획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딴 건 필요 없어. 왜 리오나 지크에게 네가 성계신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러자, 세이아는 다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리오 씨는 저와 관련된 일에 너무 깊이 얽매여 계십니다. 그분은 가즈 나이트가 될 시점부터 엉켜 버린 ‘전생의 인연’ 때문에 현재도 고통스러워하고 계십니다. 그런 분께 차마 알릴 수는 없었습니다.”

「‥풋, 멍청한‥.」

세이아의 얘기가 끝나자, 바이칼은 비웃듯 고개를 저었고 세이아는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바이칼은 다시 세이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살아온 지 30년도 채 안 된 신 따위가 700년 이상 살아온 바람둥이의 속을 어떻게 알겠나. 리오라는 녀석은 네가 없었을 때에도 잘 살아온 녀석이다. 네가 걱정한다 해서 날아갈 듯이 기뻐할 녀석은 아니야. ‘후훗’이라고 웃으면 그만이지. 이런 견습생에게 성계신의 중책을 맡긴 주신도 노망이 들 대로 들었군. 어쨌거나 너도 신이니 이제 더 이상 보호해줄 필요는 없겠지.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불덩이를 막을 궁리나 하시지. 그럼.」

바이칼은 다시 여자 바이칼을 등에 태운 뒤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고, 세이아는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숙이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역시 당신이 성계신이셨군요.”

그때, 세이아의 뒤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세이아는 고개를 들며 중얼거렸다.

“‥데스 발키리입니까.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세이아의 집 현관에 기대어 서 있던 붉은 머리의 여성은 미소를 지은 채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자신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데스 발키리입니다. 이름은 아란·슈왈츠. ‘절망’의 힘을 가지고 있죠.”

※※※

“좋아요, 모두들 다시 복구 작업에 참여해 주세요! 아버지께선 절 좀 도와주세요!”

루이는 곧바로 버추어 프로그래밍 장비를 벗은 뒤 오퍼레이터들이 구해온 장비를 향해 뛰어갔다. 처크도 곧 그곳으로 향했고, 루이는 처크에게 무선 조종기를 내밀며 말했다.

“안에 있는 회로는 그대로 두시고 케이스만 제거해 주세요 아버지! 빨리요! 10분밖에 남지 않았어요!”

“아, 알았다!”

처크는 다른 오퍼레이터에게 드라이버를 건네 받은 후 조종기의 케이스를 제거하기 시작했고, 루이는 SAM 미사일 제어기를 노트북에 연결한 후 프로그램을 한참 바꾸어 갔다. 루이의 번개 같은 손놀림을 보던 한 오퍼레이터는 놀란 눈으로 동료에게 말했다.

“와아‥루이 선배 대단하다. 저렇게 간단히 SAM 미사일의 제어기 보호 프로그램을 제거할 줄이야‥.”

“그것뿐이 아니야. 10분 만에 시스템 손상률을 7%로 낮추었다구. 역시 ‘천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아.”

그들이 그렇게 구경을 하는 동안, 처크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제거했고 그에게 조종기의 내부 부품을 건네받은 루이는 곧바로 납땜기와 회로선을 이용해 증폭기를 연결한 다음 그렇게 만들어진 간이 조종기를 SAM 미사일 제어기에 연결했다. 루이는 곧 심호흡을 한 뒤 제어기에 전원을 연결했고, 무언가 타는 냄새와 함께 노트북엔 위성 연결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모형 비행기의 간단한 신호기로는 위성을 완전히 제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움직이는 것은 제어할 수 있을 거예요. SAM 미사일 제어기와 증폭기로 전파의 성향과 강도를 바꾸었기 때문에 현재 중간권에 있는 위성이라 해도 가능해요. 이제 위성을 떨어뜨리려는 사람에게 발각되지만 않으면‥!!”

루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노트북의 키보드를 계속 두드려 나갔다. 처크는 팔짱을 낀 채 묵묵히 루이를 바라볼 따름이었다.

…………………… . . . . . . . .

“‥으음?”

와카루는 한국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BSP 위성에 붉은 신호가 들어오자 눈썹을 꿈틀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려 보았다.

“‥호오‥? 위성의 이동 제어기가 원격 조종이 되고 있잖아? 으음‥하지만 통신을 연결하면 분명히 내 프로그램에 탐색이 될 터인데‥아하, 그렇군. 이런 이런‥단순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구먼. 하지만 뭐‥어차피 중간권에 있으니 전파 차단을 하면 좀 빨리 떨어질 뿐이겠지. 대기의 마찰 때문에 도중에 터지긴 하겠지만‥. 하여튼 막을 방법을 떠올렸다니 대단한 천재가 있군. 하지만‥헛헛헛, 내가 더 천재거든‥허허허허허헛‥.”

와카루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 . . . . . . . . .

루이는 조종기의 스틱을 위로 올리고 있었다. 전파를 잘 맞춘 탓에 위성은 천천히 상승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처크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고, 다른 오퍼레이터들 역시 안심을 했다.

“‥!!”

순간, 노트북의 모니터에 수신 불가능 메시지가 떠올랐고, 루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처크를 바라보았다. 처크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루이의 눈에서 읽을 수 있었다.

“‥왜, 왜 그러니 루이?”

“‥위성 자체가 제어 전파를 모두 차단해 버렸어요. 지금부터는 아무도 위성의 제어를 할 수 없어요.”

“그, 그렇다면‥?”

루이는 눈을 감은 후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힘없이 대답했다.

“‥더 빠른 속도로 지면에 충돌할 거예요. 아니면 마찰 시의 열 때문에 공중에서 폭발하거나‥. 설마 이렇게 빨리 발각될 줄은 몰랐는데‥!!”

루이의 목소리엔 분함이 섞여 있었다. 결국, 처크는 한숨을 길게 쉬며 오퍼레이터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수도 방위 BSP는 본부를 포기한다. 하는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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