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29화
“뭐라고‥? 하핫, 하찮은 인간 주제에 날 죽이겠다고? 으하하하하하핫–!!!!!!”
쿠우우우우웅–!!!!!
동룡족 장군의 웃음이 터짐과 동시에, 지크의 몸에서도 엄청난 압력의 바람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폭풍과도 같은‥튼튼하지 못한 옷은 그냥 찢겨져 나갈 것만 같은 매서운 바람이었다. 포로가 되어 있는 오퍼레이터들과 루이는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지크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동룡족 장군을 비롯한 다른 병사들 역시 갑자기 밀려오는 섬뜩한 살기에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크으‥!!!!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옷–!!!!!!!!”
지크의 괴성과 함께, 루이와 가까이 있던 동룡족 장군의 발은 지면에서 떨어졌다. 그는 지크의 손에 이끌린 채 몇 미터 정도 끌려가다가, 퍼부어지는 지크의 공격을 몸으로 받으며 순식간에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들었다.
“크흣, 하하하하하하핫,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동룡족 장군의 살점을 손으로 뜯어내며, 지크는 웃기 시작했다. 루이는 사방으로 튀는 피와 살점을 보며 이상한 공포감에 말을 잊지 못했고, 몇몇 오퍼레이터들은 실신을 했으며 동룡족 병사들은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크하하하하하핫–!!!!! 죽어버렷!!!!!!!!”
지크는 튿어진 피부 사이로 뼈가 보이는 동룡족 장군의 얼굴을 잡고 들어 올린 뒤,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바람을 손에 집중하였다. 그러자, 그의 손에선 작은 진공의 회오리가 생겨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동룡족 장군의 몸은 완전히 분해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치 믹서기에 갈리는 생물과 같이‥. 결국 마지막에 남은 것은 인간의 것과는 크기는 비슷해도 약간 다른 모양의 두개골 뿐이었다. 진공 회오리에 의해 내용물까지 완전히 분해된 상태여서, 거기에서 흘러내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크는 그것마저 손으로 으스러뜨렸고, 곧 동룡족 병사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자아‥아주 재미있다구‥모두 함께 놀아보는 거다!! 하하하하하하핫–!!!!!!!”
“으, 으윽‥!? 저, 저 녀석 미쳤잖아!!!”
“도망치자!!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아!!!”
동룡족 병사들은 황급히 문 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확실히 인간 이상의 존재여서 그런지 뛰는 것은 상당히 빨랐다. 의외로, 지크는 그들의 도망치는 모습을 그냥 보기만 하였다. 잠시 후 그는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피가 흩뿌려진 바닥에 주저앉았고, 루이는 피가 묻은 안경을 벗으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처크와 자신의 옆에 앉은 지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속으로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으나 상황으로 보아 그럴 수가 없었다. 아마,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냉정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루이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외부로 통하는 마이크가 있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실의 모니터엔 밖에서 한참 싸우고 있는 낯익은 모습들이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 . .
리오와 슈렌, 그리고 바이칼은 한숨을 돌렸다. 동룡족들이 다시 함선으로 귀환한 후 후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오들 역시 더 이상 공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지 그들이 후퇴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였다.
“‥아, 슈렌. BSP 본부 쪽으로 가보는 게 어떨까. 그쪽에 있던 동룡족들이 후퇴하는 것을 보니 그쪽 상황도 왠만큼은 끝난 것 같은데‥.”
“‥음.”
슈렌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칼은 멀어져가는 동룡족 함대들을 말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도와주세요! 밖에 계신 분들, 아무나 좀 도와주세요!!」
그때, 노이즈가 섞인 스피커 음이 BSP 본부 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했고, 스피커의 목소리가 상당히 다급한 것을 느낀 리오는 슈렌과 함께 급히 본부 쪽으로 내려갔다.
……………………. . . . . .
“‥지크가‥. 그렇군요.”
리오는 처크를 부축한 채 루이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실에 널려져 있던 동룡족 장군의 시체를 정리한 슈렌은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있을 뿐이었다.
“저어‥아버지는 어떠신가요? 괜찮으신가요?”
“‥!”
리오는 루이가 그렇게 물어오자,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현재 처크는 숨이 붙어있긴 했으나 살 수 없을 정도의 내부 충격을 입은 상태였다. 리오의 경험으로 비춰보아, 길게 살아야 하루였다. 리오는 자신의 대답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루이를 살며시 올려다 보았다. 이윽고, 그는 입을 열었다.
“‥처크 부장님은 현재‥.”
“‥앗?”
그때, 슈렌이 루이의 귀를 손으로 막았고 리오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리오는 슈렌의 뜻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돌렸고, 슈렌은 곧 루이의 귀를 막은 손을 떼었다. 그녀는 불안한 느낌에 슈렌을 돌아보았고, 슈렌은 묵묵히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주었다.
“‥!!!!!”
루이는 그 순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비틀거렸고, 슈렌은 쓰러지려던 그녀를 부축한 뒤 조용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루이는 결국 몸을 숙이며 오열을 터뜨렸다. 그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리오는 지크를 바라보았다. 그는 예상을 할 수 있었다. 지크가 의식을 되찾은 뒤, 루이에게 들을 원망을‥.
※※※
“하, 할아버지‥!!!!!!”
루이와 처크의 부인, 그리고 레니를 비롯해, BSP 대원들과 각 부서 책임자들이 모인 병실에서 지크는 처크의 손을 잡은 채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불렀다. 그러나, 처크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왜 그렇게 울고 있니 지크‥. 누가 죽기라도 한 거냐‥. 하하핫‥.”
“으, 으으윽‥할아버지‥!!!!!”
지크는 처크의 손을 잡은 순간부터 느끼고 있었다. 마치 납처럼 무거운 처크의 손‥. 이미 살아있는 사람의 손이 아니었다. 지크는 몇 번이고 자신의 기를 불어넣어 보았으나 기가 들어온다고 해서 살아날 처크가 아니었다. 마법을 사용해 달라며 사이키에게 부탁을 했지만, 명이 다 한 사람에겐 회복 마법이 듣지 않는다며 사이키 역시 눈물로 대답을 하였다. 그것은 세이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른 것은, 살릴 순 없지만, 편안히 생을 마칠 수 있게 할 방법은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처크는 세이아의 힘이 닿은 상태였다.
처크는 힘겹게 한숨을 쉰 뒤, 지크의 손을 남은 힘을 다해 잡으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약속을 해 주겠니.”
“‥예.”
“이후에, 누가 너에게 어떤 말을 한다 해도 넌 우리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말라는 것이다. 넌 레니에게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레니의 아들이고, 루이와 피가 이어져 있지 않지만 루이의 사촌이라는 것, ‥그리고 나의 조카 손자라는 것도 말이다. 마음을 굳게 가지거라 지크야.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말이다‥.”
“‥으흑‥!! 예‥!!!”
지크는 얼굴을 침대에 묻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처크는 곧 다른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헤이그. 그동안 나이를 잊고 수고 많이 했네. 자네는 정말 좋은 후배였고, 좋은 술친구였어. 정말 고마웠네.”
“‥예.”
헤이그는 눈을 감은 채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케빈, 자네의 총 솜씨를 더 보지 못해서 정말 섭섭하군 그래. 앞으로도 계속 수고해 주게나.”
“‥예‥!”
케빈은 선글라스를 이용해 최대한 표정을 가리고 있었으나, 결국 그의 볼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더 이상 있지 못하겠는지 병실 밖으로 나가버리고 말았다.
“‥챠오. 누구 때문에 BSP가 되서 고생이 많았어. ‥챠오의 아이쯤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아쉽군‥. 후훗‥.”
“….”
차오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어깨는 떨리고 있었다.
“‥리진. 어린 나이에 BSP가 되었지만, 리진의 활동은 정말 좋았어. 사실은 걱정했는데‥이젠 걱정할 수도 없을 것 같군‥.”
“으흑‥!! 부장님!!!!!!”
리진은 다른 대원들처럼 참지 못했다. 그녀는 지크와 같이 처크의 손을 잡으며 울기 시작했다. 다른 각 부 책임자들 역시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처크는 곧 구석에 있는 신입 대원, 마키와 티베를 바라보았다. 그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누구 때문에 BSP가 되었지.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 주게. 같이 있었던 몇 개월, 정말 즐거웠네.”
“예‥!!”
마키는 고개를 떨군 채 흐느꼈고, 티베는 아무 대답 없이 마키의 작은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
……………………… . . . .
리오와 슈렌은 넬을 옆에 둔 채 아무 말 없이 병실 앞에 앉아 있었다. 넬은 얼굴을 무릎에 댄 채 어깨를 가끔 움찔거릴 뿐이었다. 리오는 그런 넬의 등을 토닥거리며 슈렌에게 조용히 말했다.
“‥누가 죽는 것은 우리로선 흔히 접하는 일인데‥. 언제 접해도 기분은 그렇군.”
“‥음.”
슈렌은 조용히 다리를 겹치며 병실 앞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 모두 처크 부장의 밑에서 몇 년 동안 일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모두 슬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슈렌은 조용히 말했다.
“‥얼마 만나보진 못했지만 상당히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군‥. 명을 다할 때 슬퍼할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힘든 것이니까.”
“‥그래. 정말 좋은 사람이었지. 지크가 투덜거리는 것만 들었는데도 상당히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넬은 누가 돌아가시는 것이 처음이니.”
“‥예.”
리오는 넬의 앳된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크와 함께 본부 안으로 들어갈 걸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리오는 넬의 어깨를 어루만져주며 조용히 말했다.
“‥알고 있니. 사람을 비롯해, 영혼이 있는 모든 것들은 죽은 후 자신에게 소중했던 친구들의 곁에 다른 무엇으로 변하여 언제나 머무른다는 것을 말이야.”
“….”
“처크 부장님은 언제나 이 사람들 곁에 계실 거란다. 이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만큼, 오랫동안‥.”
“‥네.”
넬은 곧 몸을 일으켰고, 리오는 넬을 가만히 안아주며 얼굴을 넬의 어깨에 기대었다. 그 아이가 조금 후 다시 울어버릴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슈렌은 잠시 후 병실 안에서 크게 울려 퍼지는 오열을 들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