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33~634화
“나가줘.”
“루, 루이‥. 하지만 나는‥.”
“나가달라고 했잖아!! 난 더 이상 널 보고 싶지도 않아!!”
루이는 그렇게 소리치며 집의 현관문을 강하게 닫으려 했으나, 지크의 팔은 현관문이 닫히는 속도보다 더욱 빨랐다. 지크는 반강제로 문을 다시 열어 젖히며 루이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그래!! 난 너와 할머니가 걱정돼서 온 것일 뿐이란 말이야!”
“나? 엄마?”
지크의 말을 들은 루이는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고, 지크는 인상을 살짝 구기며 루이를 바라보았다. 루이는 다시 지크를 바라본 뒤 평상시의 그녀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말투로 지크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웃기는 소리 하지도 마! 넌 어차피 우리완 피도 섞여있지 않잖아!! 넌 싸움만 알고 있는 괴물일 뿐이야!!!”
“‥!! 젠장, 그래! 처크 할아버지는 나 때문에 돌아가셨어!! 하지만 난 그때의 기억이 나지도 않는단 말이야!! 그리고 너보다는 못하겠지만 나 역시 슬프다구!! 내 마음은 알아주지도 않는 거야? 그리고 가족으로서 10년이 넘게 같이 지낸 사이에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가 있어?”
“너 따위가 무슨 가족이야!!!”
짜악–!!!
순간, 루이의 왼쪽 뺨엔 불꽃이 튀었고 그녀는 중심을 잃으며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지크는 놀란 눈으로 자신의 앞에 쓰러진 루이와 루이의 어머니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하, 할머니‥?”
처크의 부인–루이의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옆에 쓰러진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루이는 뺨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고, 처크의 부인은 무서운 눈으로 루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보다 나이가 많은 조카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넌 먼저 거실로 가 있거라.”
“‥!!”
루이는 입술을 깨물며 거실로 말없이 가버렸고, 지크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곧 처크 부인에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할머니‥.”
“‥이런, 천하의 지크 스나이퍼가 오늘은 왜 이리 힘이 없지? 음?”
지크의 목소리에 힘이 없자, 처크 부인은 빙긋 웃으며 평소처럼 지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지크는 그녀의 의외의 반응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거실로 가자 지크. 할 얘기가 많단다.”
“‥네.”
…………………………. . . . . . .
루이는 처크 부인의 옆에 앉은 채 애써 지크로부터 시선을 떼려고 했다. 지크는 그런 그녀를 보며 속으로 한탄을 했지만, 지금은 처크 부인에게 말을 듣는 것이 우선이었다. 처크 부인은 직접 끓인 홍차를 한 잔 마신 뒤 지크를 바라보며 말 하기 시작했다.
“‥지크는 기억 나니? 우리들이 미국에서 처음 만났던 날을 말이야.”
“무, 물론이죠. 평생 잊지 못할 일이에요. 저에겐‥”
“그래, 나도 그렇단다. 그때 난 솔직히 놀랐단다. 그이가 어느 날 갑자기 얼굴이 바짝 마른 꼬마를 데리고 집에 들어오는데, 난 그이가 다른 부인이 있는 줄 알았다니까? 호홋‥. 넌 그때 등에 너와 키가 비슷할 정도의 칼을 지고 있었지. 이상하게도 너 외엔 들 수 없는 칼을 말이야. 하지만 더욱 날 당황하게 했던 것은 10살짜리 꼬마 치고는 당돌하지 않을 수 없는 말투였단다. 그때 아직 30대였던 날 용감하게 할머니라고 불렀으니까.”
“‥그, 그거야 뭐‥.”
지크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힘없이 웃어 보였다. 처크 부인은 자신의 옆에 앉은 루이의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레니에게 널 맡기기 전까지, 넌 루이에게 운동을 가르쳐 줬고, 루이는 너에게 공부를 가르쳐 줬었지. 물론 둘 다 서로의 수업을 거부하긴 했지만. 후훗‥루이는 그때 네가 지크에게 했던 말 기억하니?”
“….”
루이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하지만 처크 부인은 내색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이런 근육 머리 조카에게 수학을 가르치느니 차라리 우리 집 애완견에게 알파벳을 가르치는 게 낫다고 했었지. 호호호홋‥. 물론 그때 지크도 만만하진 않았지만.”
“‥안경잡이 이모에게 운동을 가르쳐 주느니 애완견에게 덩크를 강요하는 게 낫다고 했었죠. 헤헤헷‥.”
지크는 고개를 숙이며 킥킥 웃기 시작했고, 처크 부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루이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지크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앞에 놓인 차가운 음료를 한 모금 마신 후 처크 부인과 루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회상하듯, 희미한 웃음을 띄운 채‥.
“처크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어머니도, 그리고 루이도‥. 가족이 없던 저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 사람들이죠. 하지만 얼마 전까진 ‘소중함’만을 알고 있었어요. 그저 막연히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죠. 하지만 처크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전 깨달았습니다. 왜 제가 여러분을 지켜줘야 하는지를 말이에요.”
“‥그래? 그럼‥이유를 들어볼 수 있겠니?”
처크 부인은 미소를 지은 채 지크에게 물었고,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가족으로서,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
그때, 루이는 흘끔 지크를 바라보았고, 고개를 숙인 상태라 그것을 보지 못한 지크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루이가 지금 저에게 화를 내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요. 제가 처크 할아버지의 복수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나갔을 때‥아니, 그 전에 루이는 저에게 애타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전 그것을 무시하고 말았죠. 루이는 아마 그것 때문에 화가 났을 거예요. 모두 제가 제 자신을 절제하지 못한 탓이죠. ‥하지만 루이가 저에게 화를 냈을 때 전 속으로 안심했답니다. 절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고, 진짜로 절 싸움만 아는 괴물로 여기고 있었다면 제가 들어오던 말던 상관하지 않았겠죠. 아니면 총으로 절 쏘던가‥.”
“‥그렇지 않아 이 바보야!!!”
순간, 루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지크에게 소리쳤고, 지크와 처크의 부인은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루이는 안경을 벗은 뒤 지크를 쏘아보며 소리쳤다.
“네가 그 침입자를 없앤 뒤에‥아버지와 너 둘 다 일어나지 않는 걸 보고 있던 내 마음은 어땠을 것 같아!! 둘 다 영원히 일어나지 않는다면‥!!!!”
루이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처크 부인은 한숨을 내쉬며 루이를 감싸주려 했으나, 그때 지크가 손으로 그녀를 제지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루이의 머리를 주먹으로 살짝 때렸다.
“!?”
순간, 루이는 깜짝 놀라며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예전과 같이 장난기 어린 인상을 쓴 채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젠장, 역시 넌 변한 게 없구나. 스무 살 넘었으니 이젠 예전같이 자기 방에 콕 틀어박혀 울진 않겠구나 했는데‥쯧.”
“….”
루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고, 지크는 미소를 지은 채 루이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갖다 대며 말했다.
“이젠 처크 할아버지 대신 내가 널 지켜줄 차례야. 네가 그렇게 징징 울어대기만 하면 난 어떻게 할 수 없다구. 언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와 할머니가 위험해지면 언제든지 달려올 거야. 처크 할아버지가 남겨준 몫까지 말이야.”
“….”
루이는 역시 말이 없었다. 지크는 곧 루이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려준 후 거실을 천천히 나서며 처크 부인에게 말했다.
“‥이제 가볼게요 할머니. 아,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실 땐 이걸 쓰세요.”
지크는 자신의 호주머니를 뒤져 길다란 통에 담긴 무언가를 처크 부인에게 건네주었다. 처크 부인은 그것을 받아 들며 지크에게 물었다.
“‥이건, 신호탄이니?”
“아, 단순한 신호탄은 아니에요. 마법으로 만들어진 신호탄인데요, 전파 방해 따윈 상관하지 않고 신호를 보낼 수 있어요. 물론 특별한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지만요. 자, 그럼 안녕히 계세요. 루이도 잘 있어.”
루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처크 부인은 손을 흔들며 지크를 배웅해 주었다. 처크의 집 밖으로 나온 지크는 아직도 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하늘이 흐려서 할아버지도 보기 힘드시겠네요. 헤헷‥. 하여간, 억지로라도 절 지켜봐 주세요. 멋지게 해 보일 테니까요.”
지크는 먼지만이 떠 있는 하늘을 향해 손을 한 번 흔들어 보인 후 집 근처에 세워둔 자신의 오토바이를 향해 걸어갔다. 그가 떠난 집 앞 공터엔 바람만이 가볍게 흔들거릴 뿐이었다.
※※※
그날 밤.
지크는 바이칼과 함께 마시멜로를 구워 먹으며 한참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지크가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일 뿐이지만, 바이칼은 그런 대로 경청을 하고 있었다. 얘기를 꽤 오랫동안 한 지크는 지쳤는지 옆에 놓인 물을 마시며 바이칼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래, 리디아인가 하는 네 동생하고는 잘되어 가냐?”
“남매 사이에 그런 저속한 질문을 하는 저의를 먼저 알고 싶군.”
바이칼은 적당히 구워진 마시멜로를 입에 물며 지크에게 되물었고, 지크는 아차 하며 머리를 긁적인 후 바이칼에게 다시 물었다.
“아아, 미안 미안. 그럼 얘기는 좀 해 봤어? 네가 서로의 관계에 대해 밝힌 뒤로 그 애 아무 말이 없던데‥.”
“별로. ‥그리고 할 필요도 없어.”
“‥음?”
지크는 의아한 눈으로 바이칼을 바라보았고, 바이칼은 나뭇가지에 다른 마시멜로를 끼우며 추가로 말했다.
“말을 안 한다 해도 나와 리디아가 남매라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
“호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리디아가 도망갈지도 모르는데? 사이가 벌어져서 말이야.”
“‥!”
순간, 불 위에 마시멜로를 놓으려던 바이칼의 손은 굳어버렸고, 지크는 바이칼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가만히 있기만 하자 당황하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하, 하하핫!! 그래 그래!! 도망치면 다시 잡아오면 되는 거지 뭐!! 그리 신경 쓰지 말라구! 하하하하핫!!”
“….”
그러나 바이칼의 귀엔 지크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지크는 아무래도 혹을 하나 더 붙였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날 밤도 무사히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