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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36화


한번도 공격한 일이 없던 슈렌은 힘이 그리 빠지지 않았는지 호흡도 정상이었고 심박수도 정상에 가까웠다. 그러나, 플루소는 그렇지 않았다. 상당한 공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슈렌이 깨끗히 피하기만 할 뿐, 반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상당히 지쳐가고 있었다. 플루소는 슈렌을 쏘아보며 톤이 높은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어째서 반격하지 않는 것이지!! 120년 전 날 바보로 만들어 놓고 또 바보로 만들 생각인가!!!”

“….”

슈렌은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결국, 플루소는 체력의 저하를 약간이라도 줄이기 위해 삼절곤을 봉의 형태로 바꾸었고, 봉의 끝을 슈렌에게로 향하며 말했다.

“너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날만을 기다려 왔어! 더이상 다음이란 없지‥내 미래를 망쳐 놓은 댓가를 오늘 꼭 지불하게 하고 말테다!!!”

“….”

슈렌은 다시 방어 자세를 취하였다. 그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지만, 그는 플루소와 싸울 생각도 없었고, 기분도 그리 좋지 않은 상태였다. 다시 둘은 격전을 벌였고, 슈렌은 플루소의 공격을 철저히 막아내며 자신과 가까이 붙은 그녀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그때와는 많이 변했군‥.”

“‥! 흥,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건가!!!”

플루소의 일격이 다시 들어오자, 슈렌은 그녀의 공격을 튕겨낸 후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아무것도‥.”

그런 얘기가 흐른 뒤, 다시 한참동안 둘은 공방전을 펼쳐 나갔다. 그러던 동안, 플루소가 귓속에 넣어 둔 통신 장치에서 호출음이 들려왔고 그녀는 슈렌에게서 멀리 떨어져 방어자세를 취한 뒤 자신의 왼쪽 귀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소리쳤다.

“뭔가!! 방해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죄송합니다 장군님! 하지만, 장군님이 계신 곳을 향해 엄청난 스피드로 날아오는 무속성의 기 하나와 용족의 기 하나가 있습니다! 특히, 무속성의 기를 가진 자는 기의 수준을 보아 아무래도 ‘패왕(覇王)’ 리오·스나이퍼인 것 같습니다!!」

“‥이녀석들!! 리오·스나이퍼가 온다 해서 내가 물러설 것 같나!!! 가즈 나이트 따윈 내 상대가 될 수 없어!!! 아무 말 말고, 와카루 박사가 준 특수 전차나 모두 떨어트려!! 그것으로 그녀석을 막아라!!!”


「‥아, 하지만, 쥬빌란 마마께서 만약 리오·스나이퍼가 나타난다면 마마의 명으로 후퇴 지시를 내리라고‥.」

“‥크윽‥!! 좋아, 알겠다!! 그럼 후퇴를 위해 특수 전차를 강하시키도록! 곧 돌아가겠다!!”


「예!!」

플루소는 쓰디쓴 표정을 지으며 슈렌을 다시 바라보았다. 슈렌은 묵묵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은 운이 좋군, 슈렌‥.”

플루소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기함이 있는 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슈렌이 약간 큰 목소리로 플루소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땐 실수였어.”

순간, 플루소는 움찔하며 그자리에 멈춰 섰고, 그녀는 그 즉시 슈렌쪽으로 돌아서며 손에서 기합파를 날렸다. 슈렌은 슬쩍 그 공격을 피했고, 플루소가 날린 기합파는 건물 몇개를 밀어버린 뒤 사라져갔다. 그녀는 분노에 휩싸인 표정으로 슈렌을 쏘아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시끄러워‥시끄러워!!! 난 분명 너에게 복수하겠다고 했어!!! 오늘은 마마의 명으로 물러가지만, 다음에 만나면 절대 이렇지 않을 것이다!!!”

플루소는 곧 급속으로 기함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고, 슈렌은 무거운 한숨을 지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조금 후, 그의 옆으로 용의 모습으로 변한 바이칼과 그의 등을 빌리고 있는 리오가 다가왔고, 리오는 급히 슈렌에게 다가와 그의 상태를 물었다.

“슈렌, 괜찮아!”

“‥음, 그런대로.”

슈렌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시선을 멀리 있는 동룡족 함대에 돌렸다. 마침, 그쪽 대형 수송선에서 몇대의 초 대형 전차들이 지상을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흐음, 그려면 그냥 갈 것이지 저건 또 뭐야?”


「‥그 전에, 아까 도망쳤던 동룡족 장군‥. 해부자 플루소 아닌가.」

바이칼은 슈렌을 바라보며 그녀에 대해 물었고, 슈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칼은 모습을 인간의 형태로 바꾼 뒤 팔짱을 끼며 회상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해부자 플루소‥. 동룡족 장군중 특출난 삼절곤 실력을 가진 여장군이지. 예전 용족 전쟁때도 한번 본 일이 있었는데‥. 그땐 얼굴에 상처가 없었는데 지금은 흠집이 좀 있군.”

“‥호오, 저 여자가 바로 그 유명한 플루소? 그런데, 슈렌은 저 여자랑 무슨 관계라도 있는 건가? 안색이 좋지 않은데‥?”

리오는 턱을 매만지며 슈렌에게 물었으나, 슈렌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선을 아까 강하했던 대형 전차들에게 돌려 보았다. 그 전차들은 그야말로 괴물같은 힘으로 건물들을 부수며 앞으로 전진해 오고 있었고, 리오는 바이칼의 어깨를 두드리며 준비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자아, 모두 네대 정도 되니까 빨리 처리하고 집에 가서 쉬자고. 슈렌은 좀 쉬라고 해 두고.”

“‥흠.”

바이칼은 다시 드래곤의 형태로 모습을 바꾼 후 리오를 등에 태우고 대형 전차들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수송선이 떨어트린 전차들은 전폭이 수십미터는 되어 보이는 초 대형 전차였다. 대형 포탑 주위에 작은 포탑과 미사일 런처들이 포진을 하고 있었고, 네개의 독립 기동형 캐터필러들이 그 육중한 요새를 움직이고 있었다. 리오는 상대방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이번엔 검 대신 마법으로 승부를 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즉시 양 손을 모으고 마법진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리오가 마법진을 전개하는 사이, 바이칼은 입에서 브레스를 뿜으며 엄호 공격을 했고, 전차들은 특수한 바리어로 바이칼의 공격을 방어하며 미사일 런처의 포구를 바이칼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리오의 양 손 앞에 거대한 광 속성 마법진이 생성되었고, 리오는 양 손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라이트 스플랏슈’

–!!!”

곧, 리오와 바이칼의 주위엔 수백개의 광탄들이 생성되었고, 광탄들은 곧 지상에 있는 전차들을 향해 무섭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때마침 전차들은 대공 미사일을 이용해 리오들을 공격하고 있었기에 양측의 중간에선 마법 광탄과 미사일의 충돌에 의한 대 폭발이 일어났다. 리오는 생각보다 전차들의 공격이 좋자 다시 양손에 마법진을 전개한 뒤 소리쳤다.

“전차라면 깨끗이 뒤집어 주마!!

‘퀘이크’

–!!!”

리오가 만든 마법진은 한순간에 빛으로 변한 뒤 전차들이 있는 지면에 내리 꽂혔고, 이윽고 전차들이 있는 지면은 대 진동을 동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차들을 받치고 있는 네개의 캐터필러들은 연기를 뿜으며 뒤집히지 않기 위해 애를 썼으나, 퀘이크 마법 자체의 힘은 상당한 것이었기에 전차들은 결국 힘없이 뒤집어지고 말았다. 그것을 본 바이칼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흥, 거북이군.」

“좋아, 끝내볼까!! ‥음?”

뒤집어져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전차들을 여유있게 처리하려던 리오의 표정은 일순간 굳어지고 말았다. 전차의 각 부분 장갑들이 열리는가 싶더니, 시끄러운 기계음을 내며 접혀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곧, 전차들은 중장갑을 착용한 인간형으로 모습을 바꾸었고, 짧다면 짧다면 짧은 다리와 포탑이 붙은 팔을 이용해 지상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바보같은‥!!! 저게 어떻게 된‥!!”

한편, 모습을 변형시킨 전차들의 양쪽 어깨가 크게 열리기 시작했고, 그 장갑판 안에 설치되어 있던 원반형의 비행 물체 수십개가 공중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리오와 바이칼이 있는 쪽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리오는 곧바로 바이칼의 등에서 떨어졌고, 바이칼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뒤 손에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뽑아 들고 자신들을 향해 급속으로 날아오는 비행물체들을 노려보았다. 둘은 몸을 재빨리 움직이며 그 비행물체들을 피하기 시작했으나, 그 비행물체들은 상당한 기동력으로 그들을 따라 붙었고, 리오와 바이칼은 결국 검으로 그 비행물체들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지상에 있던 전차들은 공중을 향해 포를 쏘아 대며 자신들이 퍼트린 비행물체들과 함께 리오와 바이칼을 협공해 나갔다.

“‥생물 반응형 공뢰(空雷)‥같군.”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잡은 손에 힘을 넣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는 리오와 바이칼을 돕기 위해 그쪽으로 몸을 움직였으나, 아직 둘은 슈렌에게 도움을 받을 정도로 밀리는 것은 아니었다.

“바이칼, 엄호를 부탁해!!”

“음.”

바이칼은 곧 양 손에 자신의 에너지를 응축한 뒤 지상에 있는 전차들을 향해 연속으로 에너지탄을 쏘기 시작했고, 전차들은 곧바로 바리어를 동원해 바이칼의 공격을 막아냈다. 지상으로부터의 공격이 끊어진 사이, 리오는 다시 마법진을 생성시킨 뒤 마법진이 있는 팔을 공중으로 뻗으며 외쳤다.

“귀찮군!!

‘인페르노’

!!!”

마법진은 곧 사방으로 분해되며 붉은 광선을 하늘에 흩뿌렸고, 그 마법의 광선은 먹이를 노리는 뱀과 같이 하늘에 떠 있는 공뢰들을 향해 매섭게 날아갔다. 엄청난 폭발광이 지나간 후, 한결 편해진 리오와 바이칼은 지상에 있는 전차들을 없애기 위해 시선을 지상으로 돌렸다.

“‥?”

한편, 리오와 바이칼을 돕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던 슈렌은 자신의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에 시선을 위로 돌려 보았다. 리오와 바이칼도 그 이상한 느낌에 역시 시선을 위로 올려 보았고, 셋은 하늘이 볼록렌즈에 비친 영상처럼 입체적으로 부풀기 시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리오는 자신의 가죽 아대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뭔가 거대한 것이 차원 이동을 하는데‥? 오늘은 운이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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